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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05 23:28

GAGE Character Story : 에이리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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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재주가 없어서 길어집니다

최대한 빨리 진행하려고 

서둘렀어요 

이게 길어지면 본편이 퇴색되서...

분량 많은거 이거 실화냐

피드백은 항상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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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AGE -Character Story-

      에이리아(3)


 엘로드가 오버 드라이브를 발동시키려 할 찰나에 적들 옆으로 목소리가 들려왔다.

 거기서 움직일 생각하지마라 쓰레기 같은 블러드 게이지들

 엘로드의 시선이 그곳으로 향했는데, 많은 게이저들이 포진해있었다. 그중에 머리칼을 길게 늘어트린 남자 동양인이 활시위를 당기고 있는 듯한 자세를 취한 채 거구의 사내를 향해 겨냥하고 있었다. 그걸 본 엘로드가 화색을 띄우며 말했다.

 라나자르!”

 제인의 시선이 라나자르의 앞에 멈추었는데, 그 사내의 손앞으로 글자가 떠올랐다.

 「Transparent Bow Gage...

 투명 활... 게이지?”

 이따금씩 제인이 뭔가를 중얼거렸고, 엘로드가 의아해 했지만, 지금 상황이 타개되었기에 오버 드라이브를 거두고 기쁘게 제인에게 외쳤다.

 아가씨! 다행이야! 이제 끝났어!”

 그리고 긴장한 거구의 사내와 금발의 사내가 슬금슬금 뒷걸음치기 시작하는 걸 보며 라나자르는 눈썹을 찡그렸다.

 움직이지 말라고 했다! 쓰레기 같은 녀석들아!”

 그리곤 손을 놓는 시늉만 했는데, 놀랍게도 거구의 사내 발 옆으로 퍼억 하며 화살이 꽂이는 소리와 함께 땅이 파였다. 거구의 사내가 놀라 한동안 발을 구르며 무서워하다가 슬쩍 양손을 들며 항복의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덩달아 거구의 사내를 따라서 금발의 사내도 양손을 번쩍 들었다. 그제서야 주변사람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라나자르는 자세를 풀지 않은채 두 사람을 위협했다. 그리고 라나자르의 뒤로 여자목소리가 들려왔다.

 엘로드! 엘로드!”

 ?”

 여자목소리에 엘로드의 시선이 향했다. 어느새 작은 체구의 단발머리 여자가 달려와 엘로드에게 안겼다.

 멍청한 아저씨! 요즘 게이지가 불안정 하면서 이런데나 오고말야!”

 엘로드는 달려온 여자의 머리를 살포시 쓰다듬어 주었다.

 고생했다 리키나

 그 사이 제인이 절뚝거리며 엄마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 제인이 엄마에게 시선을 집중하자 엄마의 얼굴 옆으로 다시 글자가 떠올랐다.

 「장기 과다손상, 빈사상태

 제인은 망연자실하게 엄마를 끌어안아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걸 본 리키나가 다가가 제인의 어깨를 토닥여 주었고, 제인은 더욱더 통곡하며 울었다. 그리고 엘로드가 그녀를 가만히 쳐다보다가 다짐이라도 한듯 움직이기 시작했다.

 엘로드! 어디가!”

 저분 살리려면 이 공간 만든 녀석 찾아야지!”

 게이지 능력자들이 거구의 사내와 금발 사내를 전방위 압박해가며 제압을 시도하는 모습이 보였고, 엘로드는 그들을 지나 파공간을 생성한 공간 능력자를 찾겠다며 주변을 훑어보았다. 그러나 몇 걸음 채 가지 못하고 그의 맞은편 3층 건물의 옥상으로부터 두 명의 인영이 보였다. 그들을 포착한 엘로드는 모두들 들으라며 크게 소리쳤다.

 너희들이냐! 공간을 만든게!”

 엘로드의 말에 게이지 능력자들의 시선이 한데 쏠렸다. 건물의 옥상엔 머리를 길게 늘어트린채 한쪽 다리가 적나라하게 드러나오는 검은색 롱 원피스를 입은 백인여자와 선글라스를 쓰고 붉은 모자를 푹 눌러쓴 사내가 마치 자신들을 잘보라는 것 마냥 여유롭게 건물의 난간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리고 라나자르가 다시 그들에게 투명한 화살을 겨누었다.

 움직이지마! 움직이면 쏜다!”

 라나자르의 말이 끝나자마자 옥상 위에서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듯 했다. 그걸 본 엘로드가 문득 다급한 느낌이 들었다.

 뭔가 하려고 한다...!’

 엘로드가 재빨리 리키나를 쳐다보며 신호를 주었고, 리키나는 슬그머니 강가 쪽 산책로를 따라 내려갔다. 그리고 엘로드가 다시 라나자르 일행들에게 눈치를 주었고, 라나자르 일행들이 신속하게 여기저기로 흩어졌다.


 타깃은.. 어떻게 되었나.”

 모자 쓴 사내의 질문에 검은 원피스 여성이 건물 아래로 시선을 놓치지 않고 대답했다.

 정면에 보이는 저 여자를 빼고 모두 제거했습니다.”

 모자 쓴 사내가 기분이 언짢은 듯 입을 앙다물었다.

 , 어쩔 수 없다. 가자.”

 .”

 그리고 모자 쓴 사내가 뒤를 돌아서며 나갔고, 검은 원피스의 여성이 하늘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리고 원피스 여성 발치에 퍼억 소리가 나며 난간이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원피스의 여성과 라나자르가 소리쳤다.

 스모크 쉘터.”

 젠장! 못 맞췄어!”

 원피스 여성의 말이 끝나자마자 공간 전체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고, 밑에 있던 거구의 사내와 금발 사내가 씨익 웃으며 자욱한 연기 몸을 숨겼다. 그리고 사람들이 기침을 해대며 고통스러워했고, 엘로드는 필사적으로 원피스 여성을 향해 손을 뻗었지만, 자욱한 연기가 그의 시야를 가로막았다. 그 사이 라나자르가 눈물 콧물을 짜며 어떻게 해서든 적을 향해 투명화살을 맞추려고 했지만 번번히 빗나갔다. 결국 버티다 못한 그도 결국 바닥으로 무릎을 꿇었고, 자욱한 연기 속에서 여러사람들의 기침소리가 들려왔다. 안개사이에서 엘로드는 안간힘을 써서 일어나 안개를 거닐었는데, 그 순간 하늘에서 투명한 문이 열리듯 공간이 해제되고 있었고, 엘로드는 하늘을 보며 비명을 질렀다.

 크아아아!! 이 빌어먹을 것들아!!!”

 파공간이 서서히 해제되며 주변의 안개도 사라져갔고, 제인의 시야에서 보이던 글씨들이 점차 사라져갔다. 그리고 주변이 말끔해졌는데, 뜬금없이 주변에 사람들이 갑자기 나타나며 멀뚱히 서있었고, 주위 풍경에 놀란 사람들이 갑자기 여기저기로 뛰어다니며 다시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 사이 엘로드는 황급히 제인에게 달려와 말했다.

 엄마는?! 엄마는 어때?!”

 제인이 넋이 나간 듯 멍하니 주저앉아 있었고, 엄마의 상처는 그대로였다. 엘로드가 온몸에 소름이 퍼지며 황급하게 주변을 살폈는데, 공간 안에서 죽은 사람들의 시체와 피들이 그 자리 그대로 있었다. 공간을 해제할때 보통 상처입은 사람들이 원래대로 돌아오거나 흔적이 사라지도록 하는데, 이 공간을 만든 녀석은 공간 내부에서 발생한 것을 일부러 돌려놓지 않았다.

 “저,저 자식들... 공간을 해제하면서 아무것도 돌려놓지 않았어..”

 엘로드의 동공이 떨리며 제인을 향했다.

 ... ..정말 미안해 아가씨. 내가.. 내가.. 도와주지 못했어!”

 엘로드가 바닥에 엎드려 절규하며 울었다. 제인은 여전히 넋이 나간 채 멍하니 앉아있었는데, 어느새 주변에 구급차들과 경찰들이 모여들며 현장을 수습해나가기 시작했다. 구급대원들이 제인의 엄마를 실어 날랐고, 다른 구급대원 한명이 제인에게 다가가 부축하며 엄마와 함께 구급차의 뒤로 태웠다. 그리고 넋이 나간 제인의 시선 앞엔 무릎을 꿇은 채 눈물 투성이로 자신을 바라보는 엘로드가 있었다. 엘로드는 떠나가는 제인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미안하다...’

 

 [- - -]

 바이탈 모니터의 소리가 중환자실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제인은 넋이 나간 듯 엄마를 지켜보고 있었는데, 환자의 호흡을 돕기 위한 기계가 엄마의 목을 뚫어 연결되어 있었고, 손목에는 혈액팩이 연결되어 있었다. 제인은 호흡기를 단채 평온하게 눈을 감고 있는 엄마의 얼굴에 주름이 자글한 것을 바라보며 엄마가 일어나기만을 간절히 기다렸다. 그리고 이따금씩 회사직원들과 친구들이 찾아와 주었고, 저녁에 친한 친구들이 찾아와 초췌해진 제인을 보며 밥을 먹자고 조르는 바람에 억지로 병원 1층의 식당으로 끌려갔다. 그녀는 지인들과 식당에 앉아 한 숟갈도 뜨지 않고 멍하니 식판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지인들이 그런 제인에게 말을 걸어왔지만, 그녀는 지인들의 말이 제대로 귀에 들어오지 않아 다시 묻는 것을 재차 반복했다. 그리곤 맞은편의 TV에선 지난주 일어난 사건을 맨해튼 사건에 대해 보도 하고 있었고, 제인은 거기에 귀가 쏠렸다. 뉴스에선 맨해튼 사건에 대해 최악의 테러사건이라고 보도 하고 있었는데, 그녀는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생생하게 사건을 겪었고,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는데 미치광이의 총기테러라고 보도하고 있었고, 그 사건을 일으킨 범죄자들이 도망갔는데, 버젓히 사건의 범인을 잡았다는 뉴스가 흘러나오는 것에 억장이 무너졌다.

 

 제인은 다음날 낮에 의사와 면담을 했다. 의사는 폐와 위장의 손상이 너무 심해서 이식 수술을 해야 하는데, 일주일을 버티지 못할 수도 있다는 청천벽력과 같은 말에 제인은 그저 말없이 고개를 떨궜다.

 그날 저녁 제인은 다시 엄마의 병상 앞에 앉았다. 그리곤 조심스레 손을 모으더니 초록빛이 뿜어져 나오며 초록빛 투명 정육면체가 생겨나며 천천히 회전했고, 제인은 마치 그것을 퍼트리듯 손을 펼쳤다. 그와 동시에 초록빛 정육면체가 커지며 병실을 가득 채웠고, 이윽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듯 분위기가 고요해졌다. 그리곤 시선을 엄마에게 집중했다.

 「무의식, 호흡기관 무기능」 

 [- - -]

 그리고 살포시 엄마의 손을 잡았는데, 마치 주마등을 보듯이 엄마의 기억이 흘러들어왔다. 어릴 때의 모습부터 시작해서 한 여자가 점점 커가는 장면들이 빠른 속도로 지나갔고, 어느새 어엿한 여자로 자라나며, 아빠로 보이는 젊은 남자와 거리를 거늘며 데이트하는 행복한 일상이 머릿속에 펼쳐졌다. 그리고 다시 장면이 빠르게 지나가며 엄마와 아빠가 턱시도와 웨딩드레스를 걸친채 성당에 서서 키스를 하는 장면이 떠올랐다. 꽤나 오랫동안 결혼식 장면이 머리 속에서 펼쳐지다가 갑자기 엄마와 한 여자아이가 보였다. 그 여자아이와 엄마는 장난치거나, 수영장에 놀러가거나, 같이 밥 먹거나 하는 익숙한 장면들이 보였고, 감동에 젖은 제인은 눈물을 흘리며 미소 지었다. 그리고 어느새 어엿하게 성장한 여자아이가 엄마와 함께 고깔모자를 쓴 채 생일파티를 열고 있었다. 그 여자와 엄마는 행복해 보이는 미소로 촛불이 꽂힌 케잌을 앞에두고 엄마가 그녀에게 말하는 것이 들려왔다.

 생일 축하해 설아. 엄마는 늘 딸을 사랑한다.”

 생생하게 들려오는 말에 제인은 엄마의 손을 놓치며 터져나오는 눈물을 손으로 막아냈다. 그렇게 그녀는 한참동안 고개 숙인 채 꺽꺽대며 울었다.

 

 [- - -]

 공간의 병실 역시 바이탈 모니터 만이 여전히 병실을 가득 채우고 있었고, 제인은 엄마의 옆에 쓰러져 잠을 자고 있었다. 그리고 한참 후에 눈을 뜬 그녀는 엄마의 얼굴 옆으로 글자가 흐릿하게 떠있는 것을 보곤 고개를 슬쩍 들었다. 그리고 절대 보고 싶지 않던 글자가 눈 앞에 떠있었다.

 「사망

 제인은 깜짝 놀라 바이탈 모니터를 살펴보았는데, 심박수는 정상이었고, 일정하게 울리는 소리도 정상이었다. 그 순간 제인의 머리가 새하얘졌다. 이렇게 살아있는데 사망이라니 제인은 믿을 수가 없어서 공간을 해제했다. 현실로 돌아와보니 밤이 저물어 있었고 바이탈 모니터는 정상이었다. 심장이 멎었다고 알리는 경고음이 울리거나 하진 않았다. 제인은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는데, 공간에서 보았던 사망이라는 글자가 그녀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 순간 누군가 노크를 하더니 간호사가 문을 열고 들어와 제인에게 말했다.

 저기 제인씨, 누가 찾아오셨는데요?”

 ...?”

 제인이 중환자실층 로비에 나가보니 두 명의 남자가 서있었다. 제인이 오는 것을 본 남자가 제인에게 다가오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쪽 지역을 담당하고 있는 길드입니다.”

 ?”

 이번.. 맨해튼 파공간.. 아니, 이번 조직적인 블러드 게이지들의 습격 사건의... 피해자시죠?”

 제인은 무슨 말인지 이해가 잘가지 않았지만, 아무말없이 귀를 기울였다.

 공간이 생성됨을 느껴서 혹시나 와보았습니다. 그런데 공간도 작고. 병원인데다가, 이번 사건에서 각성한 분이 계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저... 확인 차 와본 것입니다. 그저... 확인차입니다... 그럼 이만...”

 남자는 간단하게 말을 건넨뒤 미련없이 돌아서며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고, 제인은 아무도 없는 로비를 넋놓고 바라보고 보았다.

 

 그리고 다음날 엄마의 X레이 촬영 후 의사의 호출이 있었다. 의사는 제인을 앞에 두고 꽤나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 보호자분.. 이만 마음의 결정을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

 제인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의사는 X레이 사진을 보여주며 엄마의 폐가 있는 위치를 가리켰다.

 다름이 아니라.. 패혈증으로 폐가 거의 녹은 상태입니다. 그리고 혈액 공급이 잘되지 않아 뇌경색이 발생하여... 사실상 죽은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순간 제인의 머릿속으로 엄마의 얼굴 옆에 선명하게 떠오른 사망이라는 글자가 떠올랐다. 그리고 그녀는 부들부들 떨며 의사에게 애원했다.

 살릴 순 없나요? , 아직 저렇게 심박수도 있잖아요? 살수있을꺼에요. 그쵸? 살 수 있는 거죠?”

 ... 그것이.. 사실 심장의 기능도 거의 하지 못하기 때문에...”

 아닙니다 의사님. 그럴 리가 없어요! 다시, 다시 한번더 확인해주세요!! 네? 제발요! 흑흑

 의사는 난처해하며 그런 그녀를 그저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그날 병원에서는 결국 혈관 펌프기와 호흡기를 떼기로 결정했고, 제인은 하루가 지나서야 병원의 결정에 따르기로 했다병실에서 제인과 의사 및 여러 간호사들이 대동된 상태에서 엄마에 부착된 호흡기를 떼기 시작했고,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바이탈 모니터가 -’하고 울리며 사망이라는 것을 확인 시켜주었다. 그 소리에 제인은 맥없이 땅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깜짝 놀란 간호사들은 그녀를 부축해주며 일으켜주었고, 그날 제인은 엄마의 시신을 병원 옆동으로 옮겨 시신을 깨끗이 닦는 위생처리 절차를 위해 하루를 더 병원에서 기다렸다. 그리고 엄마의 사망 소식에 몰려든 회사 직원들과 친구들을 보며 제인은 억지로 미소지어주었다. 그러자 마치 제인의 슬픔에 애도라도 하는 듯 비가 내리더니 하루 종일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그 다음날 비가 그치고 나서야 장례식을 진행할 수 있게 되었고, 회사동료와 친구들이 검은 양복으로 찾아와 제인을 다독여주었다. 그리고 시신을 주립묘지로 옮겼고, 뒤늦게 신부가 와서 장례예배를 진행했다. 장례를 주최하는 여러 명의 남자들이 관을 운구한 뒤 흙을 퍼 담는 동안 신부는 고인을 추모하는 영결식을 거행했다. 땅에 묻히는 동안에 제인은 멍하니 넋을 놓고 있었고, 엄마가 묻힌 땅 위로 묘비가 세워지고 나서야 장례식이 마쳤다. 이후 제인은 추모객들이 거의 떠나가고 나서도 비석 앞에 한참이나 멍하니 앉아있었는데, 그때 일어난 일도 현실로 와닿지 않았는데 엄마가 죽었다는 것도 새삼 믿기지 않았다. 그리고 제인의 친구들도 한참이나 제인의 곁에 머물러 있다가 밤이 어두워 져서야 자리를 떴다.

 

 그리고 제인은 사건이 있던 그날부터 일주일이나 지나서야 집에 돌아왔다. 그간 있었던 일들이 마치 꿈인 것처럼 문을 열면 엄마가 있을 것만 같아 열쇠로 문을 따고 들어가며 외쳤다.

 엄마?”

 엄마가 대답해줄리 없었지만, 제인은 왠지 해보고 싶었고, 그렇게하면 엄마가 대답해줄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침묵만 자신을 반겨준다는 사실에 맥이 빠졌고, 부엌 앞에 서서 불을 켠뒤 엄마가 항상 앉아있던 식탁을 가만히 지켜보며 엄마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리고 오랫동안 입었던 옷들을 벗어 빨래통에 넣고는 욕실에 들어가 거울을 보았다. 얼마나 울었는지 얼굴 주변에는 때 구정물이 잔뜩 묻어있었고, 헬쑥해진 얼굴에 입술도 부르터서 생기가 하나도 없었다. 팔다리 여기저기엔 멍이 들어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고, 문득 머리를 보며 정수리 부근의 두피가 붉게 물든 채 머리카락이 나있지 않는 것을 보며 떠올렸다.

 엄마!!!”

 제인은 남자가 움켜쥐고 있는 손을 잡고 있는 힘껏 고개를 당겼다. 그러자 실이 터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남자의 손아귀에 붙들려 있던 머리칼들이 끊어지며 사내에게 풀려났고, 제인은 있는 힘껏 달려가 금발의 사내를 양손으로 밀쳐냈다.

 그리고 이어서 간호사가 자신에게 해준 말이 떠올랐다.

 두피 손상이 심해서 그 쪽 부분은 머리가 자라지 않을 것 같아요..”

 제인은 한동안 넋놓고 거울을 보다가 곧장 샤워를 하러 들어갔다. 샤워기를 틀어 머리를 댔는데, 머리카락이 뽑혔던 부분이 쓰라려 왔지만, 참아내며 핏기를 닦아냈다. 오랫동안 샤워를 한뒤 마치고 나와서 덜마른 머리로 화장대 앞에 앉아 드라이기로 머리를 한참이나 말렸다. 그리고 병원에서 받아온 연고를 두피에 바르며 머리를 더 자세하게 확인했다. 정수리보다 약간 뒷쪽의 두피가 지름 5cm 정도의 피부가죽이 벗겨진 채 머리카락이 자라지 않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제인은 머리에 연고를 다 바르고 나서 곧장 집안 불을 모두 끄고 침대에 털썩 누웠다. 그리고 침대에서 엄마가 베고 자던 베게를 가슴에 파묻은 채 몸을 웅크리며 눈을 감고는 아침에 일어나면 엄마가 있기를 간절히 바랬다. 그런데 그녀가 자는 동안 꿈속에서 그날의 사건이 자꾸 떠오르는 바람에 잠을 설쳤고, 아침 8시에 잠깐 일어나서 물을 마시고 화장실에 갔다온뒤 다시 침대에 누워 잠들었다. 그리고 오후가 돼서야 눈을 떴지만, 그녀는 끝없는 잠을 청했며 하루 종일을 침대에 누워 며칠 동안 그렇게 침대를 떠나지 않았다. 이튿날 제인은 벌떡일어나 시계가 오전 9시를 향한 것을 보곤 전화기를 찾아 회사동료에게 휴가계를 대신 써달라고 부탁했다. 휴가일수는 자신이 사용 가능한 모든 휴가 일수를 사용한다고 말하고는 끊었다. 그리고 그날 저녁 제인은 침대에 누워 중요한 뭔가를 놓친 기분이 들어 오랫동안 그날의 일들을 더듬었다.

 []

 순간 모자를 푹 눌러쓴 사람이 제인의 오른팔을 툭 치고 지나가며 제인이 잠시 휘청였다. 제인은 발을 살짝 헛디디며 몸의 균형이 무너지는 것을 다행히 프레드릭씨가 잡아주었다.

 그날 아침 자신을 치고 지나갔던 모자 쓴 남자를 떠올렸다.

 머리칼을 잡고 있는 힘이 너무도 강해서 바둥거리는 게 한계였다. 그럼에도 제인은 포기하지 않고 벗어나려 애쓰다가 말이 들려온 사내의 바지와 신발을 잠깐 스쳐보게 되었고, 어디선가 한번 봤던 느낌이 들었지만, 그것보다 엄마를 챙기는 게 더 중요했다.

 그리고 거구의 사내에게 머리를 붙잡혀있을 때 봤던 바지와 신발을 떠올렸다.

 「건물의 옥상엔 머리를 길게 늘어트리고 한쪽 다리가 적나라하게 드러나오는 검은색 롱 원피스를 입은 외국여자와 붉은 모자를 푹 눌러쓴 채 선글라스를 쓴 사내가 마치 자신들이 더 잘 보이라는 것 마냥 여유롭게 건물의 난간으로 걸어 나왔다.

 그리고 마지막에 건물 위에 보였던 남자를 떠올렸다.

 「비행기 안에서 엘로드가 몇 장의 사진을 꺼내고 있었는데, 그 중에 아침에 회사에서 모자를 쓴 채 자신을 치고 지나간 사람과 동일해 보이는 사람과 다른 누군가의 사진이 몇 장 더 있었고, 엘로드는 비행기의 창밖을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엘로드라고 불렸던 사람의 기억 속에서 봤던 사진들까지 종합적으로 봤을 때 모자를 쓴 남자가 문제의 핵심인 것은 확실했다.

 이곳에서 그 녀석들은 대체 무얼 찾고 있는 걸까...”

 그리고 엘로드의 기억 속에서 본 그의 말을 비추어 볼 때 그는 반드시 이 사건이 일어난 이유에 대해 알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또다시 문득 생각이 스쳤다.

 자국 내에 고스트 컴퍼니들을 사서 주식을 조작했고스페인에 유령회사를 두고 지분을 빼돌렸어! FBI엔 그보다 더 많은 정보가 있다네이게 단순히 더스트 코퍼레이션 혼자 할 수 있을거라 생각해?”

 프레드릭 아저씨가 그런 말을 한 이유가 있을 거라는 생각도 더러 들며 왠지모를 확신이 느껴졌다. 그리곤 제인은 대뜸 집안을거닐며 뭔가를 찾다가 빨래통에서 바지를 꺼내 주머니를 뒤졌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나온 목걸이를 양손으로 감싸쥐곤 이마에 가져다 댔다.

 엄마.. 이 녀석들 꼭 내가 잡고말 거야..”

 그리고 또 무슨 생각이 났는지 트레이닝복을 챙겨서 주섬주섬 입고는 곧장 침대에 가서 앉아 손을 모았다. 그리고 손 주변으로 초록빛이 생기며 손안으로 모이더니 투명한 초록빛 정육면체가 생겨나 손안에서 천천히 회전했다. 그리고 그것을 흩뿌리듯 활짝 폈고, 동시에 정육면체는 커지며 제인의 집을 가득 채웠다. 공간이 집안을 채우더니 분위기가 고요해졌고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한동안 집안을 의미없이 맴돌았다. 이윽고 제인의 귀에 이상한 소리가 울렸다.

 [지잉]

 이상한 느낌이 들자마자 제인은 현관 앞에 다가갔다. 그리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발자국 소리가 들리며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

 [똑똑똑]

 그리고 제인은 무서워하는 기색없이 곧장 현관을 열었는데 처음보는 두 명의 남자가 앞에 서있었다. 그리고 뒤에 서있던 남자가 제인을 향해 물었다.

 무슨 일인데 이런 시간에 공간을 만드신...”

 그 남자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앞에 있던 남자가 그를 제지하며 제인에게 다시 물었다.

 우리를 부르셨군요?”

 제인이 매서운 눈빛으로 담담하게 말했다.

 기다렸습니다.”

  • SKEN 2018.08.07 01:13
    어머니의 죽음과 그로 인한 제인의 심경이 잘그려졌다!
    보는 사람도 슬픔이 느껴지고 뭔가 먹먹해질정도임.
    사건이 있을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며 전편의 내용을 부분적으로 넣는 부분이 특히 인상적이고
    문장도 전체적으로 많이 매끄러워지고 발전하는게 역시 광렙중이란걸 느끼게 해주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