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바 라 기
작:rey
1장 소년 그리고 소녀
구름 한 점 없는 어느 가을날 조금은 쌀쌀한 바람이 이는 어느 늦은
오후 시냇가에 두 아이가 고사리 같은 손으로 송사리를 잡아보겠다고
조금은 제 나이에 비해 키가 작고 까무잡잡한 남자아이가 힘에 겨워 보
이는 바위를 힘겹게 보이는 바위를 들어 올리고 그 아이보다는 조금은
커 보이는 여자아이는 우유 빛처럼 뽀얀 얼굴에 홍조를 뛴 볼에 환한
미소를 보이며 까르르 웃는 모습이 너무나 천진난만해 보인다.
여자아이는 고사리 같은 손가락 사이로 이리저리 빠져나가는 송사리보
며 조금은 실망스러운 표정을 얼굴을 찡그리다 제 손에 잡히면 언제
그랬냐는 듯 까르르 웃어대고 있다. 그 옆에 남자아이는 수줍은 그 모
습을 훔쳐 보듯 힐끔 거리며 여자아이의 이랬다 저랬다 표정을 보며 그
모습이 너무 좋아 제 힘에 겨운 바위들을 이리저리 들춰본다.
“설희야 네 송사리가 그렇게 좋노?”
“어야. 좋다”
설희가 웃는다.
“내 송사리 잡아다 울 할베 줄끼다”
설희는 물고기 잡아다 할아버지 갖다 드리면 얼마나 기뻐하시는 줄 알
기에 더 많이 잡고 싶은 마음에 해가 점점 기우는 줄도 모르고 송사리
잡기에 여념이 없다.
락희는 이미 바지와 소매가 젖은 상태에 가을날씨에 해가 기울어 바람
도 점점 차가워지기 시작해 이미 한기를 느낀 지 오래였다.
하지만 설희에 마냥 웃고 있는 모습이 너무 좋아 집에서 부모님이 기다
리시고 가면 분명 회초리 맞을 생각에 등골이 서늘하지만 설희의 얼굴
을 보면 차마 그말이 입에서만 맴돌고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설희의 들통이 어느 정도 채워질 때쯤 설희가 남자아이를 부른다.
“희야 네 어무이가 부른는가보다”
동네 어귀를 떠나갈 듯 락희를 찾는 우렁찬 엄마의 목소리가 들른다.
저녁때를 놓치면 어김없이 저녁을 굶겨버리는 가차없는 락희의 어머님
이시다.
해는 이미 산 어귀를 넘어간 지 오래다 어둠이 동네 전체를 뒤덮고 있었다.
* 1년전 *
락희는 어릴 때 보통 남자아이들 보다 체구도 작았지만 그만큼 잔병
치레도 많았다.
감기는 늘 달고 있었고 열병으로 홍역으로 남 들다 넘어가는 병도 락
희는 늘 힘겹게 명을 유지를 한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쇠약해져 가고
있었다. 어느 날 한 소님이 대문 밖에서 물 한 모금 동냥 할 수 있냐는
말에 락희 어머니는 얼른 물을 떠다 스님께 드렸다.
“넌 몇 살이니?”
한참 후 수줍은 듯 입을 연다.
“5살인데예…..”
제 나이에 비해 체구도 작았지만 목소리마저도 기운이 없는 듯 기운이
없는 듯 드릴 듯 말 듯 대답하는 락희였다.
“넌 이름이 뭐니?
또 한참 후에 락희가 입을연다.
“강락희라예…..”
스님은 한참 동안 생각에 잠긴 듯 락희에 얼굴을 바라보얐다.
그리곤 한숨을 내쉬고는 그 아이의 어미에게 말을 전했다.
“아이에 이름은 제 아이의 어깨를 누르는군요….”
“20살 성인이 될 때 까지는 집에서만이라도 락을 빼고 부르시는 게 저
아이에게 좋을 듯 합니다.”
제 어미가 이상한 듯 되물었다.
“와 멀쩡한 이름을 바꾸라 한단 말입니꺼?
스님이 환한 미소로 제 어미에게 조근조근 설명 하는 게 좋을 듯 싶어 자세하게 말을 전한다.
“락이 돌림자이기는 하나 제 아이를 힘들게 하는군요. 혹 잔병치레가
많지 않습니까?”
“네 그렇기는한데예…”
“계속 그리 부르는 건 아니고 제 아이 성인이 될 때 까지만 하면 무사
히 20살을 넘기고 그 이후에는 제 이름대로 불러도 될 듯 합니다.?
그러고 보니 락희가 태어날 때부터 자고 까무잡잡한 게 많이 힘겨워했
다.
5년을 사는 동안 한해 보내기가 제 아비와 볼 때도 힘들었다.
몇 고비를 넘기며 지금 까지 살아줘서 고맙게 생각하고 있었다.
“네 스님 말 함 믿어 보겠습니더…”
“고맙습니데이..스님”
“별말씀을요 목마른 땡중에게 이리 시원한 물 한 모금 주셨는데 제가 더 감사하죠”
스님은 눈가에 주름이 잡힐 정도로 환히 웃으며 호탕하게 웃고 있었다.
그리곤 짐 꾸러미 주섬주섬 어깨에 들춰 메곤 곧 자신 갈 길을 아는 듯
터벅터벅 가고 있었다.
그날 이후로 락희는 집에서 희야 라고 불리게 되었다.
* * *
락희의 어미가 한 손에는 이미 어디서 구했는지 한 손에는 회초리를
들고 종종걸음으로 락희를 찾아 온 동네를 헤매고 있던 중 동네 입구에
서 윗집에 사는 설희와 함께 걸어 오는 게 눈에 보이자 종종걸음은 점
점 더 빨라지기 시작했다.
“희야 네 어디갔다오노?”
“해 떨어진지가 언젠데 네 저녁밥은 없는 줄 알아라이”
윽…..결국 예상대로 오늘 저녁밥도 없다. 그리곤 어느새 표정이 바뀌
어 옆에 있던 설희를 보며 환희 웃으며 락희의 어머니가 설희를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을 전한다.
“설희야 네 어디갔다오노 네 할베가 네를 얼메나 찾아느지 아나?”
“저녁은 먹었는가?”
“아니요 아직….”
설희는 말을 흐렸다. 할아버지께 어죽이라도 해드릴라고 많이 잡으려
다 그만 할아버지 배고파 하실 텐데 걱정이 앞선다.
“네 할베는 걱정말거라”
“이 아주메가 저녁밥 챙겨드리고 왔다”
그러자 설희의 하얀 얼굴이 뉘웃 해지는 밤하늘을 환히 비추 듯 밝게
웃고 있다.
그런 설희를 안쓰러운 듯 사랑스럽게 바라본다.
“참말이예?”
“하모. 걱정하지말고 네 밥도 집에 챙겨 놨으니 퍼뜩가서 챙겨 묵으
라.”
“고맙습니데이”
설희가 웃는다.
“오야”
설희는 작년에 락희 6살 되던 해에 비어있던 윗집에 허름한 집에 할아
버지와 손녀 설희가 이사를 왔다.
할아버지 말씀으로는 아들과 며느리가 사고로 같은 날 저 세상으로 보
내어 자식놈이 남겨 놓은 어여쁜 손녀만 남겨 놓고 가슴에 묻었다고 한
다.
제 부모가 없어도 늘 천진난만한 미소로 지 할아버지가 유일한 혈육을
제 나이에 아는지 극 진이도 할아버지를 챙기는 모습이 너무도 예뻐 보
였다.
박여사 입장으로도 숙기 없는 머슴아 하나 키우다 작년에 이사온 설희
가 마치 친딸처럼 예뻐 늘 안쓰러워하면서 박여사는 설희를 친딸처럼
어여삐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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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습니다.
전체적으로는 간결체이신데 비해 처음의 문장이 유난히 긴 건 의도하신건지 아닌지 잘 모르겠네요.
문장이 길수록 문장호응을 맞추는 것은 어려워지겠지요. 전체적으로 몰입도는 좋았습니다. :)
즐거운 마음으로 다음편 기다리겠습니다 '~'
레카에서 보기 드믈다면 드믄 흠...... 순수 문학이네요. 맞나?
앞으로 건필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