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쓰기

2010.01.03 19:25

10. 01. 03. 無題.opal

조회 수 203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물기 가득 머금어 무거워진 채로 

버석버석한 모래평원 위에 있던 기억 

어디론가 밀어내려고 할 때마다 

흙범벅이 되고 상처투성이가 되었다 

그건 나 역시 마찬가지였지만 

이대로 가만히 놔두고 있을 수도 없어서

어떻게든 억지로 굴러 가게 해 버리고는 

매정한 척 뒤돌아섰다 

그렇게 정처 없이 천천히 굴러가면서 

꽉 찰 만큼 커다랗던 기억도 낡고 해져 

이리저리 조금씩 떨어져나가고 

결국 작은 돌멩이 정도로 밖에 남지 않겠지 

아니면 먼지가 되어서 흩어져 버릴지도 

 

닳고 닳아서 작아진 기억은 

자신과 섞인 흙과 먼지들로  

마지막 남아있던 작은 물기를 감쌌다 

그리고 더는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기억마저 사라져 바짝 말라 

이제 부서져 내려가는 그곳 바라보다가  

어딘지 모르는 곳에서  

찰랑거림에 비쳐 조각조각 새어나오는 푸른 빛들에 

바짝 말라있던 땅이 그만 축축해지고 

깨지고 물러진 조각들 휩쓸려 쏟아져내리면 

온몸이 다 무너져 내릴까봐 눈을 감았다가 

살며시 떠보면 빛은 이미 사라져 있고 

이상하게도 두려움 또 다시 올 텐데 

그 빛을 다시 찾으려 미친듯이 헤매고 

끝내 찾아내더라도 그걸 바라본 순간 

흐릿해진 눈을 달래다보면 어느새 사라져있고 

그렇게 끝없는 숨바꼭질은 이어지고 

그 빛에 메마른 땅 축축해질 때마다 

부서진 조각들 다시 천천히 이어 붙여진다는 건 

나는 여전히 알지 못하고

?
  • 태공망 2010.01.03 20:04

    그 이어붙여 진 조각 다른 모양으로 바뀌다는 건

    나는 이제 알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