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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2008.05.24 22:45

행복리필카페 #1개점준비(3)

조회 수 79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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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됐어. 그럼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해야하지?”


눈을 감고 있는 것조차 지쳤는지 세자르의 몸은 테이블위에 널브러져 있었다. 그러자 렘은 살짝 실소 하더니 몸을 일으켰다. 서로의 몸무게로 위태하게나마 서있던 테이블이 세자르가 누르고 있던 몸 쪽으로 넘어져버렸고 그 위에 놓여있던 아리아표 특제 차가 바닥에 그림을 그린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언제 까지 버틸 수 있을 지 기대되던 테이블도 다리하나가 부러졌고 단 한 세트밖에 없었던 찻잔 세트 또한 산산조각 나버렸다. 누구의 잘못인지 가리기가 애매한 상황이었지만 렘은 처음부터 세자르에게 책임을 물기로 마음먹었는지 거짓 눈물을 흘리며 깨어진 찻잔 조각 앞에 쪼그려 앉았다.


“우리가게에 하나밖에 없는 꽃 장식 찻잔 세트였는데… 내 비자금까지 탈탈 털어서 산 고급 찻잔 이었는데…”


너무나 속보이는 손길로 엉거주춤 앉아 찻잔조각을 줍기 시작했다. 그러나 세자르가 멍하니 자신모습을 보고 있기만 하자 마지막 보루로 가장 날카로운 조각에 일부러 손을 가져다 댔다. 생각보다 날카로웠는지 곧바로 검지 손가락에 붉은 빛 액체가 흘러내렸다.


“아!”


렘이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며 격양된 감탄 섞인 비명을 내뱉자 세자르가 미치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의자를 박차고 일어났다. 굉장히 화가 난 얼굴로 일어났음 에도 불구하고 세자르의 모습에는 위압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아까 테이블이 넘어질 때 차가 세자르의 바지위로 쏟아졌는지 남들이 볼 때는 참으로 한심스러운 형상을 하고 있었다.


“알았다구! 내가 찻잔 사오면 되잖아! 젠장!”


그는 주머니에서 작은 동전 지갑을 꺼내 열었다. 하지만 동전지갑이라고 꼭 동전만 집어넣는 것이 아니었는지 연초록색 지폐 여러 장이 한 대모여 꼬깃꼬깃 접혀있었다. 찻잔 정도는 10세트도 살 수 있는 금액이었다.


“그리고 테이블도… 내가, 너희들이 온다고 해서 직접 만들어놓은 테이블이었는데!”


내가 뭘 하고 있는 거지라는 표정으로 잠시 동안 허공을 응시하던 세자르가 이제야 자신이 완벽하게 덤터기를 쓰게 될 형편임을 알고는 화를 내려고 했다. 하지만 이내 바닥에 주저앉아 오열하는 렘과 눈물을 닦아 주는 아리아를 보며 눈을 질끈 감고는 지갑을 꽉 쥔 채 휘파람을 불었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들렸던 휘파람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짜증이 가득 섞여있었다. 이내 휘파람소리가 여운을 남기며 사라지자 세자르의 모습도 흔적을 감췄다.


“갔어?”


주저앉아서 눈물을 흘리던 렘이 슬쩍 고개를 들며 아리아에게만 들리도록 속삭였다. 그러자 아리아도 덩달아 목소리를 한 옥타브 내려서 ‘갔어’ 라고 중얼거렸다.


“그럼 테이블하고 찻잔 준비는 해결 됐고! 이제는 벽지가 문젠가?”
“그래, 솔직히 카페 안이 회색이라면 나라도 여기서 차를 마시고 싶진 않아.”


아리아의 살짝 과격한 발언에 렘은 머리를 긁으며 가게를 둘러보았다. 입구의 정 반대 쪽에는 차와 음식을 주문 할 수 있는 부엌과 비슷한 무언가가 존재했는데 그 곳이 모두 개방 되어있어 차를 어떻게 끓이는지 볼 수 있었다. 외간상 그럴듯해 보였으나 손질한지가 오래되었는지 손으로 한 번 문질러보니 마치 회색장갑을 낀 것 같았다.


“청소는 네가 해라.”
렘이 먼지가 잔뜩 묻은 손을 말없이 내려다보며 막연히 입을 열었다. 그러자 자신이 왜 그런 걸 하냐며 아리아가 툴툴 거렸다.

  • 별바 2008.05.24 23:35
    후훗.. 분위기 재미있네..

    폭참.. 한번더 하면 안되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