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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31 01:02

GAGE : 프롤로그 -4-

조회 수 14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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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는 5화에서 끝날것 같습니다

4화와 5화는 게이지 세계관의 개념을 잡고 가는 부분이라

다소 지루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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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AGE : 프롤로그 -4-

 


  "저기... 혹시...“

  "으아아악!!!!!!!!“

  여성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비명을 질러버린 탓에, 여성마저 화들짝 놀라고 말았고, 다시 주변의 시선이 내게 집중되었다.

  “... ...”

  순간적으로 뇌리에 실수했다는 것이 불현듯 번뜩였다. 덕분에 나는 벙어리 마냥 입만 오물오물 거렸고, 분위기는 심각한 느낌이 들 정도로 고요했다. 이윽고 문이 끼익 열리는 소리가 들리며 적막을 깨트렸다.

  “그 애가 일어났다며?”

  어디선가 봤던 사람이 팔을 너털거리며 문을 밀고 들어왔다. 사람이 꽤 있는데 편한 태도로 들어오는 것을 보니, 누가봐도 직위가 높은 사람으로 보였다. 그 남자는 들어와서 주위를 둘러보며 분위기가 차가운 것을 지레 느낀 듯했지만, 개의치 않고 누군가를 찾는 듯 두리번 거리다가 나에게 시선이 멈추었다.

  “... 안녕?”

  갈색코트에 얼굴형을 뒤덮고 있는 갈색 수염들이 멋들어지게 난 남자는 멋쩍게 나에게 인사를 했다. 그런데 마치 그 태도가 나를 한번 봤었다라는 태도이기에 나는 어디서 봤었는지 한참을 생각해야 했다. 그렇게 멍때리다가 뒤늦게 나는 인사에 응했다.

  “.. .. ... 안녕하세요.”

  그제서야 그 남자는 분위기를 완화하기 위해 주변을 정리했다.

  “, 자 너희들 할 일 있지 않냐?”

  “헤헤 그, 그쵸. 그치 틸리?”

  “, 당연하지! 불리! , 그럼 가자.”

  갈색코트를 입고 있는 남자의 말 한마디로 내 주변으로 둘러싸고 있던 몇몇의 사람들이 문 밖을 나갔고, 그제서야 주변 풍경이 눈에 들어와 내가 있는 곳이 병실인지 깨달았다. 그리고 어느새 갈색 포니테일을 한 여성과 갈색코트의 남성만이 남아있었다. 갈색 포니테일 여성은 내게 말한마디 없이 내 손목을 낚아채서 두 손가락을 내 손목에 갔다댔다. 무엇을 하는 행위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부드러운 감촉이 은근히 좋았다. 그리고 그 뒤로 갈색코트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깨는 괜찮나?”

  “... 어깨...”

  그제서야 나는 황급히 다른 한손으로 어깨에 손을 댔지만 기이하게도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아니, 아무런 상처조차 없었다. 그 남자가 내 어깨의 상태를 어떻게 아는 것인지 문득 수상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그 덕분에 살금 눈치를 볼수밖에 없었고, 그 것을 알아차린 듯 갈색코트의 남자가 한숨을 내쉬었다.

  “... 걱정하지마, 너를 공격했던 부류들과 우리는 엄연히 다르단다. 그리고 너를 구해준 게 우리라고.”

  “?”

  칼에 찔린 큰 상처였는데 마치 꿈이라도 꾼 듯이 흠집하나 없었고, 구해줬다는 말도 잘 이해가 가질 않았다.

  “... 이해가 가지 않는 게 한두개가 아니겠지. 에이리아. 저 아이의 옷을 입혀서 내 방으로 데려와.”

  “.”

  갈색 포니테일에 정장을 말끔하게 입어서 비서같은 느낌이 드는 여자의 이름은 에이리아였다. 그리고 에이리아는 갈색코트 남자의 명령에 가볍게 목례를 했다. 그런데.. 에이리아라니? 멀쩡하게 우리나라말을 하는데 영어이름이라는 건... 외국인이라는 뜻인가?

  에이리아는 옷걸이에 걸려있던 내 옷가지들을 내 앞에 가지런히 놓았다. 그리고 그걸 본 갈색코트의 남자는 두말도 하지 않고 뒤를 돌아 문 밖을 나갔다. 내가 갈색코트의 남자에게 시선이 돌아간 동안 에이리아가 내 앞에 멈춰섰다.

  “나는 문 밖에 있을 테니까, 옷을 입고 나와.”

  나는 대답을 하긴 했지만 목소리가 크게 나오지 않았다. 대답을 들은 지 못 들은 지는 몰라도 에이리아는 그런 것에 개의치 않고 문을 나서다가 멈춰섰다.

  “걱정하지마. 네게 상처줄 것들은 여기엔 없으니.”

  마치 내 마음을 꿰뚫어본 듯한 말을 남기고 에이리아는 가볍게 문을 닫았다. 그제서야 나는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은 뒤 침대 밑을 둘러봤다. 침대 한켠에 내 신발이 가지런히 있는 걸 보곤 챙겨 신은 뒤 문 앞에서 잠시 멈춰섰다.

  “...”

  하룻밤 만에 일어난 상황이라고 보기엔 너무도 혼란스러운 기억과 꿈의 경계. 여기도 현실인지 꿈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 낯선 느낌은 나를 점점 더 옥죄였다. 나는 한숨을 크게 내쉰 뒤 굳을 결심이라도 한 것 마냥 문고리를 꾹 잡고 돌렸다. 끼익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며 내 눈에 들어온 광경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이렇게 넓고 높은 건물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현대식의 디자인이 되어 있는 곳이었는데, 전체적으로 통유리를 이용해 미려하고 심플한 디자인으로 장식된 인테리어는 마치 어떤 회사에 와있는 것만 같았다. 꽤나 넓은 로비 중앙으로 2층까지 이어진 계단의 양쪽으로 에스컬레이터가 있었고, 구리로 만든듯한 거대한 엔틱 지구본이 천장에 달려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

  보기만 해도 입을 쩌억 벌릴 수밖에 없는 실내의 광경에 나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런 나의 모습을 에이리아는 기다려주었는데, 뒤늦게 나는 눈치를 채고 머쓱거리며 에이리아에게 다가갔다.

  “.. 죄송합니다...”

  “괜찮아. 따라와.”

  미소를 한껏 머금은 에이리아의 표정에 웬지 마음이 편해졌다. 에이리아를 졸졸 따라가다 엘리베이터 앞에 멈춰섰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엘리베이터가 내려왔고, 나는 에이리아가 엘리베이터를 타는과 동시에 같이 엘리베이터에 올라섰다. 엘리베이터 내부마저도 말끔하고 세련되있는 느낌이 너무도 좋았다. 그리고 엘리베이터의 버튼은 10층까지 있는 걸 보니 이 건물은 10층 건물인 듯 했다. 에이리아는 10층 버튼을 가볍게 눌렀는데 사소한 버튼하나 누르는 것 마져도 자태가 우아해보였다. 그리고 에이리아와 단 둘이 엘리베이터를 탄 나는 뭔가 어색함을 감추지 못해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렸지만, 에이리아는 그저 아무말없이 곧게 서 있었다. 어색함을 지우고 싶어서 무언가 물어보려 했지만, 정면만 응시하고 있는 에이리아의 모습을 보곤, 나는 묻는 것을 포기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기 전까지만 해도 미소지어줬는데 아무말없이 서있는 모습이 왠지 소심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런 걱정도 얼마 지나지 않아 10층에서 멈추어 섰다.

  10층 로비의 중앙으로 나아가니 정면에 나뭇가지 모양으로 프렉탈 패턴이 되어있는 멋들어진 양문이 우뚝 서 있었다. 에이리아는 문 앞에 서서 나지막히 얘기했다.

  “아까 본 그 분은 마스터 엘로드라고 해.”

  “.. ...”

  나는 뭔가 더 질문이 있는 듯한 태도를 표출했지만, 에이리아는 개의치 않고 말을 이어나갔다.

  “문을 열고 들어가봐. 네가 궁금한 모든 것들은 네 선택에 따라서 앞으로 알 수 있게 될 거야.”

  “...”

  에이리아는 흐트러지지 않은 자세로 곧게 서서 내가 들어갈 때까지 기다렸다. 나는 조심스레 문 앞에 다가가서 양쪽에 손을 대며 문을 밀어냈다. 육중해 보이는 문이었지만 의외로 작은 힘으로도 부드럽게 문이 스르륵 열렸다. 그리고 마치 방안에 포근한 빛들이 내려와있는 느낌이 들었다

  • PORSCHE 2018.07.31 01:09
    공간 묘사가 더 좋아졌다. 주변 상황이 그려져서 읽기 더 좋구나. 근대 짧아!!!!!
  • 반딧불 2018.07.31 01:19
    웜메 글올린지10분만에;;
  • 홍차매니아 2018.07.31 09:19
    전체적으로 배경묘사력이 매우 뛰어나졌다. 근데 카톡에 먼저 말했듯이 "말끔하게 입어서 비서같은 느낌이 드는..." , "구리로 만든듯한 거대한 엔틱 지구본이" 이런 표현은 가끔은 몰라도 자주 쓰는건 좀 지양해야할듯.
    그보다 어떻게 비서같은지, 어떻게 엔틱한지를 좀더 묘사해보는게 좋을거 같아.

    그걸 제외하면 아주 좋소!
  • 반딧불 2018.07.31 14:06
    피드백은 잘 받아들이겠다!
  • SKEN 2018.07.31 18:11
    공간 묘사와 전반적인 문장력이 업그레이드 되다니 흡수력 실화? 에이리아의 똑 부러지는 엘리트 비서? 같은 이미지가 잘묻어나는게 특히 좋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