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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2018.07.17 01:17

GAGE : 프롤로그 -1-

조회 수 51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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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 : 현실을 무대로 판타지적 요소를 가미한 퓨전

프롤로그만 1인칭입니다


제가 쓴 소설 읽다보니 이게 재밌더군요;;;;

이게 내가 쓴게 맞나 다시 보고 ㅋㅋㅋㅋㅋㅋㅋㅋ

다음편 왜 연재안하짘ㅋㅋㅋㅋㅋㅋㅋ

하는데 내소설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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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이지(GAGE) : Season 1

          프롤로그

          - 1 -

 내가 귀신이 없다고 생각한 것은 초등학교 6학년 이후였다. 그 전에는 TV의 남량특집들을 보며, 보이지 않는 존재에 겁을 먹고 덜덜 떨었었지만. 그 것도 잠시뿐이었다.
 내가 자라며 TV에서 틀어주는 남량특집들을 우연히 다시 보며 문득 생각이 든 것은,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보여주는 단순한 연출이라고 생각했다. 마치 이 세상엔 요정따윈 없을꺼라며 보이지 않는 존재들을 점점 믿지 않게 되었다. 
 어두운 곳에 가는 것을 무서워 했지만, 그것은 귀신을 무서워 하는게 아니라 단지 어둠을 무서워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이후로 나는 순수함을 잃어버린 아이처럼, 

    상상의 세계를 더 이상 믿지 않았다.

    단순히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난 어릴때부터 유독히 다른 아이들보다 약했다. 태어날 때 부터 체중 2.5kg을 간신히 넘기며 아슬아슬한 차이로 미숙아가 되는 것을 모면했다고 한다. 
 성장해 가면서도 나는 다른 아이들보다 유독히 체구도 작고 힘도 약했다. 그 덕분에 학년이 올라가면서 처음으로 집단 따돌림과 폭행을 당했다.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나는 약했기 때문에 반항이라는 것은 생각치도 못했다. 그저 벌벌떨며 하지말라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그런 환경에서 나는 오직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 뿐이었다. 공부를 잘해서 높은 위치에 올라가게 되면 아니꼬운 녀석들을 깔보며 비웃어줄 수 있다는 생각에 목숨을 걸고 공부에 전념했다. 왕따를 하던 폭력을 가하던 말던 아랑곳하지 않고 나는 공부에 매달렸다.

 그 당시, 내가 어두운 성격이었다면 차라리 신경이라도 쓰지 않았을 테지만, 워낙 밝고 말이 많은 성격에 가볍게 보인 것이 화근이었다.그저 쉬워보이기만 하는 나를 괴롭히는데 재미가 들린 녀석들은 장난 아닌 장난을 거세게 해왔고, 화를 참지 못하는 나를 따돌리는 것에 재밌어 하며, 상황은 날로 심각해져 갔다. 날이 갈수록 거센 폭력이나 괴롭힘들은 굳건히 지켜온 마음조차 무너트렸다.

 나는 무시하고 공부에 매진하자는 결심을 점점 잃어버리며, 내게 상처를 주는 친구들을 증오해갔다. 귀신을 믿지 않았던 내가 영웅이 되어 친구들을 처참히 죽여버리는 상상을 하며 분풀이를 했지만, 그것이 고작 상상에 불과하다는 현실이 나를 더욱 비참하게 만들었다. 그저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당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어느날 나는 이상한 꿈을 꾸었다.


 "으음... 으으으으...."

 "뭐, 1년에 한번씩 보는 건가. 이런 것도 나쁘진 않은데?"

 '누구지? 여긴 어디야..'

  아늑하게 침대에 누워 잠을 자고 있어야 했지만, 막상 눈을 떴을 땐 전혀 다른 곳이었다. 주위는 모래바람 소리에 귀가 찢어질 것 같았고. 무기력한 기분이 온 몸을 휘감고 있어 아무 말조차 나오지 않았다. 이어서 또다시 누군가의 음성이 들려왔다.

 "뭐, 간단하게 말할게. 앞으로 10년 안에는 일어날 것 같다. 그. 일이."

 '이 아저씨는 대체 뭐야?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말이 나오지 않아..'

 갈색 가죽코트에 짙은 가죽 끈을 몸에 칭칭 감고 장갑까지 낀 채,  척 보기에도 답답한 복장을 한 남자가 나의 앞에 서서 무엇가를 말하고 있었다.

 "하하하하! 역시 너도 알고 있었겠지. 네 놈이 빌부르크의 자공간(自空間)에서 그걸 조사하고 있다는 건 이미 눈치 채고 있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빨리 눈치챘더군."

 앞에 있던 그 사람은 잠시동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아무말이 없었던 탓일까. 나를 보는 눈초리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을 것만 같았다.

 "그렇군.. 네 말도 맞아. 하지만 그건 블러드 게이지(Blood Gage)같은 게 아니다."

 '어라? 난 아무말도 하지 않았는 데? 대체 뭔소리지?'

 "너도 결국 알아채겠지. 하지만 굳이 그걸 알아낼 필요는 없다고 본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어!!!'

 순간적으로 앞에 있던 남자의 눈꼬리에 살기가 느낀 나는 몸이 굳어버렸다. 

 "좋아.. 내가 말할 것은.."

 그리고 그 남자는 뿌연 모래바람 속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세상이... 세상이 세상을 버린다."

 [번뜩]

 앞의 남자의 눈이 매섭게 번뜩였고, 마지막 말을 끝으로 눈을 떴을 땐, 익숙한 천장이 눈에 보였다.

 "허억... 허억..."

 가슴 졸이게 만드는 그 남자의 시선, 생생하게 와닿는 촉감은 식은땀을 흘러내리게 만들었다. 그리고 방금 본 장면들은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고, 섬뜩한 기분은 이불을 품에 감게 만들었다.

 "허억... 허억..."

 그 꿈 과연 뭘까...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갔다. 오늘도 얼굴 곳곳에 상처를 남긴채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고, 더러운 기분이 가슴에 남아 집조차 가기 싫어질 정도였다.

 "그 새끼들을 죽이고 나도 죽을까.. 자살하고 싶어진다..."

 그 날 나는 결국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 절벽에서 뛰어내려 죽겠다고 마음먹고 인근 산에 올라갔지만, 막상 절벽 밑의 광경은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다. 결국 나는 자살은 꿈도 꾸지 못하고 그대로 주저앉아 오랜 시간동안 석양이 지는 모습을 감상했다. 어둠이 사방에 깔리는 것 조차 알아채지 못하다 비로소 정신을 차리고 산에서 내려갔다.

 [터벅, 터벅]

 집으로 돌아가며 어제 꿈이라기엔 너무 생생했던 그 장면들을 다시금 생각했다. 어찌나 생생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머리 한켠에 기억으로 자리잡고 있을 만큼 강렬했다.

 "무슨 꿈이었을까..."

 머리를 숙인 채 실컷 땅바닥이나 보며 멍하니 길을 걷다, 갑자기 벽에 가로 막힌듯 머리를 부딪혔다.


 [퍽]

 "으앗"

 비명을 지르며 고통에 찬 나머지 다리가 풀려 땅바닥에 주저 앉았다.

 "뭐, 뭐야 대체..."

 꼴에 일진인 녀석들에게 맞아 머리가 아픈판국에 머리를 찧은 그 기분은 정말 죽을 맛이었다. 그래도 죽진 않은걸 보니 자동차는 아니구나라고 안심하고 일어선 순간.

 "어...어?!"

 무언가가 가로막고 있었다고 생각한 눈 앞엔 아무것도 없었다. 시원하게 뚫린 길뿐이었다.

   이질감이 느껴지는 현실에 두려움은 급속하게 나를 휘감았다. 나는 앞으로 몇걸음 다가가 허공을 매만졌다. 그리고 손끝에서 느껴지는 감각은 마치 투명한 벽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나를 가로막고 있었다.

 "뭐, 뭐야 이거."

 "뭐야, 꼬마잖아."

 뒤에서 들려오는 누군가의 목소리에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엔 낯선 사람이 우두커니 서있었다.

 "하아아.. 오늘 재수없네.. 어느 정도 사람이 들어왔다고 생각해서 공간을 만들었더만, 노인하고 꼬맹이네."

 무슨말인지 모를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낯선자에게 느껴지는 분위기는 위험하다고 온몸에서 경고했다. 나는 힘없이 다리가 풀리며 땅바닥에 주저 앉았고,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에 일어서려 있지만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어쨌는 도망가야한다는 생각에 주저앉은채 뒷걸음질 쳤지만 투명한 벽으로 인해 더이상 갈 수 없었다.

 "뭐 일단 에너지를 모은단 셈치고 죽여볼까."

 '죽여볼까... 죽여볼까... 죽여볼까...'

 일순간 죽여볼까라는 말이 머릿속에서 울려퍼졌다.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머리가 새하얘지기 시작했다. 정말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미친 나는 있는 힘껏 땅을 박차고 일어나 투명한 벽을 더듬으며 있는 힘껏 도망치기 시작했다.

 '나가야해... 나가야해.. 어딘가 나가는 곳이 있을 꺼야'

 "헤헤! 꼬맹이가 발악을 하네. 그래봤자 독안에 든 쥐! 어디로든 나갈 수 없다. 그만 단념하고 죽으렴 꼬마야. 얼마 살지 않은 인생 거기서 종쳐도 괜찮다고 생각하지 않니?"

 어른의 달리기와 아이의 달리기는 비교할 수가 없지만, 문제는 그런 것이 아니었다. 그 낯선자는 인간이라고는 볼 수 없을 정도로 무시무시한 속도로 날아올라 나를 덮쳤다.

 [푹]

 "으,으아악!!!"

 손에 무기가 있었나 하고 일순간 생각이 스쳐 지나갔지만, 낯선자의 손에 한자루의 칼이 쥐여진 채 칼날은 이미 내 왼쪽 어깨를 꿰뚫고 있었다. 피가 흘러나오는 데도 칼에 찔렸다는 감각이 없었다. 나는 그저 비명밖에는 지를 수 없었다.

 "으,으아악!!!"

 "호오 꼬마가 운이 좋네? 분명히 머리를 관통하려고 했었는데 말야."

 [푹]

 낯선자는 손아귀에 힘을 주며 칼을 뽑아냈고, 동시에 어깨에서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선명한 홍염과 같은 피는 내 눈앞에서 흩날렸고, 그 선혈은 나의 현실감을 오히려 더 멀어지게 만들었다. 동시에 낯선자는 내머리에 겨냥하기 쉽도록 칼을 고쳐잡았다.

    '피...?'

 "이번엔. 진짜 끝장이다 너"

 갑자기 시간이 느려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 순간 오만 생각이 다들었다.

   공상의 세계나 귀신의 존재를 믿지 않은 나였다. 그런데 이것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현실이 맞는 것인가? 아직도 구분이되지 않는다.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것인가?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지? 학창시절 당한 괴롭힘, 희망조차 없는 나날들... 문득 이렇게 죽는 것도 나쁘진 않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오늘 자살을 생각했었는 데, 이렇게 정신없을 때 죽는것도 오히려 나쁘지 않다고 생각이 들었다. 낯선자에게서 들린 칼날은 점점 나를 조여오고 있었지만, 이 찰나와 같은 시간은 마치 나의 생명을 조금이라도 더 늘리려는 듯 긴 시간으로 느껴진다. 피해보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마찬가지로 내 몸도 느리게 움직여질 뿐이었다. 그렇게 몸을 비틀었던 탓인가. 어깨에서 말못할 고통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이건 꿈이 아니야 이제 일어나야지. 라고 속삭이는 것만 같은 생생한 고통이라는 느낌은 내가 살아있다라는 현실감을 일깨워주기 시작했다. 

  다시 문득 든 생각은 이렇게 죽기 싫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미 낯선자의 칼날은 내 정수리를 향해 불과 한뼘정도를 남겨두고 있었다. 

  결국 이렇게 나는 죽는 것인가...

  그리고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내가 죽는 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렇게 모든 것을 포기한 순간 갑자기 마음이 편해졌다. 

  가족과 친구, 어제 꿨던 꿈들이 떠오른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미소가 피어올랐다.

  '하.. 짧은 생이었다...'


   그리고 몸 주위에 바람이 불어왔다. 

   시원한 바람이... 

   바람이... 

   바람?


 [푸욱]

 선혈이 분수처럼 피어올라 주변을 적셨고, 나는 피를 뒤집어 썼다.

   그런데 그 피가 너무도 따뜻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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