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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2007.11.27 23:25

메조 포르테 1화

조회 수 331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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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짓기가 귀찮아서 그냥 시아를 썻습니다 양해를 구합니다

“클라이멘.”


“예?”


내 옆에서 탁자를 닦던 시녀 클라이멘이 나를 돌아보았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외모에 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금발. 차라리 그녀가 나보다 훨씬 왕족의 자리에 알맞다고 생각한다.


부담스럽다. 왕족이란 자리는.


혐오스럽다. 가장 높은 신분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힘도 가지지 못한 나 자신이.


“힘들어 보이세요.”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힘들었지......


내 얼굴에서 뭔가를 읽었는지 클라이멘은 쾌할하게 웃으며 나를 위로했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저렇게 밝게 웃는 모습을 보니 질투가 생기는 이유는. 나는 차라리 하인이 되어 저렇게 행복하게 살고 싶다. 그것이 마음에 편하니까....


“아참!‘


클라이멘이 소리나게 손뼉을 쳤다. 나는 눈을 애써 뜨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배시시 웃으며 나에게 말했다.


“카일라르 왕자님께서 점심을 같이 드시자고 하셨습니다. 피넬리아 공주님도 함께요.”


그녀의 말에 나는 얼굴을 찌푸릴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나에게 선택권이란 없었다. 나는 느리게 의자에서 일어나 방문을 향해 걸어갔다.


“아프다고 전해드릴까요?”


“아니. 괜찮아.”


나는 혼미해지는 정신을 추스르며 방을 나섰다. 수많은 계단들이 내 시선을 더욱더 어지럽혔다. 혹시나 넘어질수도 있다는 마음에 계단 난간을 잡고는 한계단 한계단 조심스럽게 내려가기 시작했다.








가까스로 점심시간에 맞춰 카일라르형의 방에 도착했다. 좋지 않은 몸으로 달리기 까지 하다보니 자연히 숨이 가빠졌고 눈앞도 흐릿해 지는것 같았다. 잠시 숨을 고른다음 신중히 형의 방문을 열었다. 이미 형과 여동생 피넬리아는 식사를 하고 있었다.


“아아 왔어?”


“죄송합니다.”


그나마 형은 나에게 아는척이라도 했지만 피넬리아는 나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하지만 항상 있었던 일인 터라 나는 내 자리인듯한 의자에 앉았다. 그러자 형이 먼저 나에게 말을 꺼냈다.


“몸은 괜찮아?”


“예”


그래도 형밖에 없다는 생각에 나는 얼굴에 조금이나마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때 피넬리아가 스테이크를 썰고있던 나이프와 포크를 소리나게 식탁위로 내려놓으며 말했다. 


“저런 얼굴만 반반한 병신을 왜 오라고 한거야?”‘


“피넬리아 말이 너무 심하잖아.”


형이 나를 감싸주는 듯했으나 그의 얼굴에는 이미 웃음기가 서려있었다.


그래. 나는 그런 존재니까.


이제는 너무나도 적응이되 화도나지 않는다. 다만 왜 나 같은 피조물을 만든 신에게 원망할 뿐이였다. 내가 이런 취급을 받은지 꽤 시간이 지났다.


예전에 형이 10살 그러니까 내가 7살이 되었을 무렵 축제가 벌어졌었다.


그 축제는 왕의 자식들이 어떠한 재능을 가지고 있는지 판별하고는 축하하는 의식이였는데


예부터 내려오는 바위를 만지면 모든 것이 끝난다. 바위에 손을대면 재능에 따라 바위의 형태가 바뀌는데 다시 손을 떼면 원상태로 돌아온다.


그때 형이 손을 댔을때는 바위가 두쪽으로 갈라졌었다. 그것은 검에대한 조예가 깊어질것이라 여겨 아버지와 신하들은 형을 대견한 모습으로 바라보았다. 피넬리아는 바위가 산산조각이나 부서져 버렸고 그것은 마법에 재능이 있다고 여겨 그녀에게 칭찬과 찬사가 끊이질 않았다. 하지만 내가 손을 댔을 때는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아버지는 크게 당황하셨고 신하들도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하였다.


그때부터 형과 피넬리아는 각각의 재능을 살려 왕궁의 세력을 넓혀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시간이 지날수록 몸이 아프고 병에 자주 시달렸다. 병에 걸리면 걸릴수록 어째서인지 체형은 외소해졌고 외모도 점점 더 나아지는 바람에 무도회에 가던 파티를 가던 한번은 나에게 춤 신청을 하는 남자들이 생겨났다.




“야, 너! 보기 싫으니까 가버려.”


피넬리아가 기분이 나쁜지 손가락으로 탁자를 소리나게 두드리며 나에게 말했고 나는 이럴줄 알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문쪽으로 걸어가 문고리를 잡자 카일라르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몸조심해라.”


나는 형의 말에 놀라 형을 바라보았고 피넬리아도 어이가 없었는지 형의 얼굴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그러자 형은 음산하게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아픈몸으로 돌아다니다가 아무도 모르는곳에서 죽을 수도 있잖아.”


“감사합니다.”


나는 애써 고개를 숙여 형에게 인사를 한후 문을 열고 방에서 나왔다. 몸이 아픈 탓인지 왕궁의 복도에 부는 작은 바람이 무척이나 시원하게 느껴졌다. 한참동안 시원함을 만끽하고 있을 무렵 낯이 익은 사람이 저앞에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프로이든! 이쪽으로 와주세요!”


내 호위기사들의 리더인 프로이든. 나는 도저히 내 방까지 돌아갈 수 없을 것 같았기에 그에게 나를 안고 가달라고 부탁했다.


“많이 아프신가 봅니다.”


“아, 아니에요”


“금방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프로이든은 나를 두팔로 단단히 안고는 내 방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주변에 있는 사물들이 무척 빠르게 뒤로 지나가기 시작했다. 시원한 바람도 내 얼굴을 한번 어루만저 주고는 가볍게 지나갔다. 그런 느낌이 너무나고 기분좋아 눈을 감고 만끽하고 있었을 무렵 프로이든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다왔습니다.”


“아... 고마워요.”


“그럼 전 가보겠습니다.”


프로이든은 몸을 돌려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몸은 괜찮으셨어요?”


클라이멘의 걱정스러운 말투에 나는 괜찮다는 듯이 오른손 팔을 들어보였다. 그리고는 창가에 앉아 밖을 바라보았다. 너무나도 밝은 햇살에 몸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정원을 산책하는 여러 귀족들. 그리고 귀족들의 자제들. 그들은 행복하겠지. 능력도 있고 높은 권력도 있을테니. 하지만 능력이 없는자가 권력을 가지고 있으면 그것은 쓰레기에 불과하다. 힘이 있어야 권력을 쥐고 있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나는 하늘로 시선을 돌렸다.


푸른 하늘위에 수놓은듯 날아가는 한 무리의 새들.


“나는 저 새들처럼 자유롭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