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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2007.12.01 00:16

메조 포르테 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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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조... 피아노?”


내가 얼떨떨한 표정을 하며 묻자 라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안됩니다.”


피아니시시모의 매력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던 중 선생님의 말을 듣고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러자 라이는 아깝다는 표정을 노골적으로 지으며 혀를 찼다.


“그럼 내가 들려주지. 진정한 연주를.”


라이는 그 자리에서 바이올린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쏠려져 있는 것을 보며 싱긋 웃었다.


“이번에 시아왕자가 완쾌한 기념으로 연주라는 선물을 드릴까 합니다.”


그의 말에 모든 귀족들 및 시종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그들 또한 라이왕자가 얼마나 훌륭한 바이올리스트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라이왕자가 목에 걸려있던 포르티시시모목걸이를 주머니에 집어넣고는 피아니시시모목걸이를 걸었다. 갑자기 그의 목걸이에서 잠깐이지만 금빛 빛이 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가 활을 서서히 움직여서 음이 온 파티장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너무나도 빠른 멜로디, 예측할수 없는 음의 높낮이. 그리고.... 슬픔.


파티장에서 음악을 듣고 있던 사람들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가슴이 미어질정도로 아파와서 눈물을 흘리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다. 고개를 돌려보니 선생님도 애써 얼굴을 가리고 있었지만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있음은 너무나도 쉽게 알 수 있었다.


“이정도면 됬겠지?”


자신의 성과를 돌아보며 라이왕자가 자랑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그러나 나는 대답하지 않고 그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그의 손에서 바이올린을 뺏어 들었다.


“무슨 짓이야!”


“당신도 저에게 음악을 들려주셨으니 당연히 보답을 해야하지 않겠습니까?”


나도 그가 했던것처럼 메조 피아노 목걸이를 목에 걸었다. 이유는 없었다. 단지 그렇게 하고 싶었을뿐.


나는 메조 피아노의 펜던트가 금빛으로 잠시 빛나는것을 보고는 활을 들어 바이올린에 얹었다. 그리고는 느리게 밑으로 그었다. 내가 듣기에도 어딘가 따뜻한 음.


그나마 기억하고 있던 곡. 선생님이 작곡한 하늘의 항해.


느리지만 강하게 활을 다시 위로 그어올렸다. 예전에 선생님이 보여줬던 것처럼 연주하고 싶었다.


서서히 빠르게... 빠르게.....


나는 나에게 스스로 최면을 걸고 있었다. 나는 할수 있다고, 충분한 재능이 있다고.


그때 나의 목걸이가 다시 한번 빛났다. 그것과 동시에 파티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졸린것처럼 눈을 감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새겨지고 내가 곡을 모두 끝마칠 때까지 그 미소는 그들에게서 떠나지 않았다.


“저기.... 괜찮아요?”


내가 걱정스러운듯 묻자 모든 사람들이 놀란 얼굴로 눈을 뜨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서로 본것을 이야기 하며 놀라운듯이 소리치기 시작했다.


“정말, 정말 아름다운 곡이었습니다.”


선생님이 나에게 와서 말했다. 그말에 나는 장난기가 발동했다.


“당연하지요. 이곡은 정말로 훌륭한 분이 직접 만드신 거니까요.”


“장난을 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정말로 훌륭했습니다.”


나는 선생님의 시선이 메조 피아노 목걸이에 가있는 것을 보며 멋쩍게 웃었다.


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라이왕자를 돌아보았다. 그가 내 연주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었다. 하지만 언제 나갔는지 그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바이올린도 놓고 어디에 간거지?”


내가 아까 강제로 빼앗은 바이올린이 아직도 내 손안에 있었기에 이것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제가 가지고 있겠습니다.”


선생님이 자청하자 나는 얼른 바이올린을 넘겨주었다. 왠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꼭 자신의 주인을 닮은 것 같았다.


아니 이게 중요한게 아니였다. 모든 사람들의 눈이 나에게 쏠려 있었기에 나는 애써 크게 소리칠 수 밖에 없었다.


“파티를 계속 진행하세요!”


그러자 한쪽에서 연주를 중단하고 있던 몇몇 연주자들이 다시 느리고 품위있는 음악을 연주했고 귀족들 및 손님들은 먹고 즐기기 시작했다.


“축하드립니다. 왕자님.”


내가 메조 피아노에 대해 물으려고 선생님께 다가가려는 중에 나를 막는 여러명의 귀족들이 있었다. 그들은 제각기 선물을 하나씩 들고 있었는데, 왠지 불길한 느낌이 드는 것을 지울 수 없었다.


“엘리온 자작입니다. 준비한 선물입니다.”


“고, 고마워요.”


하지만 받은것을 다시 돌려줄 형편도 아니였기에 일단 뜯어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뜯어본후 나는 차라리 뜯지 않은 것이 훨씬 나았을 것이란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이게 뭡니까?”


“멀리 있는 나라에서 유행하는 음식이라고 합니다.”


음식을 상자에 담아와? 잠깐, 그게 중요한게 아니잖아!


“이거, 무슨 재료로 만든 거죠?”


“나비를 아십니까?”


갑자기 자작이 질문을 하자 나는 놀라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그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나비가 되기 바로 전 단계일때 요리한 것입니다.”


나비? 나비가 되기 전이라.... 전...... 번데기잖아.... 하하.... 난 또 뭐라고, 번데기로 만든거였어?


“장난 하십니까!”


내가 놀라 나도 모르게 상자를 던져버리자 자작은 그럴줄 알았다는 듯이 가볍게 그 상자를 잡았다.


“저는 단지 왕자님께서 피부가 푸석푸석해질 것을 염려해서 준비한 것입니다. 이것이 피부에 아주 좋다고 하거든요.”


“알겠습니다. 맛잇게 먹죠...”


내가 말하자 그는 만족한 듯이 나에게 상자를 건네고는 어디론가 가기 시작했다.


나는 이것을 절대로 먹지 않을 거다. 아니 못먹을 것이다. 어떻게 이런걸 먹으라고!


“자 이번에는 제 선물을 보실 차례입니다.”


“아닙니다. 제가 먼저 드리겠습니다.”


“아니, 제가.”




나는 두말 않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내방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계속하여 이곳에 머물고 있다간 내정신이 먼저 무너져 내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방에 들어가 문을 잠그고는 선생님이 준 편지를 꺼냈다. 무슨 내용이 들어있을까 잠시 상상하다가 차라리 빨리 보는게 나을 것 같아 편지봉투에서 편지를 꺼내들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수르트 제국의 아카데미, forzando(포르잔도) 의 교장선생입니다.


다름이 아니오라 여러 곳에 조예가 깊은 뛰어난 분들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12월14일 아카데미에서 입학시험이 실시될 예정이니 부디 많은 분들이 오셔서


자리를 빛내 주십시오. 시간은 상관없습니다. 12월 14일 까지 들어와서 시험을 보기만 하면 되는 거니까요.




P.S. 시험은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을 보여주시기만 하면 됩니다. 다만 시험은 열세살에 한해서 볼 수 있습니다. ]




“선생님이 말하는게 이거였어?”


나는 편지를 다 읽고는 침대에 누웠다. 이미 아버지의 허락도 받았다고 했다. 입학시험 날짜는 앞으로 이틀뒤, 준비하기에는 빠듯한 시간이다. 결국 하늘의 항해를 연주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았다.


“재밋을 것 같은데?”


나는 아까 시종들이 들고온 바이올린 케이스를 열어 활을 꺼냈다. 그리고는 주머니에서 송진을 꺼내 충분히 끈기를 머금을 때까지 문질러주기 시작했다.


바이올린에 활을 살짝 그어보자 가느다란 음이 흘러나왔다.


“선생님 바이올린 보다 좋아보여”


음이 생각보다 깨끗하게 나오자 나는 신이 나서 바이올린 이곳저곳을 살펴보았다.










이틀후 


어떻게 이틀이 지난지 모를 정도로 빠르게 지나갔다. 아침 일찍 텔레포트 게이트를 타고 수르트 제국을 향해 갈 예정이었기에 그리 바쁘게 움직이지 않아도 되었다.


“그래, 몸조심 하거라.”


“네, 다녀올게요.”


나는 한손에는 바이올린케이스를 다른 한손은 선생님의 손을 잡고는 아버지에게 인사를 해보였다. 그리고는 마지못해 나와있는 것 같아 보이는 형과 피넬리아가 시야에 들어왔다.


“다녀올게 형, 그리고 피넬리아.”


“잘.... 다녀와라.”


피넬리아에게서는 대답이 들려오지 않았다. 뭐, 대답을 기대하고 인사한것이 아니였기에 나는 그대로 몸을 돌려 텔레포트 게이트속으로 들어갔다.


흰빛이 내몸을 감싸기 시작했고 그 빛에 못이겨 나는 눈을 감을 수 밖에 없었다.


잠시후 다시 눈을 뜨자 너무나도 다른 모습이 내 눈 앞에 나타났다.


지금 까지 볼 수 없었던 왕궁 밖의 모습을 이렇게 보게 되자 굉장히 기분이 좋았다.


“수르트 제국에 도착하신 것을 환영합니다. 왕자님.”


“네에~”


나는 선생님의 말을 이어 받았고 내옆에서 호위를 담당하던 프로이든은 애써 웃음을 참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럼 빨리 시험장으로 가는게 좋겠어요.”


“급할 게 없을 텐데요?”


선생님이 궁금하다는 듯이 묻자 나는 싱긋 웃으면서 대답했다.


“다른사람들이 하는걸 보면 재밋을것 같아서요.”
그말을 마지막으로 나는 선생님이 가리키고 있는 방향을 향해 냅다 뛰기 시작했고 선생님과 프로이든이 내 뒤를 달려오는 것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잘 부탁해, 수르트제국. 꽤 오래 있을 테니까 친하게 지내자구.”


나는 숨가쁘게 뛰며 중얼 거렸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목걸이를 꺼냈다.


“너도 부탁해, 메조 피아노.”


목에서 메조포르테 목걸이를 푼다음, 메조 피아노 목걸이를 걸었다. 예전 처럼


잠시 금빛으로 빛났고 나는 그것을 한번 손으로 쓸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