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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28 09:21

해바라기 2장 열병

조회 수 105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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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열병.


 


    그날 저녁 저녁상을 무른 락희의 부모님은 한가로이 저녁 드라마를 보고


 


락희는 건넛방에 저녁때를 놓친 벌로 저녁을 거른 채 일찍 잠이 들었다.


 


  한참 시간이 흐른 뒤 락희 아버지 강씨는 저녁도 못 먹은 채 잠이 든 아들이


 


걱정이 돼 몰래 저녁에 쩌 놓은 찐 고구마와 동치미 한 그릇을 떠서 드라마에 심


 


취한 박여사 몰래 건넛방 락희 방으로 거친 손으로 들고 들어 갔다.


 


  잠이 들었는지 뒤 돌아 곤히 잠든 락희를 깨우려 어깨를 들췄다.


 


  그 순간 자신의 손에 흥건히 묻어 나는 땀을 보며 깜짝 놀란 강씨는 락희를


 


흔들며 깨웠다.  아이는 이미 온몸에 열과 땀 범벅이 된지가 오랜지 자신의 손에


 


묻은 땀을 보며 얼른 안방에 tv에 심취한 박여사를 급히 불렀다.


 


이 보게 우리 희야가 이상하다


 


  아직도 TV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박여사는 쳐다보지도 않으며 대답만 한다.


 


와 예


 


다급한 강씨는 다시 박여사를 돌려 세우며 박여사의 손을 잡고 건넛방으로 끌고


 


간다.


 


와 그러는데여?


 


희야가 이상하다


 


네 저녁도 안먹어 고구마랑 동치미 한 대접 떠 건넛방에 왔는데 희야가 온통 땀


 


범벅에 열이 많다


 


다급한 강씨는 아내를 보며 말한다.


 


그말에 다급해진 박여사는 희야를 불러 세운다.


 


희야 너 와그러노?


 


희야는 아무 말도 못하고 가뿐 숨만 쉬고 있다.


 


...


 


강씨는 얼른 락희를 업고 박여사는 대충 락희 옷 몇 가지를 챙기고 읍내 보건소를


 


어두운 밤길을 후레쉬 하나 들고 달리기 시작했다.


 


박여사와 강씨는 아무 대답 없이 가쁘게 숨쉬는 락희를 부르며 대답이나 듣고자


 


계속 불렀다.


 


희야?


 


희야?


 


그러나 락희는 아무대답없이 가쁜 숨만 쉰다.


 


1시간을 밤길 야 시간을 거의 달리다 기피 뛴 강씨의 몸에도 온통 땀으로 젖어 있


 


었다.


 


  이윽고 도착한 보건소는 역시나 굳게 문이 닫혀 있다.


 


박여사는 문이 부서질 정도로 문을 두들겼다.


 


선생님 보이소


 


선생님 보이소


 


우리 아 다 죽습니다. 문 좀 열어 주이소


 


강씨도 흘러내려가는 락희를 들춰 업으며 같이 보건소 선생님을 불렀다.


 


선생님 문 좀 열어주시오


 


우리 아 다 죽습니더. 문 좀 열어 주이소


 


이번에는 강씨가 굳게 닫힌 문을 보며 애절하게 선생님을 불렀다.


 


시골 한적한 마을에 병원도 없고 겨우 보건소 하나 있지만, 서울에서 공부 많이 한


 


할아버지 선생님은 시골 사람들에게 전혀 거리낌 없이 잘 봐주곤 했다.


 


한참이 지난 후 누가 나오는 듯 불이 켜지고 미닫이 문을 열고 머리는 하얗고


 


키도 작은 노인은 자다 일어 났는지 파자마 차림으로 채 떠지지 않는 눈으로 문을


 


열었다.


 


뭔 일 있는가?


 


급해진 강씨는 채 열리지 않은 문을 비집고 업은 락희를 진료 침대에 내려 놓는다.


 


우리 아가 이상합니더


 


노인은 세세히 누워있는 남자아이를 쳐다보며 이리저리 진료를 하기 시작했다.


 


저녁도 안 먹어 뭐라도 먹이려 건넛방으로 갔는데 아가 힘없이 아가 이상합니더


 


강씨는 세세히 노인에게 저녁에 있던 일을 설명하고 있었다.


 


말도 못하고 이리 열나고 땀이 범벅으로 젖어 있지 않겠습니꺼


 


노인은 두꺼운 안경을 찾아 쓰고 누어 있는 아이를 한참을 본 후 입을 연다.


 


홍역에 감기 몸살까지 동반했구먼


 


그러고 보니 7살이 되도록 홍역은 없던 아이였다.


 


홍역은 죽어서도 한다는 말이 있어 언젠간 하겠지 생각했지만 이리 찾아 올 줄은


 


박여사는 몰랐다.


 


그럼 어찌하면 좋습니꺼?


 


맘 바쁜 박여사는 노인을 잡고 흔든다.


 


노인은 몇 가지 약과 물을 내주며 약을 박여사에게 건 냈다.


 


빈속에 먹어도 되니 일단 약 먹이고 옷은 벗기고 좀 재우는게 좋겠습니다


 


그러면 되겠습니꺼?


 


강씨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며 노인을 바라보았다.  박여사도 그제야 흐르는


 


눈물을 땀에 젖은 소매로 훔치며 뒤돌아서는 노인 등만 바라 보았다.


 


  얼마나 떨었나. 박여사는 그제야 흐르는 눈물을 닦고 강씨의 손을 잡으며


 


희야 이제 살았습니더…”


 


  박여사는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메몰 차게 저녁을 굶긴 자책에 고개를 들지


 


못했다.  마치 이렇게 도니 것이 마냥 자신의 잘못인 듯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런 박여사를 등을 포근히 두 팔로 감싸 안으며 강씨는 토닥거리며 조용히


 


말한다.


 


당신 잘못 아니다


 


내 보니 들어올 때 희야 옷 소매와 바지가 많이 젖어 있는걸 봤는데 해 저물다


 


보니 날이 쌀쌀해 고마 고뿔에 걸렸나 보다


 


거기에 홍역까지 앓다 보니 이렇게 된 것 같은데 너무 걱정하지 말고 우리 희야


 


내일이면 툭툭 털고 일어날끼다.


 


박여사는 강씨의 말을 듣고 꾹꾹 참으며 흐르던 눈물을 뒤돌아 강씨에 품에 안겨


 


안도의 한숨을 토여 내며 붓 물 터지 듯 펑펑 울기 시작했다.


 


강씨는 조용히 박여사의 등을 좀 전에 하던 것처럼 토닥토닥 두들겨 주었다.


 


그렇게 해는 저물고 조금씩 아침 해가 뜨는지 점점 창 밖으로 사파이어 불루 빛


 


처럼 밝아지고 있었다.


 


  강씨는 병실 간이 침대에 누워 잠이 들었고 박여사는 물수건으로 희야의 흐르는


 


땀을 밤새 잠도 자지 않고 닦아내었다.


 


  새벽녘이 되 서야 조금씩 열은 내리고 몸에서 여기 저기 붉은 반점이 나오기


 


시작했다.  희야 몸에서 열꽃이 피기 시작했다.


 


코를 골며 잠든 강씨를 흔들며 깨운다.  강씨는 무거운 눈을 뜨며 락희를 내려다


 


보았다.


 


  어제와는 사뭇 다른 쌕쌕 거이며 잠든 아들을 바라보니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강씨는 내심 박여사에게나 락희에게 표현은 안 했지만 늦게 결혼을 하고 늦은


 


결혼을 하고 늦은 나이게 얻은 귀한 아들이었다..말 그대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자식이었다.


 


  어릴 때는 그리도 잔병치레로 맘 고생을 하고 이름을 바꿔 부른 뒤로 그대로


 


건강히 자라준 귀한 아들 이였다. 혹 여라도 자식 자랑하면 팔불출 소리 들을까 봐


 


표현은 안 했지만 한해 건강히 커가는 모습을 보며 자신에게 자식이 있다는 안도감


 


과 사랑을 아내인 박여사에 조차 표현을 안 했지만 귀한 자식 이였다.


 


그런 아들이 이리도 아픈 모습을 보니 가슴이 에여 왔다. 저녁을 굶은 안쓰러움에 고


 


구마를 챙겨 작은 방에 들어간 순간 이미 정신을 놓아 훔뻑 젖은 아들의 모습에


 


거의 넋을 놓 듯 들고 들어간 고구마가 방안을 나뒹구르는 줄도 모르고 락희를 흔들


 


었다.  울고 있는 박여사를 보며 자신도 울고 싶었지만 그러면 아내 또한 더 힘들어


 


할까 봐 흐르는 눈물을 삼켰다. 그렇게 업고 숨이 턱까지 차오르지만 정신 없이


 


뛰었다.  자신의 다리는 허공을 디디는 것처럼 머리는 새 하얗게 변하고 다리에 힘도


 


풀렸다. 보건소에 도착했을 때 닫힌 문을 보니 막막했다. 이미 늦은 시간이 닫혔을


 


거라는 것은 알았지만 막상 닫힌 문을 보니 강씨의 마음도 닫힌 듯 막막했다.


 


흘러내리는 락희를 들춰 메며 있는 힘껏 문을 두들겼다.  나오는 노인을 보며 메달


 


리고 싶었다.  살려달라고 자신의 전부인 아들을 살려달라고. 


 


다행스런 노인의 말을 듣고 그제야 짇 누르던 어깨를 폈다.


 


우는 아내를 달래고 새벽녘이 되어 간이 침대에 누웠지만 쉬 잠이 오지 않았다.


 


아내는 자신의 자책감을 느끼며 밤새 잠도 이루지 못하고 물수건을 여러 번 빨면서


 


락희의 몸을 닦는 모습을 보니 아무래도 자신의 옆에 같이 있으면 더 자신을 힘들어


 


할 것 같아 간이 침대에 누워 조용히 두 눈을 감았다.


 


많이 지쳐 있는 강씨는 그저 눈만 감고 있으려 했으나 안도감에 갑자기 밀려오는


 


잠을 뿌리 칠 수 없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자신을 흔들어 깨우는 아내의 손길이 느껴진다.


 


무거운 눈을 떠보니 피곤해 지친 아내의 얼굴이 보였다.


 


언제 잠들었는지 밤새 간호한 아내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에 멋쩍게 머리를 긁는


 


강씨였다.


 


  락희는 열도 내리고 가뿐 숨이 이젠 새근새근 쉬 고르게 숨을 쉬며 잠이 들었다.


 


 

  • 발뭉 2008.03.03 16:51
    흐음.. 교과서에 나올법한 소설이...
  • 김미애 2008.03.07 08:49
    차후..교과서 이상을 기대해 주세여..ㅎㅎㅎ~(절대 교과서에 나오지 않을 법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