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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2010.03.06 23:43

10. 03. 06. 無題

조회 수 22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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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은 보도블록 위를 터벅거리며 불평했다. 딱딱한 감각.
밑창과 블록이 부딪힐 때마다 잠깐 일어났다가 식어버리는 마찰열.
하지만 마음에 남아있는 열기보다는 따뜻한 그것.
끊길 듯 말 듯 두근거리는 진동은 제 몸 하나 덥혀주기도 힘들고, 덕분에 차가워진 손가락은 계속 주머니 속에 처박혀 있다.
가까스로 다가온 햇빛을 건방지게 밀쳐내 버리고, 그러면서도 뻔뻔하게 춥지 않느냐 생색내며 펄럭거리는 검은색 코트. 뺨을 한 대 가볍게 치자 잠잠해져서는 착 달라붙는다. 하늘은 구름들 속에 저 멀리 가라앉은 듯 희뿌옇게 바래져있다.

한쪽 손을 꺼낸다.

얕게 패인 가는 길들 사이로 바람이 지나가자 금세 창백하게 살얼음이 끼인다. 몇 번 쥐었다 폈다 한다. 눈이 뭉쳐지듯 약하게 뽀드득거리는 소리. 이대로 조금만 두면 굳어버릴 것도 같다. 반쯤 쥐어서는 손가락끼리 무의미하게 문질러 본다. 어렴풋이 느껴지는 마른 물기. 살짝 끈적거림과 미끄러움.

곧 비가 올 것 같다. 아니면, 눈일지도. 어느 쪽이든 몸이 무거워지는 건 똑같다.

지탱하는 무게가 커지면 커질수록 마찰열은 증가한다. 열은 주변의 공기를 데우고 그렇게 따뜻해진 공기는 위로 상승한다. 대신 차가운 공기는 가라앉아서 또 데워지고. 그런 현상이 반복되고 또 반복되면, 결국엔 층층이 쌓여 올라와서 머리 위까지 덮어줄지도 모른다. 그러니 앉을 곳을 찾아 미친 듯이 두리번거리는 발을 무시하고, 계속 걷기로 한다.
결국 아무것도 내리지 않게 될지라도, 그때쯤이면 멈추는 순간 와르르 무너져 버릴 정도로 다리를 움직이고 난 후일 것이다. 아마 고생시킨 대가로 발바닥이 열을 내며 항변할 것이다. 이게 무슨 고생이냐고. 그러면 아무 말 못하고 그걸 고스란히 다 받아내 줘야겠지. 그대로 주저앉아 있는 상황에 대해 스스로에게 화가 날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어느 쪽이 되어도 나쁘지 않다. 적어도 지금보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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