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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18 13:49

휴거 -그와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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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창한 날씨였다.
아니 적어도 내가 보기엔 화창했다.
눈부신 태양과 아름다운 새소리만 있으면 화창하다고 느낄 수 있을듯 싶었다.
눈부신 태양 아래서 코코아 한잔을 소리 없이 넘기며 책을 보고 있을 무렵...
햇살은 나를 비추고 있었지만 또다른 빛이 나를 비추고 있었다.
햇살은 아니었지만 햇살같이 따뜻했고 햇살은 아니지만 햇살보다 화창했던 그 빛을 아직도 난 머리에서 지우지 못한다.
나는 그를 그 화창한 점심 무렵에 처음 만났다.
그는 나의 얼굴을 한번 지그시 쳐다보더니 입을 뗐다.

"데리러 왔다."

 어째서 일까, 생전 모르는 사람이 나를 어디론가 데려가려고 왔는데 난 왠지모를 편안함을 느꼈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 의문을 제기했다.

"왜 저를 데려가야 합니까?"

그는 나를 만날때부터 웃고있던 얼굴에 다시 웃음을 덧칠하며 대답했다.

"이유가 필요한가?"

정확히 내가 그에게 이유를 물어본 목적은 무엇이었을까. 낯선자를 경계했다고 보기엔 나의 말투는 너무도 관대했다. 그의 웃음은 내 가슴에 스며들어 이미 나에게 그를 위해 차한잔을 대접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심어주고 있었다.

"자, 이제 가자."

그는 나를 데려가려고 했다. 나는 그가 날 어디로 데려가는지 몰랐다. 그래서, 그는 안심스러웠지만 무작정 따라나서려고는 하지 않았다.

"가야만 합니까?"

나는 의문을 다시 한번 제기했다. 제기하면서도 난 혹시 그가 짜증을 내지는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하지만 그의 미소는 한없이 상냥했다.

"가지 않을 이유는 무엇인가?"

나는 그 자리에서 곰곰히 이유를 생각했다. 이유...무엇이 있을까. 이리도 상냥한 그가 데려가는 곳이라면 어디든 따라가고 싶었다.
나는 고심끝에 대답했다.

"오늘은 날씨가 너무나 화창하군요. 이 코코아만 다 마시고 가면 안되겠습니까?"

그는 온화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내 머리를 한번 쓰다듬더니, 발소리 한번 내지 않고 내 집을 떠났다.
꿈은 아니었다. 난 잠에서 깨지 않았으니까.
그날, 그가 지었던 미소는 참 아름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