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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06 00:10

촛불

조회 수 24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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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in/si/images/21.jpg용기내어 다가간 나에게 보인 것은
그녀의 마음을 침식한 슬픔이었다.
그런 슬픔을 간직한채 웃음을 짓고
살아가는 그녀가 너무나 안쓰러웠다.

마치 불이 꺼진 어두운 방과 같은 그녀의 마음에
나는 촛불을 비춰주고 싶었다.
형광등이 아닌
따뜻하고 진솔한 촛불을.

그러나 그녀는 거절했다.
지금 이대로가 좋다고.
더이상 관여하지 말라고.
그녀는 나의 촛불을 거절했다.

슬프지 않았다.
다만 걱정스러웠다.
슬프디 슬픈 마음을 가진 그녀의 입가에 서린 웃음이
언제 무너져 내릴까 조바심이 일었다.

항상 나를 귀찮아하던 그녀는
결국 나에게 한마디했다.
어둡고 넓은 방안에서 촛불을 한번 켜보라고.
그렇게 한다면 자신이 우려하는 것이 무엇인지
금방 알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나는 집으로 돌아와
가장 넓은 방에 들어가 불을 껐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나락 속에서
그녀와 같은 슬픔과 한탄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촛불을 켰다. 
내가 그토록 그녀에게 주기를 열망하던
따뜻한 촛불이 자신의 몸을 희생하며
방안을 밝히기 시작했다.

나는 그제서야 깨달았다.
그녀가 나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은 이유를.
그녀가 나의 촛불을 두려워한 이유를.

촛불을 중심으로 퍼져나가 빛은 어두운 방을 반도 채우지 못한채
힘없이 타들어갔다.
빛과 어둠의 경계.
밝아진 곳은 더 없이 깨끗해 보였으나
그로인해 소외받은 어둠은 더욱더 가라앉았다.
방하나도 이렇게 모두 밝혀주지 못 하는데
상상할 수도 없이 어둠으로 가득찬 그녀의 마음은
어떻게 밝혀줄 것인가.

그때 좋은 생각이 났다.
나는 여분의 초에 불을 붙여 곳곳에 놓았다.
그러자 방은 조금의 어둠도 없이 빛으로 가득 찼다.
그녀의 어둠을 하나도 빠짐없이 돌봐주면 된다는 소리와 같았기에
나는 내일 그녀에게 가 여러개의 촛불 처럼 어둠을 지워주겠노라
얘기하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그순간 자신의 몸을 모두 희생한 초는 서서히 사그라졌고
곳곳에 비치해둔 초들도 하나 둘 모습을 감추어 나갔다.
결국 모든 촛불이 사라졌을 때.
그녀가 내가 다가오는 것을 싫어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내가 촛불 이야기를 꺼냈을 때 그토록 질색했는지.
그제서야 알 수 있었다.

촛불이 꺼진 방안은.
처음보다 더욱 어두워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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