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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2008.05.24 21:45

행복리필카페#1 개점준비(2)

조회 수 104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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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출현했던 류페르잔느는 이름이 너무 긴관계로 아리아로 개명시켰으니 이해해 주시기바랍니다



 

 밖에서 볼 때는 솔직히 말해 손님은 물론이고 동냥하러 거지도 오지 않을 수준이었지만 막상 들어 와보니 어느 정도 앉아서 차를 마실 정도의 모양새는 갖추고 있었다. 다만 테이블의 형태가 원도 아니고 그렇다고 사각형도 아닌 어중간한 형태여서 손님들이 와서 차 마시다가 다치진 않을까 걱정될 정도였고 다리의 길이도 각기 달라 균형이 잡히지 않았다.


“차를 올려놓으면 바로 옆으로 쓰러져버릴 것 같은데…”
“설마, 그 정도는 아니겠지.”


아리아의 걱정이 섞인 한탄에 렘은 너무나도 쉽게 웃으며 넘겨버렸다. 그런 렘을 보며 세자르는 인내심을 조금이라도 더 지속시키기 위해 눈을 감아버렸다. 심각한 상황에 마음 편히 웃고 있는 면상을 보면 한 대라도 치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해졌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그들의 사업공간은 열악했다.


“자자! 일단 그것 보다는 너희들에게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


렘이 박수를 쳐 둘의 시선을 집중시키며 말했다. 내심 불안했지만 설마 지금 보다 더욱 더 안 좋은 일이 생길까 하는 마음에 귀를 기울였다.


“너희들에게 행복이란 무엇이지?”
“무슨 뜬금없는 소리야?”
아까까지만 해도 눈을 감고 있던 세자르가 게슴츠레하게 실눈을 떠 보이며 반문 했다. 그러나 아리아는 아까 렘에게 들은 것이 있어 조용히 하라는 손짓을 해보이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에게 행복이란 것은 뭔가 만족감을 느끼는 것. 그러니까, 자세하게 설명해보자면 내가 인생을 살아가는 데 아무리 힘들어도 만족하고, 자신의 주제를 알고 그것에 만족하는 것. 대충 그런 것이 아닐까.”
“뭐… 앞뒤가 안 맞는 것 같긴 하지만… 그럼 넌 어때?”
오른손으로 턱을 괸 채로 이야기를 듣고 있던 렘이 고개를 몇 번 끄덕이고는 턱을 괴지 않은 손을 들어 세자르를 가리켰다. 세자르는 아까 아리아의 제지로 묵묵히 땅을 바라보고 있었다.


“…남보다 우월하다는 감정. 내가 아무리 못나도 나보다 형편없는 사람들을 보며 만족하는 것들. 내가 누구보다 특별하다는 생각.”


세자르의 말이 끝나자 가게 안은 적막감에 휩싸였다. 방금까지만 해도 빙글빙글 웃고만 있던 렘의 얼굴에는 이미 웃음기 따윈 사라진지 오래였다.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다는 듯 검 지 손가락으로 탁자를 톡톡 치기 시작했다.


“내가 생각하는 행복이라는 것은 조금 달라. 글쎄. 너희들의 말이 맞을 수도, 아니 처음부터 정답이란 것이 존재하는 것인지도 잘 모르겠어. 그러나 너희들이 말한 행복에 대해 반론부터 제기하자면, 먼저 아리아. 인생을 살아가는 데 힘들어도 자신의 주제에 만족한다. 그것이 행복이라면 이 세상은 발전 따윈 없었을 거야. 끊임없이 자신의 지휘를 높여나가고 남보다 우월하게 느껴지고 싶다는 것이 인간에게는 거의 본능과 같은 심리거든. 물론 세자르는 아리아보다 행복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 같아. 하지만 우월함만 보면 그것도 행복이라고 할 수 없어. 우월함이 행복이라면 끝끝내는 결코 행복이란 감정을 느끼지 못하거든. 인간이 아무리 지휘나 부유함을 지닌다고 해도 그것을 가지지 않는 자들보다 불행한 경우가 훨씬 많아. 그렇기 때문에 단지 우월함을 보면서 행복이란 감정을 설명하기에는 조금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한 번에 많은 말을 쏟아낸 렘은 숨이 찬 듯 시선을 밑으로 내리며 깊게 심호흡했다. 그리고는 다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두 친구들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행복이란 것은 딱히 뭔가에 비유하거나 대비하는 것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 같아. 그 누구도 이 문제에는 완벽한 답을 자신 있게 내밀 수 없을 거야. 하지만 봤지? 우리 가게의 이름은 ‘행복리필 카페’ 라는 것을. 우리는 행복이란 것을 잘 모르기 때문에 그들에게 행복이라는 것 자체를 심어주지 못해. 하지만, 행복을 한번 느껴본 사람은 다시 행복이란 감정을 느끼는 게 굉장히 쉬울 거야. 그래서 나는 우리가 그들의 행복을 다시 한 번 돌이켜 줄 수는 있을 거라고 생각해. 내가 생각한 방법은 인간의 오감을 모두 만족 시키는 거야. 아리아의 차는 후각과 미각을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어. 세자르의 능력은 시각을 만족시키는 데는 아주 훌륭한 능력이지. 그리고 내가 청각을 만족 시키며 적어도 오감 중 네 개는 만족 시킬 수 있게 돼. 물론 촉각이 남았지만, 도저히 촉각은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없었어. 하지만 이정도로도 충분해. 우리는 손님들에게 행복을 처음으로 느끼게 만드는 것이 아닌 리필을 해주는 거니까.”


“잠깐! 뭔가 이상해. 솔직히 우리 주위에 행복을 느끼지 않아본 사람 있어? 행복이란 감정은 굉장히 흔해. 손님들도 단지 카페라니까 차를 마시러오는 것 일뿐 네가 말한 그런 것을 생각하고 오지는 않을 거란 말이야.”


아리아가 탁자를 소리 나게 치며 반론을 제기했지만 렘은 고개를 저었다. 아리아는 자신의 의견에 동조해 달라는 눈초리로 옆에 앉아있는 세자르를 바라보았지만 그는 아직도 눈을 감은 채 렘의 이야기를 듣고만 있을 뿐이었다.


“행복이란 감정을 사람들은 잘못 이해하고 있어. 행복, 행복하다. 행복해. 그런 말을 자주 쓰기는 하지만 정말로 행복하다는 감정을 느낀 사람은 별로 없을걸. 보통 행복을 기쁨, 쾌락과 혼동하더군.”

  • 별바 2008.05.24 21:50
    프렘아. 잘쓰는데 뭘!

    계속 이 페이스대로 가자 ㅋ 건필!

    근데 언제 또 올라오냐
  • 옆뱀디럭스 2008.05.24 21:54
    진리는 카르페디엠... 계속 이 패이스로 가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