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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명 X - 15, 2050년 4월 29일, 현재 시각am 7 : 00 , 위치 : 프란츠 메디칼 강남지부, 기온 : 29'C, 날씨 : 맑음, 임무성공률 : (임무 없음), 임무실패율 : (임무 없음)]

-오늘 새벽 1시경 강남구 134번지에 위치한 중소기업사장 유지성씨의 집에서 일어난 폭탄 테러에 의해서 일가족 대부분이 사망했습니다. 생존자는 유가족 중 유일하게 유현청 군(19세)뿐이며 구출당시 불가사의하게도 상처하나 없는 양호한 상태였습니다.  
현재 병원에서 치료.........

약간 회색 빛이 감도는 병실에는 조용한 침묵만이 깔려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안 그래도 삭막한 분위기의 병실 안의 분위기가 더욱 침체되었지만 개방된 블라인드 사이로 들어오는 태양 빛이 조금은 방안의 분위기를 밝게 해주도록 유도해 주었다.
깨끗한 꽃 한 다발이 말끔히 꽂혀져 있는 꽃병이 창가에 놓여져 있었고 그 옆에 배치된 침대에는 위에서 아래로 무언가가 길게 불쑥 튀어나와 있었다.
침대의 매트릭스와 이불을 땀으로 흠뻑 적시게 한 사람은 편안치 못한 듯이 두 눈을 볼썽 사납게 꿈틀거리면서 두 입술 사이에서 희미한 신음소리를 연신 내뱉어 내었다.
그러면서 간간이 몇 마디 중얼거리는 그 사람은 계속 뇌의 환상이 보여주는 악몽을 테이프를 되감기 한 다음 다시 재생하듯이 같은 구간을 연속적으로 되풀이하였다.

"으...으음...... 엄마...... 도망가...... 아빠....."

헛소리처럼 무심결에 지껄이는 한마디 한마디의 단어는 개미 지나가는 소리만큼이나 작았다.
미간을 찌푸리며 괴로워하던 그는 천천히 수마의 나락에서 기어 나오고 있었다.
천근만근같은 눈꺼풀을 들어올린 그는 어지러운 정신을 천천히 정리해 나갔다.

".....어..엄마! 아빠!"
"...일어났군......"
"으응?"

깨어나자마자 자신을 반긴 건 검은색 코트를 입고 창밖에 풍경을 싸늘한 시선으로 내려보고 있는 무윤의 뒷모습이었다.
포니 테일로 깔끔하게 장발을 한 대 묶어 넘긴 그는 시선도 움직이지 않은 체로 현청에게 말했다.

"...한가지 묻도록 하지....... 어제 흡혈귀들에게 물리지 않았어?"
"넌 누구야!"
"다시 한번 묻도록 할게...... 어디 물린데 없어?"
"도대체 넌 누구야! 흡혈귀는 또 뭐고!..... 너희들의 정체가 뭐냐구!"
철컥

시끄러움을 잠재우려고 하는 건지 아니면 자신의 질문에 답하지 않는 것에 짜증난 건지. 그것도 아니라면 현청의 질문에 절대로 대답할 수 없어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현청을 겨눈 무윤의 싸늘한 데저트 이글의 총구에선 아침햇살에 반사되어 찬란하게 보였다.
선글라스에 가려진 무윤의 무표정한 얼굴은 현청을 내려다보고 있었고 그 싸늘한 기세에 억눌리지 않고 가증스럽다는 듯이 노려보는 현청의 두 눈도 활활 타오르는 듯이 강렬한 기세였다.

"이 총치워!"
".....어제의 일은.....미안해. 하지만....지금은 너의 그 질문에 대답할 수 없구나.. 유감이지만!"
"..........."

다시 창 밖으로 시선을 돌린 무윤은 창가에 접근해 가서는 그것에 걸터 앉았다.
아직 새벽의 차가운 기운이 가시지 않는 거리였고, 해가 완전히 뜨지 않아서 병원 빛으로 비춰지는 거리는 짙은 푸른색으로 전부 도색되어 있었다.
그중 몇몇이 태양 빛에 노출되어 본래의 색에서 아침햇살 특유의 찬란한 광채 때문에 조금은 다른 색으로 보였다.

"어두운 밤을 밀려나고 이제 다시 찬란한 아침이 시작되었다...... 어떻게 생각해 현청?"

그러나 현청은 그의 말을 전부 무시하고 있었다.
그런 그의 반응에 피식 웃은 무윤은 당당한 그의 태도에 가슴 저편에서 웃음기가 몰려오기 시작했다.

"후훗.... 무슨 생각하는 거지? 저승에 가서 널 기다리고 있는 부모님? 아니면....어제 그 흡혈귀들? 우리의 정체?"
"....날 내버려둬......"
"내버려두고 싶어도 그렇게 못해.....아마도..운명이 널 가만히 두질 않을 꺼야. 넌 분명히 빛과 어둠의 각각의 자식들의 운명을 결정지어줄 심판자니까..."

말을 다한 무윤은 다시 창 밖 풍경을 지켜봤다.
그리고 한참동안 답답한 침묵의 시간이 흘러갔다.
끝이 없는 허무의 나락과도 같은 이 시간... 회색의 병실에선 두 명의 남자가 아무런 말도 없이 수십 분을 가만히 있었다.
이젠 어느 정도 태양이 제법 공중에 떠 있었다.
서서히 거리에도 한 두 명씩 돌아다니기 시작하고 거리를 질주하는 차량도 이전보다 제법 늘어났다.
더 있을 수 있지만 뱀파이어 킬러의 직업상 매일 크고 작은 임무가 주어지기 때문에 시간은 이 이상 지체할 수 없는 무윤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명함을 내밀었다.

"아무튼... 퇴원하면 이곳으로 한번 와줄래? 자세한 이야기는 이곳에서 하자고."


[현재시각 am 7:40  위치 : (교전 중) 성북구 성북동 주택가]

"광혈염뢰파狂血炎雷破"
쿠쿠쿠쿵

부적을 사용하지 않은 채로 화염계열의 주술이 시선되었다.
그와 함께 정확히 3갈래에서 쇄도해 들어온 검기들은 어지러이 춤을 추며 흡혈귀들을 유린하였다.

쾅쾅쾅!

검폭劍爆!
검기 와 비슷하나 절단切斷이 아닌 폭멸爆滅을 행하는 검의 기운!
화염의 폭풍과 더불어 강력한 폭발을 일으킨 그 것은 수십 명이나 될법한 흡혈귀의 절반 이상을 간단하게 쓸어버렸다.
학살 당하는 쪽인 흡혈귀들 역시 마음을 단단히 먹고 전세계의 온갖 제식, 비제식 장비들로 중무장을 하고 나왔지만 그런 최첨단 중화기들은 서열 4위인 세인트 킬러 한류흔에게는 그저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고철덩어리와 다름이 없었다.
총기 같은 현대무기를 사용하지 않는 류흔은 특이하게도 사신四神들과 계약해서 소환하거나 그 힘을 간접적으로 이용할 수 있었고, 본인도 무예로만 따진다면 화경化境의 극에 이르렀다. 마법도 7클래스 마스터인 굉장한 수준이었다.
폭음이 지나간 자리를 보는 그는 약간의 미소를 머금은 표정으로 아직 폭발이 남기고 간 잔재인 희멀건 연기가 사라지지 않는 곳을 휙 둘러보곤 땅을 박차고 하늘로 뛰어 올랐다.
서열 1위인 천무윤처럼 창을 사용하는 그는 허공에서 공중제비를 몇 바퀴 돈 다음 옆의 담에 떨어지자 그것을 박차고 다시 허공으로 솟았다.
그러기까지의 시간은 너무나도 짧았고, 워낙에 날렵한 몸이라 폭발의 여파에 시야가 가리어져서 상대를 잘 볼 수 없었던 뱀파이어들은 상대가 있어야할 자리에 없자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헤이! 이쪽이야~"

머리 위에서 소리가 들려오자 그들은 일제히 시선을 하늘위로 바꿨다.

"펌블fumble.."

간단한 시동어를 끝으로 주변의 마나mana氣가 재배열되는 것과 동시에 흡혈귀들은 갑작스럽게 밀려오는 신경계의 균형을 방해하는 어떠한 힘에 의하여 대부분 그들이 들고 있던 무기들을 땅바닥에 떨어트렸다.

"화이어 볼fire ball!"

그를 중심으로 흐르던 주변의 마나 스트림mana stream은 다시 한번 인위적으로 움직이면서 균형을 이루고 있던 불에 관련된 원소들을 자극하여 허공에 커다란 불의 구를 생성하게 하였다.
간단한 형태의 공격 마법이긴 하지만 상당히 치명적인 공격마법인 화이어 볼에 의해 생성된 사람 머리 두 개를 합친 것 보다 더 큰불의 구는 4클래스 펌블에 의하여 기본무기를 떨어트린 무방비 상태가 된 흡혈귀 가운데로 빠르게 날아갔다.
계속해서 신법으로 자신이 있던 자리에서 다시 땅에 내려온 그는 이어서 진언眞言을 외우면서 팔을 흔들었다.

"악한 것을 제하는 정화의 바람이여, 내 의지가 임하고 있는 이곳에 한줄기의 광풍의 칼날이 되어 내 뜻을 거스르는 어리석은 존재를 파멸시킬 것을 명한다.........  광풍파각진狂風破却進"

주변의 기氣mana(기&마나 - 세상 어디서나 퍼져있는 초자연적인 에너지, 이를 동양에선 기氣 서양에선 마나mana라 부른다. 이 에너지가 세상의 자연력 지배한다.)가 다시 한번 재배열되었다.
류흔의 명령을 받은 마나들이 주변의 대기들을 제어하여 한순간에 광풍을 만들어 내어 진공의 상태로 잠시 류흔의 주변을 돌면서 끔찍한 비명을 질렀다.
화이어 볼의 여파에 의하여 일어난 혼란 때문에 주변의 마나를 느끼지 못했던 흡혈귀들은 순간 기분 나쁜 예기와 살기를 품은 그것들은 서서히 류흔의 주변을 떠나더니 순식간에 흡혈귀들을 덥쳐와 그들의 몸을 수십 갈래로 갈라버리곤 또다시 수십에서 수백 수백에서 수천으로 쉴새없이 절삭하고 자르고 분해했다.

"깍!"
"커컥!"

그 중 몇몇은 날카로움이 그지없는 진공이 폭풍이 덥쳐오기전에 공중으로 어기충소 하듯이 높이 도약했다.
땅을 박차고 높이 솟은 그들은 한눈에 들어오는 주변 환경을 둘러보며 탐색했다.
급히 도약하느라 아까 땅에 떨어트린 자신들의 주 무장을 미처 줍지 못하고 겨우 공격을 피한 흡혈귀는 이를 악물면서 등뒤에 찬 일본도를 빼내었다.
스케닝 고글scanning goggle을 낀 뱀파이어, 게르더는 일본도의 시퍼런 칼날을 바라보며 허벅지에서 LP-45SST(라이트닝 피어서 45 슈팅스타  프랑스군 제식 권총 미국의 슈팅스타사에서 설계/제작 했다. 45구경과 30구경버전이 있으며 싱글엑션용 권총이다.)를 꺼냈다.

"우라질.... 더러운 샤낭개 녀석........"
"적어도 피에 미친 녀석보다 낮지."
"뭐? 크악!"
쯔걱

어느새 그들의 위치보다 훨씬 위에서 나타난 뱀파이어 킬러 한류흔은 재빠르게 창을 휘두르며 게르더의 목을 배어버렸다.
단단하다면 웬만한 강화장갑의 내구력을 능가한다는 뱀파이어의 뼈와 살을 배어버려도 아무렇지도 않은 그 창을 머리 위에서 돌리는 그는 큰 보폭으로 좌에서 우로 크게 창을 휘둘렀다.
그와 함께 4명의 흡혈귀의 목이 배어짐과 동시에 순식간에 재로 화해버렸다.

"...좀 약한데?"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지으며 도망가는 마지막 한 명 살아남은 뱀파이어를 물끄러미 바라본 류흔은 슬며시 소형 석궁을 겨누었다. 그리곤 석궁의 방아쇠를 당기며 말했다. 이렇게.

"...의리 있게 살자 구....의리 있게........ 안 그래....친구?

"아아아악!"

정확히 목 한가운데를 관통 당한 실버 쿼렐을 잡으며 추락하는 흡혈귀를 보는 차가운 시선의 류흔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휴...... 죽어서 좋은데 가서 잘살아라~"

그 말을 끝으로 그가 잡고 있던 창의 칼날은 단조로운 노리개 부분부터 녹색 검기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종교 의식을 행하려는 사제처럼 천천히 그것을 머리 위로 치켜올린 그는 왠지 측은한 표정으로 추락하는 흡혈귀를 본 다음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아래로 내려그은 다음 다시 가로방향으로 휘둘러서 십자호선을 그린 류흔의 팔의 연장선은 허공에 그런 선을 그린다음 그 창에 맺혀진 나머지 검기들을 다시 기의 형태로 회수했다.
허탈한 표정으로 흡혈귀가 사라진 곳을 허무하다는 듯 눈길을 다른 곳으로 돌리지 않고 계속 내려본 그는 고개를 절래 절래 저었다.

'우엑!'

속으로 구역질을 하며 안 어울리는 자신의 행동을 깊이 생각하면서 지상에 내려온 그는 주변을 둘러보고 특별히 사람들에게 들킬 정도로 피해를 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했다.

"...휴~ 이봐 쑈 하는 건 좋은데 그건 너무...오버 아니냐?"

마침 자신의 어울리지도 않은 모습에 반성(?)하던 그는 그의 성질을 두드리는 목소리 한마디에 낮은 조소를 흘렸다.

"하아~ 그러셔? 그런 너는 얼마나 잘났냐? 천.무.윤!"
"...나야 뭐~ 잘 나가는 로맨티스트쯤으로 해둘까?"
"으윽.... 닥치시지.... 그런데 여기에 왜 있는 거냐? 너...."

덩치 큰 청년인(무려 198cm다.)류흔은 자신이 방금전까지 행한 엽기적인 짓거리에 딴지를 건 천무윤이라는 청년에게 말을 걸었다.
머리 가운데에 가르마를 내며 양옆으로 곧게 다듬은 윤기있는 머리채를 뒤로 쓸어넘긴 그는 목을 몇 번 흔들며 말했다.

"심심해서~ 그냥.... 농담 따먹기 할려고~"
'꽈직!'

이성이 끊기는 듯한 정신 속의 울림을 느낀 류흔은 야차野次의 그 흉측한 안면을 연상시킬 법하게 인상을 잔뜩 썼다.
그와 함께 그의 눈에서 발산된 살기殺氣는 주변을 공포의 도가니로 신속하게 몰아넣었고, 본능적으로 죽음의 공포를 느낀 새들 및 기타 동물들은 그 자리를 피해버렸다.
그런 살기와 더불어 수백배 강화된 그의 공포의 인상은 무윤조차 찔끔하게 할정도로 엄청난 기세였다.
무윤을 옆에서 노려본 류흔은 무슨 조직의 인상 나쁘고 성질 고약한 보스처럼 말했다.

"죽고 잡냐?"

애써 살인미소(?) 비슷한 것을 얼굴에 만들어 보인 무윤은 땀을 흘리며 겨우겨우 억지 웃음을 지었다.

"헤...헤헷. 야..야... 그렇다고 너무 과민반응하지 말라고.... 살기 걷어....그리고 니가 화낼게 뭐가 있냐? 니가 시간 내서 날 찾아온 것도 아닌데........ 실은 말이야. 둠 키에 관한 일인데....."
"뭔데?"

류흔은 흥미롭다는 시선으로 무윤을 봤다.
같이 골목을 빠져나가는 그들은 골목한쪽에 주차해둔 팰리버 FKS(포드사의 21세기형 스포츠카... 수소융합형식의 V12의 엔진을 달았다. 최대 300KM/시 까지 나가는 멋진 자동차.)에 탔다.
무윤은 텔레포트라는 기능이 있으니까 굳이 차가 필요 없겠지만.......
짙은 푸른색의 스포츠카의 조수석에 탄 무윤은 자신의 선글래스를 벗으며 말했다.

"...너의 도움이 필요해..."
부르릉....
부아아아

아침 일찍 요란한 소음을 내며 한 대의 고급스러운 스포츠카가 비릿한 혈향을 뿌리며 거리 저편으로 사라졌다.


[현재시각 am 10:45  위치 : 상양 신용 금고 (상록파(?)본부)]

뱀파이어와 뱀파이어 킬러, 슬레이어, 헌터간의 세계는 소위 혈월血月의 세계라고 한다. 핏빛 달 같은 피에 젖은 광기의 세계! 결코 양보도 타협도 없는 냉정의 세상에서 펼쳐지는 치열한 싸움의 목적은 인류로부터 위협이 되는 뱀파이어를 지켜내는 것이지만 그러기엔 혈월의 세계는 너무 낭만주의적이다.
진정으로 인류를 위해 싸우는 존재들은 뱀파이어 킬러 즉 VDE의 고도의 훈련을 받은 요원들 뿐.... 나머지 슬레이어와 헌터들은 흡혈귀의 피를 팔아 자신의 부를 축척 할 뿐이다.
오르지 돈! 돈! 돈!
만약 그 들 중에서 진정으로 인류를 위해 싸운다면 VDE의 지원을 받거나 돈이 썩어나서, 혹은 진짜 순수하기 때문이리. 이런 부류 외에도 간혹 자신들의 번영을 위하여 뱀파이어들과 손을 잡아 대거 밤의 주민의 일부가 되는 사람들도 있었다.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조직폭력배인 상록파가 그 예인데 2004년 인천 한 유흥가에서 일어난 이 조직폭력배는 세계 각국의 불법무기와 매춘업, 마약거래, 연예계 등으로 파고들어 상당한 자금을 챙긴 조직이다.
그러나 그들이 이렇게 까지 성장하는 대에는 다 흡혈귀 혈족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광수파에게 상납하는 관계이기도 하지만 광수파 역시 흡혈귀들에 의해 썩을대로 오염되어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상양 신용 금고라는 금융기관의 오너이자 상록파 보스인 김태형은 골프채로 열심히 퍼팅샷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마에서부터 머리 깊숙이 머리카락이 까졌고 눈가에 잔주름에 이마에 여러 겹 쳐져있는 전체적으로 전형적인 중년아저씨의 외모를 가진 김태형의 머릿속은 인간쓰레기들이 갖춰야할 모든 성깔을 골고루 갖춘 실로 진정한 조폭계의 군자(?)였다.

띠리리리릿

쾌적한 방안의 한쪽 벽의 중심에 배치된 검은색 윤기에 새겨진 문양이 고풍스럽게 느껴지는 책상의 한쪽에 있던 전화기에선 단순한 밸소리가 울려퍼졌다.
왠지 크게 들려오는 전화벨소리 때문에 순간 정신을 흐트린 김태형은 퍼팅샷을 잘못해서 이상한대로 굴러가게끔 했다.

"씨팔!"

굴러가는 공을 보며 대부분의 조폭들이 당연히 내뱆는 상소리를 지껄인 그는 몇마디 더 낮은 중얼거림으로 욕지거리를 난발했다.

"...이런 좃 같은.....야! 화면 까!"
"예! 형님..."

방 밖에서 24시간 대기중이라 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조직원을 불러 전화기의 화상 창을 열도록 한 김태형는 골프채를 바닥에 내던진 채 고화질 벽걸이형 TV에 다가갔다.
곧 잠시 후 TV의 화면이 켜지더니 그곳에 검은색 실루엣이 져 암울해 보이는 남자가 나타났다.

-오랜만이오 김태형 두목! 그 간 잘 지냈는지 모르겠지만.......
"아 씨발... 또 그 개새끼들이네.... 크흠! 안녕하십니까? 포르세우드 씨? 그런데 무슨 일로 이렇게 연락하셨는지......"

먼저 낮게 조아림으로 화면상에 나타난 남자를 욕한 태형은 다시 얼굴에 가식이라는 가면을 쓰고는 최대한 비굴하게 아니 비굴하다 못해 느끼할 정도의 표정으로 왠지 아부스러움이 깊게 묻어나는 억약과 말투로 물었다.

-......내가 일전에 둠키doom key라는 것에 대해서 언급한 적이 있을 것이오.
"예?.... 아.. 예에! 잘 알고 있습죠. 예예 그런데 그것은 또 왜....?"
-뭐 굳이 이리저리 돌려 말하지 않겠지만....... 간단히 말하도록 하겠소. 안 그래도 할 일이 많아서........한가지 의뢰하러 왔는데........

한 순간 뒤가 시원해지는 김태형이었다.
뱀파이어들의 의뢰의 대가는 엄청난 값진 것이었지만 그만큼 엄청난 희생을 치러야 했다.
대낮에 겁도 없이 불법 총기를 난사하고 강도질에다가 폭탄태러 할 만큼 간이 불대로 분 상록파라 해도 뱀파이어의 의뢰만큼은 두려웠다.

"뭐...뭡니까?"
-아..별거 아니오. 상록파로서 그렇게 대단한 건 아니니까 안심하는 편이 마음 편할 것 입니다....일단 기본금으로 삼백만 달러를 전송해 주겠소 그리고, 일이 끝난 다음에는 이천달러를 드리도록 하겠소.......... 내가 의뢰할 것은 누굴 좀 납치해 줬으면 하는데......

말을 더듬으며 되묻는 김태형에 비해 외국인이면서 비교적 빠른 속도로 한국말을 자유자제로 구사한 포르세우드는 검은색 실루엣에 가리어져 있지만 얼굴 윤각선의 외각에 얼핏보이는 올라간 입 꼬리로 봐선 미소를 짓고 있었다.
잠시 후 하면 반쪽을 가득 채우면서 이름이 유현청으로 되어있는 프로필이 떳다.
요즘 중고등학생들이 다 그렇듯이 개성적이면서 요란함이 없는 유전자극염색기술(게놈 지도가 완성됨에 따라 머리카락의 색을 담당하는 DNA를 자극함으로서 색채의 조절이 가능하게 되었다. 이건 염색약을 이용했었을 때보다 더욱 안전하고 머릿결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로 약간은 노란색을 띤 단정한 머리스타일에 증명사진 특유의 무표정함에서도 밝은 활발함이 배어 나오고 있었다.

-보시다시피 이름은 유현청.. 나이는 19세고 오늘 아침 긴급뉴스의 주인공이기도 하오... 학교는 강남고등학교에 다니고 성적은 상위권.... 키는 179.5cm 에 몸무게는 66kg 조금은 마른 건가? 뭐~ 그런 것까지 자세히 알 필요는 없지만....빠른 시간 내에 목표물을 납치해 주시면 고맙겠소. 되도록.......... 48시간 내로 해주길 바랍니다. 그럼....

뭐라고 대답할 시간조차 주지 않고 단숨에 교신을 끝내버리자 김태형은 뒤에 있던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시선을 그대로 TV에 고정시킨 체 아무런 미동도 안던 그는 너무나 허무한 눈길로 이미 꺼져버린 화면에서 무언가를 열심히 관람하는 소위 오타쿠라고 불리는 족속들처럼 멍청하게 바라보고만 있을 나름이었다.

"하...하하...."

약간씩 안면을 꿈틀거리며 웃음과 울음의 애매한 경계의 표정을 지은 그는 정신병자처럼 천장을 보면서 한동안 실없는 웃음을 터트렸다.

"아하하하..아하하하하...아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

누가 보면 정신병원에서 탈출한 사람으로 착각할법하게 미친 듯이 이상한 표정으로 웃어버린 그는 눈을 살짝 감으며 계속 웃었다.
그때 상양 신용 금고의 허름한 건물에 한 대의 정체를 알 수 없는 바이크에 탑승한 검은 자켓을 입은 남자가 검은색 고글을 낀체로 천천히 다가가고 있었다.

부르릉

힘찬 바이크의 배기음과 함께 문 앞 계단에서 깜빡 졸고 있던 깡패 한 명이 화들짝 놀라며 눈앞에 흐릿하게 보이는 남자를 띨 한 눈으로 끔뻑이며 제대로 보려고 노력했다.

"....뭐야...."


그 조폭이 제대로 말하기도 전에 먼저 잽을 날린 그는 조선시대도 아닌데 앞머리만 남겨두고 전부 뒤로 넘겨 닿았다.
얼굴에 가격 당한 뒤 정신을 잃은 그 조직폭력배를 지나쳐가며 그 남자는 건물의 현관에 들어가면서 말했다.

"사람이었군..."

무심하게 한마디를 남긴 체 들어간 다음 눈에 보이는 것은 쾌적한 실내환경에서 여기저기 험악한 인상의 조직폭력배들이 전부 갑작스럽게 들어온 남자를 향하여 총기들을 겨누고 있었다.
건물 2층에서 아래 내려다보이는 복도에 위치한 폭력배들은 사거리가 긴 드라구노프 저격소총을 겨누고 있었다.
심지어 한쪽엔 FAR-1 (Fusion armored rifle-1 러시아제 종합중무장소총, 개인 휴대용 화기의 모든 기능을 담고있다.)를 화염방사 모드로 맞춰놓은 녀석들이 있었다.

철컥
철컥컥

또다시 수많은 인원들이 들이닥치며 각종 자동화기로 침입자를 둘러쌓다.
그러나 카를로스가 내뿜는 엄청난 살기 때문에 난사는 못하고 견제만 할 뿐이었다.
그렇게 잠시 정적이 흘렀다.
얼마나 흘렀는지는 몰라도 객관적으로 흐른 시간은 별로 안되었지만 폭력배들이 받은 정신적 스트레스는 금방 육체를 피곤하게 하여 온몸의 힘을 다 빠지도록 유도했다.
문득 그 남자...카를로스의 손이 천천히 허공으로 올라갔다.

"음?"

상록파 조직체계상 중간보스의 역할을 하는 박진석은 톰슨 48(헤클러&코흐의 21세기형 권총 48 구경 고속 철갑탄, 메그넘 탄을 사용할 수 있으며 외형상 데저트 이글과 비슷하지만 특수 전자탄, 자동연발이 가능하다. 휴대용 대전차 무기 중 가장 간편한 것임)을 겨누면서 방금 카를로스가 보인 움직임에 한쪽 눈썹을 꿈틀거렸다.

"칫.....쏴! 쏴버려!"
드르르르륵
화르르르

순간의 일제사격으로 동시에 날아드는 총탄은 절대로 도망칠 구실을 주지 않을 듯 촘촘히 날라들었고, 곳곳에서 FAR의 화염방사 모드에서의 방사 구에서는 섭씨 수천 도의 화염이 거침없이 뿜어져 나왔다.

타닥 철컥
드드드드득
"으아악!"
"카아악!"

폭력배들의 자동화기를 긁으며 공격해오자마자 옆으로 몸을 날린 카를로스는 능숙한 동작으로 품에서 글록18(대표적인 플라스틱 권총, 20세기 중반에 제작되었고 2045년에 제 개발되었다. 연사가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두 자루를 꺼내며 재빠르게 응사했다.
그 결과 2층에서 AK-X(모든 AK시리즈의 마지막. 스코프를 달수 있어서 저격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초음속 금속 스파이크 탄환을 사용.)와, SL16 RX/TX(대한민국 특수부대 '야차'의 제식 돌격소총. 저지력이 소총탄치고는 높다. 유탄 발사기 장착이 가능.)등으로 사격하던 폭력배 3명을 땅에 떨어트릴 수 있었다.
그 다음 돌아보지도 않고 뒤로 계속 사격을 가했고 빠른 총탄에 맞은 고통에 겨운 몇 가닥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컥!"
"끄악!"

그런 동료들의 복수를 해주겠다는 듯이 더욱 이를 악 물며 마구자비로 자격을 가하는 폭력배들은 빗발치는 총알 탄 빗속을 잘도 피해나가는 저 청년을 보고 속으로 마구마구 욕을 지껄여 댔다.
자신의 주변에 작열하는 총탄사이를 빗겨가며 인간이라 불리는 것이 의심스러울 몸놀림으로 계속 달려나가다가 이층 난간을 받치는 두꺼운 기둥 뒤로 숨은 그는 살짝 눈을 돌려서 폭력배들을 바라봤다.

드르륵
피피핑

잠깐 눈을 보인 것을 뿐인데 다시 사격을 가한 폭력배들은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근처에 있던 나왕목으로 된 탄약박스에서 수류탄을 꺼내려고 했다.

타닥
"으응?"
드르르르르륵
"카아악!"  

기둥을 박차고 맞은편 벽을 이어서 차면서 허공에 모습을 들어낸 그는 마치 중력이 없는 달을 유영하고 다니는 우주인처럼 공중을 날아서 막 수류탄을 꺼내려던 폭력배와 그 주변에 자신에게 총구를 들이댄 폭력배 전부에게 글록 18의 차가운 죽음을 선사했다.
박진석도 그 근처에 있었지만 운 좋게도 그는 양복 속에 방탄복을 입고 있어서 경미한 부상밖에 입지 않았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땅에 착지한 카를로스는 뒤를 돌아 2층 난간에 있던 장거리 소총을 든 폭력배들을 향해서 사격을 가했다.

드르르르륵

탄창속에 총탄이 얼마 안 들었는지 2층 난간을 향하여 얼마 사격을 가하지 못하고 총탄이 나오지 않자. 급히 몸을 날려서 폭력배들에게 있어서 사각지대라 불릴 옆의 기둥 뒤로 숨은 그는 탄창을 갈기 위해 빈 탄창를 빼내었다.
그때 수구려 있던 박진석은 겨우 몸을 추스르며 일어나선 재빨리 카운터에서 굴러, 뒤쪽에 있던 다른 방으로 통하는 문으로 빠져나갔다.

덜컹
"..씨발 이런 우라질 같은...씨발....."

당연하다는 듯 내뱄어지는 상소리와 함께 주변을 둘러본 그는 어디다가 무기를 숨겨뒀는지 찾으려고 했다.
왼편에 있는 총기박스에 다가간 그는 그 상자를 잠시 더듬더듬 거리 더니 주변을 둘러보곤 지렛대를 발견했다.
그는 그 지렛대에 다가가 날래 낚아채고는 그것을 들고 다시 총기박스에 다가가 그 미세한 틈새로 지렛대를 박아 넣었다.

콰직

상자의 뚜껑의 가장자리가 조금 부서졌다. 곧 그 안에서 한정의 거대한 라이플을 발견한 박진석은 회심의 미소를 지은 다음 곧바로 그 라이플을 꺼내들었다. 상자 한쪽에 있던 총탄 케이스와 여분의 탄창 까지 전부 챙겨서 그 안에 하나가득 총탄을 챙겨 넣은 그는 총알이 적재량까지 넣어진 탄창 하나를 들더니 라이플에 집어넣고는 장전했다.

철컥
"큭큭... 넌 이제 죽음 목숨이다. 이 씨발아......"
덜컹
"이런 개자식...... 돼져라!"
콰왕

마침 그 문 근처의 책상에 숨어서 죽지 않기 위해 사격을 가하는 폭력배와 교전중인 카를로스는 근처 닫혀져 있는 문을 박차고 나온 한 남자가 보기만 해도 무시무시 해보이는 대물 저격총으로 공격해오자 총구를 그쪽으로 돌려서 계속적으로 사격을 가했다.

드르르르륵
"아아아아악!"
쾅.. 쾅..

엉뚱하게 다른 녀석을 맞춰버리고, 순간의 방심으로 한 두발을 허용해버리자 높은 도약력으로 2층 난간으로 올라간 카를로스는 자신을 따라오는 대구경 저격라이플의 무서운 포성을 뒤로 신속하게 이동했다.

쿠쿵.
콰콰앙

후두둑 거리며 떨어지는 돌가루가 주변 바닥을 날카롭게 때렸다.
이런 상황에서도 침착하고 신속하게 행동한 카를로스는 난간 복도를 꺽어들어가는 코너를 지나쳐 두꺼운 철판으로 된 벽 뒤로 몸을 숨기게 했다.

"으음!"

총탄에 맞은 부위가 고통스러운지 잠시 그 부분을 다독거리며 카를로스는 글록 18 두 자루를 자켓의 품안에 고히 모셔두었다.
곧 가슴 안으로 넣어뒀던 십자가의 목걸이를 꺼낸 다음 마법으로 목걸이에 걸려있던 봉인을 풀었다.

윙윙윙

머릿속을 울리는 공명과 함께 빙글빙글 돌며 제대로 된 본모습으로 돌아온 크로스 오브 블러드를 잡고 검에 기를 불어넣자 가드 부분에서 시작된 뜨거운 화염이 검신 타고 칼날 전체로 퍼졌다.
그런 불의 검기에 뒤덥힌 크로스 오브 블러드의 가드부분은 새빨갛게 달구어진 철광석처럼 붉게 빛을 내었다.



곧 바닥을 박차고 공중으로 뛰어오른 카를로스는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박진석과 그의 부하들을 향하여 품속에서 글록18이 아닌 다른 모종의 권총을 꺼내어 사격을 가했다.

탕탕탕!
"갈겨!"
드드드드

카를로스의 총탄은 별로 효력을 못 내고 책상 같은 것만 맞추어 겨우 위협하는 수준에만 도달했다.
하지만 원래 목적이 권총으로 적을 제거하려던 것이 아니었던 카를로스는 오른손에 들린 크로스 오브 블러드를 옆으로 세차게 휘둘렀다.

화르르륵
쉬식

길게 불의 검기가 뿌려졌다.
그때서야 크로스 오브 블러드를 인식한 박진석은 다시 뒤에 있던 방안으로 들어갔고, 나머지 폭력배들 역시 몇 번 사격을 가한 다음 도망치려고 했다.

쿠콰콰콰쾅
"으아악!"

잘단형 검기가 아닌 폭팔형 검기인 검폭을 날린 카를로스의 공격 덕택에 겨우 검기를 피했다고 판단했던 폭력배들은 일순간에 폭팔에 휘말려 재가 됬고, 지상에 착지한 카를로스는 땅을 그어 올리면서 검기를 날려 박진석이 피해있는 문을 박살냈다.


"씨발! 저리가!"

마침 새로운 무기를 챙기려고 했던 그는 아직 준비가 완료되지 못한 상태에서 방문이 작살나자 들고 있던 무기를 카를로스를 향하여 던졌다.



하지만 그것을 여유 있게 검으로 쳐내자 그 무기는 칼날의 영향에 의하여 공중으로 천장을 뚫고 하늘높이 날아가 버렸다.
상대가 MSP요원 같은 초인인걸 인식한 박진석은 두려움에 떨며 카를로스를 봤다.
그러나 카를로스는 무심한 눈길로 그를 바라보더니 곧바로 몸을 돌려서 2층으로 올라갔다.

"...사람이었군....."
타닥

2층 방들로 통하는 복도의 난간에 착지한 그는 떨어지기가 무섭게 머리를 노리는 중형나이프를 머리를 수구려 피한 다음 상대가 있을 거라고 예상되는 지점으로 달려들었다.

쉬각

검기가 실리지 않은 검으로 상대를 밴 카를로스는 이미 상대가 간단한 도약으로 피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휘두르는 검격을 이어서 한바퀴 회전하며 휘두른 다음 새로로 재빠르게 휘두른 카를로스는 공중에 있던 상대가 이번엔 그 상태에서 뒤로 움직여 검을 피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초인인가?"
"크르르르르...."

일반인들 역시 훈련만 한다면 방금 카를로스의 공격을 피할 정도의 근력과 순발력이 생긴다.
하지만 방금의 검격을 회피한 저 사람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이 움직였고, 자세를 취하고 있는 모습으로 봐선 예사로운 상대가 아니였다.
짐승 같은 낮은 으르렁거림을 내뱉은 그 상대의 두 눈은 파란빛을 내고 있었으며 그것을 본 카를로스는 다시 한번 상대의 신분을 알기 위해 차가운 두 입술을 벌렸다.

"...흡혈귀로군!"
"크큭.. 맞았어!"
쉬식

대답하자마자 카를로스를 향하여 손을 흔들은 그 흡혈귀는 갑자기 있어야할 상대가 사라지자 어리둥절해 졌다.

"어...어디로 갔지?"
서걱!
"크아아악!"

순간 뒤에서 나타난 카를로스가 크로스 오브 블러드로 흡혈귀의 가슴을 꿰뚫어 버리자 곧 낮의 태양광의 영향으로 무력해져 있던 흡혈귀는 곧 재가될 운명을 생각하며 불신의 시선으로 자신을 꿰뚫은 검과 카를로스를 차례로 봤다.

"마...말도 안되...... 아..아까는 분명히......."
"...... 흡혈귀를 발견한 이상 더 이상의 자비는 없지."
"그...그런....."
화르르륵.

자신이 원하는 말을 다 끝 맞히지 못하고 그 흡혈귀는 산화해서 공중에 휘날리는 재가 되었다.
그 다음 곧바로 2층 방들 사이의 복도로 접어든 그는 방문을 열고 나온 폭력배들을 차가운 시선으로 즐겁게 반기었다.

덜컹
"조져!"
드르르르르

버디 벙커까지 들고 나와선 앞에 방어막을 치고 그 틈 사이로 사격을 가하는 폭력배들을 향하여 다시 땅을 글고 위로 흔들면서 불의 기운이 실리지 않은 분명한 모양을 띠고 있는 검강을 날린 카를로스는 버디벙커가 비명을 지르는 소리와 더불어 자신의 몸을 한번 훌코 지나가는 검강을 느끼며 한두 명씩 몸이 수십 조각으로 찢겨져 나갔다.
이제 깨끗이 정리된 복도를 달리며 상록파 보스의 방 앞까지 접근해간 카를로스는 문 앞에서 망을 보고 있던 폭력배의 안면을 향하여 주먹을 휘둘러서 기절시켰다.


"끄으윽!"

그런 다음 문을 기의 압력으로 박살내버리자 방안에 있어야할 두목은 온대간데 없었다.
다만 바닥에 아무렇게나 팽개쳐있는 골프채와 열려 젖혀진 방문만이 허전한 분위기를 선사할 뿐이었다.

부아아앙

자동차 배기음이 들려왔다.
그 즉각 열려진 창문을 본 카를로스는 좁은 건물사이로 빠져나가 큰길로 접어드는 4인승 검은색 차량 몇 대가 이어지는 장면을 목격했다.
그 차량들을 보기가 무섭게 2층 창문에서 뛰어 내려 땅바닥에 낙법으로 착지한 카를로스는 신법을 운용하여 자신의 바이크가 주차된 건물 입구로 달려갔다.

부르릉..부르릉.....
부아아아앙

재빨리 바이크에 올라탄 카를로스는 속도를 높여서 김태형의 패거리가 달아난 쪽으로 바이크를 몰았다.
위성항법 장치의 도움으로 상록파 잔당이 도망가는 진로를 확인한 그는 골목을 돌아서 지름길로 그들에게 재빠르게 접근해 가려고 했다.
큰길을 돌아서 그들이 가는 길로 통하는 또 다른 직선 골목길이 있었다. 하지만 그곳은 불법주차된 차량들과 거리에서 놀려고 돌아다니는 아이들 때문에 이동에 약간의 무리가 있었다.
하지만 그 건은 자동차였을 경우의 이야기다 물론 아이들이 돌아다닐 때 교통사고 나지 말란 법은 없지만..
그 골목으로 들어서는 곳에서 코너 링을 한 카를로스가 끼고 있는 선글래스는 반사광을 받아서 찬란하게 빛났다.
골목길을 올라가는 도중에 직선으로 난 길옆으로 난 또 다른 골목에서 차량이 슬쩍 그 모습을 들어내었다.
피하기엔 조금 뭐 같은 타이밍임에도 불구하고 속도를 줄이지 않고 계속 돌격하던 카를로스는 그 차량이 그 골목을 완전히 막기 전에 조금 남은 틈새로 미꾸라지 같이 빠르게 지나갔다.

"야! 너 돼질래?"

마치 독수리처럼 그 좁은 틈새로 지나쳐간 그 때문에 충격을 받은 트럭 운전사는 창문으로 얼굴을 내밀며 욕설 지껄였다. 20세기 때부터 그대로 이어져 오는 한국 운전사들의 공통된 미덕을 그대로 간직한 그는 연발 궁시렁 거렸다.
그런 욕설을 뒤로 계속 추격 중에 있던 카를로스는 골목이 끝나는 곳을 보고는 패이스를 조절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때 그 골목 앞으로 김태형 일행의 차량들로 보이는 검은색 하누스 SST(현대자동차 v8의 원자융합형식의 엔진을 달은 부상식 자동차. 한국의 대부분의 부자들은 이 차를 선호한다.) 3대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는 조금 낮췄던 패이스를 확 올리자 그 속도를 견디다 못한 바이크가 윌리(앞바퀴를 들어올리는 기술)를 하는 것을 끝으로 맹추격전이 시작되었다.
다시 한번 골목이 끝나는 지점에서 코너링을 하는 것과 동시에 품에서 글록 18 한 자루를 꺼냈다.

드르르르륵

총탄을 맞은 맨 뒷 열에 있던 차량이 잠시 주춤하더니 뒷 유리를 깨고 안에서 총구를 밖으로 내민 폭력배들의 무차별 사격이 가해졌다.

드드드드드륵
"음!"

훈련받지 않은 폭력배치고는 지나치도록 정확한 사격이었다.
그러나 바이크의 핸들을 조절하여 이리저리 움직이며 모든 총탄을 피해낸 카를로스는 당연하다는 듯 다시 한번 글록 18을 갈겨댔다.  

드드드드득

동체시력이 모든 뱀파이어 킬러 중 최고 평가되는 카를로스의 무섭도록 정확한 사격에 의해서 뒷 부분 트렁크의 덥게 가 완전히 날아가 버리고 차량 앞 유리마저 날아가 버리자 잠시 혼란을 겪으며 차량 안에서 아옹다옹하던 폭력배들은 전열을 가다듬어 카를로스를 향해서 수류탄을 던졌다.

드드드드
펑!

비록 정확하지 않지만 자신의 근처로 날아오는 수류탄을 일찌감치 글록 18로 공중에서 제거하자 탄창의 총알이 다시 한번 떨어지게 되었고 카를로스는 글록 18의 탄 창을 갈아 끼우기 위해서 총을 재킷 품안으로 잠시 넣었다가 다시 뺏다.
찰칵 찰칵하는 소리가 몇 번 들리는 것을 끝으로 총의 제 장전을 마친 카를로스는 재차 공격을 가하려다가 푸른빛으로 빛나는 그들의 눈빛덕택과 광기 어린 미소 때문에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든 나머지 폭력배들에게 몇 번의 공격을 허용해 주고야 말았다.

'...흡혈귀군!'


순간 한 흡혈귀로부터 발사된 총탄 하나가 눈앞에서 초음속으로 다가오는 것을 봤다.

피식

약간 볼을 스치긴 했지만 쓰라린 고통을 느낀 카를로스는 노골적으로 비웃는 시선 폭력배들에게 보인 다음 글록18을 집어넣고 또 다른 권총을 빼들었다.

철컥
"...역시... 니 녀석들에게도 자비를 베풀 필요는 없겠지!"


그 일대를 뒤흔드는 듯한 굉장한 포성이 울려퍼졌다.
보는 것만으로도 섬뜻한 공포를 느낄 듯한 무시무시한 크기의 카를로스가 들고 있는 괴물 총은 이스라엘 IMI사의 2043년도 작 65구경 자이언트 리볼버였다.
휴대용 대전차 총기 중 베스트 셀러를 기록하는 올해의 권총으로 뽑힌 이 자이언트 리볼버는 더블엑션과 싱글엑션 모두 가능하고 총신만 해도 40cm가 넘는 괴물 총 이었다. 그런 괴물 같은 위력 때문에 오직 MSP요원들만이 그 반동력을 견딜 수 있게 되었고 잘 단련된 보통사람들은 겨우겨우 쓸 수 있었다.
반동이 보통의 사람이면 두 팔이 날아갈 듯 해서 일반 군인들도 쓸 수 있을 만큼 현재 개량 중이긴 해도 MSP요원들이라면 이 정도의 반동이면 충분히 견뎌냈다.
카를로스야 인간의 한계를 넘은 지 오래여서 별무리 없이 사용할 수 있었지만.
괴물 같은 총에서 괴물 같은 구경의 총탄이 토해내지자 주변의 공기를 심하게 진동하며 비스듬이 폭력배들의 차량을 지나가 근처에 있던 가로수를 박살내 버렸다.
아쉽게도 첫발은 오발에서 멈춘 카를로스는 다시 한번 폭력배들의 차량을 정확히 조준했다.
아니 이제는 뱀파이어들의 차량이겠지만. 아무튼 이런 쓰래기같은 녀석들이 두 세 명 죽는다고 세상이 발칵 뒤집혀지진 않겠지만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정확한 록온(?)을 마친 카를로스의 65구경 자이언트 리볼버는 차가운 반사광을 내며 오싹한 공포를 선사했다.



또 한번의 포성이 주변 일대를 뒤흔들었다.
그러자 이번엔 제대로 맞았는지 뒷부분부터 발칵 뒤집혀 올라간 폭력배들의 하누스 SST는 그대로 공중으로 날아가 몇 바퀴 회전하고는 길 아래의 냇가 언저리에 전복했다.



이 정도라면 아무런 대책도 새우지 않고 있던 MSP라도 즉사가 뻔했다.
그밖에 몇 바퀴 땅에서 굴러 냇가 가까이 가서 겨우 멈춘 그 차량을 본 카를로스는 재킷 안쪽에서 수류탄 하나를 꺼내고는 안전핀을 제거해 아직 차량에 꿈틀거리며 생존해 있을지 모르는 흡혈귀들을 향하여 던지곤 바이크를 타고 추격을 계속했다.

부아아앙
콰콰쾅

대폭팔이었다.
그러나 자신과는 상관없는 듯이 모르는 사람이라 해도 그 폭팔 현장을 둘러보게끔 하는데도 불구하고 정작 저 폭팔의 가해자인 카를로스는 전부 무시해버렸다.
그런데 아까의 총격전으로 그 차량들을 놓쳐버린 카를로스는 두 눈썹을 꿈틀거렸다.

"놓쳤군...."

하지만 위성항법장치에 폭력배들이 지나간 자리가 그대로 표시되어 나오자 카를로스는 그 길을 따라가며 사고현장을 벗어났다.
검문이 있을법한 곳을 비켜나가며 그 현장으로부터 멀찌감치 물러선 카를로스는 얼굴에 가했던 역용술逆用術(변장술을 말한다. 안면피죽을 이용해 얼굴을 바꾸는 방법 외에 여라기지 방법이 있지만, 내공을 이용해서 얼굴의 모습을 바꾸는 것이 제일 확실하다.)을 이용해 바꿨던 얼굴모습을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려놨다.
그리곤 목 언저리로 손을 가져간 다음 군인 특유의 딱딱한 어조로 말했다.

"여기는 롱리니스 크로스... 즉시 응답하길 바란다."
-무슨 일인가?

목 언저리와 귀에 비밀스럽게 껴진 마이크로폰으로부터 새어나온 음성은 맑고 깨끗한 여성의 그것이었다.
남자라면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굴까 하게끔 해서 궁금해서 미치도록 만들 듯한 아름다움 미성이었지만 그런 것엔 관심이 없는 카를로스는 이어서 군인 투의 말투로 이어서 할말을 했다.

"현청이 위험하다. 흡혈귀들이 상록파를 매수해 그를 납치하려고 한다. 즉시 조치를 취하도록."
-뭐? 뭐라고? 지금 그게 말이 되는 건가? 둠키는 현재 무방비 상태야! 블러디 카운터의 특별 조치로 지금은 300m 이내로 그 누구도 접근이 허락되있지 않단 말이야!
"그럼 도련님의 이름으로 다시 하겠다. 현청이 위험하다. 어서 지원병력을 보내!"
-미쳤어? 카를로스? 이건 권력 남용이라고!
"그러니까 미친놈으로 보내!"
-자..잠깐! 카를로스? 카를로스!....

무자비하게 교신을 끈은 카를로스는 아직 태양이 중천에 떠있는 정오의 하늘을 올려다봤다.


[현재시각 pm 2:45  위치 : (상록파 운영)영등포구 유흥가]

"혀..형님!"
"왜 이 씨발세꺄."
"어..어쩌다가 이런 몰골로...."
"이런 가 같은..... 닥쳐!"

이곳은 상록파 중간보스중 한 명인 남영훈이 운영하는 술집의 특실이다.
상록파 최고 두목 김태형이 발끈 소리치는 것 때문에 너무 놀란 중간 보스 남영훈은 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예....잘 알겠습니다.. 형님."
"그나저나... 일거리 들어왔다."
"예 형님.. 그렇다면 애들 모을까요?"

재차 비굴하면서 깍듯이 물어오는 남영훈의 물음에 짜증 어린 시선으로 맞받아 친 김태형은 죽일 듯한 시선을 한 체로 상소리를 토해냈다.

"이런 개좆을 봤나.....야!"
"예?"
"대가리 박아!"
"예에?"
"박으라면 박아 이 개자식아!"
"......예 형님...."

그 즉시 속으로 궁시렁거린다음 바닥에 원산폭격을 실시한 남영훈은 머리를 박은 다음 얼굴표정과 어느 정도 방음이 되자 아주 낮게 욕을 지껄여 대며 똥씹은 표정이 되어 그 처벌을 그대로 수행했다.  
뿌드득거리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이가 달아 없어지지 않을까 할 정도로 심하게 이를 간 김태형은 검지와 중지사이의 끼어진 담배를 한 모금 빨았다.

"그 자식... 총질 졸라 잘 했는데.... 변종 짭새인가?"

MSP를 지칭하는 속어 변종짭세를 이용해 아까 자신의 부하들을 상대로 정말 믿어지지 않을 실력으로 전부 처리해버린 그 청년에 대해서 상념에 빠진 태형은 답답한 마음에 탁자 위의 술잔을 들이켰다.
일단 뱀파이어들로부터 의뢰를 받은 것까진 좋았다.
하지만 그 즉시 자신의 사무실을 두드린 건 또 뭐냐? 정말 믿어지지 않는 정보 수집실력을 지닌 녀석이다.

'녀석은.... 매우 강하다. 그리고 이런 일엔 아주 능숙한 자식이야....'

계속적으로 그 검은 재킷의 준수한 외모 그리고 요즘 청년들이 다 그렇다지만 특이하게도 장발을 길러서 닿은 머리스타일이었다.
앞에 몇 가닥 남긴 다음 전부 뒤로 넘겨서 닿은 머리스타일이었다지만 그 길다란 머리 체에서 몇 가닥 빠져나온 머리카락 때문에 날카로운 인상과 더불어 그 외모를 더욱 야성스럽게 돋보이게 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사냥감을 노리는 짐승같이 날카로운 눈매가 인상깊었다.

"제기랄..... 잘 안 쓰던 대가리 쓸려니까 화만 더 나네..."

"에이... 신경질나!"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처럼 신경질적으로 탁자에 술잔을 논 그는 소파에 푹 꺼지는 듯 앉고는 다시 한번 담배연기를 빨아들였다.

"후흡...그나저나.... 프란츠 메디칼 이라고 했던가?"
"예 형님"

옆에 서있던 충직한 비서 같은 부하의 답변을 들으며 여유 있게 담배를 입에 물던 김태형은 얼굴을 다시 한번 찡그렸다.

"씨바....... 그냥 거절할까?......"
"그러면 유감이게 될거야. 김태형 사장!"
"넌 뭐야?...."

태형의 시점에선 무례한 말투의 주인공은 방의 한쪽 어두운 구석에서 유령처럼 서서히 등장했다.
그와 함께 남영훈의 원산폭격이 무너진 것도 같은 시각이었다.

"하~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하지 마시오!.... 서글프게 굴면 재미없을 거요...."
"포르세우드! 당신 때문에 죽을 뻔했잖아!"
"아아 그건 내가 사과하지. 하지만 녀석들이 그렇게 빨리 나올 줄은 몰랐소."
"우끼지마!"

의외로 김태형의 강경한 대응에 조금 놀란 포르세우드라 불린 보랏빛 장발의 사내는 그전처럼 느긋느긋한 목소리가 아닌 조금 단호한 태도로 밀어붙였다.  

"정말 몰랐단 말이오! 뱀파이어 킬러들이 그렇게 빠르게 대응해올 줄은 진짜로 몰랐소! 그 사과의 의미로... 이번 의뢰금은 세배로 올리도록 하겠소."
"아무튼! 이번 의뢰는 맡지 않는 걸로 하겠수다!"
"그럼 원하는 걸 주겠소... 무엇이든지!"
"그런 건 목숨이 붙어있는 다음의 이야기지! 죽은 다음에 무슨 소용이 있겠수? 어째뜬지 간에... 뭘 줘든!..절대로 이번 의로는 안 맡겠소.."
"누구 마음대로?"
휘리리리릭

바람이 휘감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약간 하늘색을 띄는 바람같이 몰려든 오러aura가 길다란 형태로 휘감겨지기 시작했다.
처음엔 어떠한 형태라고 귀정 지을 수 없을 정도로 모양이 불분명했건만 천천히 그 모양새를 갖추어 가는 그 길다란 바람의 오러의 결정체는 바로 하나의 창이었다.
3m쯤 되어 보이는 그 창은 전형적인 서양의 롱 스피어long spear이었으면서 그보다 좀더 가느다랬다.
전신이 하늘색에 가까운 옅은 푸른색은 띠우고 바람 같은 시원한 느낌을 선사하는 그 창의 모양은 유독 공격을 하는 부분인 창날만 짙은 남색을 띤 특이한 금속이었다.
그 창에 대해서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던 김태형은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포르세우드를 노려봤다.

"...그....그래도 못하겠소!"
"그럼 모두 죽여버릴태다.... 처참하게... 마지막 뼈 한 조각도 남기지 않도록......"

그런 다음 살짝 창을 흔들어대는 포르세우드였다.

콰지지직

아주 잠깐의 순간이었다.
단지 창을 흔든것만으로 주변의 마나와 기를 충분히 뒤흔들고도 남는 그 기력은 주변의 바람을 지배하며 진공의 칼날을 생성하여 주변의 모든 가구들이며 여러 가지 가전제품들을 전부 파괴시켰다.
다행이 바쿰 트위스트 vacuum twist의 영향으로부터 김태형과 그의 부하 보스를 살짝 피해갔다.
그런 파괴의 춤을 망연자실하게 바라본 김태형와 남영훈은 품에서 꺼내려던 호신용 권총을 꺼내려다 말았다.
포르세우드는 허공에서 흔든 창을 창날 부분이 밑으로 가게 한 다음 노골적인 미소로 두 명의 폭력배 두목을 상대적으로 자신의 키가 높다는 것을 이용해서 내려다 본 다음 말했다.

"이제 다시 할 마음이 생겼지? 원한다면 여기서 직접 갈아줄 수도 있어...... 어디를 먼저 갈리고 싶어? 말해... 난 남의 부탁은 거절하지 못하는 성격이걸랑?"
"........"

말 없이 주변을 둘러본 두 명의 두목들은 일전에 한번 격어봤던 12흡혈귀 혈족(blood clan)들의 각 혈족의 당주인 뱀파이어 듀크급 흡혈귀의 엄청난 위력을 다시 한번 뇌리에 각인되도록 하였다.

"자.... 할꺼야? 말꺼야?"

두려운 낯빛으로 결국은 그 의뢰를 수락한 김태형은 울며 겨자 먹기로 고개를 끄덕였다.

"후훗....좋아. 그럼 건투를 빈다고."

그러면서 그는 뒷걸음질이 아닌 주변 바람의 기류를 타고 그 자세에서 아무런 흐트러짐도 없이 뒤쪽의 어둠 속으로 거짓말처럼 스며들었다.
그가 사라진 곳을 바라보는 두 명의 조직폭력배 두목은 주변에 파괴된 파편들이 서서히 움직이더니 파괴된 가구들의 조각들과 합쳐져서 천천히 그리고 조금은 빠르게 다시 본래의 모양으로 되돌아갔다.
잠시 후 파괴된 줄 알았던 모든 것이 본 상태로 돌아가자 허무한 표정으로 허공을 바로 본 김태형은 곧 바로 고개를 돌려서 탁자 위의 파괴된 줄 알았던 크리스탈 제 술잔을 뚫어지게 봤다.
그리곤 신기한 듯이 그 술잔을 들어서 한바퀴 천천히 돌려보는 간단한 감상을 마친 그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미소를 짓고는 그 술잔 안에 들어있던 주홍빛의 쓰면서 달콤한 술을 입안에 털어 넣었다.

"캬아..."

단숨에 술을 들이킨 다음 내는 감탄사 같은 저음을 낸 김태형의 입가엔 서서히 미소가 걸쳐지더니 곧바로 미친듯한 웃음을 터트렸다.

"우하하하...하하하하하...아하하하하하하하하!"


[현재시각 pm 4:00  위치 : 프란츠 메디칼 강남지부 기온 : 30'C(+1,↑), 날씨 : 맑음, 임무성공률 : 95%, 임무실패율 : 5%]

"야! 유현청!"
"으응?"
"너 괜찮은 거야?"

세계적인 제약, 의료서비스, 그밖에 여러 가지 보험에 관해서 범국가적으로 엄청난 영향을 끼치고 있는 세계에서 4번째로 거대한 대기업인 프란츠 메디칼의 깍듯한 의료서비스 외에 다른 서비스도 정말 소름끼칠 정도로 엄청난 수준이었다.
자신을 문병 온 친구들과 몇 마디 나눈 다음 아까 무윤이 한번 찾아오라는 곳으로 이동하기 위해 병원 측에서 마련한 간편한 복장을 입고 병원 문을 나서려는 그는 자신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절친한 친구인 김태현은 찰랑거리는 자신의 은색 단발머리를 뒤로 넘기며 현청에게 걱정스레 물어왔었다.

"응..... 괜찮아."
"얌마.... 뭐가 괜찮은 거야! 짜식...... 그런데 어디를 가려고 그래? 가까운 친척네 집? 아니면 박살난 니 네 집? 그곳도 아니면 pc방이나 오락실?"
"...그런데 아니야..."
"애앵?"

자신이 상상한대로 대충 어디를 갈건 지 짐작해서 물어봤는데 아니 확실히 그곳밖에 갈곳이 없었는데 아니라고 대답한 현청의 오답誤答에 실망감과 의아함을 동시에 느낀 태현은 한쪽 눈썹을 들어올리며 반문했다.

"그럼... 어디 갈건데?"
"있어... 따라오지마...."
"야아! 그래도 말은 해주고 가야되지 않냐? 같은 친군데....."

인상을 쓰며 반문해온 태현을 뒤돌아 본 다음 현청은 피식 웃음을 흘린 다음 힘 빠진 목소리로 실재론 안 그런데 왠지 모르게 창백해 보이는 자신의 입술로 말했다.

"칫.... 친구들 사이에서.... 서로 비밀로 해야할 것도 있다고, 너무 그렇게 알려고 하지마... 뭐 있잖아 모르는 게 약이라고......."
"........"

입술은 분명히 미소를 그리고 있었지만 그의 눈빛과 표정에선 앞으로 앞날에 대한 희망 한 점보이지 않았다.
더욱이 저 힘없는 미소와 말투 역시 허무하면서 힘 빠진 마치 불치병에 걸린 환자처럼 한줄기의 빛조차 없는 지극히 허무한 기운이 몸 곳곳에서 배어 나오고 있는 것이 곧 죽을 사람 같아 보였다.
그런 친구의 모습을 보며 말하기가 괴로운지 아무 말로도 대답하지 않고 측은한 시선으로 현청을 보는 그 역시 기분이 꿀꿀해 지는 듯 했다.
아무런 반응을 없는 친구를 향하여 미소를 보이며 현청은 서서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럼 난 갈게..... 가능하면 내일 학교에서 보자......안녕..."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도심은 1년 내내 혼잡하기가 끝이 없었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더라도 언제나 사람이 와글와글한 도심은 각자 자신의 목적을 가지고 이곳 저곳으로 바쁘게 걸어가는 사람들로 붐비었다.
엄마손 잡고 나들 이온 코흘리개와 가족들을 시작해서 왁자지걸 언제나 혈기와 활기가 넘치는 한창 사춘기의 중고생들을 비롯해 산 산한 주말을 자신이 사랑하는 애인과 함께 나와서 데이트를 하는 아름다운 연인들, 대머리 중년아저씨, 어여쁜 아가씨들의 조금은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화려한 댄스를 이용해 지나가는 사람들을 한 명이라도 더 가게에 집중시키려고 한 모습도 눈에 띠었다.
그 도심의 혼잡함 가운데 비교적 화사한 분위기에 세련된 디자인과 화사한 패인팅으로 칙칙한 병원분위기를 전부 감싸버린 프란츠 메디칼 강남지부 병원 정문 앞에서 서로 헤어지는 두 명의 고등학생들은 각자에게 인사를 나누며 서로의 갈 길을 갈려고 했다.
한쪽은 미소를 짓고 있지만 보고있는 이 조차 짜증나게 할 정도로 희망이 없어 보였고, 그 옆의 친구로 보이는 고등학생 역시 지나치게 측은하다 싶을 정도로 찬란한(?) 눈길이 왠지 그의 심정을 같이 나누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저 녀석인가?"

기아자동차의 21세기형 승용차 검은색 페론트 HW5의 조수석에 앉아있는 검은색 정장에 짧은 스포츠 머리를 뒤로 전부 넘기고 보디가드처럼 선글라스까지 낀 한 남자가 병원 입구에서 헤어지는 두 명의 소년 중 힘이 없어 보이는 한쪽을 무관심하게 봤다.
겉으로는 별로 대단해 보이지 않는 청년...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두목은 저 아이를 납치하라는 건지 이해가 전혀 안가는 이 무식한 남자는 아마도 뉴스를 안보는 세상과는 완전히 두절된 생활을 하는 가 보다.

"아무튼 임무는 달성해야 겠지?"
"예 형님.."

잠시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가는 그 청년의 뒷모습을 지켜본 그 남자는 고개를 설래설래 저으며 앞을 보며 말했다.

"자 가자..."
"예 형님......"


결국은 상록파가 나섰다.
물론 VDE가 보호하고 있으니 괜찮을지도 모르겠지만 상록파는 전문적인 집단이었다.
비록 다른 조직폭력배들에게 상납하고 있는 실정이긴 해도 그들은 이런 일에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전문가였다.
마피아나 야쿠자에 비하면 택도 없는 이야기지만 호랑이 없는 곳에 여우가 왕이듯이 야쿠자 없는 한국 땅에선 그래도 상록파가 어느 정도 세력은 가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런 양아치들의 집단과 다름이 없는 상록파의 표적이 된 현청은 아까부터 계속 힘없는 모습으로 버스 정류장에서 자신이 타야할 버스를 기다렸다.

"손님 어디로 가시겠습니까?"
"용산..."
"예~ 알겠습니다."
부우우응

방금 한 대의 택시가 수소융합으로 생성된 수증기를 내뿜는 힘찬 배기음을 내며 사람을 태우고 거리 저편으로 가버렸다.
배기음과 배출되는 물질이 20세기 그것과는 완전히 다른 현대의 차량은 더 이상 환경파괴를 하지 않는다.
서울의 공기는 전 세계에서 모든 도시 중 5번째로 깨끗하다고 UN에서 인정해준다.
그러나 제아무리 공기가 좋다해도 현청은 개인적으로 도심은 별로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오히려 조용한 주택가가 마음에 들었고, 산 속의 콘도나 호텔 혹은 별장에서 생활을 원했다.

"난..... 이런 거 싫어"
치이이익

하나의 버스가 도착했다.
2015년 이래도 새로운 도시제어시스템이 도입되어 버스같이 순행되는 차량은 전부 교통국에서 컴퓨터로 무인운전시스템으로 운행하게 되어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오늘도 서울 시내버스를 이용해주시는 승객여러분께 대단한 감사를 드립니다.

언제나 똑같은 높낮이와 절대로 변치 않는 기계합성음은 요즘 유명 연예인의 목소리로 녹음되어 나왔다.
몇몇 사람들은 버스 문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고는 차례로 버스 안으로 들어갔고 들어가는 입구 한쪽에 설치된 지불장치에 자신의 엄지손가락의 지문을 갖다대어 자신의 사이버머니에서 버스비가 나가게 하였다.
어느 정도 타야할 사람이 다타버리자 치이익 거리는 가스 빠져나가는 소리를 내며 약간 유선형에 가까운 버스가 또다시 허공에 약간 떠올랐다.
그 다음 언제나 그랬듯이 그 버시는 자신이 가야할 다음 정류장을 향해서 충실히 움직였다.
그리고 현청은 그곳에 혼자 남았다.

와글와글와글
뚜벅 뚜벅 뚜벅
"어머 그랬어요? 어쩜 저럴수가..."
"헤헤... 진짜루 그랬다니까...."
"어이 이 대리! 오늘은 3차까지 가자구!"
"좋지! 좋아!... 오늘은 내가 쏜다!"
"엄마 나 저거 가지고 싶어.."

다양한 사람들의 발소리와 말소리....
그 모든 것이 영화 속 스크린에 비춰지는 듯한 현청의 두 눈에는 서서히 거리에서 그 수를 줄여나가는 사람들만이 눈에 띠었다.
또한 그 일대의 거리에 지나다니는 차량들도 이젠 서서히 하나둘씩 사라지게 되었다.

휘이이잉

썰렁한 바람이 거리 한복판을 쓸쓸하게 훑고 지나가는 이 시각.......
이랬다.
그때도 이랬다.
그 피할 수 없는 운명을 맞이하기 전에도.......
마치 세상이 멈춰져버린 것처럼 꼭 이런 기묘한 현상을 직접 체험하게 되었었다.

"음!"

갑자기 신경이 곤두세워졌다.
그리곤 자신의 옆으로 조금 떨어진 위치에 누군가 현청과 단둘이 있다는 것이 이 거리의 특징이 되어버렸다.
현청은 고개만을 돌려 옆을 쳐다보고는 자신의 옆에 서있는 존재를 확인했다.
그리곤 다시 고개를 돌려 자신의 앞만을 쳐다봤다.

"..........."

문득 자신과 같이 이 기묘한 공간에 서있는 존재가 몸을 돌려서 현청을 똑바로 바라봤다.
검은색 선글라스에 검은색 코트를 입고 있는 그 존재는 아직 사춘기가 채 지나지도 않은 15세에서 16세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 10대 아이돌스타 같은 미소년이었다.

뚜벅

어깨선을 살짝 넘는 그 머릿결이 출렁거리며 현청을 향하여 발걸음을 하였다.

뚜벅 뚜벅 뚜벅
".........."

얼마 지나지 않아 현청으로 붙어 두발자국 정도 떨어진 위치에 슨 그 소년은 현청을 향하여 밝디 밝아서 자칫 잘못하면 같이 따라서 같은 표정을 지을 듯한 신비하고 오묘한 웃음을 얼굴에 나타냈다.

"... 유현청 형.... 맞죠?"
"......"
"아이.....역시 제대로야...! 카를로스 선배가 보내서 왔어요."

그러나 현청은 말이 없었다.

"왜 그래요? 어디 아파요?"
"........."
"제길.... 사람이 왜 그렇게 무뚝뚝해요...... 좀 웃어봐요 웃어...."

그러자 그는 천천히 마네킹 인형의 부자연스러운 움직임같이 고개를 돌려서 말했다.

"날.....내버려둬"
"아이 너무 그러지 말라니까요! 그러면 내가 여기에 온 수고가 없잖아요! 그러면 기껏 마법을 써서 사람들을 물린 게 헛수고가 되니까....."

이 소년은 나이에 비해 약간 어려 보이는 외모에 걸맞게 순수한 듯 했다.
비록 옷은 칙칙해 보여도 그의 말투 때문에 칙칙한 옷도 천사의 따스한 흰옷처럼 보였다.

"그러니까 내말 좀 들어봐요!"
위이잉
바아아아

수소자동차 특유의 허공에서 코너링 하는 소리가 들려옴 과 동시에 천진난만한 소년의 눈빛도 차갑게 변한 것도 한순간이었다.
그리곤 차가 이쪽으로 곧장 달려오면서 한쪽 창문으로 옅은 하얀색 줄무늬의 정장을 입고 검은색 보안경을 낀 남자가 돌격소총 한 자루 들고는 현청과 같이 있던 미소년을 향해서 총탄을 퍼부어 댔다.

철컥
드르르르륵

뛰어난 동체시력으로 날라드는 총알을 전부 확인한 그 소년은 자세를 낮추더니 현청에게 달려들며 외쳤다.

"피해요!"
피피피피핑
바아아앙

현청을 안쪽으로 몰아붙치고 자신이 입고 있는 방탄 소재와 혼방한 검은색 코트로 현청을 보호한 그 소년은 등에서 은밀하게 차여져 있던 동양식 패검을 빼내었다.

스르릉

차갑고도 날카로운 금속성의 맑은 공명이 울리자 약간 초록색과 파란색의 어중간한 색을 띠고 있는 검날은 주변에 약간의 빛을 방사하고 있어서 왠지 화려해 보였다.
서양식 도검류에 비해 폭이 조금 좁은 그 전형적인 동양식 패검은 가드 부분에 박힌 음과 양의 가치를 뜻하는 도식 때문에 더욱 전형적으로 보였다.
순간 산산한 기운이 머물더니 70cm의 검신을 타고 푸른색 기운이 뻗어 올라갔다.
방금 공격해 왔던 남자가 탄 차량은 상대적으로 멀리 떨어진 곳까지 지상으로부터 약간 비상하며 빠르게 움직이더니 시끄럽게 코너 링을 하며 다시 현청과 소년을 향해 돌격해왔다.

바아아아아앙
드드드드드득

또 다시 총을 난사하는 남자를 노려보며 당당히 자리를 지키고 잇던 그 소년은 살기 어린 눈빛으로 돌진해오는 차량을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왼팔을 앞으로 내밀고 자세를 낮추며 검이 들린 오른팔로 검이 땅에 약간씩 끌리게 한 뒤 차량을 향해서 달려나갔다.

타닥
후우웅 후우우웅

앞으로 달려나간 그는 오른팔을 앞으로 휘두르는가 싶더니 그 오른팔을 따라서 주변의 기류를 사납게 때리며 회전하기 시작했다.
한회전을 하자 약간 공중에 떠졌고 또 다시 회전을 했을 때는 조금 더 공중에 떠짐과 동시에 그의 패검에 맺혀있던 푸른색 검기가 쏘아져 나갔다.

쉬식
파가가각

검기劍氣!
검예劍藝를 오랫동안 꾸준히 수련한자만의 특권!
MSP요원들이 사용하는 검기를 TV다큐멘터리에서 본적은 있지만 아무래도 못 믿겠다는 듯이 쳐다보는 그 남자의 두 눈은 신비와 불신에 가득 찬 모양으로 자신이 지금 꿈을 꾸고 있는게 아닌가 하고 잠시간 심하게 고찰하도록 했다.

"으아아악! 이게 뭐야!"
콰쾅

무자비하게도 푸른색 검기는 맑은 그 표면의 색체와 다르게 자체를 공업용 프레스처럼 무참하게 절단하며 엔진을 폭파시키곤 그 안에 있던 남자들조차 산화시켰다.
검기를 날린 다음 그 자세 그대로 땅에 서있던 그 소년은 천천히 자세를 풀더니 현청을 돌아보며 말했다.

"어서 도망가요! 여긴 위험하니까!"

그 말 한마디에 현청은 갑자기 최면에 걸린 듯이 반대쪽으로 도망가기 시작했다.

탁탁탁탁탁

자의인지 타의인지 평소에 자아의식이 그 누구보다도 강했다고 자부했던 현청은 지금은 그 자부심을 깔아뭉개고 거리를 돌아 옆쪽 도로로 자신이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속도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콰쾅

한차례 폭음이 들려오더니 아까 그 소년이 있던 곳에 굉장한 폭발이 용솟음하며 불길이 타오르고 있었다.
어찌 보면 멋지다고 생각할지도 모르는 폭발을 뒤로 여러 개의 총격전을 하는 듯한 연속적인 총성과 끈이지 않는 쇠 마찰소리와 함께 수십 차례 기합성이 들려오는 것이 마치 무슨 현대전과 검을 들고 싸움을 벌였던 고대 전투를 합쳐놓은 듯한 전장을 연상케 했다.

바아아앙

이번엔 호버크레프트로 개발된 갤로퍼 승용차가 현청을 바싹 뒤쫓아오더니 얼마 가지 않아 현청을 따라 잡게 되었다.
또한 뒤에서 몇몇의 똑같이 군대처럼 같은 정장을 입은 같은 헤어스타일의 남자들이 싸늘한 표정으로 음산한 살의를 품고 현청을 잡기 위해 뛰어오고 있었다.

바아아... 끼이익

현청을 앞질러 나간 갤로퍼는 곧바로 코너링을 하여 현청의 바로 앞에서 멈추었고 갈 길이 막히자 잠시 주춤거린 현청은 곧바로 뒤에서 몰아닥친 이들에 의해서 납치되었다.
그렇게 싱겁게도 납치작전은 성공했다.


"뭐라고? 성공했다고?"
-예.. 도중에 약간의 희생이 있었지만 목표물만 노린 결과 목표를 납치할 수 있었습니다.
"음...그래. 잘 했다."
달칵

얌전히 수화기를 내려놓은 김태형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됐어. 이로서.... 위기는 모면한 것이야...."

누워버리는 듯이 소파에 폭삭 몸을 기대는 김태형의 표정은 깨달음을 얻어 번뇌를 벗어난 무아지경無我地境에 이른 존재 같았다.
아무튼 한숨 노인 그는 소파 위에서 불편한 잠을 청하기 위해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