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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그만 움직이자는 라쿠스의 말에 따라 세 사람은 고원으로 발을 내딛었다. 그의 말대로 고원은 별다른 특징 없이 지극히 평범한 장소였다. 허나 루나키아 산맥의 기이함을 목격한 후 에이페리아와 로이에르의 몸은 극도의 긴장감이 지배하고 있었다. 평탄하고 그리 넓지 않은 고원을 지나가면서도 그 둘의 발걸음은 천근만근처럼 무거웠다.

 

  생각보다 힘든 걸음으로 고원을 빠져나온 에이페리아와 로이에르. 고원을 벗어나 루나키아 산맥의 첫 번째 산을 목도하자 두 남녀의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했다. 외관상 지극히 평범한 산. 높지도 가파르지도 않으며 지형이 험하지도 않은 일상에서 볼 수 있는 그런 평범한 산. 그저 약간의 눈이 날리고 있을 뿐인 산이지만, 루나키아 산맥의 한 곳이란 사실 하나로 공포심을 불러일으켰다.

 

  산을 오르기 직전에 라쿠스는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다시 한 번 말하지. 절대로 나한테서 시선을 돌리지 마. 주변의 다른 것에 눈을 돌리고 싶어도 내 모습이 들어오는 내에서만 시야에 두도록 해. 정 뭔가를 보고 싶다면 날 불러서 멈춰 세우고 보도록 해.”

 

  루나키아 산맥이 주는 긴장감 때문이었을까. 아님 짧은 시간이나마 라쿠스를 겪고 깨닫게 된 것일까. 에이페리아와 로이에르는 이유에 대해 묻는 것도 잊은 채 단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두 남녀의 답을 확인한 라쿠스가 다시 걸음을 옮기고 그 뒷모습을 에이페리아와 로이에르가 따라가면서, 세 사람은 루나키아 산맥으로 나아갔다.

 

  고원에서 산으로의 첫걸음. 단 한걸음만으로 주변의 공기가 변했다. 차가운 겨울바람이 얼굴을 세차게 스치고 지나갔고 조금씩 내리는 눈이 시야에 들어왔다. 에이페리아와 로이에르는 단 한걸음 만에 바뀌어버린 자연의 모습에 기이함을 느꼈다. 동시에 루나키아 산맥에 그 한걸음을 내딛었음을 실감하며 긴장된 걸음을 옮겼다.

 

  로이에르는 걷는 내내 라쿠스의 말을 명심하며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세차게 부는 겨울바람에 어지러이 나부끼는 은빛 색의 장발. 그 머리에 어울리는 은빛 털에 뒤덮인 두터운 모피 외투. 머리와 어깨 위로 조금씩 쌓여가는 눈. 하늘에서 내리고 있는 눈까지 라쿠스를 위한 연출인 것처럼 그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루었다. 그리고 묵묵히 앞장서서 걸어 나가고 있는 그 뒷모습에서 느껴지는 알 수 없는 고독한 분위기.

 

  그 모습에 로이에르는 토르시가 라쿠스에 대해 알려줄 때 했던 말을 떠올렸다. 엘라시 라쿠스라는 말의 본뜻은 산 민족어로 은빛 늑대라고 하였다. 로이에르는 새삼 잘 지은 이름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두 눈에 보이는 라쿠스의 뒷모습은 그야말로 은빛 늑대 그 자체였다.

 

  어느덧 내리던 눈이 쌓이며 바닥은 순백으로 물들었다. 그 순백의 도화지 위로 라쿠스의 발자국이 그려졌고, 그 발자국 뒤로 에이페리아와 로이에르의 발자국이 이어졌다. 그렇게 세 사람이 발자국을 남기며 산을 오른 지 꽤 많은 시간이 지났다.

 

  라쿠스의 뒷모습만 보며 걷던 로이에르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피로감을 느꼈다. 차가운 공기에 숨이 쉽게 가빠지기도 했고, 경사진 산을 계속 오르다보니 다리가 무거워지기도 했지만, 정신적인 피로감이 가장 컸다. 루나키아 산맥의 알 수 없는 위험과 그로 인한 공포. 그 막연한 공포에 잔뜩 경직된 몸으로 긴장된 걸음을 하나하나 옮기다보니 그 피로가 배가 되고 있었다.

 

  로이에르는 라쿠스의 모습을 놓치지 않는 선에서 에이페리아를 슬쩍 살펴보았다. 여성의 몸으로 그것도 힘든 일을 많이 겪어보지 못한 그녀가 극심한 피로를 느끼고 있다는 것은 슬쩍 보더라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로이에르는 단지 막연하기만 한 공포를 이해만 해도 피로감이 덜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입을 열었다.

 

혹시, 루나키아 산맥이 겉모습 말고도 어떤 점이 위험한지 알 수 있습니까?”

흐음. 그러고 보니 막연하게 위험하다고만 해도 그건 그거대로 지치겠군.”

 

  마치 로이에르의 의도를 읽은 것 같은 대답과 함께 라쿠스는 걸음을 멈추었다.

 

자네 지금까지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갈 수 있겠나?”

그거야 뭐.”

 

  라쿠스의 질문에 로이에르는 어렵지 않다는 듯 대답하려 했으나 말끝을 흐리며 쉬이 답하지 못했다.

 

어라?”

 

  로이에르는 당황했다. 분명 라쿠스의 뒷모습만 바라보며 걷긴 했지만, 그는 어느 정도의 방향감각은 느끼며 걸어왔다. 중간 중간 길을 꺾으며 돌아왔던 부분이 있었지만, 처음 출발한 고원을 등에 진채 거의 직선거리로만 걸어왔었다. 거기에 이 산에 들어오고 나서부터 사람이 수월히 다닐 수 있을 정도의 산길만을 따라 걸어왔고, 수풀을 헤치며 나아간 것도 아니기에 그는 어렵지 않게 되돌아가는 길을 떠올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떠올릴 수 없었다. 정말 아무것도 떠올릴 수 없었다. 라쿠스를 따라 걸음을 멈춘 로이에르는 그 자리에서 되돌아가는 길을 골똘히 생각해보았지만, 생각만 하려해도 머릿속이 뿌옇게 되어 아무것도 떠올릴 수 없었다.

 

아무것도 생각이 안 나지?”

 

  멍한 표정으로 서있는 로이에르를 보며 라쿠스는 피식 웃었다. 옆에 있는 에이페리아도 비슷한 표정을 짓고 서있었다.

 

그럼 한번 뒤돌아서 왔던 길을 바라보게.”

 

  라쿠스의 말에 돌아서려던 로이에르가 순간 멈칫하고 라쿠스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의 생각을 읽은 라쿠스가 말을 덧붙였다.

 

난 지금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을 거니까 괜찮아. 지금은 나한테서 눈을 떼도 상관없어.”

 

  로이에르는 라쿠스의 말에 안심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그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뒤돌아보면 보일 거라 생각했던 고원이 보이지 않았다. 아니, 고원뿐만이 아니라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의 시야에 확인 되는 것이라곤 지금 오르고 있는 산의 초입, 경계부근 이었다. 그 주변에는 고원도, 다른 이웃해 있는 산도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그 끝을 알 수 없는 칠흑의 어둠만이 산을 둘러싸고 있었다.

 

다 봤으면, 다시 나를 보게.”

 

  등 뒤에서 들린 라쿠스의 말에 로이에르는 다시 몸을 돌렸다. 하지만 몸을 돌린 로이에르의 시야에 라쿠스는 없었다.

 

? 이게 무슨?”

 

  로이에르는 지금 상황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라쿠스의 모습이 보이는 상태에서 돌아서서 뒤를 보았고, 다시 라쿠스의 말에 그대로 돌아 섰지만, 로이에르의 눈에 들어온 것은 옆에 서있던 에이페리아였다. 놀란 로이에르는 에이페리아가 서있는 위치로 라쿠스가 있을 곳을 가늠해 다시 고개를 돌렸지만, 이번에 그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길의 옆에 나있던 수풀이었다.

 

  라쿠스의 말에 따른 로이에르처럼 그 옆에서 같이 뒤돌아보았던 에이페리아도 같은 상황에 처했다. 두 남녀는 바로 뒤편에 서있던 라쿠스를 바로 찾아내지 못하고, 여러 번 고개를 돌리고 나서야 라쿠스가 있는 방향으로 돌아 설 수 있었다. 놀란 두 남녀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라쿠스가 말했다.

 

난 아까 걸음을 멈추고 단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네. 이게 무슨 뜻인지 알겠지?”

 

  로이에르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가 잠시 눈을 떼었다고 해서 바로 뒤에 있던 라쿠스를 바로 찾아내지 못했다. 방향감각의 상실. 생전 겪어보지도 못했던 이 말도 안 되는 현상이 극도의 공포심을 심어주었다.

 

이래서 나를 절대 시야에서 놓치지 말라는 걸세.”

 

  에이페리아와 로이에르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확인한 라쿠스는 다시 몸을 돌렸다. 두 남녀와 다르게 헤매지 않고 정확하게 돌아선 라쿠스는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이런 곳이네. 루나키아 산맥이란 곳은 그러니 정신 바짝 차리고 따라와.”

 

  라쿠스가 더 말할 필요도 없이. 에이페리아와 로이에르는 두 눈을 크게 뜬 채 오직 라쿠스의 등만 바라보고 있었다. 두 남녀의 표정에선 라쿠스가 아닌 다른 어떤 것에도 결코 시선을 돌리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느껴졌다.

 

  그렇게 세 사람이 다시 산을 오르기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그들의 눈앞에 다음 산이 나타났다.

 

하하.”

 

  로이에르는 헛웃음이 나왔다. 그는 루나키아 산맥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려는 것을 포기하기로 했다. 경사가 완만해졌다던가, 산의 정상을 찍었다던가, 산을 내려가고 있다던가. 그런 느낌도 없었다. 그저 라쿠스를 따라 한창 산을 오르고 있었다. 그렇기에 다음 산이 곧 보일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앞에 다음 산의 모습이 보였다. 그렇게 아무런 전조도 예고도 없이 말 그대로 갑자기. 다음 산은 그들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라쿠스는 다음 산으로 넘어가기 전에 걸음을 멈추었다. 그 덕에 에이페리아와 로이에르는 새로 오르게 될 산의 모습을 잠시 확인 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오르고 있던 산은 밝은 하늘에 눈이 내리고 있었다. 그와 대조적으로 새로운 산은 눈이나 비가 오지 않는 화창한 날씨에 짙은 석양이 드리우고 있었다.

 

고원에서 봐서 알겠지만, 루나키아 산맥의 산들은 각각의 산마다 시간이나 기상 변화가 다르지. 다행이 다음 산은 적절한 기상에 적절한 시간이로군. 저 산을 오르다 밤이 되면 야영을 하도록 하지.”

 

  라쿠스의 마지막 말에 에이페리아와 로이에르의 눈이 반짝였다. 과도한 정신적 피로와 육체적 피로가 겹쳐있던 두 남녀는 이미 오래전부터 휴식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다가올 휴식을 생각하며 기운을 낸 두 남녀는 라쿠스를 따라 새로운 산으로 나아갔다.

 

  두 남녀의 바람과 달리 생각보다 휴식은 금방 찾아오지 않았다. 루나키아 산맥은 시간만이 아니라 시간이 흐르는 속도도 제멋대로인 듯 했다. 산을 오르기 시작할 때부터 깔려있던 짙은 석양은 좀처럼 밤으로 바뀔 기미가 없었다. 두 남녀는 다가올 듯 다가오지 않는 휴식에 더욱 지쳐갔다.

 

  거기에 지금 오르고 있는 산은 이전 산과는 달랐다. 이전 산에서는 길이 나있는 곳으로만 다녔던 것과 달리, 무슨 이유인지 라쿠스는 종종 길을 벗어나 수풀이 우거진 곳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한참을 수풀을 헤치다 다시 길이 나있는 곳으로 나왔고, 얼마안가 다시 수풀이 우거진 곳으로 들어가는 일이 반복되었다.

 

  로이에르는 라쿠스를 놓치지 않으려 애쓰며 가능한 범위 내에서 에이페리아의 상태를 살폈다. 이런 산행이 익숙하지 않은 그녀로선 수풀이 우거진, 편하지 않은 곳으로 자꾸만 들어가는 것이 달갑지 않을 것이다. 에이페리아의 숨은 갈수록 거칠어졌고 그녀의 안색은 눈에 띄게 나빠지고 있었다.

 

  별다른 방도가 없던 로이에르는 그저 에이페리아의 상태를 걱정하며 걸었다. 그러다 라쿠스가 또다시 수풀로 들어가려 하자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었다.

 

라쿠스. 혹시 자꾸 길을 벗어나 수풀로 들어가는 게 어떤 이유가 있는 겁니까?”

 

  로이에르의 물음에 수풀로 막 들어가려던 라쿠스는 걸음을 멈췄다. 길과 수풀의 경계에 멈춰 선 라쿠스는 고개를 돌려 로이에르를 바라봤다.

 

자네 짐에 빵 같은 거라도 있다면 꺼내보게.”

 

  라쿠스의 말에 의아해하며 로이에르는 주섬주섬 식량으로 챙긴 빵을 하나 꺼내들었다.

 

멀찍이서도 보이게 적당한 크기로 뜯어서 저 앞에 던져봐.”

 

  라쿠스는 그리 멀지 않은 길의 한 곳을 손가락으로 가리켰고, 로이에르는 라쿠스가 가리킨 곳으로 빵을 크게 뜯어서 던졌다. 산길의 한가운데에 빵조각 하나가 눈에 띄게 떨어졌다. 그것을 확인한 라쿠스는 이번엔 조금 더 멀리 떨어진 곳을 가리켰다.

 

이번에는 저곳보다 조금 더 먼 곳으로 던져보게.”

 

  라쿠스의 지시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궁금해 하며 로이에르는 라쿠스가 시키는 대로 했다.

 

?”

 

  두 번째 빵조각을 던진 로이에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옆에서 지켜보던 에이페리아도 마찬가지였다. 분명히 산길 위로 빵조각을 던졌건만, 바닥에 떨어지던 빵조각은 거짓말처럼 그대로 사라졌다. 당황한 로이에르는 한 번 더 빵을 뜯어 같은 곳으로 던졌지만, 다시 감쪽같이 사라질 뿐이었다. 이해할 수 없는 현상에 멍해진 로이에르는 두 눈을 깜빡거리며 라쿠스를 바라보았다.

 

일단은 그거면 되니까. 다시 날 따라와.”

 

  라쿠스는 방금 일어난 현상에 대해 설명하는 대신, 따라오라는 손짓과 함께 수풀로 걸어갔다. 에이페리아와 로이에르를 데리고 수풀로 들어 간지 몇 걸음 되지 않아 라쿠스는 갑자기 멈춰 섰다. 걸음을 멈춘 채 고개를 돌려 옆을 확인하던 라쿠스는 한쪽을 손으로 가리켰다.

 

저길 한번 보면 이해할거야.”

맙소사.”

 

  로이에르는 짧은 신음소리를 내며 질겁했다. 에이페리아는 손으로 두 눈을 비비적거렸다. 수풀의 틈사이로 그들이 아까까지 있던 산길이 보였다. 산길의 한 곳에 아까 로이에르가 던진 빵조각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빵조각이 떨어져있는 곳 앞쪽에는 길이 존재하지 않았다.

 

  에이페리아와 로이에르는 두 눈을 의심했다. 분명 수풀에 들어가기 전에 본 산길은 끊어지는 부분 없이 쭉 이어져 있었다. 그러나 수풀에 들어와 옆에서 본 산길의 모습은 전혀 달랐다. 난데없이 길이 뚝 끊어져 있었고 그 앞에는 바닥을 알 수 없는 낭떠러지가 나타났다. 길의 끝은 빵조각이 떨어져 있는 곳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그저 산길을 따라 아무생각 없이 몇 걸음만 더 내딛었다면 낭떠러지로 떨어졌을 거라는 사실에 두 남녀는 소름이 돋았다. 놀라서 말을 잇지 못하는 두 남녀를 보며 라쿠스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루나키아 산맥에선 눈에 보이는 것을 다 믿지 마. 그게 전부는 아니니까.”

 

  에이페리아와 로이에르가 라쿠스의 말에 뭐라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졌다. 라쿠스와 두 남녀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방금 전까지 있었던 짙은 석양빛은 온데간데없이 어두운 밤하늘이 산을 뒤덮었다. 어둠 속을 비추고 있던 촛불을 꺼버리듯. 그렇게 갑작스럽게 루나키아 산맥의 밤이 찾아왔다.

  • PORSCHE 2018.10.12 07:02
    그야말로 이해할 수 없는 산맥이군요.
    처음엔 조금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읽다가 그냥 라쿠스와 일행이 하는데로 보기만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ㅋㅋㅋ 추상화나 환상화에 나올법한 모습들이 끝없이 나타나니 혼돈 그 자체군요.

    그렇지만 그것들을 이해하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게 쓴 당신은 도대체...
    라쿠스와 일행이 눈 발자국 만들어내는 묘사나 뒤돌아보고 난 후 방향 상실 묘사 같은 부분에서 감탄했습니다. 상식 밖에 공포라는 것이 참 매력적이네요. 일행이 어떻게 목적지까지 갈지 걱정이네요. 재밌게 읽었습니다.
  • SKEN 2018.10.13 01:29
    많이 걱정하면서 쓴 부분이고 쓰고 나서도 영 아닌가 싶은 생각도 종종 들었는데
    이리 말씀해주시니 안도가 됩니다! 워낙 느낌을 살리기가 애매한 부분들이라 고민이 많았는데
    어느정도 전달이 되고 있는거 같아 다행입니다. 호평 감사합니다!
  • 반딧불 2018.10.13 15:16
    라쿠스가 처음부터 주인공들을 주의를 주고, 그 풍경들을 묘사하고.
    이 산새가 왜 험하고 위험한가, 전편에서 산맥의 묘사할땐 멀리서 보는 느낌이라 왜 그런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소설의 에너지를 산새에 꽤나 치중했던 이유가 드러나는 과정이 너무 매력적이네요. 마치 응축했다가 폭발시켜버리는 느낌이 너무도 좋습니다.
    항상 산에 대한 궁금증이 가득했습니다.
    더불어서 혼란스런 산의 표현을 보다 빨리 만끽하고 싶었습니다
    이 산맥의 자연스런 규칙따위는 없다. 이곳이 혼돈 그 자체이고, 이 산의 주인에 대한 정보가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것이 일품이었습니다.
    특히나 기억 상실부분은 망각의 강을 떠올리게 해서 마치 신화의 한편을 보는 기분까지 굉장히 다채로웠네요 훌륭합니다
  • SKEN 2018.10.17 23:34
    히이익 분에 넘치는 호평 감사합니다!
  • 불꽃휴먼 2018.10.24 05:08

    음, 저는 좀 큰 틀로 벗어나서 이야기 해볼게요.
    루나키아 산맥. 묘사도 정말 좋고 신비로우면서 상식이 안통하는 매서움도 보는 사람을 현혹시키기에 좋아요.
    그런데 이런 먼치킨산맥이 꼭 글의 극초반에 등장했어야 할까 하는 생각도 동시에 드네요.
    마치 이제 칼이랑 갑옷 다 차리고 LV1로 출발하는데 바로 LV80짜리 던전을 들어간다는 느낌 비슷한게 들었어요.
    독자들의 속성이란 게 보통 초반에 1이나 2를 보여주면서 기대감을 고조시키면 다음에는 3이나 4를 바라는 법이니까요.
    만약 루나키아의 모든 진면목이 라쿠스 입에서 다 발설되게 된다면, 그 다음에 보여주어야 할 스케일은 보여준 것 그 이상이어야 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네요...
    대부분의 소설이나 만화 등의 스토리가 그렇듯 세계관 스케일은 주인공과, 그 주인공을 뒤에서 지켜보는 독자의 시야에 맞춰서 점점 커져나가는게 보통이니까요.
    현시점의 루나키아는 최대한 '흥미를 유발시킬 정도'의 맛보기로 끝내고 다음으로 빠르게 넘어가는 게 개인적으론 괜찮지 않을가 싶네요. 8조각짜리 피자의 딱 한조각 정도로만요.
    그 뒤로 플롯에 맞춰서 다시 주무대로 사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네요.
    항상 스캔님의 소설 잘 보고 있습니다.

  • SKEN 2018.11.07 23:55
    댓글 감사합니다. 아무래도 이야기를 길게 끌어나가는데 있어 플롯이 깔끔하게 구상이 되있지 않고,
    저 스스로가 길게 뭔가를 써본 경험이 전무했기에 간과한 부분이 있네요ㅜ
    아무래도 지나가는 스테이지로 치부하기에는 설정 과잉? 혹은 오버파워화가 되버린듯 싶다고는 계속 생각하고 있었습니다ㅜ
    큰 틀에서 생각하는건 좀 더 경험이나 식견이 넓어져야 할 숙제일듯 싶네요. 좋은 비평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