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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2006.12.14 19:36

조회 수 46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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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  달빛이여 나의 잔에 길이 쉬어가라..

 이백의 시 파주문월의 마지막 구절이다. 보통은 '달빛이여 오랫동안 술통을 비추어주기를'이라고 해석하는 거 같고, 저 윗구절은 어디서 본 해석이다. 하지만 무언가 문장이 풍기는 분위기랄까. 그런게 더 마음에 들어서 그냥 저렇게 기억하고 있다(사실은 시 자체도 모른다. 단지 저 구절'만' 알고 있을 뿐).
 뜬금없이 이백의 시 얘기를 꺼냈지만, 그 자체는 소재에서 벗어나있다(게다가 필자는 술도 안 마신다). 말을 풀어내고자 하는 것은 바로 '달(月)'.
 요즘은 밤을 새는 날이 잦다. 사실 고등학생 시절부터 주구장창 자청해서 겪어온 야간생활이지만 특히 피곤함을 더 느끼는 건 최근이다. 주 도구는 역시...지금 앞에서 윙윙대고 있는 고철덩어리다. 몇 시간 내내 사각링 안에서 눈을 굴리자니 쉽게 피로해질만도 하다. 다만, 잠깐씩 그런 가라앉은 눅눅함을 꿰뚫어주는 것이 있었다.
 컴퓨터 책상은 창문 옆에 바짝 붙어있어 고개를 조금만 돌려도 창밖이 보인다. 운이 좋다면 창문틀 시야 내에 달이 떠있다. 가끔 우중충하고, 달무리가 져서 침침하기도 하고. 그래도 빛은 잃지 않는다. 빛(Monitor)을 피해 빛(Moon)으로 도망온 필자를 놀리는 것인지, 책망하는 것인지 차가운 은빛 화살촉은 안 그래도 피로에 지친 눈을 찌른다. 하지만 외려 청명감을 느끼는 것은 감각을 잃은 탓일까, 혹은 분위기에 취한 것일까.
 별빛들도 온갖 장막에 휘둘려 아득한 공간에 깊숙이 박혀버린 시간들 속에서 아직도 은은한 빛을 내는 걸 보면, 대견하기도 하고 어쩌면 그것만으로 위로가 되기도 한다. 창백하고 우울한 분위기의 대명사라지만, 이럴때는 나름대로 이렇게 대접받지 않는가.

 자, 언제까지 보고만 있을텐가. 어줍잖은 감상에도 충분히 젖었겠다, 이젠 일상으로 돌아와야지. 내일이 시험이니 이제 머리가 아플 일만 남았구나. 지금 공부하는 게 한자고 하니, 마지막은 저 구절의 원문으로 장식하겠다.

"月光長照金樽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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