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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10 01:51

[수필]나무토막

조회 수 212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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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이라 집에서 썩으면 뭐하나. 생활비도 벌 겸해서 일을 하는 요즘이다. 금속 공장인데, 제품 옮겨 싣는 일을 주로 한다. 아르바이트생이다 보니, 다른 일도 이것저것 손대기는 하지만. 그 중에는 제품을 옮겨 담을 나무틀을 짜기도 하는데, 제품을 고정하는 나무 기둥에 못을 박는 일이 여간 귀찮은 게 아니다. 박는 일 자체가 귀찮다기보다는, 치다가 힘이 빠져서 망치질이 힘겨워지는 것도 있겠지만, 나무가 단단하거나 하면 못이 제대로 들어가질 않는다. 어떤 놈은 제대로 못을 박아 넣었더니 쩍하고 갈라져 버리기도 하고. 그런 나무토막들을 가끔 의도한 헛방으로 때려주기도 하면서 앉은 채로 망치질을 하다가 문득, 못질을 기다리며 옆에 잔뜩 쌓여 있는 나무토막들을 보았다. 앉은키보다도 높게 쌓여있는 토막들. 나무토막을 쌓는데 장인의 정신으로 심혈을 기울일 것도 아니고, 쌓인 모양이 고울 리가 없다. 어떤 토막은 툭 튀어나와 있고, 어떤 토막은 쑥 들어가 있고, 단면의 결이 곡선으로 빙 둘러가는 놈이 있는가 하면 직선으로 쭉 뻗은 놈도 있다. 무심코 눈으로 이리저리 선을 따라가 본다. 어라, 이것 보게. 신기하게도, 선이 끊어질 듯 끊어질 듯 연달아 이어진다. 비록 나무가 살아생전 가지고 있던 나이테는 아니지만, 빈틈없이 죽 이어진 선은 아니지만, 가로 세로로 구분된 경계는 선을 영원히 끊어버리지는 못 한다. 직사각형 안에 짜여 진 나이테들은 더 커다란 직사각형을 만든다. 이어지고, 또 이어지고. 어느새 쌓인 토막의 단면 전체가 하나의 나무가 되었다. 나무 그대, 살아있는가. 각지고 토막 난 나무들의 삶이 모여서 둥글지 않은, 허나 굽이굽이 돌아 순환되는 하나의 나이테를 만들었다. 그러고 보면, 참 흔하고도 새삼스러운 이야기지만, 자연은 신기할 따름이다. 나무들의 생명에도 연결고리가 있었던가. 나무 하나는 단지 그 나무 하나만의 삶이 아니었던 건가.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는 것일까. 나무 자네, 이 순간 작은 존재에게 큰 것을 보여줬으니, 오늘은 못을 그만 박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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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aRa 2010.01.10 15:02

    마지막이 포인트였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