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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09 09:03

DEKER 1장 (1)

조회 수 650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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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 숲에서 희미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조용하던 오두막의 나무 바닥을 울리는 발소리. 누군가 문을 열어 오두막 바깥으로 나온다. 젊은 청년이 한 손에 장검을 들고 어두운 숲을 살피기 시작한다. 곧 비가 올 것 같은지 그의 코는 습한 공기를 감지한다. 그가 뒤돌아 오두막에 안을 들여다본다. 벽난로 옆에 앉아 졸고 있는 동료를 쳐다보며 한마디 하려다가 멈추고 오두막 한편에 걸어둔 판초를 덮어썼다.

 

오두막을 나서는 그의 귓가에 희미했던 소리가 점점 더 크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남자는 잠시 장검을 내려놓고 오두막 바깥에 걸어둔 랜턴을 들어 불을 붙였다. 그 사이 남쪽에서 천둥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조심스럽게 랜턴을 비추며 어두운 숲으로 들어갔다.

 

오두막이 시야에 사라질 때 즈음에 젊은 남자는 숲에서 들리던 소리가 무엇인지 깨달았다. 괴물이 나지막하게 으르렁대는 소리였다. 그리고 그 소리가 최소한 셋 이상이라는 것까지 파악하고 걸음을 멈추었다. 그때 왼쪽에서 들리는 한 남자의 목소리.

 

어이, 이봐, 여기야.”

 

지쳤는지 가쁘게 숨을 쉬며 다급하게 그를 부르는 남자가 있었다. 젊은 남자는 랜턴을 조심스럽게 들어 낯선 이의 모습을 찾았다.

 

베데 순찰자입니다. 모습을 보이십시오.”

 

젊은 남자는 순찰자라고 밝히며 나지막하게 낯선 이를 향해 말했다. 그러자 랜턴을 비추는 방향에서 흙과 피범벅인 중년 남자가 양손을 들고 일어섰다.

 

난 쫓기고 있어. 적이 아냐. 괴물들이 쫓아오고 있어. 어서 여길 벗어나야해.”

소리 내지말고 이쪽으로 오세요.”

 

남자가 가까이 다가오자 순찰자는 랜턴 불을 껐다. 일순간에 어두워져 다가오던 남자가 멈칫하는 순간 순찰자의 장검 끝이 그를 향하고 있었다. 낯선 이는 장검 끝을 바라봤지만 표정 변화는 없었다.

 

어디서 왔습니까?”

우리 적은 저기 괴물이야. 난 용병이고 체더에서 여기까지 쫓겨온거야. 빌어먹을 괴물들이 저렇게 많을 줄 몰랐지.”

 

그때 남쪽에서 들려오는 괴물들의 소리가 점점 더 커지기 시작했다. 용병은 소리가 들리는 방향을 응시하며 말했다.

 

내 몸에 피 냄새 때문에 계속 쫓아올거야. 늑대혼종들이야.”

가끔 보는 놈들이죠.”

 

용병이 고개를 돌려 순찰자를 쳐다봤다. 익숙하다는 듯 말하기에 그의 얼굴에 약간 화색이 돌았다.

 

그럼 처리할 수 있나?”

도망가야죠. 최대한 빨리. 쟤들은 사람을 산채로 찢어요.”

 

그의 희망은 다시 사라졌고, 괴물들의 소리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순찰자가 자신이 입고 있던 판초를 벗어서 그에게 건내며 말했다.

 

묻은 피 이걸로 최대한 많이 닦아내십쇼.”

어서 도망치는 건 어때?”

쫓겨봐서 아시겠지만, 쟤들은 인간보다 빠르면서 교활하기까지 하니 지칠때까지 몰아세우는 방법을 선호하죠. 지금까지 당신을 놔둔 것도 지쳐 쓰러지길 원해서입니다.”

제기랄.”

 

용병이 열심히 피를 닦아내는 사이 순찰자가 굵은 나뭇가지를 모아 세웠다.

대충 피를 닦은 용병의 얼굴은 초췌하지만 선 굵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나이는 40대쯤으로 보이고 수염이 제멋대로 나있었다. 엉겨붙은 피가 갈색 머리를 물들였고 용병 특유의 가죽에 덧댄 사슬 갑주를 입고 있었다. 등에는 장검이 있었고 허리춤에 손도끼를 차고 있었다. 용병이라면 석궁이나 활 정도는 가지고 있을 테지만 아마도 오랫동안 쫓기면서 잃어버린 듯 했다.

그를 잠시 관찰하던 순찰자가 판초를 받아 나뭇가지 위에 올려뒀다.

 

이걸 미끼로 세워둘 겁니다. 아주 잠시지만 저놈들은 이것부터 살피러 올 거니까 도망갈 시간은 벌 수 있을 겁니다.”

다행이군. 이제 여길 빠져나가자고.”

 

순찰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용병이 그 뒤를 따르며 섬뜩하게 울려 퍼지는 소리들을 뒤로했다. 잠시 후 빗방울이 하나 둘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금방 거세게 내리기 시작했다. 음산하게 들려오는 괴물 소리가 거센 빗소리에 파묻혀 버리기 시작하고, 나무에서 떨어지는 굵은 빗줄기가 숲을 울렸다.

 

순찰자가 용병을 향해 손으로 손짓 하더니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둘은 숲을 빠르게 지나 오두막에 도착했다. 용병은 숨을 내쉬며 오두막 벽에 기댔다. 숲을 바라보니 그저 어둠뿐이었다. 빗소리가 울려퍼지는 어두운 숲은 돌아보니 음산하기 그지없었다. 순찰자가 오두막 안으로 들어오라 손짓했다.

 

, 일어나라.”

 

여태까지 자고 있던 칼이라는 자가 천천히 눈을 뜨며 그를 쳐다보다가 따라 들어온 용병을 보자 화들짝 놀라 소리쳤다.

 

뭐야? 누구야! ? 리암? 무슨일이야?”

 

리암이라는 순찰자는 칼에게 랜턴을 던지며 말했다.

 

랜턴에 기름 좀 채워. 구조된 용병이다. , 그리고 네 판초 괴물한테 줬다.”

 

얼떨결에 랜턴을 받은 칼이 상황을 정리하며 질문을 퍼붓기 시작했다.

 

랜턴이 다 젖었잖아? 용병? 아니, 그거 아끼는 판초였다고! 괴물이 공격하고 있다고?”

 

리암은 들은 척도 안하고 벽난로 앞에 앉아서 헝겊으로 장검을 닦기 시작했다. 그러자 칼이 문 앞에 서있던 용병에게 시선을 돌렸다.

 

. 그게체더에서 여기까지 늑대혼종에게 쫓겼어. 다행히 이 근처에서 발견되었지. 판초는 내 피로 유인하려고 미끼로 쓰는 바람에미안하게 되었군. 판초는 구해줄게. 혹시 마실 거라도 있나?”

 

장검을 손질하던 리암이 벽난로에 걸어둔 검은 솥을 가리키며 대답했다.

 

감자수프.”

 

용병이 그 말을 듣자마자 헐레벌떡 달려와서 수프를 떠 마시기 시작했다. 칼이 또다시 한바탕 난리를 쳤지만 리암이 괴물들이 이 근처에 있으니 조용하라고 말리자 머리를 부여잡고 바깥으로 나가버렸다. 빗방울이 점점 거세지기 시작하고 천둥이 쳤다. 정신없이 수프를 마시던 용병은 잠시 앉아서 멍하게 불을 바라보다가 리암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짧고 검은 머리에 수염 없는 단정한 얼굴, 턱 아래에 작은 흉터, 깊은 눈매와 녹색빛 눈동자. 아직 젊은 청년이지만 체격은 제법 다부졌다. 보통 이런 나이의 청년이면 이런 순찰대에 있지만은 않을 텐데 이곳이 워낙 외진 시골이라 그럴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 일단 구해줘서 고맙다. 난 콜터라고 하네. 콜터 브린, 용병이지.”

리암입니다. 베데 순찰자입니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콜터가 창밖을 바라보며 무심하게 말했다.

 

체더에서 괴물 몇 마리 잡아달라는 부탁을 받았지.”

 

리암이 갑자기 콜터를 쳐다보며 심각하게 물었다.

 

몇 마리였습니까?”

적어도 10마리 이상이었어.”

 

리암이 심각한 얼굴을 하며 일어섰다. 마침 칼이 투덜대며 오두막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그는 장검을 들고 칼에게 외쳤다.

 

늑대혼종떼다! 열 이상. 영주님께 알려!”

젠장!”

 

칼이 다급하게 뛰쳐나가고 곧이어 말에 올라타 내달리는 소리가 들렸다. 콜터가 본능적으로 큰 위험을 직감하고 바닥에 내려놓은 장검을 다시 등에 메며 물었다.

 

얼마나 심각하지?”

작정하면 순찰대가 와도 힘듭니다.”

본의 아니게 재앙을 몰고 왔군. 미안하네.”

 

리암이 창밖을 살피며 대답했다.

 

떼로 몰려다니는 녀석들이라면 당신이 아니라도 언젠가 왔을 겁니다. 준비하십쇼.”

 

콜터가 문 쪽에 다가서며 물었다.

 

방법은 있나?”

 

리암이 어느새 랜턴 기름을 손에 들고 있었다. 그는 기름을 오두막 여기저기에 뿌리면서 대답했다.

 

여차하면 여길 불태워버릴 겁니다.”

 

 


  • SKEN 2021.04.09 23:35
    판타지로의 복귀 축하드립니다. 시작부터 참 분위기가 있네요.
    스릴러 같은 긴장감과 뭔가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가 몰입되게 합니다. 굳굳
  • PORSCHE 2021.05.15 19:15
    감사합니다! 판타지가 여러모로 편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