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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2021.05.15 23:51

DEKER 1장 (3)

조회 수 1110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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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난로와 기둥 몇 개, 거의 다 무너진 벽 뿐인 오두막 안에서 피투성이가 된 남자가 리암을 부축해서 나오는 모습에 사람들의 안도가 들렸다.

 

다행이야!”

여기 앉혀주시오. 부상을 봐야겠소.”

 

순찰대처럼 최소한의 무장을 한 자부터 제법 완전한 무장을 갖춘 자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그들을 맞이하며 물과 빵을 나눠주었다.

 

리암. 최대한 빨리 달렸는데, 내가 많이 늦었어…….”

 

리암은 죄책감 가득한 칼에게 멋쩍게 웃으며 대답했다.

 

괜찮아.”

 

그들 중에서 무장이 가장 뛰어난 남자가 콜터에게 말을 걸었다.

 

저 커다란 놈이 우두머리였군요.”

이 청년이 대신 주의를 끌어주어서 처치할 수 있었소.”

 

콜터의 대답에 남자는 오두막 주위로 죽은 괴물 시체들을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바깥에 있는 괴물들은 모두 한사람에게 죽었고, 저 커다란 놈 역시 동일한 사람이 처치한 것이군요. 당신은 누구요?”

콜터. 용병입니다. 저놈들에게 쫓기다가 저 청년이 구해줬소.”

 

남자의 의구심은 더 깊어져갔다. 괴물들에 쫓기던 자가 괴물들 대다수와 우두머리까지 처치한다니, 앞뒤가 맞지 않는 대답이었다. 하지만 정황상 베데 순찰대인 리암을 구해줬고, 괴물들의 습격도 막아줬으니 은인인 이상 더 묻지 않기로 했다.

 

난 전문병사 할 빌터요. 리암을 구해줘서 고맙소. 많이 지쳤을테니 베데에 있는 순찰대 숙소에서 쉬셔도 좋소. 원하신다면 우리가 안내해 드리겠소.”

반가운 제안이군요. 안내 부탁드립니다.”

 

리암은 베데로 가는 도중 많은 출혈과 피로로 정신을 잃었다. 사람들은 비가 그치고 해가 뜰 무렵 안개로 가득한 호숫가의 시골 영지인 베데에 도착했다.

 

이틀 후 리암이 눈을 떴다.

익숙한 침대에 앉아 붕대에 감긴 어깨와 팔을 바라보고 지난 일을 떠올렸다. 천천히 움직여보다가 통증이 밀려와 부여잡았다.

 

무리하지 말거라.”

, 지나 아주머니 안녕하세요.”

 

열린 방문 사이로 앉아있던 지나가 보였다. 그녀는 베데 영주의 하녀이다. 리암이 인사하자 일어서서 죽을 가져다주었다. 허겁지겁 먹는 리암을 보며 그녀가 혀를 찼다.

 

그 용병이 형편없었다면 둘이서 사이좋게 마니님 곁으로 갈뻔 했구나. 어떻게 한치 앞을 모르고 그렇게…….”

죽 맛있어요.”

 

웃으며 주제를 바꾸려는 리암이 아직 애같은 모습이다. 순찰대에 있는 모습과 달리 자신과 여동생을 어릴 적부터 돌봐준 지나에게 조금이나마 속내를 드러내며 편하게 지냈다. 그녀 역시 그것을 알기에 더 이상 다그치지 않았다. 리암은 잔소리를 하지 않아도 이미 많은 것을 일찍 알아버렸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외롭고 상처받은 아이지만 아버지를 닮아 옳은 것을 쫓아다니고야 마는 것을 걱정할 뿐이다.

 

리암, 내일 영주님께 가야겠다.”

 

리암의 숟가락질이 뚝 끊겼다.

 

콜터라는 남자랑 같이 오라고 하시더구나. 주군의 명으로 말하시는 거니 꼭 가야해.”

 

죽을 내려놓고 일어서서 옷을 주섬주섬 챙겨입는 리암을 보며 지나가 다그쳤다.

 

내말 듣고 있니?”

 

대답 않고 집을 나서다가 마지못해 대답한다.

 

들었어요.”

 

집을 나선 리암은 오랜만에 햇살이 비추는 호숫가를 바라보며 걸었다. 언제부터인가 어쩔 수 없이 피하기만 했지만 베데의 영주는 아버지의 친구이자 자신에게 가족이나 마찬가지였다. 영주가 변했다는 소문, 아니 미쳐버렸다는 소문이 들리고 예전과 달라진 베데 사람들의 삶과 새로 들어온 외지인들, 결혼해서 만날 수 없는 여동생, 내전으로 흉흉한 소문들, 떠나버린 아버지. 이 모든 것의 시작이 영주라는 확신과 함께 그의 성격과 삶은 이전과 달라져버렸다. 그에게 있어서 영주를 만나는 것은 스스로에게도 힘든 장벽인 것이다. 마을로 내려가는 길을 따라 걷던 그의 앞에 뜻밖에 인물이 기다리고 있었다.

 

, 리암. 마침 만나려고 올라가던 길이었다. 많이 호전되서 다행이군.”

빌터님? 어떤 일로…….”

 

리암은 빌터에게서 콜터가 수상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혼자서 괴물 대부분을 처치할 실력임에도 어째서 그 괴물들에게 쫓기고 있었는지, 일개 용병이 어떻게 베데의 남쪽에서 나타났는지. 그러고보니 베데의 남쪽, 그러니까 그가 있던 순찰 오두막의 남쪽 숲에서부터 단신으로 왔다는 자체만으로도 보통 인간은 아니라는 뜻이다. 왜 그것을 의심하지 않았을까? 단지 도움이 필요한 사람으로만 생각했기 때문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가 행여나 위험한 의도를 가졌었다면 일개 순찰자인 리암 역시 그 괴물들처럼 시체가 되었을지 모를 일이었다.

 

순찰자로서 저의 불찰입니다.”

아니야. 넌 옳은 일을 하려 했을 뿐이지. 영주님과 콜터는 단둘이서 어떤 이야기를 나눴어. 단둘이서 말이야. 마을에 지내는 동안 그자가 그다지 해를 끼칠 사람으로 보이진 않았지만, 미심쩍은 것이 풀리질 않는군. 아무튼, 조금이라도 의심을 하는 것이 좋아.”

. 고맙습니다.”

 

빌터 역시 외지인으로 영주에게 고용된 전문병사이지만, 베데에 온 이후로 훌륭한 인품과 많은 경험으로 평판이 좋은 인물이다. 순찰자인 리암에게는 늘 어려운 위치에 있어 가까이 하지 않았지만 이 사람이 신뢰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것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전문병사는 평범한 용병이나 순찰대장 따위와 비교할 수 없는 자들이다. 비록 기사들처럼 일당백의 능력을 지녔다고 볼 수 없지만, 충분히 막강한 무력과 그걸 뒷받침 할 수 있는 부와 명성을 가지고 있는 자들이며, 작위가 없는 자들이지만 전문병사 그자체가 또 다른 작위라고 볼 수 있다. 평민임에도 그들을 보조하는 하인을 대동하고 다니며 전쟁에서 국왕군 소속이자 자유계약 봉신들이다. 때문에 전문병사에서 장군이 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으며 작위를 받아 영지를 소유하게 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자들이다. 제약이라면 단지 용병과 달리 한 왕국에 소속되는 제한만 있을 뿐이다.

 

빌터는 자이번 출신의 전문병사이다. 자이번 백작의 호위를 담당하기도 했다는데 어째서 베데 영주와 함께 하게 되었는지는 모른다. 베데 사람들 사이에서도 그것에 대해 많은 소문이 돌기도 한다.

 

빌터와 함께 이야기하며 베데의 마을 어귀까지 걷던 중 낚시를 하는 콜터를 발견했다. 콜터 역시 이들을 발견하고 반갑게 인사하며 다가왔다.

 

어쩐지 여긴 낚시가 안되는구만. 몸은 좀 어떤가?”

말 편히 하셔도 좋습니다.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너도 너무 딱딱하게 말하지 않으면 좋겠는데. ! 빌터님, 전 곧 떠날 겁니다. 그렇게 경계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은데 말입니다.”

 

이전보다 훨씬 살가운 성격이 되버린 것인지, 원래 그런 성격인지 모르겠지만 콜터의 성격은 확실히 리암보단 붙임성 있어 보였다. 밝은 대낮에 보니 다부진 체격에 선한 인상을 가진 중년 남자로 보였다. 리암은 그의 나이가 자신의 아버지와 비슷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 자넬 경계할 생각은 없네. 아무튼, 둘다 영주님께서 부르셨으니 리암만 괜찮다면 내일 찾아뵙게. 그럼 이만.”

 

에메랄드 빛 베데인 호수는 안개가 없는 날 가장 아름답다. 그래서인지 리암은 이런 날 호숫가를 거니는 걸 좋아한다. 지금도 한층 부드러운 눈빛으로 호수를 바라보는 그를 눈치 챘는지 콜터가 넌지시 말을 건낸다.

 

아름다운 호수야. 여러 곳을 다녔지만 이곳만큼 선명한 에메랄드 빛은 못봤어.”

맑은 날에 가장 아름답죠.”

 

콜터가 낚싯대를 접으며 말을 이어갔다.

 

제안할 것이 있는데 들어보겠어?”

 

 

  • SKEN 2021.07.13 22:35
    초반부의 긴박함으로 시선을 딱 잡아놓고,
    상황 종료와 함께 서막이 열리는 듯한 분위기로 풀어내는게 너무 좋네요.
    정통 판타지 세계의 캐릭터와 마을이 절로 그려지는 묘사도 좋습니다.
    그래서 다음편은요?
  • PORSCHE 2021.07.13 22:58
    감사합니다! 다음편은... 쓰긴 할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