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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2009.06.23 19:00

무제#08

조회 수 170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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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들어올려 그놈을 입으로 덥석 물었다. 위아래 앞니가 머리부분부터 파고 들었다.

 ㅡ바스슥

 껍데기가 부스러지는 소리도 잠시, 말랑한 덩어리가 잇몸을 스쳐가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곧 붉은색 중심부를 단번에 끊어먹었다. 놈의 척추뼈에 이가 부딪히지 않도록 조심해야했다.

 ㅡ우물우물

 물어 벤 덩어리를 씹어삼키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금새 녹아버렸기 때문이다. 기다릴 것도 없이 다시 놈을 물었다. 머리가 뜯긴 녀석의 척추뼈는 달빛에 노란 빛을 드러내었다.

 ㅡ덥석

 한 입씩 물어뜯을 때마다 놈의 척추가 서서히 목구멍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길죽한 노란색이 뭉툭하게 솟은 채 때를 노리는 듯이 보였다. 하지만 그런 것에 당할 게 아니었다. 아슬아슬하게 목젖을 스쳐가는 놈의 뼈를 느끼면서 남은 덩어리를 물어 끌어당겼다.

 ㅡ투둑

 덩어리 끝부분과 단단하게 굳은 부분이 끊어지는 느낌을 느꼈다. 이제 놈의 남은 몸통은 뼈의 끄트머리에 걸려있었다. 단숨에 뜯어삼켰다.

 ㅡ꿀꺽

 덩어리가 모두 뜯겨나가고 3분의 1 지점에 단단한 부분만 남은 그 놈의 척추는 마치 초라하고 엉성한, 기사의 검과 같이 생겼다. 더 볼 것도 없이 쓰레기통에 던져 봉인시켰다. 아더라 하더라도 저기서 끄집어낼 생각은 들지 않을 것이다. 입술에 묻은 놈의 비늘과 피를 혀로 남김없이 깨끗하게 닦아 먹었다. 묻어있던 비늘은 달콤했고 피는 새콤했다. 입맛을 다셨다.

 ㅡ자, 다음은 어떤 놈일까...

  

 

 

 

 

 

 

 

 

  

"아저씨, 핫도그 하나 더 주세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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