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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07 01:14

즉흥.무제-2

조회 수 45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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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 문득 한 걸음 더 내딛은 후에

고개를 돌려 뒤를 보면

얼마나 걸어왔는지 모를 아득한 자국만

눈 속에 선명하게 남습니다.

뒷걸음질도 칠 수 없고

몸을 돌리는 것은 더더욱 힘들고

그저 나아가는 것만을 반복하는 이 곳.

바람에 떠밀려 자의와는 무관하게

목각 인형의 실을 끊은 듯 비틀거리며 나아가도

하지만, 네, 아직 살아있습니다.

지치지만 조금씩이라도 떼어내는 한 발 한 발로

눌리는 신경 구석구석에서 찌릿하고 올라오는 감각이

곧 무너질것만 같던 마음을

한 조각씩 다시 일으켜 세웁니다.

그래요, 아직 쓰러지기엔 이릅니다.

눈을 돌려 바라보고 한숨을 내뱉은

여태껏 지나온 흐릿한 흔적들보다

지평선을 뒤집어도 이어질듯한 까마득한 길이

이 앞에 남아있으니까요.

언젠가 온몸이 산산히 흩뿌려져

또 다른 누군가 지나갈 길의 일부가 된다해도

그것은, 지금은 아닙니다.


그래요, 아직 쓰러지기엔 이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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