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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03 05:18

GAGE Character Story : 에이리아(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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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어가는 타임으로 

본편 진행중에 잠깐 이해만 돕는 용으로 작성해보았습니다.

읽기 싫으시면 읽지 않으셔도 본편진행에는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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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AGE -Character Story-

  에이리아(1)




 갈색 긴 머리칼을 찰랑거리며 한손에는 서류가방을 들고 흰색 와이셔츠와 검은색 H라인 스커트를 깔끔하게 입은 소녀가 당당한 걸음으로 뉴욕의 시내를 걷고 있었다. 소녀는 키가 175은 족히 넘어 보였고, 스커트 밑으로 핑크색 무릎이 드러나는 각선미가 아름다웠다. 그 소녀가 지나갈 때마다 다들 시선을 떼지 못했는데, 이따금씩 사람들이 소녀의 길을 가로막으며 커피한잔을 하자던가, 시간을 비워달라는 권유를 받았고, 소녀는 예의 바르게 목례를 하며 거부를 했고, 포기를 모르는 남자들이 다시 손을 뻗어 왔지만, 오른손으로 가볍게 밀어내고는 거침없이 자신의 갈 길을 걸어갔다. 그녀는 경쾌한 구두소리로 계단을 오르며 30층 건물로 들어갔다. 그녀는 건물의 입구를 지나치며 뚱뚱한 경비복을 입은 사람과 밝게 웃으며 인사했고, 그런 그녀의 인사가 좋은지 경비원은 소녀보다 더 밝게 웃으며 화답을 했다.

 건물의 1층 로비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그녀는 당당하게 로비 안쪽으로 사람들을 거닐며 지나갔는데, 소녀가 유명한 것인지, 아니면 풍기는 느낌이 사람들을 밀어냈는지는 몰라도, 소녀의 앞을 다들 터주는 분위기 였다. 그리곤 엘리베이터의 앞에 사람들이 줄서서 있는 것을 보곤 그 뒤에 따라서 섰다. 소녀는 왼쪽 손목을 들며 시계를 살짝 보곤 엘리베이터의 층수를 확인했다. 그리곤 서류가방을 양손으로 잡은 채 엘리베이터를 기다렸다. 그런데 생각 외로 엘리베이터는 4층부터 올라가며 매층마다 멈추는 바람에 기다림이 길어졌고, 심심했던 소녀는 이따금씩 시계를 보며 뒷꿈치를 들며 총총댔다. 그러다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 소녀의 팔을 잡았고, 깜짝 놀란 소녀는 그 사람에게 시선이 향했다.

 “Hi Pretty Snow”

 ..”

 소녀는 자신의 팔을 잡은 남자를 보곤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오랜만이에요. 프레드릭씨

 오랜만이네, 여전히 아름답군. Snow jane.”

 30대 중반의 작은 갈색 카우보이 모자를 쓴 프레드릭과 소녀 제인은 아는 사이인 듯 했다. 그리고 프레드릭은 슬쩍 뒤를 쳐다보더니 제인을 안내했다.

 이 엘리베이터가 더 빠르니까 이 엘리베이터를 탑세.”

 !”

 제인은 프레드릭씨와 같이 엘리베이터에 섰고, 제인의 시선이 엘리베이터에 멈추었는데 3층에서 내려오고 있다는 표시에 화색이 띄었다. 많은 인파들 사이에 프레드릭씨의 말이 들려왔다.

 자네가 온지 얼마나 되었지?”

 제인은 프레드릭의 말에 고개를 살짝 돌린 후 프레드릭의 질문에 잠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2년 정도... 된 것 같습니다...”

 “2년인가? 그것 밖에 안 되었나?”

 , 온지 2년 되었습니다.”

 그 순간 모자를 푹 눌러쓴 사람이 제인의 오른팔을 툭 치고 지나가며 제인이 잠시 휘청였다. 제인은 발을 살짝 헛디디며 몸의 균형이 무너지는 것을 다행히 프레드릭씨가 잡아주었다.

 괜찮은가?!”

 ... 네 감사합니다. 프레드릭씨가 아니었으면 넘어졌을 지도 모르겠네요.”

 제인은 프레드릭씨에게 감사를 표하고는 인사도 없이 자신을 치고간 사람의 뒷모습에 시선이 멈추며 인상을 찌푸렸다.

 요즘 사람들은 저렇게 예의가 없어. 사람을 치고 갔으면 사과라도 해야지! 에이 못난 썩을

 괜찮습니다.”

 제인은 프레드릭씨에게 살짝 목례하며 자신을 치고 간 사람이 간 방향에 시선이 머물렀다. 그 순간 제인의 귀에서 이명음이 들려왔다.

 [---]

 아주 잠깐 들리는 이명이었지만, 제인은 누군가에게 부디치고 나서 생기는 이명에 기분이 꺼림직했다. 제인은 자꾸 생각하면 하루가 기분이 나빠질 것 같아 억지로 떨쳐내려 애썼다. 그 사이 엘리베이터가 내려왔고, 제인은 프레드릭과 같이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는데, 제인이 막 타자마자 중년의 여성이 따라붙어서 타려하자 만원 부저가 -하며 울렸다. 그 소리에 중년 여성은 허겁지겁 엘리베이터에서 발을 뗐고, 제인은 중년 여성에게 시선이 갔는데, 그 사이에 엘리베이터 문이 제인의 눈 앞에서 닫혔다. 엘리베이터 내부에서는 꽤나 많은 사람이 탄 터라 프레드릭과 딱히 대화할 생각은 하지 않았고, 프레드릭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그와중에 서로 아는 사람들끼리의 말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기도 했는데, 엘리베이터가 5층에서 멈추자 제인의 뒤편으로부터 사람들이 내리려 몰렸고, 그 때문에 제인은 잠시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사람들이 내릴때까지 기다리며 엘리베이터를 바라보았다. 프레드릭은 엘리베이터에서 살짝 자리를 비켰고, 그의 옆으로 몇 명의 사람들이 그를 스치며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더 이상 사람들이 내리지 않자, 제인은 살포시 엘리베이터로 발을 옮기며 프레드릭을 지나 엘리베이터의 좀 더 안쪽에 들어섰다. 그리고 다시 엘리베이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윽고 7층에서 엘리베이터가 멈춰서며 전보다 많은 사람들이 제인을 지나쳐 내렸고, 10층부터는 프레드릭과 제인만이 남았다. 엘리베이터의 버튼에 단지 25층의 불이 들어와 있었고 프레드릭은 제인을 향해 고개만 살짝 옆으로 돌리며 말했다.

 더스트 코퍼레이션 건. 자네가 FBI의 자문을 맡았지?”

 제인이 잠시 머뭇거리다가 엘리베이터의 거울을 한번 슬적 보고는, 살짝 고개를 숙였다가 들고는 머리칼을 오른손으로 쓸어넘겼다.

 죄송하지만 의뢰사항은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프레드릭이 모자의 앞부분을 잡아 고쳐쓰며 말했다.

 미안하네만, 말할 수 없다고 해도, 그 사항은 이미 알고 있네.”

 프레드릭의 말에 제인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똑똑하고. 능력이 있고. 2년 만에 수석 변호사 자리에 간 것은 좋지만. 이번 일은 느낌이 좋지 않아. 손에서 떼는 것이 좋을 걸세.”

 프레드릭의 말이 끝나자마자 제인은 제인은 그의 말을 끊는 듯이 대답했다.

 제가 맡은 변호는 한번도 포기해 본적이 없습니다. 무례한 말씀은 삼가해주시기 바랍니다.”

 프레드릭이 제인을 돌아보며 흥분하듯이 얘기했다.

 난 이 바닥에 30년을 넘게 있었어. 그치만 이번 일은 정말로 달라. 머리가 똑똑하면 뭐가 좋은가. 앞의 일을 예상하지 못하는데!”

 제인은 또다시 그의 말을 끊듯이 대답했다.

 더스트 코퍼레이션이 누구와 손잡았고, 무엇을 했는지는 이미 가늠하고 있습니다. 그것까지 계산 못할 제가 아닙니다.”

 프레드릭이 양손에 주먹을 쥐곤 엘리베이터의 바닥을 발로 한번 쾅 밟으며 큰소리로 외쳤다.

 자국 내에 고스트 컴퍼니들을 사서 주식을 조작했고! 스페인에 유령회사를 두고 지분을 빼돌렸어! FBI엔 그보다 더 많은 정보가 있다네! 이게 단순히 더스트 코퍼레이션 혼자 할 수 있을거라 생각해?”

 그러나 제인은 눈 하나 깜빡하지않고 말했다.

 말소리가 너무 크십니다. 알고 있습니다.”

 제인은 시선만 프레드릭을 향한 채 무덤덤하게 얘기했다.

 마피아와 연관된 것쯤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 그럼 왜!”

 「띠링

 그 사이 엘리베이터가 멈추는 벨이 울리며 문이 서서히 열렸다. 제인은 우두커니 선채 시선만 프레드릭을 향한 채 서있다가 다시 시선을 정면으로 옮기며 프레드릭을 지나 뚜벅뚜벅 그를 지나쳐갔다. 그리고 엘리베이터에서 나가며 조용히 대답했다.

 나쁜 놈들은 잡고 봐야죠.”

 그렇게 제인은 프레드릭과 멀어져갔고, 프레드릭은 망연자실하게 제인을 지켜보았다.

 자네에게... 어떤 일이 벌어져도... 감당할 수 있겠는가...”

 

 

 제인은 중앙문을 열고 지나 양쪽의 책상에 앉은 사람들에게 가볍게 인사했고, 좌측의 사무실 섹션을 향해 걸음을 옮기며 5개의 파티션을 지나 양쪽으로 앉아있는 사람들이 제인을 보며 인사했고, 그녀는 밝게 웃으며 인사해주었다. 그런 제인을 보는 사람들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고, 제인은 맞은편에 유리로 된 룸의 문을 열고 들어가 파티션의 앞에 있는 책상에 서류가방을 휙 던져놓곤 의자에 털썩 앉았다. 그리고 파티션의 반대편으로 말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왔냐.”

 신기하게도 한국말이었다. 제인은 의자의 팔걸이에 팔꿈치를 대고는 관자놀이를 꾹꾹 눌러대며 심드렁하게 말했다.

 안 늦었거든.”

 파티션 위로 검은색 퍼머 머리의 한 여성이 고개를 불쑥 내밀었다.

 대략 2분 늦었다네. 심슨 대처 바틀렛의 비너스시여.”

 제인이 관자놀이를 누르다 말고 동료 여성을 쏘아보았다.

 허허, 시간 약속 하나는 칼같이 지키는 설아씨께서 오늘은 왜 이렇게 기분이 별로 실까

 제인은 다시 시선을 정면으로 돌리며 관자놀이를 마져 돌렸다.

 오랜만에 만난 프레드릭 아저씨께서 잔소리를.”

 제인이 대뜸 양팔을 벌려 크다는 뜻의 제스쳐를 취했다.

 ~만큼 하고 가셨다.”

 호오 그러셔?”

 제인은 그리고 다시 등받이에 털썩 기댔다.

 “FBI의 자문을 맡았는데, 상대가 거물이라서 걱정되시나봐.”

 동료 여성이 파티션을 잡은 채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누가 너한테 뭐라든, 네 꼴리는 대로 하던 고집불통 아니냐? ~ 고집불통한테 왜 그런 말을 하는 거지

 제인이 대뜸 주먹을 불끈 쥐며 동료 여성에게 들이댔다.

 , 이쒸

 동료 여성은 주먹을 손으로 막는 제스쳐를 취하더니 제인에게 비아냥 거렸다.

 우리 엄마가 그랬는데, 고집불통한테는 설득을 하는 거 자체가 아니래.”

 진짜 맞고 싶니?”

 허허 이젠 사람까지 때릴라고 하네. 때리기만 해봐 고소한다.”

 제인이 등받이에 있는 힘껏 기댔더니 등받이가 깊게 꺽여졌고, 제인은 고개까지 같이 꺽었는데 그덕에 목선이 훤하게 보였다.

 ~, 그것 말고도 할게 많은데, 괜히 기분만 나쁘게 시작하네

 동료 여성은 파티션에 팔을 걸친 채 제인을 쳐다보며 말했다.

 너 내일 스탠포드 동창회 있지않냐?”

 제인은 자세를 바꾸지 않아 괴상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 근데 가기 싫다.”

 ? 너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잖아?”

 많으면 뭘하니, 가기가 싫은데

 그러자 갑자기 동료여성이 제인이 앉은 쪽의 파티션을 손바닥으로 두드리며 말했다.

 , 야 루이스씨 온다.”

 동료 여성의 말에 제인은 급하게 고개를 들어 허리를 세웠고, 그 반동으로 머리칼이 흩날리며 제인의 얼굴을 가렸다. 그새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고, 그 남자의 손에는 서류가 가득한 채로 제인의 앞에 멈춰섰다. 파티션 위에 얼굴을 내밀고 있던 동료 여성은 어느새 보이지 않았고, 제인은 머리칼이 눈을 가리고 있어 슬쩍 머리카락을 양손으로 치우며 앞에 있는 남자를 보며 방긋 웃었다.

 루이스씨 안녕하세요?”

 .. 제인. 무슨 일 있었나요?”

 제인은 갑자기 움직임이 멈칫했고, 시선이 좌우로 한번 돌아간 뒤 급하게 머리를 정리하고는 의자를 당겨앉아 책상 위에 팔을 올리며 여유로운 척하며 방긋 웃었다.

 아무일도 아닙니다.”

 루이스가 떨떠름하게 제인을 보고 있다가 들고 있던 서류를 제인의 책상에 털썩 내려두곤 서류에 팔을 올리며 말했다.

 ... ... FBI에서 전달한 서류와 현재 재판 진행 중인 관련 서류들입니다. 저는 아직 보진 않았지만, 참고해야할 사항이 많으실 겁니다.”

 ... 감사합니다.”

 제인은 루이스에게 시선이 고정된 채 미소를 유지했다. 그걸 본 루이스는 고개를 한번 끄덕이더니 뒤돌아서 문을 나섰다. 그리고는 문앞에서 문을 여는 듯하더니 멈춰서서 제인을 스윽 쳐다보며 물었다.

 혹시 제인..”

 ?”

 루이스가 잠시 머뭇거리다가 결심한 듯이 다시 제인을 바라보며 말했다.

 오늘 마치고 커피 한잔 하실래요?”

 그런 루이스의 질문에 제인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어깨와 손을 살짝 올리는 제스쳐를 취하며 대답했다.

 .. 잘모르겠네요. 헤헤헤. 할 일이 많아서.”

 루이스가 씁쓸한 표정을 짓고는 뭔가 말을 하려는 듯이 입을 벌렸다가 앙다물고는 문을 손으로 몇번 두드리더니 말없이 문을 열고 나갔다. 그런 루이스가 가자마자 제인은 서류뭉치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

 루이스가 나간 소리를 듣자마자 제인의 옆칸에 있던 동료가 다시 파티션 위로 고개를 내밀었다.

 , 루이스씨 너무 잘생기지 않았냐.”

 제인은 양손으로 책상을 딪고 일어나며 허리를 쭉 폈다. 그리곤 바로 서류뭉치들의 맨 윗장부터 양손으로 한 장씩 잡아 읽어보며 책상의 빈자리에 여기저기 내려놓았다.

 잘생긴지는~ 나도 모르겠다~”

 동료 여성은 제인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이 복받은 년 같으니.”

 동료 여성의 말에 제인의 손이 잠시 멈추었다가 인상을 찌푸리더니 다시 바쁘게 움직였다.

 일에 빠져 사느라 남자도 생각도 안난다~”

 그래도 루이스는 널 좋아하는 눈치던데?”

 제인은 동료 여성의 말에 깊은 한숨을 내쉰 뒤 말없이 하던 일을 계속했다. 그러자 동료여성이 파티션을 양손으로 잡고 고개를 제인에게 내밀며 부러운 투로 말했다.

 난 이럴 때 네가 진짜 부럽더라

 제인은 서류를 훑어다가 손에서 서류를 놓고 서류뭉치에 다시 손을 가져가서야 갸우뚱한 표정으로 동료여성에게 물었다.

 뭐가, 남자들한테 인기 많은 게?”

 너 그렇게 한번 만에 외우는 거

 제인은 서류를 골똘히 살펴보며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나도 집중을 해야 외우거든. 그런데 이렇게 옆에서 쫑알쫑알 대면...”

 제인이 양손의 서류들을 내려놓으며 고개를 훽돌려 동료여성을 쏘아보았다.

 내가 아마 못 외우겠지? 외우지 말라고 염불을 외워라, 외워.”

 치-

 그리곤 제인은 다시 서류들을 잡아 읽어 내려갔다.

 그냥 대기업들 비서나 할 것이지 이런 건 왜 하고 있담?”

 내가 하고 싶어서 한다는데,

 아주 좋겠다, 부르는 데는 많고 네 꼴리는 거 할 수 있어서

 다시 제인이 양손에 서류를 내려놓곤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입김을 불어 앞머리를 휘날리며 동료 여성을 쏘아보았다.

 너 오늘.. 나한테 불만있니? 네 자리에 가서 일해!”

 , 부러운 년

 그 말을 끝으로 동료 여성은 슬그머니 파티션 밑으로 얼굴을 숨겼다. 그리고 제인은 다시 서류들을 잡아 양쪽의 서류를 번갈아보다가 문득 행동을 멈추며 혼잣말을 했다.

 오늘 가뜩이나, 기분이 이상한데. 얘는 아주 속을 긁는 구나, 긁어

 제인의 혼잣말을 들은 동료여성이 놀란눈으로 파티션위에 고개를 내민 살짝 다음 제인을 한번 바라본 뒤 다시 파티션 밑으로 고개를 내렸다. 그리고 제인이 다시 서류를 드는 듯하더니, 갑자기 양손에 있던 서류들을 책상에 쾅 내려놓고는 큰일이 났다는 식으로 외쳤다.

 아참! 엄마 생일이다.”

 파티션 위로 동료여성이 다시 고개를 내밀었다.

 파티할 곳은 잡았어?”

 제인이 동료 여성을 향해 고개를 획 돌렸다.

 아니!”

 동료 여성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아해했다.

 그럼?”

 제인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뭔가 떠올랐는지 탄성을 지르며 말했다.

 엄마랑 오늘 맨해튼에 가기로 했었어!”

 언제? 몇시에?”

 동료의 질문에 제인은 생각이 안나는지 입을 벌린채 어만 반복하며 머뭇거렸다. 그걸 본 동료 여성은 혀를 끌끌찼다.

 쯧쯧... 너도 참, 일 아니면 기억을 못하는 구나

 ... 어쨌든 일마치고?”

 그래, 잘 다녀와.”

 제인이 다시 시선을 서류에 돌렸다가 기분이 좋은 듯 미소를 가득 머금고 동료를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

 고마워!”

 

 

 제인은 엄마와 팔짱을 낀 채 맨해튼 거리를 거닐었다. 모녀가 걷고있는 인도 주변으로 나무가 자라있었는데, 그 그늘 밑으로 보이는 모녀의 모습은 한폭의 그림과 같았다. 그리고 제인은 레스토랑들이 나올 때마다 어떤 음식이 맛있었다며 밝은 얼굴로 수다를 떨기 바빴고, 마치 모녀의 주변으로 꽃이 피듯이 분위기가 화기애애 보였다. 길을 거닐다 문득 제인이 어떤 스테이크 간판을 보더니 강가에 시선이 뺐긴 엄마를 팔꿈치로 툭툭 건드리며 외쳤다.

 엄마! 저기야! 저기서 할까 생각하는 데 어때?”

 저기?”

 

 제인의 시선이 엄마에게 갔다가 스테이크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문득 불길하게 오늘아침 자신을 치고 지나갔던 사람이 떠올랐다.

 아니, 갑자기 이 생각이 왜..’

 제인은 아무렇지 않은 듯 방긋 웃으며 엄마에게 시선이 향했다.

 엄마 저기 가보...”

 

 「부웅

 제인의 주변으로부터 갑자기 온도가 바뀌는 느낌이 들었다. 순간적으로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가 사라졌고, 동시에 주변의 모든 건물의 불이 꺼졌다. 그리고 근처에 있던 사람들도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리며 주변을 둘러보았고, 건물 안에 있던 사람들도 덩달아 뛰쳐나왔다. 그리고 사람들이 웅성웅성 거리며 혼란스러워 보였다.

 , 뭐지, 엄마?”

 제인과 엄마는 서로 부둥켜 안고 벌벌 떨었는데, 그때 어떤 사람이 대뜸 길 한복판으로 달리더니 허공에 벽이 있는 것 마냥 퍽 부딪치곤 그대로 쓰러져 일어나지 못했다. 다들 웅성웅성 거리며 쓰러진 사람의 주변으로 다가갔고, 여러 사람들이 쓰러진 사람을 일으켜 세워 안부를 물었지만 쓰러진 사람은 반응이 없었다. 이에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주섬주섬 핸드폰을 꺼내서 전화를 걸려거나 인터넷에 접속하려고 하는 행동들을 보였는데, 오히려 분위기가 나빠지고 있었다. 그걸 본 제인도 덩달아서 핸드폰을 꺼내 액정을 확인했다. 정말 이상하게도 액정의 상단에 떠있는 표시는 “No Signal”. 맨해튼에서 전화가 터지지 않는 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혼란은 더욱더 가중되었고, 제인과 엄마는 그저 부둥켜 안고 사태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갑자기 인파 사이로 비명이 들리며 사람들의 시선이 그곳으로 향했다.

 「콰직

 누군가 자동차 위에 올라서며 피투성이가 된 손으로 서있었다. 붉은 눈동자를 한 채 마치 이 세상의 사람이 아닌 듯 공포스러운 표정으로 불길한 기운을 풀풀 풍기는 사람이 눈에 보였다. 제인은 본능적으로 도망쳐야겠다고 생각했다.

 , 엄마! 가자!”

 아이고..”

 엄마의 다리가 풀려 풀썩 쓰러졌고, 제인은 엄마를 일으키려고 팔을 잡아 올렸지만, 쉽사리 일으킬 수 없었다. 그 사이에 사람들이 전부 비명을 지르며 여기저기로 달려다니며 아비규환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사람들이 도망다니는 사이로 그 피투성이의 손을 한 남자가 2m는 거뜬히 점프하더니 곧바로 떨어지며 아래에 있던 사람을 손으로 찍어내렸는데, 피가 한가득 튀었다. 그 장면으로 인해 사람들의 아우성은 더욱 커져만 갔다. 그리고 그걸 본 제인은 손과 다리가 바들바들 떨렸다. 그 와중에도 어떻게든 엄마를 지키겠다며 엄마를 끌어안았다. 그러다 갑자기 제인의 옆으로 덩치 큰 남자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는데, 제인은 떨리는 몸으로 천천히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고, 그사이 굵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이 여자 맞는거 같다. 직접보니 반반한데.”

 키키키키 가지고 놀면 재밌겠다.”

 듣기만 해도 오금이 저리는 말에 제인은 더 이상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지 못했다. 그러자 제인의 시선 앞으로 붉은 조끼 하나만 덜렁 걸쳐입은 우람한 구릿빛 근육 사내가 다가섰다.

 , 이 여자 내 스타일

 제인이 사내에게 시선이 돌아간 사이 마른 금발의 모히칸 머리를 한 사내가 갑자기 튀어나와 제인이 부둥켜안고 있던 엄마의 어깨를 발로 가격했는데, 마치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나며 엄마가 멀리 나동그라졌다.

 엄마!”

 어딜가 이년아

 제인이 울부짖으며 엄마를 향해 다가가려 했는데, 그사이 붉은색 조끼의 사내가 제인의 머리칼을 한움큼 잡아당기는 바람에 얼마가지 못하고 뒤로 밀려나며 사내에게 끌려갔다.

 와 너무 좋다. 얘는 S급이라고 해도 좋다.”

 붉은 조끼의 사내의 신이난 목소리가 들려왔고, 제인은 울부짖으며 엄마를 향해 손을 내밀며 바둥거렸다.

 엄마!! 건드리지마 너희!! 너희 내가 고소해서 다 잡아 쳐 넣어버릴꺼야!!”

 캬하하하! 앙칼지네 이년?”

 제인은 어떻게든 사내로부터 벗어나려고 바둥거렸지만, 힘의 차이가 너무 심한 나머지 무슨 짓을 해도 벗어날 수가 없었다. 그 사이 또 다른 사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찾았나. 적당히 가지고 논다음 죽여라. 난 다른 타겟한테 가봐야한다.”

 “

 “!”

 그 남자의 말에 사내 둘은 충성스럽게 대답했다. 제인은 바둥거리며 그 남자 쪽을 보려고 했지만, 머리칼을 잡고 있는 힘이 너무도 강해서 바둥거리는게 한계였다. 그럼에도 제인은 포기하지 않고 벗어나려 애쓰다가 말이 들려온 사내의 바지와 신발을 잠깐 스쳐보게 되었고, 어디선가 한번 봤던 느낌이 들었지만, 그것보다 엄마를 챙기는 게 더 중요했다. 그사이 금발의 모히칸 남자가 쓰러진 엄마 곁으로 다가가며 시선이 제인에게 향했다.

 우릴 잡아? 킥킥킥

 금발의 모히칸 남자는 주먹을 쥔 채 손을 머리 위로 뻗었다.

 니 년이 아끼는 사람이 죽는걸 보여줄께! 킥킥킥!”

 그리곤 금발의 사내의 주먹으로부터 바람이 일어나며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이윽고 손가락 사이에서 원뿔모양의 두꺼운 바늘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왔고, 금발의 사내는 주먹을 그대로 엄마의 복부에 내리쳤다.

 [퍼억]

 그리고 제인의 눈앞에서 사방으로 튀는 핏방울이 보였다.

 엄마!!!”

 제인은 사내의 머리칼을 움켜쥐고 있는 손을 양손으로 잡은뒤 있는 힘껏 고개를 당겼다. 그러자 실이 터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남자의 손아귀에 붙들려 있던 머리칼들이 끊어지며 사내에게 풀려났고, 제인은 있는 힘껏 달려가 금발의 사내를 양손으로 밀쳐냈다.

 저리가!!!”

 으앗

 제인이 밀쳐버리자 금발의 사내는 꼬꾸라지며 멀리 나동그라졌고, 그 사이 제인은 엄마를 안아들었다.

 엄마!! 엄마!! 괜찮아?”

 쿨럭 쿨럭

 남자의 손에서 튀어나온 바늘이 폐를 찌른 듯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입에서 피가 가득 튀어 나올리는 없었다. 그 모습에 제인의 눈가에 물방울이 그렁그렁 맺혔다.

 엄마...! 좀만 참아! 내가 병원에 데려다 줄께!”

 제인은 엄마를 어떻게든 안아들으려 했지만, 사내에게 저지되었다.

 이 년 정말 대단한 년이네

 붉은 조끼만 걸치고 있던 사내가 어느새 다가와 제인을 있는 힘껏 발로 차버렸다. 그 사내의 발길질에 제인은 족히 10m는 나동그라지며 쓰러졌다. 쓰러진 제인은 자욱한 먼지들 사이로 붉은색 눈빛을 한 사내들이 뛰어다니며 도망치는 사람들을 마구 잡아 공격하며 쓰러지는 광경이 보였다. 제인은 이게 꿈이 아닌가 의심을 했다. 도망가던 사람을 붙잡아 어디서 나온지 모를 칼로 쑤시거나, 등에서 촉수가 쏟아져 나오더니 사람을 그대로 관통해버리는 등 이런 광경은 지옥이나 다름 없었다.

 ... ... ...”

 스스로 머리카락을 뽑아버리다니 대단해

 붉은 조끼의 사내가 손에 가득 묻은 갈색 머리카락들을 털며 쓰러져 있는 제인의 앞에 다가섰다. 그리곤 그대로 제인의 와이셔츠를 잡아 뜯었는데, 단추들이 여기저기 터져 나오며 제인의 속옷과 속살이 드러났다. 그리고 제인의 스커트를 한손으로 잡아서 뜯었는데, 잡은 부분만 뜯겨 나올 정도로 사람의 힘이라 볼 수 없었다.

 으흐흐... S...”

 그리고 사내의 손이 제인의 몸으로 드리워져 갔다. 제인은 필사적으로 도망치고 싶었지만, 아무리 몸을 움직이려 해도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제인은 있는 힘껏 짜내어 말했다.

 ... ... ... ... ...”

 ?”

 제인의 말에 잠시 사내의 행동이 멈추었는데, 다시 씨익 웃더니 제인의 몸에 손을 가져다 댔다. 그런데 그때 또 다른 사내의 목소리가 붉은 조끼 사내의 앞쪽으로부터 들려왔다.

 거기까지 하자. 이 변태같은 것들아.”

 그 목소리에 사내가 고개를 쳐들었다.

 


  • PORSCHE 2018.08.03 07:19
    중요할때 끊으면 어떡함.. 빨리 다음편을 내놔라 작가놈아!
  • SKEN 2018.08.03 15:14

    영웅이란 것들은 항상 원하는 행동만 하지 않는군. 좀만 늦게...아.. 아니 빨리 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