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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XX년 3월 2일 08시 34분 학원구역 남동쪽 블루 크로스 스퀘어]

 

학원구역 남동쪽에 자리잡은 블루 크로스 스퀘어는 남동구획에서 살고 있는 학생들이 게스트 하우스로 향하기 위해 모여드는 곳이다.

주로 돈 많은 중상류층이 모여 사는 남동 구획에 사는 학생들인지라 높은 구매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곳 광장 일대에는 상점가가 발달해 있다.

게다가 오늘은 입학식이 있는 날. 평소보다 광장에는 학생들이 더욱더 붐비고 있었다.

각 계통별, 학년별로 다양한 교복을 입은 학생들로 광장의 모습은 그야말로 교복 패션쇼 라도 열릴 기세다.

제각기 모양과 디자인은 다르지만 모두가 일류 디자이너들이 디자인한 만큼 그 외형과 기능에 있어서 일반적인 기성복 이상의 능력을 발휘한다.

그런 가운데 바삐 움직이는 학생 사이로 어떤 두 명의 소녀가 MTB 자전거를 끌고 가고 있었다.

둘다 하얀색 셔츠에 체크무늬 플레어 미니스커트 차림의 교복으로 헬멧과 팔꿈치 보호대, 무릅 보호대 등을 착용하고 있었으며 지금 그녀들이 끌고 가는 자전거를 타고 왔는지 온몸이 땀범벅이었다.

두 소녀 모두 훌륭한 몸매를 지니고 있었는데 외모 또한 어디하나 빠지지 않았다.

약간 앞서서 자전거를 끌고 가고 있는 소녀는 헬멧 뒤로 긴 금발이 몸에 움직임에 맞추어 찰랑거리고 있었는데 고글을 쓰고 있어서 얼굴이 제대로 들어나 있지 않았지만 들어난 부분만 봐도 굉장한 미모를 지니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약간 뒤에서 그녀를 따르듯 자전거를 끌고 가는 소녀는 더욱더 폭발적인 몸매를 지니고 있었다.

터질듯한 가슴에 잘록한 허리는 서로 대비되어 돋보였다.

그녀는 스커트 아래에 스판 재질의 스포츠 숏팬츠를 받쳐 입고 있었는데 치맛자락이 흔들릴 때마다 언뜻 보이는 그녀의 하체는 날씬하고 탄력 있어 보이는 것이 건강미를 돋보이게 만들었다.

동양인인듯 헬멧 사이로 삐져나온 머리카락은 검은색 이었는데 적도지방의 강렬한 햇살이 그을렸는지 약간 갈색 빛을 띄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그녀의 피부도 역시 오랫동안 햇볕을 받아서 그런지 그야말로 빈틈없는 구릿빛 그 자체였다.

사람이 많은 곳에선 자전거를 타기 힘들지 그녀들은 핸들을 손으로 잡은 체 사람들 사이로 지나갔다.

광장 가장 자리에 있는 자전거 보관소까지 걸어간 소녀들은 각자 자리를 잡은 다음 자물쇠를 풀어 자전거와 보관소의 두터운 철제 파이프와 휘어 감아 잠갔다.

 

"후아! 덥다 더워."

 

자전거를 메워두고 금발의 소녀가 넌더리 난다는듯이 말했다.

소녀는 고글을 벗어서 등뒤의 가방에 넣은 다음 헬멧의 턱끈 벨크를 풀어 해치며 거칠게 헬멧을 벗어 재꼈다.

헬멧을 벗자 땀에 범벅된 그녀의 얼굴과 금발이 로엔의 하늘 아래에 들어났다.

헬멧을 집어넣고 스포츠 음료를 꺼내든 그녀는 포니테일을 묶은 머리끈을 풀어 해친다음 머리를 흔들어 금발을 적신 땀을 털어냈다.

머리끈을 풀어해치자 그녀의 머리카락 끝이 엉덩이를 뒤덮었고 허벅지에 다았다.

소녀는 음료수를 입가에 가져가 특유의 푸른색 액을 목 뒤로 흘려 보냈다.

 

"수진. 안 더워?"

 

금발의 소녀는 막 헬멧과 고글을 벗어서 가방안에 집어 넣고 있는 흑발의 동양인 소녀에게 물음을 던졌다.

수진이라 불린 그 소녀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괞찮아요. 아가씨."

"괜찮키는 무슨... 숨 헐떡이는게 눈에 다 보인다?"

 

대답대신 수진은 그녀도 가방에서 스포츠 음료를 꺼내서 흔들어 보였다.

음료수가 찰랑거리는 소리가 금발의 소녀의 귓가로 들려왔다.

 

"그럼 가자."

"네."

 

소녀들은 자전거 보관소에서 떨어져 나와 근처에 있는 지하철 역으로 향했다.

큼지막하게 '블루 크로스 스퀘어 역 3번 출구'라고 표시되어 있는 그 열차역 입구는 부채꼴 모양이었고 그 위를 덮은 지붕은 거대한 조개 껍데기 형상 이었는데 그 모습이 제법 세련되었고 아름다워 보였다.

볼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저 형상 그대로 크기만 부풀려서 시드니 앞바다에 같은 아름 다운 항구에 배치해 뒀으면 적절하다고 금발의 소녀 유스티나는 느꼈다.

계단을 따라 지하철 입구로 들어간 다음 결제기에 카드를 접촉 시키니 차단기가 그녀들을 막지 않고 통과 시켰다.

그리고 게스트 하우스 방향으로 향하는 초전도 열차로 걸어갔다.

그녀들 외에 수많은 학생들도 초전도 열차에 몸을 실었다.

 

-본 열차는 지금을 기해 역으로부터 발진합니다, 착석하지 못한...

"초전도 열차는 빨라서 좋은 데 학업구역 내외부를 순환하는 그런 열차가 추가 됬으면 좋겠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안내음을 들으며 유스티나는 중얼거렸다.

 

-각 차량 폐쇄점검 완료, 케터펄트 및 차량 자기장 올 그린. 발진 시퀸스에 들어갑니다. 10... 9... 8... 7... 6... 5... 4... 3... 2... 1.. 케터펄트 발진.

 

카운트 다운은 끝났다.

정원을 채운 초전도 열차는 문을 닫고 튜브 레일을 완전히 밀봉하자 외부와 완전히 격리되었다.

공기 마찰도 없는 진공 튜브속에 열차는 초전도자석의 힘으로 허공에 붕 뜬 상태 였다.

잠시후 열차는 목적지인 게스트 하우스로 향했다.

진공튜브 속을 달리는 초전도 열차는 소음도 없이 조용히 지하의 튜브 레일을 달렸다.

 

 

 

[20XX년 3월 2일 08시 50분 남쪽 문과동 고등부 제5구역 셀레시우스 학교]

 

게스트 하우스에서 다시 문과동 건물로 향하는 초전도 열차로 갈아타고 거대한 문과동 건물을 순환하는 내부 순환 열차를 타고 문과동 건물 내의 그녀의 학교 구역으로 들어섰다.

거기서 다시 계단을 타고 한층 더 올라가고 다섯 교실 정도를 지나가자 그녀의 교실이 나왔다.

문과동 고등부 제5구역 셀레시우스 학교 2학년 G반.

이곳이 바로 이번에 2학년으로 올라선 그녀가 다니게 될 반이다.

사실 1학년 때의 친구들과 별 차이는 없고, 각 교실의 학생들의 이동은 별로 없는 편이다.

작년 학우들이 올해 친구들 그대로 겠지.

그렇게 가벼운 생각으로 소녀는 교실문을 열어 젖히고 안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가니 몇명인가 익숙한 얼굴들이 보였다.

그들을 보며 유스티나는 반가운 마음에 손을 흔들어 보였다.

 

"와아! 친구들 안녕?"

 

그제서야 학우들 가운데서 유스티나와 수진을 알아보고 근처 친구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던 한 소녀가 반응을 보였다.

갈색 단발의 라틴계 소녀였다.

 

"우와! 티나랑 수진이다!"

 

라틴계통의 그 소녀는 과장된 몸집으로 몸을 일으켰다.

헌데 일으켜 세운 몸을 보니 그 키가 제법 컸다.

왠만한 성인 남성보다 더 큰 그 체격은 무려 180을 상회했다.

여자치고는 심하게 큰 몸의 라틴계의 소녀는 유스티나에게 달려들었다.

 

"우와아앙! 오랜만이야아-!"

"오우, 셰렌! 여전이 감정 표현이 다이나믹하네? 그런데 잠깐! 나 땀에 젖었거든?"

 

격하게 달려들어 유스티나를 껴앉은 셰렌이라는 소녀는 그녀를 꼭 끌어 앉았다.

유스티나는 그런 셰렌의 체중을 아무렇지 않은듯 몸으로 받아내며 마주 끌어 앉으며 등을 토닥였다.

마치 큰 개를 다독이는 주인이라도 된 양 말이다.

 

"수진도 안녕? 정말 오랜만이야."

"그래. 셰렌도 잘 지냈어?"

"응!"

 

기쁨에 겨워 초롱초롱 눈빛을 빛내고 바라보는 모양세가 실로 강아지 같았다.

유스티나의 몸에서 벗어난 셰렌은 그녀를 끌고 다른 학우들이 있는 곳으로 끌고 갔다.

 

"얘들아! 유스티나 왔어!"

"알고 있어 섀렌. 우리도 유스티나가 온 걸 같이 봤단 말이야."

"히잉-."

 

섀런은 금방 울상이 되어 일행에서 떨어져나가 구석으로 간 다음 몸을 잔뜩 웅크렸다.

등을 들썩이는 모양이 마치 심하게 혼난 강아지가 구석에 가서 우는 모습을 보는것 같았다.

 

"안녕 유스티나. 오자마자 격렬한 환영 인사를 받았네?"

"뭐 섀런의 좀 특이하긴 하지. 하루이틀이 아니잖아? 그나저나 잘 지냈어. 민시아?"

 

섀런이 떨어져 나가고 나서 그녀를 반긴 것은 그녀의 머리카락과 유사한 금발의 소녀였다.

그녀의 이름은 민시아.

유스티나가 활동적인 반면 민시아는 다소곳하고 친절하며 자애로운 그런 소녀였다.

몸매는 유스티나 만큼은 아니지만 동년배의 다른 소녀들 보다 활실히 건강하고 날씬한 몸매를 지녔으며 외모 또한 절대로 뒤진 편은 아니었다.

대체적으로 남자들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여성상을 모두 갖춘 소녀라고 해두면 되겠다.

 

"응. 넌 어땠어?"

"나야 뭐 똑같지. 영국 아니면 미국으로 가서 총질이라던가 로얄 아머리에서 개최하는 주스트 대회에 참가한다던가."

"후훗! 여전하네."

"그럼 넌 그쪽의 오타쿠랑은 잘 지내나 보네?"

 

유스티나는 남학생들 사이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한 소년을 손가락으로 까닥 거렸다.

멀지 않은 곳에서 그 말을 들었는지 안경잡이에 남학생 치고는 약간 작은 체구의 그 소년은 얼굴을 붉혔다.

 

"오, 오타쿠가 어때서!"

"멍청이! 민시아는 잘 대해주는거야? 주말마다 골방에 틀어앉아 프라모델이라던가 피규어나 만지작 거리다가 시아가 토라져버리는건 아니고?"

"…같이 만드는데?"

"……."


그 순간 할말을 잃은 유스티나는 어깨를 으슥 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그녀의 책상 하나를 꺼내 그곳에 앉았다.

수진은 그 옆에 앉았다.

자리에 앉아 아직 벗지 않은 사이클용 장갑이며 팔꿈치 보호대와 무릅 보호대를 벗고있지나 시아가 앞쪽 책상에 앉으며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유스티나 이걸 좀 봐줄래?"

 

라고 말하며 민시아가 넷북을 건냈다.

유스티나는 민시아의 넷북을 받아들였다.

넷북에는 인터넷 익스플로러 창이 띄어져 있었는데 유투브 사이트가 표시되고 있었다.

유스티나는 눈을 껌뻑이며 유투브 창과 민시아의 얼굴을 번갈아 보더니 넷북을 조작해 유투브 동영상을 틀었다.

 

"어디..."

 

그리고 동영상이 돌아갔다.

첫 앵글은 높은 데서 낮은 곳을 바라보는 각도에서 전개되었다.

상황을 보아하니 수십명의 학생들이 한 힘없는 학생을 구타하고 있었다.

짓밟고 주먹을 내리치고 욕설을 퍼붇는 등 가혹한 집단 린치 그 모든 것이 작고 약한 남학생에게 집중되었다.

흐릿하지만 폭력을 휘두르는 학생들의 교복을 보아하니 언젠가 지나가면서 자주 본적 있던 로엔 학원의 교복중 하나다.

그렇다면 로엔 학원 내에서 일어난 일일탠데?

감시 영상인가?

유스티나는 고개를 기울이며 한쪽 눈썹을 치켜 올리며 민시아의 얼굴을 올려다 봤다.

 

"이거 뭐야? 우리 학원구역의 빌어먹을 참담한 교육실태. 뭐 그런거야?"

"계속 봐봐."

 

민시아는 웃음을 지으며 그녀가 계속 동영상에 집중할 것을 요구했다.

그래서 잠자코 보고 있자니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며 한 남학생이 들어온다.

감시 영상을 통해보는 지독한 저화질이라 그 남학생의 자세한 인상착의는 확인할수 없었지만 대충 실루엣으로 봤을때는 20세기초 개항기의 무슨 중국 무술가처럼 작고 왜소한 몸집의 남학생인것만큼은 짐작할수 있었다.

남학생은 분명히 엘리베이터 내부의 상황을 충분히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구타현장엔 관심도 두지 않으며 그대로 당당히 걸어들어왔다.

 

"으음?"

 

구타에 참가하던 일행중 누군가가 그것을 발견하고 그 왜소한 몸집의 소년에게 시비를 건다.

소년은 이렇다할 응답은 하지 않았지만 기세에서 전혀 누그러지지 않았다.

그 장면을 보고 유스티나는 비웃음을 터트렸다.

 

"하? 이건 또 뭐지?"

 

바보 같은 놈 그런 몸으로 저런 덩치들을 상대하겠다고? 보나마다 묵사발이 됬겠군.

 

"묵사발이 됬겠군?"

"잠자코 봐봐."

 

아직 영상의 남은 분량은 반정도 남았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장면에선 시비걸어오는 한두명을 가볍게 일격에 처지하고는 나머지 수십명의 구타를 가하던 학생들과 난투를 벌였다.

순간 유스티나의 두 눈이 휘둥그래졌다.

수십대 일의 마치 무슨 도시 전설의 싸움이라도 되는 양 소년은 이 말도 안되는 싸움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엉망으로 두들겨 맞았을거라 생각했던 유스티나의 예상과 달리 소년은 놀라운 격투 센스로 수십명의 남학생들을 하나하나 처리해 나갔다.

그의 투쟁은 그야말로 사자분신이라 불릴 만큼 놀랍고 경이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열악한 감시 영상으로는 그의 빠른 몸놀림을 제대로 보는 것은 불가능했다.

폭력을 행사하던 학생들은 이제 더욱더 무자비하고 압도적인 폭력 앞에 하나씩 굴복해 나아갔다.

비명을 지르며 살려달라고 빌지만 소년의 손속에는 자비 따윈 눈꼽만큼도 보이지 않았다.

영상을 주시하던 유스티나는 마치 스스로에게 하듯 질문을 던졌다.

 

"무술이라도 익혔나?"

"그래. 확실히…."

 

딱히 대답을 원한 질문은 아니었지만 시아는 유스티나의 의문에 답을 내주었다.

영상은 마지막 남은 불량학생을 하이킥으로 쓰러트리고 종합격투기의 스탬핑을 연상시키는 내려찍기로 마무리 하는 것으로 끝이 났다.

흥미를 느끼며 유스티나는 영상을 다시 1대 다수의 싸움이 막 시작된 즈음으로 되돌렸다.

유투브 화면엔 좀전에 펼쳐진 난투가 다시 이어졌다.

다시 봐도 느끼는 것이지만 확실히 격렬하고 자비가 없는 손속이었지만 그 움직임 하나하나는 리드미컬하였고 체계적으로 다져져 있었다. 뭐지 이거?

 

"누구야?"

 

운을 띄우듯 혹은 좀전처럼 스스로에게 그렇게 하듯 의문을 입 밖으로 내뱉는 그녀였다.

고도로 단련된 격투가는 혼자서도 수십 명을 상대할 수 있다고 한다.

정상급 킥복서 피터 아츠가 일본 폭주족 19명을 상대로 싸워 이긴 사례는 유명한 일화이다.

신체의 극한까지 단련된 운동선수 혹은 무술가의 능력은 일반인의 상상을 훨씬 초월한다.

 

"뭘 익힌걸까? 유술? 이라고 하기엔 가라데 스타일의 타격기도 섞여 있는 듯한데? 그렇다고 타격기도 있는 고류 유술로 보기에도 좀 그렇고. 일본권법? 종합격투기?"

 

화면속의 소년은 여지껏 그녀가 본적 없는 격투기술을 사용하고 있었다.

적은 힘으로 상대의 체중과 움직임의 궤도를 틀어 쓰러트리는 모습을 보면 유술 같은 듯 하지만 속도를 살려 정확하게 급소만 연타하는 모습이 나올 때면 일본 권법 같고 체중을 실어 묵직한 정권을 질러 상대를 멀찌감치 날려버리거나 하이킥으로 머리를 강타할때면 가라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계 굴지의 무술이나 격투술에 대해 제법 알고 있다고 자부하던 유스티나의 모습에는 소년이 싸우는 모습은 신선하게 다가왔다.


"재미있네?"

"오늘 아침 일이래."

 

좀전에 교실에 들어설 때 프라모델과 피규어를 만지작거린다는 그 안경잡이 소년이 유스티나의 책상에 걸터앉으며 말을 걸어왔다.

 

"하여간 학생 수가 많다보니 별의 별일이 일어난다. 그치?"

"으음...."

 

넷북의 모니터를 주시한 체로 금발의 소녀는 턱을 괴며 잠시 생각하는 듯 했다.

고민은 얼마 가지는 않았다.

자세를 고쳐 팔짱을 끼었다. 그 모습은 자뭇 자신만만해 보였고 당당해 보였으며 어찌보면 거만해 보이는 기색이 있었다.

그리고서 하는 말이

 

"나도 할 수 있겠네?"

"……."

 

유스티나의 말을 듣고서는 순간 몸이 경직되버린 민우 그리고 민시아는 냉방시설이 빵빵한 교실임에도 불구하고(그니까 근처에 있던 다른 학생이 "추워."라고 말하고 있었고) 이마에서 정체가 불분명한 땀을 흘렸다.

그들의 그러한 반응에 유스티나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왜, 왜들 그래?"

"아니 니가 잘난 건 알겠는데."

"자화자찬은 좀…."

"이거 나르시시즘 아닌가?"

"알았어! 알았어! 젠장, 그래 나 잘났어!"

 

시원찮은 반응에 유스티나는 투덜댔다.

그러던 중 작다란 몸집에 머리핀을 꽃은 짧은 금발머리의 소녀가 옆에 다가왔다.

고등학생치고는 너무나 작은 몸에 심하게 동안이라 초등학생이나 중학생 초학년으로 착각할법한 외모의 소녀였다.

 

"모두 안녕하세요. 오랜만이네요."

 

입을 삐쭉내밀며 토라져 있던 유스티나는 그 말을 듣고는 안색을 싹 바꾸더니 소녀를 격하게 끌어앉았다.

 

"우와아. 슈리짱이네? 잘 지냈어?"

"하와와와. 놔주세요. 괴로워요. 아앗! 거,거긴! 아아앗!"

"흐응 슈리짱 은근히 바라는 거 같네? 움찔움찔하는거 봐 이거 응?"

 

유스티나는 격렬하게 슈리라 불린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거나 가슴에 품거나 가슴 부분을 만지거나 민감한 부분[......]을 자극하거나 했다.

슈리는 그런 그녀의 품에서 아등바등 거렸다.

괴롭운듯 눈물을 글썽거리며 눈망울이 우르우르해진 슈리. 하지만 그러한 모습은 유스티나의 장난기를 더욱더 자극할 뿐이었다.

 

"으흐흐. 여긴 어때? 여기는?"

"하와와. 제발 그만해 주세요. 제발요."

"장난은 거기까지 하세요. 아가씨."

 

유스티나의 등 뒤로 왠지 모를 그림자가 졌다.

정체모를 다크포스를 느낀 유스티나는 등 뒤를 돌아봤다.

그녀의 시야에는 맹렬한 검은색 오오라를 풍기고 있는 홍수진이 있었다.

표정은 별다른 특징이 없는 평온 그 자체인 수진이었지만 풍겨져 나오는 분위기는 충분히 유스티나를 위협할 만 했다.

지켜보고 있던 민시아와 민우는 어색한 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어둠의 기운을 풍기며 모시는 아가씨를 보는 수진, 그리고 그런 수진의 눈에 맞서 어색한 웃음을 짓고 있는 유스티나.

포악한 코브라와 구석에 멀린 생쥐라고 표현하면 적절할까?

 

"알았어. 놔주면 되잖아."

 

수진의 포스에 잔뜩 눌린 유스티나는 슈리를 놔주고야 말았다.

유스티나에서 풀려나온 슈리. 자유의 몸이 된 슈리는 수진의 품에 안겨 울음을 터트렸다.

마치 원수에게 부모가 죽임을 당하기라도 한듯이 더할데 없이 서럽게 울음을 지었다.

작고 가녀린 소녀의 등을 도닥이며 수진은 슈리의 울음을 받아주었다.

그러는 한편으로는 도끼눈으로 유스티나를 째려보았다.

시선을 받은 유스티나는 움찔 거리고는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째려보는 수진과 책임을 회피하려 고개를 돌리며 휘파람을 부는 유스티나.

이 미묘한 관계 속에 입학 첫날 교실의 시간은 유유히 흘러갔다.

  • KaRa 2010.05.23 20:35

    분량이 만족스럽네요. 자전거 타는 묘사가 좋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학교를 등교를 위해 하이킹하는 것처럼 땀을 많이 흘려가며 자전거를 타는 것은 자전거를 좋아해서인가요?

  • 홍차매니아 2010.05.24 01:11

    딱히 자전거를 좋아하는 건 아니고 저 둘은 몸을 움직이기 좋아하는 활동적인 스타일의 소녀들 입니다.

    아마도 고대 시대에 떨궈놨다면 여전사 지나 뺨을 수백번 후려갈길 슈퍼우먼이 되었을지도 모르는 여햏들입죠

    자세한건 릴레이 설정란에 있습니다.

  • SKEN 2010.07.24 01:16

    읽다보니 설정면에서는 흥미가 가긴 가는듯,

    계속해서 벌어지는 상황이나 그런 상황속에 케릭터가 하나하나씩 소개되는 전개 방향도 부드러운듯 하고,

    하지만 역시나 중간중간 읽는 이로 하여금 난해하게 하는 난이도의 묘사가 드문드문 보이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