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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14 02:14

문득, 어느날 밤.

조회 수 1498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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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맑다.
옛 시인의 상투적인 말처럼
별이 쏟아질 것만 같다.

그리고 생각했다.

우리는
너무나도 한없이 유한한 곳에서 살고 있구나.




몸이 근지럽다.

우리는 너무나도 좁은 곳에서 살고 있다.

결코 벗어날 수 없는 틀속에 갇혀서 살고 있다.
존재라는 틀 안에서.




어찌하여 우주는 존재하지 않을 수 없는 걸까?





존재하지 않는 우주는 상상할 수 없다.
존재하지 않으니까.
우리가 단지 상상할 수 있는 것은

'존재해서는 안되는 것'들 뿐.


후후, 아니.
존재하지 않는 것 역시 우리는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그것이 존재 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인 것이지.
존재하지 않는 것에는 이름을 붙일 수 없기 때문이다.
그것 또는 그들은 단수도 복수도 아니지만 단수거나 혹은 복수, 어쩌면 둘 다이기 때문이다.






답을 알고 있다.
그것을 확인해 보고픈 욕망.

그래, 결국 욕망인가?
덕분에 나는 미쳐간다.






정언명령이란 당연히 그러한 것이기에 '왜'냐고 물으면 순환론적인 답변밖에는 내놓을 수가 없다고 말했던 한 지인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사실 생각해보면 우리는
'그렇기에 그러하다'의 이론에 얼마나 많이 중독되어 있는가?

그래서 나는 한가지 질문해 보고 싶다.




"생명은 소중한가?"


여기서 소중하다는 말은
한없이 존엄하고 고결하며 존경되고 보호받아야 한다는 의미로 쓰였다.


어째서 생명은 한없이 존엄하고 고결하며 존경되고 보호받아야 할까?


사실 나는 멍청해서 저 질문에 명쾌한 대답은 못하겠다.
다만 나의 본능적인 두려움이 질문에 대해 긍정의 표시를 내비칠 뿐.





여기서 잠깐 딴 이야기를 해보자.
어디선가 이런 질문을 본 기억이 있다.


'죽음이 인간에게서 모든 것을 앗아가는가?'


정확하진 않지만, 아마도 이러한 뉘앙스의 질문이었다.
무슨 프랑스 고교의 졸업문제라고 기억한다.

뭐, 하여간 나름대로 답변을 해보자면.



법적으로 시체에게도 아직 권리라는 것이 남아 있다는 것은 제쳐 두고라도,

단지 태어났다는 것 만으로
인간의 모든 것이 주어지지 않는 것과 같이
단지 죽는 다는 것이 우리의 모든 것을 앗아갈 수는 없다.

이것도 뭐 지극히 추상적인 이야기이긴 하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보다 우리는
죽음을 과대평가해서는 안된다.

삶과 죽음은 동가치 하지 않다.

우리가 태어난 것과 같이 죽는 다는 것,
그것 역시 삶의 일부분일 뿐 삶을 떠나서는 이루어 질 수 없는 것이다.






죽으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우리가 태어나기 이전과 같이 극히 원초적인 존재로 되돌아갈 것이다.

우리가 태고적 이전을 알지 못하고,
미래 또한 알 수 없듯이.

하여 태어나기 이전의 추억을 아로새길 수 없듯,
죽은 후의 우리는 아무 것도 아닐것이다.

말그대로 무無가 되는 것이다.

존재하였던 모든 것(유有)이 무無로 환원한다.


그렇다면 존재라는 것(유有)이 있기 전에는 뭐가 있었을까?
아마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지 않았을까?

우리가 흔히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낸다."는 말을 우스개 소리처럼 자주 하곤 하지만,

아! 젠장맞을,
태고적 이전에



무無는 어떤 이유에서(어쩌자고!) 유有를 창조해 낸 것일까?



완벽이란 존재할 수 없다고들 한다.
그렇다면
존재하지 않는 것은 완벽할까?

무엇보다도 가증스러운 것은 내가 이 멍청한 결론에 너무다도 과도한 흥미를 느낀다는 것이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존재하지 않는 길로 향한다.
존재하지 않는 것은 단수, 혹은 복수가 될 수 없다.
존재하지 않는 것은 정의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모든 것이 존재하지 않게 되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모든 것이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다.


왜 우리는
단 한가지의 방법으로 밖에는 벗어날 수 없는

이 무시무시한 존재라는 틀안에서 살고 있는 것일까?


존재하지 않는 다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다고 밖에 설명할 수 없는 건가.


하하.
정말 스스로도 미쳤다고 치부하고 싶지만

왜 나는 無에 대한 욕망을 느끼는 것일까.







사람들은
어째서 삼류 판타지의 마왕들이 세상을 멸망시키려는지에 대하여 궁금해한다.


또한 사람들은
남자는 불가능한 꿈을 꾸어야 한다고들 말한다.


하하하.

아니.
그렇다곤 해도,
존재하지 않는 우주에 대한 상상은 왜이리 나를 흥분시키는 걸까?
?
  • KaRa 2004.12.17 12:48
    아직 이스 시리즈가 우주까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