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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06 13:47

Der Karabiner98k

조회 수 1117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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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r Karabiner98k

새벽 안개 사이로...
새벽 안개 속으로...

오래된 왕조의 폐허인 양,
흉물스러운 다리 위로...
흉물스러운 다리 위로...

오래된 왕조의 잔영이라도 되는 양,
한 무리의 어슴푸레한 실루엣이...
한 무리의 어슴푸레한 그림자가...
다리를 부유한다.
다리가 부유한다.

금속의 광택마저 잃은 노리쇠를 위로 제끼고
금속의 광택마저 잃은 노리쇠를 뒤로 당기고
황동빛마저 예리한 다섯발 클립을 약실에 꽂고
황동빛마저 예리한 다섯발 탄약을 약실에 넣고
껍데기, 아, 껍데기만 남은 클립은 던져버리고
금속의 광택마저 잃은 노리쇠를 앞으로 밀고
금속의 광택마저 잃은 노리쇠를 아래로 닫는다.


너무나도 중요하지만...
이제 그 중요성마저
너도 나도 잊어버린 일들.

무의미하게...
그저 무의미하게...
겨누고 당긴다.

귀를 째는 굉음과 함께...

"텀벙!"

피묻은 쇠바가지가,
그리고 그 쇠바가지를 따라 혼잃은 인간의 육신이
시리도록 푸른 강물에 몸을 적신다.

"나도 껍데기였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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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박한 근현대문명 속에서 점차 그 자신마저도 무의미하게 기계화되어버리는
인간의 모습을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전쟁이 아닐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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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죠르웰 2005.01.06 22:57
    탕야, 탕야
  • 루비 2005.01.07 06:29
    존재는 무의미. 혼미한 정신이 인도한 무가치. 그러나 그것 역시도 의지라고 부를 수 있다면,
  • 루비 2005.01.07 06:31
    다만 아쉬운 점은, 대조되는 개념들의 상반성이 지나쳤다고 할까요.
  • Captain 2005.01.07 11:33
    루비님.. 중점은 무의미보다는 기계화입니다.
    인간 자신이 자기가 만든 기계의 부속 부품이 되버리고 마는...
    전쟁에서 일개병사의 소모품적 가치와 비슷하죠.

    확실히.. 표현이 지나친 것은 느껴집니다.
  • 루비 2005.01.07 13:54
    존재의 무의미에 대해 깊이있게 통찰한다면, 존재가치를 상실하여 양산되어지는 대상, 혹은 혼미하여 '-되어지는' 대상 정도로 해석될까요. 제가 표현한 무의미는 켑틴님께서 생각하신 기계화의 의미와 상통하신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 유수[流銹] 2005.01.08 00:16
    "나도 껍데기였나보다."라는 행이 상당히 인상깊네요. 씁쓸-합니다.
  • 태공망 2005.01.15 17:49
    이해를 못하는듯 하다. -100i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