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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2006.12.11 12:19

현마대전(現魔大戰) - 1

조회 수 214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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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광(爻珖)은 종남파의 제자였다. 제자라고는 하지만 재능이 없어서 무기명제자로 머물 뿐, 종남파의 진산절기를 이어받지는 못했다. 그가 오늘날 나이 스물 다섯에 이르도록 배운 것은 가장 기본적인 장괘장권구식과 천하삼십육검에 불과했다.


" 후우."


효광이 자기 방으로 들어온 것은 축시가 넘어서였다. 새벽이 다 되도록 연무장에서 뻔질나게 검을 휘둘렀다. 하루에 먹고자는 걸 빼고서 최소한 여섯 시진은 검결(劍結)과 검로(劍路)를 연습한다. 하지만 남는 것은 땀과 피로에 절은 육신 뿐...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고 있었다.


" ......"


멀거니 주먹을 바라본다. 땀과 피가 맺힌 주먹이다.


손가락을 펴 본다. 하루도 검을 놓지 않아 우둘투둘한 손가락이 눈에 들어왔다. 열두살 때 처음 입문했을 때 모르고 예기(銳氣)에 베여 생긴 상처가 보였다. 그는 이 손과 함께 이십오 년을 살아왔다. 효광은 헛웃음을 흘렸다.


" 나는, 게으름 피우지 않았다... 나는, 주색잡기를 가까이 하지 않았다..."


심장이 갈가리 찢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종남파의 엄격한 규율 열 세 가지. 십삼율계(十三律誡)를 계속해서 되뇌었지만 여지껏 단 한 가지도 어긴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진산제자가 되지 못했다.


차앙!


효광은 검을 뽑았다. 이 검 또한 육 년 전에 처음으로 진검을 받는 수검식(受劍式)에서 받고서 하루도 손질을 게을리하지 않고 분신처럼 가지고 다녔다. 그러나 푸른 검의 날에 비친 그의 얼굴은 이그러져서 형체조차 찾을 수 없었다.


" ... 허무하다."


효광은 고개를 절레 저었다. 아무리 노력하고 衫層拉캔?바꿀 수 없는 현실이, 그리고 현재 자신이 가지고 있는 치졸한 감정이 허무할 뿐이었다. 멍하니 새벽 하늘을 바라보고 있던 효광은 걸음을 옮겨서 그의 모옥에서 나갔다.



새벽의 달이 시리도록 부셨다. 붉은 빛의 달은 눈에 습기가 차게 했다. 그랬다. 지금 효광이 눈물을 흘리는 것이 아니었다. 단지 붉은 달의 빛이 너무 부셔서 잠시 물기가 흘러내린 것에 지나지 않았다. 효광은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다.


목이 아팠다. 어째서 목이 아픈 걸까. 단지 눈이 아플 뿐인데 왜 목도 아픈가. 목 아래의 어딘가에서 억눌린 신음성이 새어나온다. 사실은 소리지르고 싶은 게 아닐까? 어째서 난 이렇게 못난 거냐고, 어긴 것 없이 열심히 살아왔는데도 이렇게 힘드냐고 세상을 향해 분노를 쥐어짜고 싶은 게 아닐까?


효광은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 ... 겁다... 뜨겁다..."



심장이


너무 뜨겁다.



















가끔씩은 세상에서 믿을 수 없는 일이란 게 일어난다. 그리고 내게 일어난 것도 그런 종류의 일이었다.

- 후일 검마(劍魔)로 불린 효광(爻珖)의 일대기 중


























" 힘을 원하는가?"


" ......."


무슨 소리인지 알 수가 없었다. 효광은 멍하니 서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가 목소리가 들렸을 때까지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그 목소리가 자신에게 말을 걸고 있다는 것이었다.

효광은 몸을 돌렸다. 그 곳에는 백의를 입은 슬픈 눈의 청년이 서 있었다. 그는 가히 송옥 반안과 비교할 수 있을 정도의 외모와 기품을 지니고 있었다. 허리춤에 찬 한 자루의 도에서는 은은한 붉은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다. 효광은 본능적으로 그가 자신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고수라는 것을 느꼈다. 자연히 조심스레 말이 나왔다.


" 당신은 누구요? 어떻게 이 종남산에..."


" 종남파의 경계가 뚫린 것은 오늘만이 아니지. 오 년 전 마황(魔皇) 신가량이 잠입할 때도 그가 일부러 전언을 남길 때까지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다."


" ... 무슨..."


효광은 청년이 하는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오 년 전이라면 수검식을 끝내고서 검술수련에 한창이었을 때였다. 그런데 얼마 전 신강의 천년마교의 주인이 된 마황이 종남파에 침입했다니? 그런 말은 보지도 듣지도 못했다.

왜인지 심사가 꼬인 효광은 툭 내뱉았다.



" 꼭 귀하가 마황 같은 초고수인 것처럼 말을 하는구려."


" 글쎄... 그와는 사정이 있어서 싸울수가 없지만 만에 하나 그런 일이 생긴다면 아마 좋은 승부가 될 것이다."


" ........"



기가 막혔다. 마황이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 그는 정파의 십삼대 고수 이상의 초절정고수로 인정받았다. 화경의 경지에 이미 이르러있다고 알려진 마황의 실력은 일개 문파를 혼자서 멸망시킬 정도였다. 그런데 눈 앞의 백의청년은 그와 승부를 낼 수 있다고 감히 말하는 것이다!


' 미친 놈이군.'


효광이 눈앞의 청년을 미친 자로 단정하고 있을 때 백의청년은 물끄러미 효광의 허리춤을 바라보았다.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청강장검이었다. 하지만 곧 청년이 생각하는 대로라면 십 년 이내에 효광의 청강장검은 천하에 그 위명을 떨칠 것이었다. 청년은 품 속에서 하나의 책을 꺼냈다.


부스럭.


표지에 [천지마검류(天地魔劍流)]라고 적혀 있었다. 효광은 그 표지를 보고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생전 보지도 듣지도 못한 검학(劍學)이었다. 마(魔)가 들어간 것으로 보아 마도(魔道)의 절학 같았다. 청년은 그 검보(劍譜)를 효광에게 내밀었다.


" 이건 그대의 것이다."


" ... 고맙지만. 본인은 종남파의 제자로써 십삼율계를 어길 수 없소."


" 십삼율계라는 게 뭐지?"


" 타 문파의 절학을 존장의 허락 없이 함부로 받지 않는 것이오."


" ... 큭크큭."


백의청년은 순간 웃음을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말도 되지 않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세상에서 그만이 알고 있었지만 효광이 한 말은 진실을 알고 있는 자에게는 그 무엇보다 우스운 소리였다.


백의청년이 웃는 것을 보고 효광은 기분이 나빠졌다. 그래서 인상을 찡그렸다.


" 왜 웃소? 내가 실력이 미천하다 하여 그런 걸 받지 않는 것을 되지도 않는 똥고집이라 생각해서요?"


" 아, 아니다."


" 참고로 난 이날 이때까지 검을 휘둘러오면서 단 한번도 종남파 이외의 절학을 익히려 한 적이 없소. 난 삼류고수가 되든 일류고수가 되든 종남파의 검학으로만 대성할 것이오! 귀하의 성의는 고맙지만..."


" ... 푸, 푸하하하하핫!!!"



마침내 백의청년은 자제력을 잃어버렸다. 고생이 많아서 웃음을 잃은 적도 있었지만 그는 원래 호쾌하고 밝은 성격이었다. 효광이 한 말이 그의 웃음보를 쥐어짠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그의 동생이라면 다를지도 몰랐지만. 백의청년은 끅끅 배를 잡으면서 겨우 말했다.


" 난 말했다. 이건 그대의 것이라고. 그 말은 이 것이 내 것이었던 적은 한번도 없었다는 말이다."


" ... 뭐?"


" 하하하. 그대 덕에 오랜만에 웃어보았다. 이것은 천하에서 그대 이외에 누구도 소유할 자격이 없다. 왜냐하면 이것이야말로 어떤 의미에서는 진정한 종남파의 검학이며 또한 그대 가문의 진신절기이기 때문이지."


" .......!!"


효광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천지마검류라는 게 자신의 가문의 무공이라고? 효광은 어렸을 적에 부모를 잃고 종남파의 장로 손에 이끌려 종남파에 입문했다. 아득하게 기억도 나지 않는 부모의 내력. 눈 앞의 청년은 자신에 대해서 무언가 중요한 것을 아는 것이 틀림없었다. 효광은 급히 달라붙었다.



" 무, 무슨 말이오. 자세히 설명을 좀..."


" 아아. 얼마든지 해 주지... 월안신곡(月眼神哭)의 후예에게 이런 설명까지 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 음. 그건 또 무슨?"


백의청년은 굳은 표정을 풀고 씨익 웃었다. 그는 곁에 있던 바위에 걸터앉고는 동이 터 오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는 문득 생각했다. 그의 동생이 늘 하던... 그리고 그에게 남긴 마지막 말.

' 형. 나는 낙일(落日)보다 일출(日出)이 좋아.'


" ......."


" ........"


" ... 아, 잠깐 정신을 팔았군."


" 할 말이 있으면 빨리 해 주시오."


" 역사가... 그리고 동방의 문명이 동터오던 시절. 거대한 대전(大戰)이 있었다. 그것은 서방에 현신한 신의 화신(化身)을 맞아서 동방의 단(檀)의 군주와 황제(皇帝)가 힘을 합쳐서 싸웠던 고금이래 다시 없을 초유의 대전이었다. 지금은 탁록의 대전이라고 부르는 것이지."



순간 효광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되어버렸다. 난데없이 탁록의 대전이라는 말이 나오고 신이란 말이 나오니까 그의 상식세계를 벗어나 버린 것이다. 고개를 갸우뚱거리던말던 청년은 말을 계속했다.



" 그 대전은 동방의 단의 군주가 스스로와 삼사(三師)의 힘을 세계수에 봉함으로써 동방의 승리로 끝이 났다. 그러나, 신(神)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그의 아들이라 불리던 존재를 현신시키고 펜타곤(Pentagon, 오망성(五望星))이라 불리는 대주술사들을 만들어 내었다."


" ........"


" 그 결과, 신은 동방의 윤회맥(輪回脈)을 지배하고 모든 생명과 세계를 재창조할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은 모든 것이 멸망하고 새로운 우주의 겨울이 찾아온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신에 맞서서 싸운 것은...그리고 쓰러뜨린 것은 단 한 명의 주술사. 창령왕(蒼靈王)이라 불리던 그는 세계를 재창조하여 우주의 운명을 구했다."


" 자, 잠깐잠깐! 나 지금 당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는데."


" ... 아. 좀 어려울수도 있겠군. 그럼 좀 쉽게 풀어주지. 나는 그 창령왕이 과거에 실수한 것을 바로잡기 위해서 [여기]로 왔다. 그대가 그 대표적인 실수 중의 한 가지이지."


" 내가, 실수라고?"







  • 반딧불~* 2006.12.17 17:00
    중간에 - ¨아무리 노력하고 衫層拉캔?¨ - 이건 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