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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화."

푸슉!

 

석궁의 현이 튕겨 나갔다.

발사된 화살은 번개처럼 날아갔다.

이와 동시에 쿠스케는 몸을 숙이는 한편 옆에 있던 부하의 몸을 끌어와 방패막이로 삼았다.

 

푹.

"칵!"

 

화살은 입 한가운데를 관통했다.

화살촉은 뒤통수를 뚫코 나왔다.

 

"츠요시가 맞았다!" "씨발 죽여버리겠어!" "쏴버려!"

 

비명과 욕설이 창고 안을 뒤덥는다.

분노에 휩싸인 그들은 각자의 총기로 후드로 몸을 감싼 스스로를 브룬힐데라고 칭한 그여자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타탕!

드르르르르륵!

 

수많은 총화기가 총탄을 퍼붇었다.

리볼버, 피스톨 등의 일반적인 권총을 비롯해서 기관권총이나 기관단총, 돌격소총 등이 불을 뿜는다.

보통이라면 총탄에 뜯겨나가 전신이 넝마가 되어 피와 살점 덩어리가 되어야 했지만 브룬힐데의 바로 앞에서 푸르스름한 파문이 일어나 총탄이 튕겨나갔다.

그녀는 쏟아지는 총탄비에도 개의치 않고 뚜벅뚜벅 걸어나갔다.

총격에 대응하여 석궁을 재장전하는 대신 그녀는 빈 석궁을 바닥에 내팽개쳐버렸다.

대신에 왼쪽 팔을 허공으로 뻗었다.

그 순간 왼쪽 손의 손등에서 빛이 일어나더니 그 손안에서 길다란 무언가가 생성되었다.

활이었다.

역사학적으로 봤을 때 그 활의 형태는 잉글리쉬 롱보우, 영국식 장궁이었다.

오른 손을 들어 유유히 활에 화살을 먹인 그녀는 창고 천장쪽, 단 하나 켜져 있는 조명등을 겨누었다.

 

푸슝-.

쨍그랑!

 

화살은 정확히 전등을 깨부셨다.

안그래도 어두컴컴한 창고 아지트는 칠흑같이 깊은 어둠에 휩싸여 버렸다.

 

"씨발! 불을! 불을켜!" "여기 후레쉬 좀 비춰봐!" "이건 또 무슨 일인지. 젠장!"

"당황은 금물! 모두 한곳으로 뭉쳐라!

 

몸을 추스린 쿠스케는 부하들의 보호를 받으며 자신을 중심으로 한곳으로 모았다.

주변을 경계하며 야쿠자들은 쿠스케를 가운데를 두고 원형으로 몰려들었다.

어둠고 조용한 공간 한 가운데에 수십명의 사내들만이 존재하고 있었다.

언제 그랬냐는듯 브룬힐데라는 여성의 존재는 기척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던 가운데 쉬각-. 하는 공기를 가르는 쇠붙이의 소리와 함께 섬광이 한 야쿠자의 머리 위로 떨어진다.

정확히 정수리에서부터 사타구니까지 섬광이 가르고 지나갔다.

좌우로 양단된 야쿠자는 좀전의 그 표정 그대로 양쪽으로 각각의 시신이 쓰러졌다.

양분된 시신 밟으며 후드와 천을 몸을 휘감은 그 여성이 서있었다.

 

"히이이익!"

 

야쿠자 한 명이 그것을 보며 소스라치게 비명을 질렀다.

그 여성을 향해 총을 겨누었지만 허공속에서 야쿠자를 향해 장검이 춤을 추었다.

 

쉬가각!

 

수차례 섬광이 일어나 야쿠자의 몸을 훑었다.

섬광이 지나간 자리를 따라 야쿠자의 몸이 절단되었다.

수십개의 고깃조각으로 절단된 야쿠자.

그 파편들은 바닥에 흩어져 후두둑 떨어져 내렸다.

야쿠자들은 당황해 하는 한편 총기를 겨누어 총탄을 퍼붇을려고 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녀가 대열 한가운데에 떨어진 것 이었다.

총질을 하게 되면 사선에 있는 동료들이 화망 안에 들어오게 된다.

 

"빌어먹을!" "이런 낭패가!"

 

당황해 하는 야쿠자들 사이로 그녀가 걸어갔다.

양손으로 들은 장검을 오른손에 완전히 맡겨놓은 다음 빈 왼손은 또 다른 검을 뽑아들었다.

 

스릉-.

"젠장! 어떻게 좀 해봐!"

"그냥 쏴버려!"

드드드드득!

 

총탄이 날아오자 그녀는 몸을 숙였다.

눈으로 보고 피한다는 그런 묘기는 아니었지만 덕분에 애꿋은 총알은 사선에 있던 야쿠자들을 사살했다.

그리고 몸을 숚인 그 상태에서 그대로 야쿠자들에게 달려들었다.

 

"으으윽! 저리 가!"

탕! 탕! 탕!

 

그녀는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야쿠자에게 접근해 갔다.

그 야쿠자를 향해 두 자루의 도검이 춤을 춘다.

 

"으, 으아아아아!"

쉬각!

쉬가각!

 

목 따로 몸 따로 그리고 다리가 제각각 잘린 야쿠자의 시신 조각이 사방으로 흩어진다.

하지만 두 도검은 쉬지 않고 다음 희생양을 향해 움직였다.

그래서 다음은 오른쪽에 있는 야쿠자를 향해.

 

쉬각!

 

다음은 왼쪽.

 

쉬각!

 

정면에,

 

쉬각.

 

이어서 뒤에서 카타나를 들고 덥치는

 

"죽어라!"

 

야쿠자를 향해서 검을 휘둘렀다.

쉬각- 하는 허공을 가르는 쇳소리가 살덩어리를 갈랐다.

비명소리는 그다지 나질 않았다.

왜냐하면 죽음을 앞두고 내지르는 단발마 보다 그녀의 검이 생명의 목줄기를 앗아가는 게 더 빨랐으니까.

용감하게 달려들은 야쿠자는 죽음이 찾아왔다고 생각한 순간 경악과 불신에 가득찬 표정으로 카타나와 함께 조각조각 썰려 허공에 흩뿌려졌다.

망토를 끌어와 몸을 감은 그녀는 빙글 몸을 돌려 빙글 돌려 선혈의 비를 피했다.

춤사위 같은 그 몸짓 끝에는 또 다른 야쿠자가 머뭇거리고 있었다.

몸을 돌리는 와중에 왼손의 한손검을 역수로 고쳐잡은 그녀는 그 야쿠자의 복부에 검을 꼿았다.

 

"칵!"

 

복부에 검이 박히자마자 그 야쿠자는 한움쿰의 피를 토했다.

몸에 힘이 풀려 제대로 가눌수 없었지만 있는 힘을 짜내어 야쿠자는 총기를 들어 겨누었다.

하지만 검이 비틀어 빠져나오자 생명줄이 완전히 풀린 야쿠자는 실끊어진 인형처럼 바닥에 쓰러졌다.

야쿠자의 죽음을 확인한 그녀는 재빨리 몸을 빼냈다. 그녀를 향해 분노에 찬 야쿠자들의 총격이 엄습했다.

하지만 그녀는 총탄의 폭풍을 그대로 맞섰다.

그녀의 앞에서 파문이 일어나며 총탄이 튕겨나갔다.

 

"하하하! 머저리들! 갈랴르 호른의 가호를 뚫기 위해선 고성능 대전차미사일이나 극초고속 운동에너지 병기를 가져와야 할거다!"

 

그렇게 비웃고는 날아오는 총탄 하나를 검의 옆면을 세워 후려쳤다.

핑-. 하는 마찰음과 함께 총격을 가하던 야쿠자 하나가 그것에 맞고 피분수를 뿌리며 바닥에 엎어졌다.

그 모습을 보더니 검끝으로 후드위의 머리에 해당되는 부분을 긁적였다.

 

"뭐, 이놈들은 오합지졸이네. 그나저나 수진. 잘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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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부두가의 어느 창고 지붕 위에는 몸에 착 달라 붙은 검은색 가압 전투복을 입고 검은색 캡 모자를 눌러쓴 여성이 지붕 면에 바짝 몸을 붙이고 있었다.

그녀는 묵빛의 저격총으로 먼 거리에 떨어진 다른 창고의 뒷문 쪽을 겨누고 있었다.

조금의 미동도 없이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던 그녀는 귀에 꼿은 무전기 리시버에서 교신이 들려오자 성대 마이크에 음성을 실어넣었다.

 

"유니폼 원. 여기는 호텔 투. 목표상의 시야는 아주 좋다."

-바깥은 어때?

 

그때 창고 뒷문에서 사람 세명이 헐레벌떡 뛰어나오는 것이 보였다.

그녀의 저격총은 M110 SASS.

볼트액션 타입 만큼이나 정확한 반자동 저격총이다.

기술의 발전이 극과 극에 달한 끝에 이런 물건도 나왔다.

거기다가 조준경으로는 원작자인 나이츠의 기본 조준경을 때어내고 대신에 영국군에 납품되는 6배율 ACOG 스코프에 열영상 조준기를 ACOG 스코프 앞에 레일로 끼운 것인데 야간의 중장거리 저격으로는 충분하다.

수진은 조준경의 십자선 상의 남자 세명 중 한 명을 조준한다.

그리고 호흡을 통제하며 맥박과 맥박이 요동치는 찰나의 사이에 최적의 타이밍을 본능적으로 찾아 방아쇠를 당긴다.

픽-! 하는 소리와 함께 소음기가 억누른 총성과 함께 조준경 속의 남자는 실이 끊킨 마리오넷처럼 바닦에 쓰러졌다.

연이어서 두 발.

 

픽-픽!

 

소음기로 억눌렀다고는 하나 가까이에서 들으면 제법 크게 울려 퍼지는 총성과 함께 나머지 두 남자도 목숨을 잃었다.

이렇게 창고 외부로 도망쳐 나온 야쿠자 세 명은 생을 달리했다.

표적을 모두 사살한 저격수는 성대마이크를 활성화 시키더니 무전기 너머의 상대의 호출부호 '유니폼 원'을 내뱉었다.

 

"유니폼 원 여기는 호텔 투. 방금 전 탱고 셋이 창고 외부로 나왔으나 전원 사살. 이상!"

-굳 잡! 호텔 투. 그래. 그렇게만 해줘. 등을 맡기겠다.

"롸져. 유니폼 원."

 

교신을 마치자 얼마 지나지 않아 창고 뒷문에서 몇 명인가의 야쿠자들이 도망쳐 나왔다.

저격수는 신속하게 총을 겨누더니 표적 하나하나마다 정확하게 그리고 신속하게 총탄을 먹여 주었다.

손뼉을 치는 듯 한 소리가 여러 번 울려퍼졌고, 그 숫자만큼 야쿠자들은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 몸을 뉘였다.

하지만 마지막 야쿠자는 일부러 왼쪽 넓적다리를 겨냥해 방아쇠를 당겼다.

 

픽!

 

갑자기 바닥에 쓰러진 야쿠자는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몰랐다.

총격을 맞은 거 같은 데 목숨은 달아나지 않았다.

다시 몸을 일으키려다 한쪽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살펴보니 총탄을 맞은 부위에서 피를 콸콸 쏟아내고 있는 것이 보였다.

바지를 물들어 가는 자신의 피를 보며 야쿠자는 비명을 감출 수 없었다.

 

"아아아악!"

 

 

 

----------------------------------------------------------

 

 

 

"아아아악!"

 

우지 기관단총 두 개를 들고 헐리우드 배우처럼 총탄을 퍼붇던 야쿠자 하나가 자신이 양팔이 잘려나가는 것을 보고 비명을 질렀다.

몸이 풀려 바닥에 쓰러진 야쿠자는 피를 뿜어대는 잘린 팔을 보며 간질 환자처럼 발광하더니 안면에 칼이 꽂히자 조용해졌다.

그 야쿠자를 죽이고 나자 그 여성.

범죄자들에겐 "더 퍼니셔" 브룬힐데라고 불리우는 그녀, 유스티나의 가까운 주위에는 아무도 다가오지 않았다.

야쿠자들은 이미 상대가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전원이 입구 쪽으로 몰려든 상태였다.

창고 아지트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썻지만 입구에 가까운 쪽에 있는 야쿠자들은 좀처럼 나가려 들질 않았다.

 

"좀 나가! 살고 싶으면 빨리 나가라고!"

"저격수가 있어요! 나가면 모두 죽어요!"

"여기 있어도 죽는다! 저 마녀가 도살 해버릴꺼야!"

"어떡하란 말입니까!"

 

아비규환.

지금 이들의 상황은 그것으로 설명이 되었다.

나가려는 자와 나가지 않으려는 자가 한데 뒤엉켜 언성을 높인다.

애석하게도 출입구는 이거 하나인데 창고 내부엔 시시각각 양손에 칼을 든 사신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래도 외부로 나가면 제아무리 실력 좋은 저격수라 하더라도 모조리 쏴죽일수는 없겠지.

쿠스케가 나서며 밖으로 나가는걸 막고 있는 부하에게 다가갔다.

 

"여기 있으면 반드시 죽는다! 하지만 밖으로 나가면 몇 명은 죽더라도 나머지는 살수 있단 말이야!"

"안됩니다!"

"왜 안되는데!"

"저길 보십쇼!"

 

부하가 가리키는 방향에 그의 부하 한명이 쓰러져 살려달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어째서 인지 그의 주변에는 사살된 다른 야쿠자들이 집중적으로 쓰러져 있었다.

하지만 저것만으로는 쿠스케는 이해할 수 없었다.

 

"저게 어떻다고!"

"저격수는 한명에게 일부러 부상을 입히고 살려주었습니다! 살려달라는 동료를 미끼로 우릴 꾀어 내어서 쏴버리고 있다고요! 그것도 전부 다!"

"뭐?"

 

저격수들 사이에 이름바 꾐낚시 라고 부르는 것이 있다.

일부러 적 병사중 한명을 움직이지 못할 부상을 입힌 다음 그 병사를 구하려는 다른 적병을 사살하는 수법이다.

은폐 엄폐한 적군을 상대로 주로 구사하는 냉혹하면서 효율적인 수법으로 심리적인 면 까지 자극하는 그런 것이다.

 

"오야붕! 이제 어떻게 합니까!"

"다른 애들은 어디 있어?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 거야!"

"그, 그것은!"

"모두 동작 그만!"

 

그때 야쿠자들을 압박하며 다가오고 있던 유스티나는 걸음을 멈추고 야쿠자들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역시 빌어먹을 쪽발이들은 안된다니까. 하긴! 그동안 내가 상대해온 루스키(러시아인)나 양키놈들은 지나치게 터프한 놈들이긴 했지. 실제로 전투의 프로들도 많긴 했다만 네놈들은 뭐냐? 근성 없게 골빈년들처럼 꽥꽥 소리지르다가 뒤질 뿐이잖아? 온갖 후까시는 다 잡아놓고 말이야. 안그래? 작대기에 하나에 알 두게 달렸으면 빌어먹을 AV나 찍는데 쓰지 말고 깡을 보이란 말이야! 물건도 작은 주제에…."

 

창고의 음영 속에서 그녀는 야쿠자들을 비웃었다.

비웃음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쿠스케가 유스티나를 향해 몸을 돌렸다.

 

"원하는게 뭐냐!"

"근래에 들어 여학생들이 실종되는 사건이 여럿 접수되었어. 그리고 이곳저곳에서 증거 여러 개를 입수하고 종합하여 분석한 결과 니놈들이 싸지른 추악한 짓거리 라는걸 알아냈거든?"

"거짓말! 우린 아니야!"

"연막은 거기까지! 중요한 참고인도 확보해 두었다. 들어볼래? 류화연이라고…."

"으윽!"

 

그림자 속에서 유스티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자, 실토해 보실까? 지금 그녀들은 어디에 있지?"

-유니폼 원! 여기는 호텔 투!

"응? 뭐지?"

 

쿠스케로부터 원하는 정보를 얻어내려 하던 유스티나는 수진의 호출에 의아해 했다.

하지만 무전기 리시버로 통해 들리는 목소리가 침착하면서도 약간 흥분이 실린 것으로 보아 뭔가 위급한 상황이 일어남을 본능적으로 느꼈다.

 

"호텔 투. 유니폼 원 이다. 무슨 일인가?"

 

위기에 몰려 이제 곧 삼도천을 걷게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던 야쿠자들은 눈앞의 사신의 행동에 의아함을 표했다.

그때 야쿠자들 가운데에서 전화기를 잡은 누군가가 희망에 가득차 이렇게 소리쳤다.

 

"동료들이 오고 있다!"

 

상황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 발뭉 2010.05.27 13:54

    Русски들은 터프의  대명사죠  발랄라이카 누님도 그렇고...

  • 홍차매니아 2010.05.27 14:04

    러시아 놈들은 광기에 미쳤어 장난도 그렇고 놀이문화도 그렇고 스케일이 크고 과격하지

  • 홍차매니아 2010.05.29 14:42

    설명을 돕기 위해 다음과 같은 사항을 댓글로 달음

    탱고 (T, Tango: 알파벳 T의 군사용어상의 암호로 여기서 T탱고는 Target을 지칭하는 암호로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