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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2009.07.12 14:35

07.10.31 無題 10. He's Mem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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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판기는 사람들의 왕래가 뜸한 곳에 서 있었다. 꽤 낡은 것처럼 보이는 외관에, 안에 걸려있는 흑백사진은 시간의 흔적을 말해주듯 누렇게 변색되어있었다. 천천히 다가가서는 동전을 끄집어냈다.

동전을 넣고 버튼을 눌렀다. 지이잉하고 돌아가는 소리. 섞이는 건 커피와 물이 아닌, 기억의 부스러기와 추억의 흐름, 설탕을 대신할 그리움. 램프 불이 깜빡거렸다. 잠시 멈춘 채 쳐다보다가 종이컵을 끄집어냈다.

이 혼합물을 마시게 되면 난 어떻게 되고 마는 것일까. 차곡차곡 낙엽처럼 떨어지는 시계바늘들로 묻어두었던 저 깊은 곳 감정의 조각들이, 일순간 위로 떠올라 내 머릿속을 표류하게 될까. 그렇게 떠돌던 조각들은 결국 너라는 종착역에 도착해서는, 고통의 선로를 타고 온몸을 휘감아버리게 될까.

조금 식어버린 커피를 단숨에 삼켜버리고는, 종이컵을 구겨 쓰레기통에 던져넣었다. 다른 곳으로 발을 옮기려다 문득 뒤를 돌아다보았다. 손으로 구겨버린 종이컵 속에 남겨진 기억의 잔해가, 마치 너의 남은 흔적 같아서 더 이상 가버릴 수가 없다. 하지만-다시 다가갈 수도 없다. 구겨져서 던져지는 그 순간, 너의 그 흔적도 그렇게 구겨졌을 것이고, 나에겐 그것을 다시 펴줄 용기가 없다.

 

그래-나는 비겁한 겁쟁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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