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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위와 같은 이유로 로하나스 제국 서부방위선의 총 책임자인 겔 두나크 요름서부 변경백의 요청을 수락하며, 변경백의 요구 사항에 따라 서부방위선 서남부지역 인테그리안평원의 병력 증원을 실행한다.

  해당 내용의 실행에 있어 제국 중앙사령부 전력분석단의 판단과 의견을 적극 반영하며, 이에 따라 현재 로하나스 제국 남부방위선 벨 리사마성 인근에 주둔중인 독립사령부 소속 제국 제 2 독립기사단 레이븐에게 인테그리안평원에서의 임무를 부여한다.

  제국 전시 특례법 5조항에 의거 임무지에서의 모든 작전 권한을 카일 브룬힐드 키르와일러단장에게 일임함.

-로하나스 제국 군무대신 페르거프 폰 란드그라츠’-

 

1일차.

  임무지령서를 받을 때 같이 받은 전황보고서만 봐도 그러했지만, 인테그리안 평원의 전황은 심히 좋지 않았다. 전임으로 전장의 총 지휘를 맡고 있던이름도 잘 떠오르지 않는 무능한 백작은 전투 3일째에 완전히 방비를 갖춘 루스토니아 군의 방어진지에 아무런 기책도 없이 단순 돌격을 전군에 명령하였고, 결과는 당연히 참패.

 

  본인 직속의 부대였던 서방사령부 9사단의 7할의 병력을 아무 의미 없이 소모했고, 본인도 어디서 날라 왔는지 알 수도 없는 화살에 맞아 죽었기에, 참패에 대한 책임도지지 못하고 마지막까지 무능함을 보여주었다.

 

  그래도 신분이 귀족이라고 많은 병사들이 죽어가면서도 시신은 거두었으니, 무능함과 상관없이 대우를 받는 게 전형적인 귀족답다고 할 수 있겠다. 아직도 그런 단순한 열정론자가 한 전장의 군을 총괄 지휘하는 자리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롭다.

 

  다행이 휘하에 속해있던 다른 2개의 사단, 서방사령부 11사단과 15사단의 지휘관들은 무능한 자들은 아니었고, 총 지휘관의 뒤를 열정적으로 따르지 않았기에 대부분의 병력을 온존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렇다 해도 현재는 사용할 수 있는 말의 수가 압도적으로 부족하기에-1개 사단을 날려먹은 어떤 무능한 백작 덕분에- 본격적인 작전은 우리와 같이 임무를 받은 추가 지원 사단이 도착한 후부터 가능하다.

 

2일차.

  첫날에는 갑작스러운 우리의 등장에 상황을 살피듯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던 루스토니아 군이 2일차부터 공격을 개시했다. 커맨더 골렘(Commander Golem) ‘파란 눈이 이끄는 인테그리안 평원의 루스토니아 군은 그들답게 정석적인 진형과 전술로 공격을 해왔다.

 

  우리가 도착한 뒤 기본적인 사단의 배치는 변경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 군의 양익은 각 11사단과 15사단이 맡고 있었고 중앙은 7할의 병력을 소모한 9사단과 우리 레이븐 뿐이었다. 누가 봐도 중앙이 허술해 보이는 진형이기 때문에 이에 맞춰 루스토니아 군은 주공 방향을 중앙에 집중한 진형으로 공격해 들어왔다.

 

  물론 단지 육안으로 보였을 때 중앙이 허술해 보였을 뿐, 실제로 중앙의 전위를 맡고 있는 것은 우리 레이븐이기 때문에 방어에 치중해 단순히 막아내기만 하는 것은 크게 무리가 없었다. 반나절동안 별 의미 없는 소모전 양상을 띄우던 전투는 해질 무렵 아군의 후방에서 추가 지원 사단이 도착하자 루스토니아군이 공격을 멈추고 돌아감으로 마무리 되었다.

 

  루스토니아군의 공격 내내 파란 눈은 중앙 최후미에서 아무 움직임도 없이 그저 그 존재감만을 나타내고 있었다. ‘파란 눈의 위치와 금일 전투로 상당수 중앙에 밀집한 루스토니아군의 배치 형태 때문에 계획대로 진행하려면 조금 시일이 걸릴지도 모르겠다.

 

3일차

카일 단장, 모두 모였습니다.”

 

  제국군 중앙지휘막사 내부. 작전지도를 펼쳐놓은 책상 앞에 앉아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있던 카일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눈을 떴다. 그는 자신을 부른 갈색 단발머리의 사내를 포함해 막사에 서있는 인원들을 쭉 훑어본 후 입을 열었다.

 

루츠는? 아직 자고 있나?”

 

  카일의 질문에 왼쪽 뺨과 이마에 기다란 흉터가 있는 덩치 큰 사내가 무심하게 답했다.

 

, 아직 해가 떠있으니까요.”

 

  카일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루츠는 나중에 다른 인원이 전달해주도록. 그럼, 지금부터 진행될 작전을 설명하겠다.”

 

  카일이 책상 위에 펼쳐진 작전지도로 손을 가져가자, 막사에 있던 전 인원은 약속이나 한 듯 일사불란하게 지도가 있는 책상 주변으로 둘러섰다. 카일은 지도상 아군이 위치해있는 곳을 가리키며 설명을 시작했다.

 

어제 우리와 같은 지원 임무를 명받은 남방사령부 5사단이 시일에 맞춰 도착했기 때문에 쓸 만한 장기 말은 충분히 갖춰진 상태다. 우선 각 사단 지휘관들에게 지시해 배치된 아군 현황부터 이야기하겠다. 좌익과 우익은 기존대로 서방사령부 11사단과 15사단이 맡는다. 여기에 어제 도착한 남방사령부 5사단의 병력 중 6할을 떼어 양익에 더한다. 중앙은 남은 4할과 기존의 서방사령부 9사단을 둔다.”

 

  그는 설명과 함께 지도 위에 놓인 아군의 위치와 규모를 나타내는 모형 깃대를 움직여 보여주었다. 그리고 지도 위에 나타난 아군의 진형을 보고 있던 인원들 중 흉터가 있는 덩치 큰 사내가 턱을 긁적이며 입을 열었다.

 

그 뭐냐양익을 주공으로 가는 겁니까? 저것들은 중앙에 밀집된 포진인데 아군의 중앙이 너무 부족하지 않습니까? 자칫하면 중앙이 뚫리겠는데요. 가뜩이나 9사단 애들은 병력도 적고 사기도 밑바닥이라 써먹지를 못하겠던데.”

흐음, 적의 중앙을 얇게 만들 생각이군요.”

 

  덩치 큰 사내의 말에 이어, 막사 안의 인원들 중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팔짱을 낀 채 지도를 유심히 보다 나지막이 말했고, 노인의 말에 카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볼키에르의 말대로 적의 중앙을 얇게 만든다. 그 과정에서 리델의 말대로 아군의 중앙이 뚫리면 본말전도가 되니, 중앙의 방어는 어제와 오늘처럼 리델과 엘루시아가 중심이 돼서 맡는다.”

 

  카일의 말에 흉터가 있는 덩치 큰 사내와 그의 옆에 서있던 기다란 귀가 뾰족 솟아있는 금발의 엘프(Elf) 여성이 손을 들어 알겠다는 제스처를 해보였다.

 

그리고 볼키에르는 아군의 좌익을, 카이스턴은 아군의 우익을 맡아 해당 위치에 있는 사단의 병력들을 이끈다. 절대로 적의 진형을 돌파하지 말고 지공으로 밀어붙여 적의 병력을 양익으로 최대한 집중시킨다.”

 

  이어지는 그의 말에 백발의 노인과 금색 더벅머리의 사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카일은 모든 인원이 자신의 말을 이해했는지 확인하듯 훑어본 후 팔짱을 끼며 지도에서 손을 떼었다.

 

정리하면 모든 움직임의 목적은 눈앞의 적을 격파하는 것이 아닌 적 진형의 중앙을 얇게 만드는 것이다. 아군의 중앙은 그저 굳건히 버티고, 양익이 천천히 적을 몰아세워서 적 중앙의 유병(*遊兵:진형이나 위치가 나빠 전투에 참가하지 않는 병력)이 양익에 몰리도록 작업한다. 볼키에르와 카이스턴은 공격 시 너무 깊숙이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해라. 야간에는 적 진형의 상태를 보면서 적절히 공격하는 것이 어려우니 야습은 없다. 다만 적은 야습을 감행할 수 있으니 그에 대한 대비는 루츠에게 맡긴다. 리델은 이따가 해가 완전히 지면 그에게 전달해주도록.”

, 알겠습니다. 근데이 공격 작업은 며칠 동안 진행하실 겁니까?”

 

  덩치 큰 사내의 질문에 카일은 팔짱을 끼고 있던 오른손을 움직여 턱을 괸 채 잠시 생각에 빠졌다. 잠깐의 침묵과 함께 생각에 빠진 그는 턱을 괴고 있던 손의 집게손가락으로 관자놀이 부근을 톡톡 다섯 번 정도 가볍게 두드린 후 대답했다.

 

우선, 이자크가 계획된 장소에 도착할 때까지 이 작업을 계속한다. 이자크가 도착한 후라도 적의 중앙이 충분히 얇아지지 않았다 판단되면 1~2일 정도 더 이런 공격을 지속해야할 수도 있다. 이자크가 도착한 시점부터 적의 중앙이 충분히 얇아졌을 때에는.”

 

  말끝을 흐린 카일은 지도에 손을 뻗어 루스토니아 군의 위치와 규모가 표시된 모형 깃대들 중 중앙의 가장 최후미에 위치한 깃대를 집어 들었다.

 

내가 직접 적의 중앙을 단숨에 돌파 한 후 파란 눈의 목을 친다.”

 

5일차

  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계획은 의도한대로 흘러가고 있다. 루스토니아 군의 중앙의 병력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었다. 아군의 중앙이 그저 버티고 방어만 하는 것을 적은 뚫어낼 수 없었고 아군의 양익이 천천히 적군의 양익을 집어 삼키고 있었기에 적은 중앙에 발생하는 많은 유병들을 양익의 구원에 보낼 수밖에 없었다. 이정도 진행 속도면 이자크가 도착할 즘이면 준비가 끝날듯하다.

 

  물론,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아군의 중앙이 언제 공세로 돌아설지 모르니 기본적인 방어 병력은 배치할 것이다. 그러나 아군의 중앙엔 육안으로 봤을 때 많은 병력이 있지는 않으니 딱 그 정도만을 경계해 최소 인원을 두고 양익의 붕괴를 저지하려 할 것이다. 그 정도의 병력이라면 나와 리델, 엘루시아만으로도 단숨에 돌파해낼 수 있다.

 

  첫 전투부터 오늘까지 계속되는 전투에서 리델이 계속 방어만 해야 한다는 것에 좀이 쑤시는 듯 했지만, 그 부분은 엘루시아가 잘 통제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 그 둘을 붙여 놓은 것이니까 말이다.

 

  작전 계획을 진행하는데 있어서 크게 불안요소나 문제점은 느껴지지 않았으나, 오늘 오전에 전장을 가로지르며 날아간 까마귀 떼들이 못내 신경 쓰인다. 전쟁터에서 보는 까마귀 떼는 일상적인 풍경과도 같았지만, 오늘 본 까마귀 떼들은 왠지 모르게 평소와 다른 느낌을 받았다.

 

  혹시나 해서 카이스턴에게 자신을 대체해야할 인원이 필요한지 즉, 예의 그 느낌이 들었는지 확인해봤지만, 그런 느낌은 아직 없는데다 이정도 가벼운 임무에 그 느낌이 올 것 같진 않다고 했다. 그 부분은 나도 동의하는데다 카이스턴이 그 느낌을 받았다면 진즉에 먼저 얘기 했을 것이다. 그저 기분 탓일지도 모르겠다.

 

8일차

카일 단장, 잠시 괜찮습니까?”

 

  책상 위에 놓인 수첩에 무언가를 적고 있던 카일은 막사 바깥에서 들려온 소리에 펜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들어오게.”

 

  카일의 대답에 막사의 입구를 가린 천막이 걷히고, 갈색 단발머리의 사내가 들어와 가벼운 목례를 했다.

 

무슨 일인가, 키라하스?”

이자크로부터 해당 장소에 도착했다는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적당하군, 적의 중앙도 충분히 얇아졌으니 내일은 전투를 마무리 지을 수 있겠군.”

, 그리고 한 가지 더 말씀드릴게단장을 찾아온 손님이 계십니다.”

 

  키라하스의 마지막 말에 카일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 그가 누가 왔는지 채 묻기도 전에 키라하스의 뒤편으로 짧은 금발의 사내가 들어왔다. 사내의 얼굴을 본 카일의 두 눈이 동그래졌다.

 

루덴츠! 자네가 이곳엔 어쩐 일인가?”

오랜만이군, 카일! 남부방위선으로 발령 받기 전에 본 이후로 처음이군.”

 

  루덴츠는 반가운 표정으로 카일과 악수를 주고받은 후 카일의 건너편에 있는 빈 의자에 앉았다. 의자에 앉은 그에게 키라하스가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루덴츠 경. 차라도 한잔 마시겠습니까?”

아니야! 괜찮아, 신경써줘서 고맙네. 키라하스.”

 

  루덴츠가 웃으며 손사래를 치자 키라하스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두 분이서 얘기 나누십시오. 저는 나가보겠습니다.”

 

  키라하스는 두 사람에게 목례를 한 후 자리를 비켜주었고, 지휘막사엔 두 사람만 남게 되었다. 어딘가 다소 지친 기색이 감도는 루덴츠가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이거 참, 무능한 지휘관들이 이곳저곳에서 사고를 치니. 자네가 제도로 돌아와 있을 틈이 없군 그래. 원래대로라면 저번 남부방위선 임무가 끝나고 잠시 정비 후 제도로 돌아오는 거였는데 말이야. 자네 얼굴을 제도에서 보기가 참 힘들어.”

각 전장의 문제를 유연하게 해결하기 위해 있는 독립기사단이니까 어쩔 수 없지. 거기에 이번 전장의 전임자는 일을 크게 만들기도 했고, 오죽하면 겔 두나크 변경백이 직접 중앙사령부에 요청서를 보냈다면서?”

아아맞아. 변경백께서 직접 써서 보내셨지. 아주 정중하게. 요청서를 받아본 담당자가 놀래서 나한테 헐레벌떡 뛰어왔었네. 그 내용을 나한테 보여주면서 말이야.”

 

  루덴츠는 다시 생각해도 질린다는 듯 고개를 저었고 카일은 알만하다는 듯 피식 웃었다.

 

겔 두나크 변경백답게 아주 짤막하게 쓰여 있더군. ‘제대로 된 새끼 보내지 않으면 다 때려치우고 니들부터 죽여 버리겠다.’ 정말이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자네와 레이븐이 대기 중이어서 천만다행이었지.”

군무대신의 수석보좌관 자리도 고충이 많군. 그런데 그런 수석보좌관님께서 직접 이 전장을 방문하다니, 그저 안부 차 들린 것은 아니겠지?”

그래실은, 급히 남방사령부에 가는 길에 잠시 들렸네. 자네에게 전해줄 말이 있어서 말이야.”

 

  카일의 질문에 루덴츠는 말끝을 흐리며 말을 멈췄다. 그는 바로 말을 꺼내기가 힘든 듯 머리를 긁적이며 곤란한 표정을 지어보였고 카일은 그저 묵묵히 그런 루덴츠를 지켜보며 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두 사람 사이에 약간의 어색한 침묵이 감돈 뒤, 이윽고 다소 어두운 표정의 루덴츠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이어 말했다.

 

황제 폐하께서 서거하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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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2) 작가의 설정 오류로 대사 수정

  • PORSCHE 2018.07.29 04:52
    불친절함이 많이 들어가서 읽는데 약간의 어려움이 있었지만, 개인적인 느낌이라 생각하기도 함.
    대화문이 자연스럽게 흘러가서 지휘막사내에 벌어지는 전개가 흥미진진하게 다가온다.
    다음편에는 여러가지 사건과 인물들의 행동이 어떨지 기대된닷!
  • SKEN 2018.07.30 23:59
    기..기대하지마랏! 피드백은 언제나 감사!
  • 홍차매니아 2018.07.29 10:54
    한창 재미질려 하는데 끊켰다!
  • SKEN 2018.07.30 23:59
    안끊었으면 계속 재미 없었을 텐데..괜한 기대감만 부풀려버렸나 히익
  • 홍차매니아 2018.07.31 09:20
    딱 이런느낌임. 자자. 이런것도 있고 저런것도 있어. 어때 재밌지? 재밌지? 근데 더 안보여줌 메롱~

    이거임
  • 반딧불 2018.07.29 23:57
    빠른전개에 디테일한 전장상황! 몰입하기 좋은 여건입니다
  • SKEN 2018.07.31 00:00
    크으 딧센세에게 전개로 호평을 받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