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2009.12.13 01:59
09. 12. 13. 無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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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되어 버린다
흐려진 유리창에 손가락을 그어보는
뽀드득하고 물기를 미는 소리
그렇게 천천히 써내려가는 글씨
너무 흐릿해서, 보이지 않아서 꺼낼 수 없었던
그랬던 것인데 어떻게, 이렇게 투명한 것일까
흐릿해서 보이지 않았었는데, 그런데
이젠 너무나 또렷하게, 아파올 정도로
내가 지금 그걸 바라보는 것일까
그에 비치는 밖을 보고 있는 것일까 하다가
문득 그 주변을 둘러싼 흐릿한 것들이 불안해져
손으로 밀어내고, 그러다가 황급히 멈춰보면
어느새 창은 전부 투명해져서
그마저 함께 사라져 버렸고
써내려갔던 손가락은 글씨에 데어버려
한없이 차가워졌고, 여전히 차갑고
그냥 그렇게 서 있다
시간이 지나 창은 얇은 안개에 덮였지만
이미 사라진 그것
그렇게 다시 흐릿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