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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잿빛. 오물 덩어리. 온갖 쓰레기와 방사능이 범벅된 황무지 사람들에게 알음알음 전해진 시시한 이야기.

  

 옛날, 아직은 부서지지 않고 오염되지 않은 시기에, 사람들만이 모여 살던 그 옛날. 지금 사람들이 황금기라 부르던 시간이 끝나기 전에  10명의 사람이 깊은 지하에 잠들었다고 하지. 

 황금기를 기억하는 10명의 사람이 잠들고 난 이후, 재앙이 닥쳐왔지. 세상들이 파괴되고 부서졌다네. 왜 그런지 어떻게 그리된 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그 이후는 모두 알 거야. 

 곧 세상들이 부서지고, 잔재가 뒤엉켜 섞여 오물덩어리가 돼버려 큰 재앙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사람들을 집어삼키고 말았지. 모든 것을 말이야. 그리고 오직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으로 가득했지. 

 긴 시간이 흘러, 어느 정도 오물 덩어리가 가라앉고, 뒤엉킨 세상의 침전물이 가라앉을 때쯤.

 황금기를 기억하는 10명의 사람이 깊은 지하의 안전 섹터에서 깨어났다지. 그래, 10명. 그들은 사명이 있었다네. 다시 세상을 일으키기로, 사람들을 구하기로 맹세한 10명. 그래. 10명.

 그리고 10명은 재 덩어리가 돼버린 황무지로 여행을 떠났지. 그러다가 서로 의견이 갈려 뿔뿔이 흩어졌다네.

 

 답답한 지도자와 우울한 노래꾼, 배고픈 미식가은 북으로 떠났지. 그 셋은 사라진 옛 도시를 찾아 나섰다고 해.

 교활한 개장수와 어여쁜 이쁜이, 똑똑한 대학생은 남으로 떠났지. 그 셋은 흩어진 사람들을 찾아 규합하고자 하더라고. 

 잘생긴 양아치와 기계광 공돌이, 솔직한 아줌마는 동으로 떠났지. 그 셋은 닥쳐온 현실을 받아들이고 살아남기로 했지. 


 뭐, 시시한 이야기답게 그냥 그들이 어떻게 됬는지, 대충 이야기 해줄게. 이야기의 주인공은 홀로 떠난 우둔한 농사꾼거든. 

 북으로 떠난 이들은 긴 굶주림 끝에 미식가가 깨달았지. 그는 한밤중에 몰래 지도자의 왼손가락을 깨물었다고 해. 기막힌 맛에 미식가는 깨달았지! 여기 고기가 많구나.  

 남으로 떠난 이들은 긴 굶주림 끝에 개장수가 깨달았지. 그는 대낮에 대학생의 머리통을 몽키스페너로 후려쳤지. 그리고 이쁜이를 푸대에 담았지. 그리고 황무지의 사람들과 거래했지. 그리고 그는 많은 개를 구했지.

 동으로 떠난 이들은 긴 굶주림 끝에 공돌이가 깨달았지. 그는 사람의 육신이 얼마나 연약한지 진저리 쳤네. 그는 다른 두 사람을 설득했지만, 두 사람은 그를 미쳤다고 했지. 공돌이는 둘을 비웃으며 육신을 버렸지. 그리고는 다른 두 사람의 육신도 버려줬다고 해.


 황금기를 기억하는 10명의 사람중에 9명이 맹세를 깨뜨렸네.  

 오직 우둔한 농사꾼만이 맹세를 기억했네. 긴 시간이 흐르고 흘러, 오물덩어리가 더욱 침전했을 때까지, 우둔한 농사꾼은 긴 여행을 했지. 그는 손가락도 날려먹고, 몇 번이고 죽을 뻔했건만, 삽을 놓지 않았어. 그는 온 세상을 삽으로 팠지. 

 그리고 마침내! 그가 원하는게 나왔지.

 그는 외쳤지!


 "니미럴 시발것!"


  • SKEN 2015.11.06 21:39

    ...어떤 의미로 여운이 많이 남는 마지막 1줄이네 ㄷㄷ

  • 발뭉 2015.11.08 20:22
    마지막 한장에 윗 내용이 표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