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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22 03:35

Blizzard Guard(10)ep1. 훈련[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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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Ey6co.jpg"그런데 대련상대는 누가 하려고?"
지켜보던 소초장이 궁금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 말 하기가 무섭게 앉아 있던 칼라 병사장이 몸을 일으켰다.
"당연히 제가 나서야되지 않겠습니까. 먼저 말을 꺼냈는데."
쇠뇌와 롱소드를 프레카 상등병에게 맡긴 그는 메이아 상등병에게서 목검을 받았다. 그리곤 손목으로 목검을 붕붕 돌리면서 나에게 시선을 맞추었다.
척.
긴장한 채, 자세를 잡았다. 오랜만에 쥔 방패지만 몸은 여전히 기억하고 있었다. 검 없이 방패만 들어 약간 어색하다는 느낌은 들었지만 말이다.
"와, 자세 봐라."
"대충 배운 거 같진 않은데?"
내 견고한 자세에 고참들의 감탄사가 뒤따랐다. 칼라 병사장도 평범하지 않음을 느꼈는지, 얼굴엔 웃음이 가시고 진지함만이 감돌았다. 
"자, 준비됬으면 어서 시작해라."
일종의 심판역할을 위해 다가온 소초장은, 우리 둘을 번갈아보더니 이내 손을 내리며 뒤로 빠졌다.
"잘 부탁한다 막내야!"
그 말을 마침과 동시에 칼라 병사장이 목검을 횡으로 그으며 휘둘러왔다. 나는 침착하게 방패를 비스듬하게 들었다.
퍽퍼억.
가벼운 충격이 전해졌다. 연이은 공격이 올 것이 뻔했기에 내 시선은 또렷히 칼라 병사장을 향했다. 이번엔 사선이다.
또 다시 비스듬하게 비껴낸 뒤 종으로 찍어내려오는 검은 몸을 틀어 가볍게 피했다. 그리곤 자세가 무너진 칼라 병사장을 향해 본능적으로 방패를 두들겼다.
퍽!
"윽."
내 일격에 안면을 맞은 칼라 병사장이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마, 맙소사."
그 순간 분위기가 이상해졌다. 방패를 맞은 칼라 병사장도, 지켜보고 있던 고참들도, 심지어 후려친 당사자인 나조차도 멍청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내 형이자 라이칼 영지의 후계자, 알타바르 소영주는 영지 안에서는 물론이고 아르고니아 전체를 따져도 동 나이 대에서 반사신경 면에서 최고를 달리는 쾌검사였다. 그리고 나는 그런 그의 공격을 거의 다 막을 수 있을 정도로 '맞먹는 인간'이었다.
반사신경이란 게 생각하고 움직이는가? 아니다. 머리 이전에 몸이 먼저 움직이는 영역이다. 막내인 내게 하늘같은 칼라 병사장을 방패로 후려친 거도 똑같은 맥락이었다. 
"괘, 괜찮으십니까?"
당황한 나머지 가드를 풀고 칼라 병사장에게 다가갔다. 그는 손을 내저으며 대련을 계속 하자는 의사를 표시했다.
"미안하다 막내야. 롱소드는 아직 어색해서 빈틈이 많았나보구나."
"아, 아닙니다. 분대장님의 공격은 완벽했습니다."
'내가 더 완벽하니 막히지...'라는 말은 입 속에 삼켰다. 하늘 같은 고참이 코피를 흘리고 있는 상황에서 할 소리는 아니니깐 말이다.
대련은 재개되었다. 나는 아까완 달리 조금씩 의식하기 시작했다. 칼라 병사장이 휘둘러오면 막으면서 힘에 부치는 듯 뒤로 살짝 물러났고, 연격을 퍼부을 때는 일부러 살짝 신음 소리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내 몸에 대한 정타는 허용하지 않았다. 맞으면 아프니깐 말이다.
"그만. 대련 종료."
"하아, 하아..."
"휴우우, 수고하셨습니다."
숨을 헐떡이고 있는 칼라 병사장을 보면서, 나도 따라 허파가 뒤집어질듯 숨을 몰아쉬며 고개를 숙였다. 다만 흘리는 땀의 격차는 어쩔 수 없었기 때문에 뒤이어 말했다.
"정말 막기 버거웠습니다. 체질상 땀을 안흘려서 그렇지, 걷기도 힘들 지경이군요."
말을 마침과 동시에 다리를 부르르 떨었다. 마음 속으로 꼭 이런 짓을 굳이 해야하나 하는 의문까지 들었지만, 다시 고개를 저었다.
적어도 내 분대장 되는 사람의 체면은 지켜줘야된다. 내가 특이할 정도로 잘 다루는 거지, 칼라 병사장이 검을 너무 못다루는 것은 아니었으니깐 말이다.
"너네 뭐하냐? 막내 챙겨라."
그런 내 심중을 파악해서였을까. 칼라 병사장은 일등병들에게 지시했다. 이내 베일 일등병과 안젤리카 일등병이 나를 부축했다.
"막내 제가 들겠습니다."
"저, 저도..."
라만 이등병과 세레나 이등병이 난처한 얼굴로 다가왔다. 지켜보던 두 일등병은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괜찮아 임마."
"우리한테 시키신거 아니가. 막내 무기나 챙겨줘라."
그 말에 '알겠습니다.'라고 대답한 두 직고참들은 내 활과 전통을 각자 짊어졌다. 소초장이 박수를 치며 말했다.
"자, 재미있는 구경도 했고 하니 슬슬 소초로 귀환하자. 시간이 이르긴 하지만 일찍 가야 그만큼 '개인정비시간'이 늘어나니깐 말이지."
"알겠습니다~!"
합창하듯 즐겁게 대답한 우리 분대원들은 각자의 무기를 챙겨 소초를 향하기 시작했다.
다만 나는 멀쩡히(아니, 쌩쌩하게) 걸을 수 있는 데도 두 직고참들의 부축을 받아 가다보니, 미안하면서도 떨떠름했다.
후방보급로를 따라 한참을 걸어가던 우리는 한시간이 약간 되지 않는 시간이 지나서야 소초에 도착할 수 있었다.
"다들 수고했고, 아직 한두번 정도 훈련여유가 있으니 마음을 가다듬고 다음 훈련시간 준비해라."
"네. 고생하셨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활기찬 외침을 끝으로 일과시간은 끝을 맞이했다. 생활관 안에 들어가 각자의 무기를 정리하는 중이었다. 시계를 지켜보던 칼라 병사장이 손을 내저었다.
"시간이 살짝 이르긴 한데 그냥 환복해라."
라만 이등병에게 들은 바론 오후5시가 원래의 일과시간이었다. 지금은 4시 반. 이른 시간이었다. 정해진 시간이 아니라 쭈뼛거리는 이등병들을 향해 피식 웃은 칼라 병사장이 말했다.
"타 분대 애새끼들이 뭐라고 하면 바로 나한테 말해라. 골통을 깨부숴 줄 테니깐."
"알겠습니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안심하고 옷을 갈아입기 시작하는 라만 이등병과 세레나 이등병이었다. 조용히 눈치를 보고 있던 나도 편하게 옷을 갈아입을 수 있었다.
환복을 위해 쳐져 있던 커튼이 걷어진 후, 편하게 비전투복으로 갈아입은 베일 일등병이 칼라 병사장에게 물어왔다.
"분대장님, 시간이 조금 이른데 저녁식사는 언제 가야되겠습니까."
하루밖에 되지 않았지만 지켜보다보니, 의사소통을 주로 전담하는 쪽은 베일 일등병이었다. 아까 사격장에서의 트러블이 조금 있었음에도 그는 거기에 대해 전혀 내색하지 않았다. 칼라 병사장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밥 됬으면 당장 가서 먹어야지. 따끈따끈할 때가 제일 좋은거야."
"알겠습니다. 라만, 라파 상등병님께 가서 밥 다 됬냐고 물어봐라."
"네에에. 다 되에면, 가, 갔다 오오겠습니다아."
"갔다 오는거도 니 말투처럼 늘어져서 오면 안된다 자식아."
살짝 썩은 미소를 짓는 걸 보면, 장난 반, 거슬림 반 같았다. 라만 이등병은 알겠다고 대답한 뒤 생활관 밖을 나섰다. 그러던 중, 칼라 병사장이 다시 베일 일등병을 불렀다.
"베일."
"일등병 베일."
"밥 먹기 전에 나랑 잠깐 얘기좀 하자."
"...알겠습니다."
베일 일등병의 표정은 '올 것이 왔구나'하는 표정이었다. 아마도 사격장에서 있었던 일에 대한 것이리라. 나는 칼라 병사장과 함께 생활관 밖을 나가는 베일 일등병을 지켜보다가, 이내 침상앞에서 각 잡고 앉아 있게 되었다.
현재 생활관 안에 있는 남자는 나를 빼고는 '너무 과묵한' 라이오 상등병. 그리고 다섯 명의 여자 고참들이었다. 붙임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힘든 판국에 그거 조차 없는 나는 하릴없이 먼산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막내야 뭐해?"
그런 내 심정을 파악하고 있었던 걸까,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던 샨티 일등병이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조금 어벙한 표정을 지으며 눈알을 굴리고 있던 나는 마지못해 대답했다.
"이, 이등병 아르펜. 그... 쉬, 쉬고 있습니다."
"아하하. 각 잡고 앉아 있는데 그게 뭐가 쉬는 거야. 신병이라 이해는 하지만 너무 그럴 필요 없어."
그러면서 손을 까닥였다.
"밥 다 되려면 조금 기다려야 될껄. 이리와,"
"아, 알겠습니다."
...마치 메이드가 된 기분이었지만 아무렴 어떨까. 나는 건너편 침상으로 다가가 앉았다. 신이 난 표정의 샨티 일등병은 슬쩍 뒤를 돌아 메이아 상등병에게 넌지시 물었다.
"..하실랍니까?"
"아니, 너나 해라 꼬맹아."
"힝...세레나, 안젤리카. 같이 하자."
"네, 샨티 일등병님."
"아이고, 어련하실라고."
세레나 이등병은 즐거워보였고, 안젤리카 일등병은 살짝 한숨을 쉬고 있었다. 바닥에 모포를 깐 샨티 일등병은 관물함에서 무언가를 뒤적거리더니 손에 쓸어담아 모포 앞에 던져놓았다. 새끼손가락 한마디만한 조약돌들이었는데, 다섯 개 다 한쪽면에 표시가 되어 있었다.
"밥 다 되려면 시간 좀 걸릴 거야. 공기놀이 할 줄 알아...?"
얼굴을 들이밀며 물어오는 샨티 일등병의 모습은... 그 기대어린 표정에 맞물려 무척 부담스러웠다. 어벙한 표정을 짓고 있던 나는 이내 입을 열었다.
"그... 어릴때 동네 여자아이들이 하는 걸 어깨 너머로 보긴 봤습니다."
"그래? 그럼 되게 잘하겠네. 넷이서 같이 하면 되겠다."
내 말을 본인 마음대로(?) 해석한 샨티 일등병은 모은 두손 안에 든 돌들을 살살 흔들어대면서 히죽거렸다.
"그럼 나부터 한다. 시계방향으로 돌리자."
말을 마친 그녀는 오른손 안에 돌을 쥐더니, 한알을 위로 던지면서 나머지 네알을 바닥에 놓고 던져올린 돌이 땅에 떨어지기전에 손아귀에 쥐었다. 그리곤 그 돌을 다시 던져 올리며 바닥의 돌 하나씩과 내려오는 돌을 같이 잡기 시작했다. 네번이나 반복한 샨티가 방긋 웃으며 말했다.
"시간도 애매하고 너네 다 잘 못할 테니까 여기까지만 돌아가면서 하자."
은근히 본인의 실력을 뽐내는 샨티 일등병의 어린애같은 면에 피식 웃은 나는 알겠다고 했다. 안젤리카 일등병이 돌을 넘겨받았다.
"에라이..."
안젤리카 일등병의 표정이 안좋은 이유가 있었나보다. 의외로 쉬워보이는 부분에서 실패했다. 입술을 삐죽 내민 채 세레나 이등병에게 돌을 넘겼다.
"돌 받겠습니다아~"
낭랑한 어조로 조약돌을 받아든 세레나 이등병은 아주 손쉽게 샨티가 했던 동작을 성공했다. 입이 근질거릴 법한데도 바로 나에게 돌을 넘겼는데, 아마 안젤리카 일등병이 눈치보여서 그런듯 싶었다.
"도, 돌 받겠습니다."
도대체 이걸 왜 해야 하는지 이해도 못한 와중에 나는 조약돌 두개를 손에 쥔 채, 어느새 샨티 일등병이 하던걸 떠올리며 따라하고 있었다.
뭐... 하다보니 재밌기는 하다.
"이야. 우리 막내 공기 에이스네. 우리 젤리보다 휠씬 더 잘하네."
"아따 그놈에 젤리 소리 좀 그만 하십쑈."
발끈하는 안젤리카 일등병은 말투완 달리 딱히 기분나빠하진 않는 듯헀다. 큭큭거리며 웃음을 참는 세레나 이등병의 모습도 보고 있자니, 뭔가 긴장된 마음이 안정되는 것만 같았다.
뭐랄까, 정신이 맑아지는 라벤더 꽃밭에 들어선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시, 식사 다 되었습니다아."
라만 이등병이 도착한 것은 그 즈음이었다. 한참 공기놀이에 열중하던 샨티 일등병이 손짓했다.
"분대장님 베일이랑 밖에 있으니 모셔와라."
"아, 알겠습니다아.."
라만이 다시 나가고나서야 모포를 정리하던 샨티 일등병은, 다시 반짝거리는듯한 눈빛으로 나에게 물었다.
"너... 땅따먹기 할줄은 아니?"
"...잘 모르겠습니다."
사실 알고는 있었지만 부담스러워서 아닌 척했다. 하지만 그거조차 샨티 일등병에게는 소용이 없는 듯했다.
"막내야."
"이등병 아르펜."
"모르면 군생활 끝나니?"
"아, 아닙니다."
"모르면 배워야지."
"..."
...어떤 의미로 샨티 일등병은 분대에서 가장 무서운 고참인 것만 같았다.
아무튼 칼라 병사장과 베일 일등병이 돌아오고나서야 우리는 식당을 향했다. 이제 갓 지어진 따끈따끈한 저녁식사가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많이들 먹어. 요번주는 너네가 짬통담당이니까."
팔짱을 낀 채 우리를 지켜보던 라파 상등병이 씨익 웃고 있었다. 그 말에 식사를 하던 프레카 상등병이 무릎을 쳤다.
"아아, 그랬었지?"
"별로 힘들진 않을거야. 버리는 잔반이 거의 없으니까."
"당연히 힘들지야 않겠지. 짬냄새가 지독해서 문젠걸."
그러면서 물끄러미 일등병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샨티 일등병을 비롯한 그 밑으로의 내 고참들은 왠지 모를 한숨을 쉬고 있었다.
저녁식사가 끝난 뒤, 나는 샨티 일등병의 손에 이끌려 그녀의 놀이에 참여할 수밖에 없었다. 조금 이끌려가는 인형같은(?) 느낌이 없지 않았지만 한편으로는 나쁘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 놀이를 즐긴다는 건 그만큼 친해진다는 뜻이니까. 몇년을 함께할 고참들인데 당연히 친해지는 게 유리했다.
그런 계산을 떠나서 지금부터 군생활을 함께 할 이들은 정말 내가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순수했다.
소위 땅따먹기라 불리는 놀이는 해가 뉘엿뉘엿 지고 나서야 끝이 났다. 생활관으로 돌아가서 잠시 휴식을 취하던 나는 어느새 배가 아파와 칼라 병사장에게 보고를 하고선, 소초 바깥에 있는 화장실을 향했다.
"조금 춥네."
산기슭이고 10월의 초겨울이다보니 해가 떨어지자마자 온도가 급변했다. 손을 비비던 나는 용변을 보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이었다.
"이리와라. 여기서 얘기하자."
"아, 알겠습니다아아..."
베일 일등병과 라만 이등병의 목소리였다. 호기심이 든 나는 숨을 죽인 채 귀를 쫑긋 세웠다.
"너 내가 이제 막내 아니라고 누차 얘기했냐 안했냐?"
"...얘기 하셨습니다."
"잘 들어. 사실만 말할 테니까. 페바라면 모를까 GP는 분대원들의 개인역량에 따라 죽고 안죽고가 결정되는 곳이야. 짬밥보다 실력이 우선시 되는 곳이라고."
"마, 맞습니다아.."
"그래서 막내가 들어오면 제일 먼저 능력에 대한 검증부터 먼저 하지. 아르펜이라고 했나? 이번에 들어온 막내녀석은 불과 하루만에 자기가 어떤 놈인지 우리한테 이해시켰어."
베일 일등병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 그 말이 칼라 병사장과의 대련에 대한 것임을 깨달았다. 숨긴다고 숨기긴 했지만 나도 모르게 검증받았나 보다. 
"그런데 너는? 오고나서 세달이 되도록 우리한테 아무것도 이해시키지 못했지. 사실 세레나한테도 해야할 말이지만 녀석은 적어도 여자라는 면죄부는 있어."
"죄, 죄송합니다아..."
라만 이등병의 목소리는 왠지 모르게 주눅이 들어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정신 차려라 라만. 이 끔찍한 곳에 온 이상 니가 약하면 어떤 식으로든 힘들어. 고블린한테 당할지도 모르지. 막내한테 먹힐지도 모르지. 어쩌면 분대장 자리 뺏겨서 후임이 병사장인데 니가 상등병이 되는 꼬라지가 날 수도 있어."
"며, 명심하겠습니다."
"물론 아르펜 녀석은 내가 직고참이었어도 무척 부담되는 후임이야. 이건 인정해. 근데 당면한 현실이 뭔지 아냐? 니 바로 아래가 그 녀석이라는 거다. 너는 최악의 자질을 가지고 있고 녀석은 최고의 자질을 가지고 있다는 거야."
"..."
"몸이 약하면 체력단련실에 가서 키워라. 머리가 부족하면 책을 읽고 공부해라.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그게 다다. 분대장님도 니 걱정 많이 하신다. 그러니 앞으로 열심히 해 자식아."
"마, 말씀 가...감사합니다."
"추우니 어서 들어가자."
그 말을 끝으로 두 고참들은 발소리를 내며 사라져갔다. 시간이 조금 지난 뒤에야 뒤처리를 끝내며 화장실을 나온 나는 만감이 교차하는 알 수 없는 미묘한 감정을 느끼며 천천히 소초를 향했다.
청소, 점호를 마친 뒤 잠자리에 들었다.
"소등하겠습니다, 편안한 밤 되십시오."
불이 꺼지고나서도 나는 두 고참들의 대화에 대해 한참을 생각하고나서에 잠자리에 들었다.
개인적으로 직고참인 라만 이등병에게 아무런 감정도 없었지만, 대화를 듣고나니 그가 나를 좋아할 이유가 한개도 없다는 사실만 느껴졌다. 머리가 아파왔다.
자대배치한지 이틀만에 너무 많은 것을 보았다.
군대는 참 피곤한 곳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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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간격은 200%라 치고, 폰트는 뭐가 편한지 좀 애매하네요.
16이나 18이 스맛폰으로 봐도 편한거 같긴 한데 ㅎㅎ
추석도 추석이고 요 일주일 내내 쉬어야 할 거같으니 연재속도 최대한 빨리 내보겠습니다 ㅎㅎ
  • SKEN 2018.09.26 00:04
    잘읽었습니다~! 평화로운 꽃밭의 분위기가 너무 좋네요.
    그러면서 너무 능력을 표출한 주인공에 대한 걱정과 우려도 생기네요.
    군대라는게 아무래도 너무 잘하기만 해도 튀어나온 돌이 되는 조직이다보니..
    특히 맞고참인 라만의 모습이 너무 불안하기만 한데 반해서 아르펜의 능력이 출중하니
    원하지 않는 갈등구도도 생길지도 모르겠는게 읽는 이의 마음을 쫄리게? 만드네요!
  • 반딧불 2018.09.26 11:58
    짧고 장하게 임팩트를 주는 듯한 주인공의방패술!
    멋있었습니다 주인공의 매력이 무엇인지도 점점 살아나네요
    그런데 공기놀이라니 ㅋㅋㅋ 군대에서 저런 놀이를 할 줄은 상상도 못했네요
    우정과 의리기 넘치는 군생활이라니 꿈꾸던 군생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