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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12 18:39

무제

조회 수 179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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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매기가 태양 아래를 길게 날았다.
낮게 일던 바람 소리가 예리해지면서 옷깃 사이로 흘러 들어오던 공기가 섬뜩했다. 저 먼 바다에서 끝없이 들려오는 소리와 함께 해송들은 진흙에 빠진 새처럼 푸드득 소리를 내었다. 곧 이어서 푸드득 소리와 함께 깨알만한 물방울 들이 두 달전쯤 다 떨어져 버린 은행나무가지 사이사이를 통과했고, 이내 주위는 뿌연색의 빗줄기로 뒤덮혔다.
가끔 유별나게도 그림을 그리고 싶어하는 내가 팬을 든 것은 천정위에서 빗방울들이 한 두 방울씩 떨어질때 즈음이었다.
그 날은 배를 그렸는데 완성한 그림은 없었지만 그 배들은 하나 같이 돛이 엉성하거나 애초에 배의 기능을 상실한 모양의 것들이었다.
사실, 나는 비가 오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철 없던 날에는 그 쏟아지는 빗속을 친구들과 같이 걷고 뛰면서 몇 일뒤에 찾아올 깨끗함 보다 더 깨끗해지는 느낌을 받곤 했다. 그때의 나는 비 속을 걷기도 좋아했고 그 보다더 비 내리는 소리를 더 좋아했었다. 비 오는 날이면 가끔 엄마가 우유를 넣어 타주곤 하던 커피 향을 맡으며 몇 일간 미루어 두었던 책을 집어들곤 했었다. 하지만, 난 얼마 못가서 비 오는 것을 더 이상 좋아하지 않았고 그 일이 일어난 한 해 동안은 비오는 날에 밖에 나가는 것을 원치 않아서 약속까지 취소 해버릴때가 많았다. 지금은 생각하고 싶지 않는 사실이고 하나의 기억이 되었지만 그 몇일간의 충격은 쉽게 가시지 않아서 네 번의 가을이 돌아올때까지도 그 기억에 사로잡힐때면 식은땀이 내 목과 등줄기를 타고 다음날이면 배게가 젖어 퀴퀴한 냄새가 났다.
비와 기억과 그리움과 고통은 나를 성숙하게 했던 것만은 아니다. 나를 더 막연하게 했고 그래서 나는 내 또래의 아이들보다 긴 방황을 했나보다.....

내려 앉을 자리를 쉽사리 정하지 못하고 있는 저 갈매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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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둘기 2009.10.15 20:05
    견시근무를 서면서 써본거네요;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