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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마치 세상이 멸망한 것 같은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울고 있었다.
세상이 멸망한 것 같은 자신의 마음 속 어둠에서 누군가 울고 있었다.
눈 앞에 보이는 것은 붉게 물들은 정 육면체의 공간.
그 붉게 물들어버린 세상의 한 가운데서 여자아이가 울고있다.

 

"저어, 괜찮아?"

 

나의 질문에도 아랑곳않고 울어젖히는 여자아이가 안쓰러워서 조금 용기를 내어 다가가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그 아이는 내가 다가가기 무섭게 크게 울며 뒤로 비척거리며 물러설 뿐, 나의 접근을 용서하지 않았다.
그것이, 나와 그녀의 처음이자 마지막 데이트.

그렇기에 그녀대신 여자아이.
나는 그녀를 위한 바보같은 위선자 일뿐.

 

그렇게 4년이 흘렀다.

나는 그녀로부터 떨어지고자 결심하여 정말 코피가 터질 정도로 공부에 매진하였다.
마치 애원하듯이 공부를 시작하여 그 결실로, 중학교 3학년 말.
어느 특별한 학원으로 가는것이 가능하게 되었다.

그 섬에만 가면 뭐든 다시 시작 할 생각이다.

나의 피로 물들어버린 과거조차 지워버리고...

 

-------------------------

 

달칵, 하고 처음 방문해보는 내게 배정된 기숙사 방.
신설된 학원이라 그런지 곳곳에서 새것의 냄새가 풍풍 풍겨온다.
방 한가득 들어찬 그 기분나쁜 냄새를 없애기 위해 대문을 열어두고 그대로 입장.
방 안을 둘러본다.

일단은 기숙사였기 대문에 거실이나 현관같은 거창한 것들은 없는 원룸구조로,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것은 일단 매우 좁은 방 한칸이다.
우측으로 한 칸에 한명이 누울만한 크기의 2층 침대가 보이고, 좌측으로는 샤워실 겸 화장실의 입구가 보이고 이어서 자그마한 80L 냉장고 하나와 2인용 책상이 보인다.
말 그대로 필요한 것을 한 곳에 억지로 밀어넣은 구조.

 

"하아, 답답한 구조구만."

 

투덜거리기를 잠시, 현관같지도 않은 현관에서 방 안으로 조금 들어서며 방 안의 불에 전원을 넣는다.
바깥쪽 복도에서 들어오는 불빛으로 어둡게 보이던 방 안이 밝아지자 조금은 산뜻해 보인달까 아담해 보인달까...
어쨌든 좁다.

잘 보니 침대에서 조금 더 들어간 쪽으론 옷장으로 보이는 것이 하나 있고, 침대 칸마다 옷을 걸만한 걸이와 작은 전등이 달려있었다.

 

"그.. 그래, 아담하다고 하자. 아담한거야..."

 

자신에게 최면을 걸면서 방 안에 간단하게 들고 온 짐부터 풀어 해치기 시작한다.
아마 나머지 짐들은 이삿짐 센터에서 배송되는대로 정리해야겠지만, 일단 작은 짐부터 정리하지 않으면 이 학교에서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할테니 말이다.

챙겨서 가져온 것은 슈트케이스 하나와 백팩 하나.
일단 간단하게 입을 옷들과, 교복을 꺼내어 옷장안에 정리하고 백팩을 풀어 당분간의 식량과 그것을 먹을때 사용할 전기 포트를 책상위에 올려둔다.

가방들을 적당히 한쪽 구석에 몰아두고 1층 침대에 몸을 던져본다.
딱딱한 것이 마치 돌 위에 몸을 던진 것 같은 기분이지만, 그럭저럭 견딜 만 하다.
아니, 어째 팔꿈치를 잘못 부딪힌 것 같은 것이... 엄청난 격통이 밀려들어....
그렇게 기숙사에서의 첫날은 고통으로 범벅되어 지나갔다.

 

다음날, 학교의 개학식을 4일 앞둔 목요일.
2월 25일.
전에 살던 집에서 배송한 이삿짐이 전부 도착하였다.
배송편은 전부 비행기를 이용한 택배회사.
이삿짐을 싼 골판지 상자 이곳저곳이 찌그러져있는게 참 볼거리다.

 

"아, 정말이지... 유리컵 다 깨졌네..."

 

투덜거리며 상자를 열어 정리하다보니 문득 눈에 들어오는 조그마한 십자가.
잠시 그것을 보느라 정리하던 손길도 멈추고 가만히 앉아있던 나는 5분여의 시간을 들여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피식, 아마도 그렇게 웃었을 것이라 생각되는 애매한 감각만이 얼굴에 남아있는 가운데, 정리를 끝낸 나는 가만히 침대위에 걸터앉아본다.
그러다가 좀채 가만히 있을 수 없는 느낌이라 안절부절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리고, 차라리 잠깐 밖에 다녀오자 싶은 생각에 박살난 유리제품들을 박스 하나에 몰아담고 잊어버리기로 한다.

 

-side by 그녀.

 

바닷바람이 불어오는 해변.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은 선선한 바람은 마치 자신과 놀아달라는 듯이 해변에 서 있는 단정한 장발의 소녀에게 다가가, 그녀의 머릿결을 어지러히 흐트러뜨린다.
흩날리는 은발은 마치 수은방울이 흩날리는 것 처럼 덧없이 흩날리며 햇빛을 부수듯 자신의 은빛을 흩날린다.

 

"이제.. 더 볼일은 없겠구나."

 

그녀는 마치 이제 됐다는 듯이, 중년의 여성이 아이를 시집이나 장가보내고 난 뒤 갖는 새 출발을 준비하는 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무언가를 꽉 쥐고있는 왼손은 가슴께에, 그 왼손을 보호하듯이 쥐고있는 오른손.
그 두 손이 스르르 풀려나간다.

마치 해방하듯이.

자신의 안에 남아있는 기억의 실타래를 풀어 흘려보내듯이, 손에 쥐어져있던 목걸이가 그 모습을 드러낸다.
눈의 결정을 형상화 시켜 만든 은빛의 목걸이.

 

언젠가, 그가 '어울려'라고 해줬던 그 목걸이.

 

그것을 놓아버렸다.
아니 놓쳐버렸다.
아니...

 

잊어버렸다.

 

앗 하는 사이에 펜던트는 시야에서 사라졌다.
워낙 가벼운 목걸이라 그런지 해변의 옅은 파도에 휩쓸렸을 뿐인데 어느세 보이지 않는다.
다시 찾을까 싶지만, 그럴 자신조차 없다.
조용히 고개를 숙인 그녀는 그 자리에서 돌아서서 이제 막 해가 떠오르고 있는 거대한 도시, 로엔으로 걸어갔다.

 

-side by 김 선현[兩月 正劍]

 

검이라는 것은 좋은 물건이라고, 선현은 생각한다.
쥐고 있을때 자신의 잡념을 지울 수 있으니 말이다.

 

"후우... 흡!"

 

가볍게 숨을 내쉬다가 한번에 들이키며 숨을 끊는다.
그와 동시에 자신이 보고 있는 세상도 함께 끊어버린다.
굳어있던 진흙 덩어리를 부순 것 처럼 옅은 파열음이 들리며 어깨높이로 올려 둔 덜 익은 풋사과가 반으로 잘려나가며 굴러떨어진다.
어깨높이에 맞추기 위해 올려둔 공원의 담장은 과즙으로 조금 더러워져 버렸지만, 어차피 청소 담당이 와서 하루안에 깨끗하게 해 둘테니 조용히 사라지자.

 

'소리가 나고 즙이 튀다니.. 도망쳐왔다고 마음마저 느슨해 진 건가..?'

 

엄격히 자신의 결과에 평가를 내린 그는 몰래 공원을 빠져나와 정처없이 배회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남은 4일이 지나가면 학업의 시작이니 그 전에 쉬고싶은 만큼 쉬고, 놀고싶은 만큼 놀자는 생각이다.
하지만 아르바이트 자리는 알아봐야했다.

선현의 부모님은 이혼하였다.
한국인이고 별 능력없던 아버지 김 명철과 일본인에 료우츠키 기업의 사장님의 외동딸이던 어머니 료우츠키 아카네[兩月 明音]가 이혼하였고 료우츠키가는 나를 잘라내었다.
결과적으로 별 능력없던 아버지 밑으로 들어간 선현은 자신의 아버지가 이런 비싼 학교의 등록금을 내는것이 얼마나 힘든지 잘 이해하고 있었다.
공부 등급만으로도 돈이 나오는 곳이라고 해서 들어왔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할지 걱정되기도 하고.
정처없이 떠돌다보니 상점가에 도착했다.
지금까지 기술된 모든 지역이 지하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신비하고, 마치 대낮의 거리를 걷는 것 처럼 밝은 조명이 인상적인 이곳.

그만큼 비싸리라..

 

'아, 정말이지 비싸단 생각은 이제 그만해야 할 텐데...'

 

나즈막이 중얼거린 그는 피곤한 얼굴로 상점가에 들어섰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나마 평온한 일상이었다.
하지만, 그는 경악해야만 했다.
상점가에 들어서자마자 마주친 사람은 이 섬에 있어서는 안될 사람이었으니까.

 

"앗 죄송..."

 

선현의 오른쪽에서 힘없이 부딪힌 무언가가 사과한다.
목소리는 매우 익숙한 소리.
믿을 수 없었다.
아니 믿지 말아야 한다.
그녀가 여기 있을 것이라고..

 

"...."

 

돌아보지 못한다.
침묵.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후다닥 하는 발소리가 들린다.
그렇지만 그때에도 돌아보지 못한다.
아니 않는다.
조용히 숨을 삼켜가며 나오려는 말을 속으로 곱씹는다.
무엇인가가 뜨겁다.
정신을 차렸을때 자신은 검을 연습하던 공원에 돌아와있었다.
높이 보이는 것은 홀로그렘으로 짜넣은 인공적인 밤하늘.
미세한 검은줄이 약간 남색으로 물들은 밤하늘에 일정 간격으로 세겨진 가짜 하늘.
그 밑에서 조용히 울었다.

자신의 운명을 가지고 노는 신을 저주하며.

그렇게, 김 선현이란 이름의 소년은 로엔섬에서의 생활을 시작하였다.
눈물과 잊어버리고 싶은 과거로 범벅되어있는 생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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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제 정신세계와도 같이 시크하게 가고 있습니다.

 

고정작은 언젠가 연재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입니다.

 

인생은 허무한 겁니다?

 

.........

 

참고로 다국적 학교 로엔은 입학심사도 까다롭지만 나가는 퇴학수속도 엄청나게 까다롭습니다.

 

왜냐면, 뽑을때 엘리트를 뽑은데다가 초기 지원금도 꽤 나오니 그걸 되돌려 받는 과정과 서류처리와 나갈만한 합당한 이유, 그리고 돈이 필요합니다.

돈이 왜 필요하냐면, 자신이 들어옴으로써 권리를 빼앗긴 사람에 대한 보상으로 내놓으라고 합니다.

그리고 지불된 돈의 절반은 뒷사람에게 물려집니다.

  • 별바 2010.04.04 20:16

     시크 .. 더 시크

     

    분위기가 시크하구먼[..]

    본격적으로 1화 스타트를 끊었으니, 이제 레카 릴레이 게시판은 내가 접수한다!<<─ 군입대 버프

  • PORSCHE 2010.04.08 19:51

    오... 결국 인연이라는 건가요...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 空源章 2010.04.09 10:21

    프롤로그 잘봤습니다.

    프롤로그 치곤 기네요 (...) 앞으로 지켜보겠습니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