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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여정이었네요

멜리나와 아가시아편의 마무리입니다

이해가 잘안가거나, 궁금한걸 물어봐주세요

너무 오랫동안 작업한거라, 떡밥을 체크하긴 했지만 놓쳤을수도 있어서요

그걸 정리하는 편입니다

퇴고는 한번더 해야할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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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ge_index.jpg


6. 멜리나와 아가시아(9)

 

갈색 코트를 휘날리며 엘로드가 나타났다. 그는 잠의 힘을 쏘아내듯이 남자에게 손을 뻗었다. 그러자 그가 휘청거리다가 맥없이 자빠졌다. 들고 있던 돌덩이가 뭉쳐있던 힘을 잃어버리고 산사태와 같은 모습으로 자비없이 아르휀과 카오루를 덮어버렸다. 엘로드는 급한 맘에 맨손으로 흙을 파내기 시작했지만, 많은 흙을 혼자서 퍼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눈치를 보던 에르와 바론도 내려와서 땅을 파내기 시작했는데, 손은 금새 상처투성이가 되어갔다. 그사이 에르의 손이 땅에 닿자마자 머릿속에서 뭔가가 스쳐갔다.

...?”

손에 뭔가 잡히는 느낌이 있어서 쥐어보려는 찰나에 엘로드의 목소리가 다급하게 들려왔다.

에르! 어서 가서 리키나한테 다니카 오라 그래!”

... ... , !

에르는 하던 일을 멈추고 서둘러 공간의 입구를 향해 달렸다.

 

 

멜리나의 눈물이 아가시아의 얼굴을 타고 흘렀다. 비가내리는 줄 알았던 아가시아가 고개를 슬적 올려다 보았는데, 그녀의 얼굴에 고드름처럼 눈물이 주렁주렁 메달려있었다.

... 하아.. 멜리나...”

으으윽... , 말하지마!! 말하지마!! 제발 말하지마!!”

멜리나...”

멜리나의 눈앞에 아가시아가 물속으로 차올랐다. 멜리나는 소매로 눈을 연신 닦아냈지만, 끊임없이 아가시아가 물속으로 차올랐다.

...”

멜리나는 차디찬 아가시아의 손을 잡았다. 따뜻하게 해주려 양손으로 잡았지만, 그녀의 손만 더 차가워져 갔다.

하아... 하아... 미안해... 멜리나...”

, 뭐가 미안해!! 내가.. 내가 더 미안해!! 그러니까 그만...”

... ... 멜리나가... 하아... ... 말투 싫어하는 거.. 같아서... 점점... 멀어지는... ... 알았어... 그래서... ... 맨날 말... 연습했어... 그런데... 잘 안돼...”

아니야 이 멍청아! 아니라고!”

아가시아가 점차 숨을 가쁘게 몰아쉬었다. 불안해진 멜리나가 그녀의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그녀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었다.

멜리나... 울지마...”

으아아앙!! 내가 미안했어! 내가 미안하다구! 제발 그만... ... 조금만 버텨주라 응? 분명히 클리어 해줄꺼야! 그러니까 제발 조금만 더 버텨줘!! 제발!!”

아가시아는 멜리나의 말에 가슴이 뭉클했다. 자신을 미워할 줄 알았던 멜리나의 마음을 이제야 비로소 이해하고 나서야 그녀를 위로하듯이 등을 토닥였다.

에르... 에르가... 그랬어... 힘들 때... 힘들 때.. 쿨럭... 하아... 그 자리에... 있어줘야... 하는게... 진짜... 친구라고... 그런데... ... 그러지... 못했어... 미안해... 멜리나

아니야! 아니야! 아니라고! 내가! 내가 남자한테 미쳐서 그랬던 거잖아! 왜 네가 사과하냐고!! 으아아앙!!”

아가시아의 얼굴이 점점 파랗게 질려가고 있었다. 멜리나는 어떻게 해서든 시간을 벌기 위해 그녀의 이마와 볼에 손을 올리며 체온을 올려주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제발 아가시아.. 제발 살아주라... 살아나면, 절대 아가시아 안 버릴게 응? 제발, 부탁해 제발

아가시아는 말없이 미소를 짓다가 결국 고개를 떨궜다. 멜리나가 서둘러 몸을 흔들어봤지만 의식을 잃은 듯 아무 반응이 없었다. 초조해진 그녀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가슴에 귀를 얹어보니 심장이 실낱같이 뛰고 있었다.

제발.. 제발!! 클리어 해주세요!! 제발요!!"

 

 

한참 동안 땅을 파내던 엘로드의 주변으로 에르와 다니카가 황급히 달려왔다. 엘로드와 바론이 물러서자마자 그녀가 씨앗들을 뿌리며 외쳤다.

시드 게이지! 나무야! 땅속에 갇힌 사람들을 구해주렴!”

다니카의 말이 끝나자마자 씨앗에서 나무들이 급격하게 자라기 시작했다. 마치 커다란 뱀이 꼬물거리듯이 나무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일정 이상의 크기가 되자 몸체의 성장은 멈추고 뿌리만 꼬물락 거리며 바닥 깊숙이 파고들었다. 그러자 뿌리가 흙을 움켜쥐고 일어나듯이 솟아올랐다. 그 사이로 두 명의 얼굴이 튀어 올라왔지만 미동도 보이지 않는 모습에 사람들이 서둘러 몰려들었다. 엘로드는 카오루가 숨을 쉬지 않는 것같아 심페소생술을 하기 위해 지체없이 그를 흙속에서 잡아당겼다. 그 사이 에르도 아르휀의 곁에 다가가 숨쉬는지 귀를 기울였다. 쌕쌕하는 소리가 얼마 들리다가 기침을 하며 흙을 뱉어냈다. 에르는 어떻게 구조해야할지 몰라 그녀의 앞에서 똥마려운 강아지처럼 서성거렸다. 바론이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하는 수없이 나서서 그녀를 끄집어내서 조심스레 바닥에 눕혔다. 아르휀은 기침을 해대며 한동안 입에든 이물질들을 다 뱉어내고 나서야 게슴츠레 눈을 떴다. 그녀의 눈앞엔 멍청하게 울상을 짓고 있는 에르와 담담해보이는 바론이 보였다.

괜찮아 아르휀?”

콜록 콜록... ... 대충은 요... ...”

그사이 엘로드는 카오루에게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었다. 기도를 확보하기 위해 입속에 흙을 끄집어 낸 다음에 가슴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심폐소생술을 한지 얼마 되지 않아 다행히 카오루가 기침을 연신 해대며 목구멍에 있는 흙을 뱉어내기 시작했다. 엘로드는 카오루가 숨을 쉬는 모습을 보고나서야 안심하는 표정으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휴우... 진짜.. 조금만 늦었어도 큰일날뻔 했구만...”

콜록콜록! 콜록콜록! 하아.. 마스터에요...?”

그래 인마

살았네요... ,

카오루가 흙을 좀 삼켰던 모양인지 연신 가래를 뱉어내는 모습을 보였다. 엘로드는 철렁했던 가슴을 쓸어내리며 가만히 앉아 있다보니 남자가 있던 곳에서 흙이 솟아오르는 것이 보였다. 엘로드는 재빨리 사람들을 흙바닥에서 벗어나게 했다. 그러자 구덩이 안에서 남자가 돌덩이를 들어올리며 모습을 드러냈다.

하아... 하아... 이 새끼들... 전부 짓뭉개주마!”

어 그냥 다시 자

엘로드가 다시 손을 내밀자 남자가 픽 쓰러졌다. 손에 들고 있던 돌덩이들도 흙으로 되돌아가며 허무하게 다시 파묻혔다. 카오루가 대뜸 일어서서 남자가 있던 곳을 향해 어기적 걸어갔다. 엘로드는 그를 보곤 뒤따라가서 부축했다. 대충 카오루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짐작한 모양이었다. 어느 정도 가다보니 땅에 발이 푹푹 들어가기 시작했고, 덕분에 몸을 가누지 못하고 휘청거리다가 둘은 사이좋게 주저앉았다. 카오로는 장검을 소환해서 남자가 있었다고 생각되는 위치에 대충 쑤셔 넣었다. 장검이 어느 정도 들어가다가 막힌 듯 멈추자 이를 악물고 온힘을 짜냈지만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기에 엘로드가 힘을 보태서 같이 장검을 밀어넣었다. 그러자 우드득하며 뭔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손잡이까지 파묻힐 정도로 장검이 쑤욱 들어갔다. 아무래도 그는 자신의 능력으로 만들어낸 땅속에서 최후를 맞이한 듯 했다.

엘로드는 다시 카오루를 부축하며 흙 밭을 벗어났고, 바론은 아르휀은 가뿐하게 안아들어 평지로 향했다. 엘로드가 걸음을 옮기다가 문득 멈춰서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른 애들은?”

글쎄요? 잘 모르겠는데요?”

바론이 시큰둥한 표정으로 대답했는데, 꺼림직 했던 엘로드는 멈춰서서 주변을 한참을 둘러보다가 주택가에 시선이 향했다. 그런데 바론이 옆에 다가섰다.

일단, 엘라씨를 불러서 클리어부터 되는지 확인 하시죠

...”

엘로드가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바론은 다시 그를 설득했다. 아무래도 엘로드가 무슨생각을 하고 있는지 짐작한 모양이었다.

어차피 죽은 사람은 다시 돌아오지 못합니다

바론도 주택가로 시선을 돌리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

차라리 한시라도 빨리 클리어 한다면, 위험한 사람을 구할 수 있겠죠

... 그래 일단 입구 쪽으로 가보자...”

일행들은 공간의 입구로 다가가고 있었는데 롤랑이 수척한 모습으로 손을 흔들며 씨익 웃었다. 공간 밖에서 서성거리던 리키나가 대뜸 공간 안으로 훌쩍 들어왔는데, 얼굴이 퉁퉁부워서 눈 주변이 붉그스름한게 한참동안 슬퍼한 모습이 역력했다.

아니 리키나 너라도 밖에 있어야지 들어오면 어떡해?”

죄송해요... 제 눈으로 10반 애들을 보고 싶어서... 그런데, 멜리나... 아가시아.. 마르셀은 어디 있어요...?”

뭐야, 멜리나도 공간 안에 있었어?”

리키나가 아차 싶은 표정으로 엘로드의 시선을 피했다. 불안 표정을 짓던 엘로드가 다시 주택가를 향해 바라보다가 그녀에게 물었다.

공간 역전 가능하니?”

리키나가 생각에 잠겨 골똘히 고민하는 표정을 짓다가 대답했다.

이 공간의 주인은 없는 것 같아요... 일단 공간 역전하겠습니다...”

리키나가 가슴에 손을 모아 고개를 숙였다. 왠지 모르게 슬퍼보이는 모습으로 눈가에 물방울이 맺히더니 턱밑으로 흘러내렸다. 한참 뒤에 리키나가 조용히 읊조렸다.

공간... 역전...”

그러자 리키나의 손 안에서 강렬한 빛이 잠깐 뿜어져 나왔다가 사그라들었다.

멜리나, 아가시아, 마르셀이 어디 있는지, 살아있는지 확인 가능해?”

리키나가 불안한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 저었다.

아뇨... 일반 공간인데다가... 그런건 엘라 언니가 할 수 있을거 같아요...”

엘로드는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죽은 아이들의 시체를 두눈으로 확인하고 싶었고, 맘 같아선 위령제를 올려줬으면 했지만, 다른 아이들이 보이지 않았기에 찾으러 가야할지 클리어를 해야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그런데 바론이 다시 엘로드에게 다가갔다.

오히려 빨리 클리어 하지 않으면 위험할지도 모릅니다. 엘로드씨. 잘 생각하셔야 합니다. 혹시나 죽은 사람들의 위로를 생각하신다면, 최악의 선택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살릴 수 있는 사람도 죽게 만드는 선택이 될 겁니다

엘로드가 바론의 말을 듣고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미련이 아직 남아있는 듯이 주변을 둘러보다가 아쉬운 마음을 달래듯 한숨을 내쉬고 나서 리키나에게 물었다.

클리어 되지?”

.. 그럼... 우야엘의 얼굴이라도 보게 해주세요..”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것 같은 리키나의 뒤로 롤랑이 다가와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

리키나. 슬픈 건 알겠는데... 그 아이들의 모습을 본다면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못할 거야. 그러니까 이만 보내주자...”

싫어! 싫어! 싫다고! 으아앙! 우야엘!! 으아앙!”

갑자기 리키나가 감정을 절제하지 못하고 마구 울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다들 리키나의 심정을 잘 알기에 선뜻 누구도 그녀를 제지할 수가 없었지만, 바론이 그녀의 팔을 잡아 당겼다.

누나

갑작스러운 바론의 행동에 놀란 리키나가 울음을 뚝그치고, 죄인처럼 슬그머니 그에게 시선이 향했다.

만약에. 누나가 클리어가 늦어서 누군가가 죽는다면. 그건 블러드 게이지가 죽인게 아니라, 누나가 죽인게 될 겁니다. 그래도 괜찮나요?”

바론의 말에 리키나가 당황하더니 조금씩 뒤로 물러났다. 그런데 아직도 아이들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 듯 그녀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아니라고... 우야엘은 살아있을지 몰라! 그러니까!”

누나도 어느정도 느껴지잖아요! 공간 안에 누가 있는지!”

바론이 주변에 떨고 있는 생존자들을 가리키며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지금 이 사람들도 얼마나 힘들겠어요. 누나만 힘든 게 아니에요! 이 사람들도 가족을 잃은 사람들이 있다구요! 최소한 셋 중 누구의 기운이라도 느껴지실 것 아니에요!”

바론이 화가 난 표정으로 리키나를 다그쳤다. 그에게 혼난 리키나가 그 자리에서 우애앵하며 어린애같이 울어대기 시작했는데, 답답했던 바론이 다시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빨리! 서두르란 말이에요! 저기서 어느 누가 목숨을 잃어갈지를 먼저 생각하라구요!”

놀란 리키나가 바론의 눈빛을 보곤 겁을 먹은 표정으로 바들바들 떨며 고개를 저었다. 리키나는 현실을 부정하는 모습이었다.

그래 리키나. 지금은 일단 클리어를 해야할 때야. 슬프겠지만... 우리 자공간으로 돌아가서 더 슬퍼하자

엘로드의 말이 끝나고 나서야 바론은 천천히 그녀의 팔을 놓아주었다. 그녀는 한참동안 고개를 숙인채 숨을 죽이고 흐느껴 울었다. 바론도 더 이상은 다그칠 수 없었기에 말없이 그녀를 지켜봤다. 단지 그녀가 빨리 행동하기를 기다렸다. 얼마지나지 않아서야 그녀가 슬그머니 가슴에 양손을 모았다. 눈을 질끈 감는 모습이 여전히 현실을 부정하는 듯 했다.

제발... 클리어가 끝나면 모두 살아 돌아오기를 바래... 부탁이야...’

고개를 숙이고 있던 리키나가 입술을 바들바들 떨었다. 공간 명령을 내뱉으면 아이들이 사라진다는 생각에 막상 말을 내뱉는 것을 주저했지만, 바론의 말대로 멜리나와 아가시아, 마르셀의 생존이 중요했기에, 그녀는 내키지 않았지만 억지로라도 말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공간... 클리어...”

 

 

산책로에에서 길드원들이 자공간으로 돌아왔다. 10반 아이들의 전멸로 인해 슬립포레스트의 분위기는 먹구름이 드리워졌고, 로비에 추모하는 곳이 마련됐다. 아이들의 영정사진 4개가 걸려 그 주변으로 하얀 국화와 안개꽃이 장식된 것이 화려하지만 쓸쓸했다. 그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앉아 오열하며 통곡했고, 리키나는 너무 울었던 나머지 멍한 표정으로 주저앉아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로비를 오가며 숙연한 모습을 보였다.

며칠 동안 자공간 안에서 장례식이 치러졌다. 비록 아이들의 시체는 없었지만, 넋이라도 기리기 위해 아이들이 쓰던 물건들을 관에 넣어 태운 뒤 가루를 유골함에 넣었다. 바이스는 멍하니 유골함 4개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너네가...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멍청한 녀석들. 그렇게 공간 안에서는 조심하랬더니...”

바이스는 유골함 4개를 카트에 올려놓고 조심스레 끌며 말끔하게 대리석으로 덮힌 복도를 지나 검은색 문 앞에 멈춰 섰다. 그녀는 조심스레 문 앞에 다가서서 고개를 들었다. 여운이 남는 표정으로 문을 한참 응시하다가 손잡이를 당겨 열었다. 문이 열리자 방안의 모습이 나타났는데 2층 높이 정도의 천정에 진열대가 나란히 줄서있는 있는 어둑어둑한 풍경이 고독함을 풍기고 있었다. 그녀는 카트를 밀고 들어가 진열대 사이 몇 개를 지나 멈춰 섰다. 적당히 비어있는 곳에 유골함을 가지런히 넣어두고 진열대의 유리문을 닫고서, 힘이 빠진 모습으로 진열대에 몸을 기댔다. 그녀는 답답한 마음을 쏟아내듯 고개를 들어 한숨을 푹 내쉬었다.

후우... 오랜만에 담배 땡기네

바이스는 유골함을 넣어뒀던 유리를 툭툭치며 혼잣말을 해댔다.

공간에서 죽으면... 어디로 가는지 좀 알려주라. 그게 제일 궁금하더라... 밥 잘챙겨 먹고..”

그녀는 떠날 줄을 모르고 그 자리에 쪼그려 앉아 멍하니 허공을 응시했다.

 

마르셀은 로비에 있는 추모대 앞에 서서 멍하니 영정사진을 지켜보았다. 그녀는 아무리 생각해도 어이가 없었다. 일반인들이 블러드 게이지의 희생자가 될 줄 알았지만, 같이 알고 지내던 사람들이 한순간에 죽었다는게 믿기지 않았다. 특히나 공간에서 죽은 덕분에 시체도 남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이 죽었다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렇게 멍하게 있던 마르셀의 곁으로 아르휀이 다가왔다.

언니

마르셀은 멍한 표정으로 영정사진을 응시한 채 대답했다.

... 아르휀

마음... 많이 아프지?”

모르겠다 솔직히. 시체도 안 남아서 죽은지도 모르겠는데. 죽었다고 하니까, 솔직히 믿기지가 않아서 잘 모르겠다

마르셀은 고개를 떨궜다가 다시 고개를 들더니 한숨을 길게 내쉬고 나서 다시 말을 이어갔다.

그냥.. 눈을 감았다 뜨면... 걔내들이 살아있을 것만 같아... 그 정도로 실감이 안가...”

아르휀은 말없이 마르셀을 지켜보다가 그녀를 다독이듯 등을 두드렸다. 한참동안 그녀를 다독이던 아르휀이 돌아서려는 찰나에 마르셀이 그녀를 대뜸 붙잡았다.

그런데 아르휀

?”

좀 이상한 게 있었어

문득 진지해진 마르셀의 표정에 아르휀도 덩달아 긴장했다.

보통... 블러드 게이지 능력자들이... 팀을 짜서 행동하더라도... 보통... 사람들을 사냥하기 위해서 충동적으로 하는 거 아니었어?”

, 그런데...?”

그런데 뭔가 꺼림직해... 그 공간에 있을 때, 생존자들한테 들었던 이야기인데. 사람들을 불러 모으려고 이벤트 같은 걸 열었던 사람이 있데

...!”

아르휀이 뭔가 떠올랐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마르셀의 말을 다시 경청했다.

그런데... 단순히 사람들을 많이 불러 모아서 공간을 만들려고 한 게 아닌 것 같다는 거지... 마치... 우리들을 유인하기 위해, 일부러 접근하기 쉬운 곳에 공간을 세운 거 같고... 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아서 피라미들을 풀어놓고 일반인들을 공격하게 만든 다음...”

마르셀이 잠시 생각을 정리하는 듯 뜸을 들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중요한 건. 이번 10반을 전멸시킨 능력자 놈은. 일반인들에게 전혀 관심이 없었다는 거야... 그리고 멜리나를 노리던 녀석도, 따지면 능력자들을 사냥하기 위해 기다린 것 같다고나 할까?”

언니, 나도 공간에 들어갈 때, 내가 해제해서 알았는데...”

그때 리키나가 아르휀 곁을 지나쳐 갔다. 그런데 아르휀이 말하다말고 대뜸 리키나를 잡아 세웠다.

언니

...”

잠도 제대로 못자고 수척해 보이는 리키나가 멍하니 아르휀을 바라보았다.

언니, 나 궁금한거 있어

뭔데...”

혹시... 언니는 해제하면서 공간을 만든 사람의 의도나 의지같은 거 신경안 써?”

의도나... 의지라니...”

리키나가 잘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아르휀이 그녀에게 다시 설명했다.

그러니까... 이번 공간때... 내가 해제하면서 느낀게 있거든?”

그런데...?”

해제하면서, 공간을 만든 사람의 의지에서... 마치 우리를 노리는 게 느껴졌어

리키나는 심드렁한 표정을 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난 해제에 특화돼있어서... 굳이 시전자의 의지를 읽지 않아도 해제할 수 있어... 블러드 게이지 따위들이 무슨 의지가 있겠어... 그 쓰레기 같은 새끼들이...”

리키나는 맥빠진 모습으로 말을 마치자마자 아르휀에게서 돌아서서 가던 길에 마저 향했다. 아르휀은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다가 마르셀에게 다시 얘기했다.

그러니까, 내가 공간을 해제하다가 느낀 건데. 능력자들을 노리겠다는 의지가 느껴졌어

... 그러니까 누군가 우리를 노리고 있다는 말인데

이건... 엘로드씨에게 알려야 할 것 같아

그래 아르휀. 같이 가서 말씀드리자

그렇게 둘이 엘로드에게 가려고 정한 찰나에 에이리아가 아르휀에게 다가왔다.

아르휀. 엘로드씨가 찾아

 

 

둘은 에이리아를 따라서 엘로드의 화원 사무실로 들어섰다. 아치형으로 된 유리 천장에서 내려오는 하얀 빛 아래에 책장들이 딱딱 맞춰서 질서정연하게 줄서있었다. 넝쿨이나 나무들이 책장들을 미려하게 장식된 풍경이 셋을 맞이했다. 먼발치 복층에 엘로드가 보였는데, 책상 앞에 누군가 두명이 서있었다. 책장이 늘어진 복도를 지나 계단으로 올라선 마르셀은 에이리아의 지시에 따라 잠시 뒤에서 기다렸고, 아르휀이 책상 앞에 빈자리에 섰다. 누가 와있는지 궁금했던 아르휀이 고개를 슬적 돌려보니 에르와 멜리나였다. 엘로드는 수첩을 살펴보다가 머리가 지끈거리는지 이마를 연신 비벼대다가 아이들을 보곤 자세를 고쳐잡았다.

... 아르휀, 멜리나, 에르 다왔군... 너흰,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맥콜라스나 리키나에게 보고 없이 공간에 들어갔다

아이들은 시무룩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엘로드는 긴 한숨을 내쉬고나서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보고도 없이 몰래 들어가서, 우리가 모르는 상태로 공격 받았으면... 상황은 지금보다 더 끔찍했을 거야. 이번 경우엔 중급 정도의 블러드 게이지 능력자가 있었다. 자칫 잘못했으면 너희들도 목숨을 잃을 뻔 했어

죄송합...

“...물론, 너희들 덕분에 몇 명이 살 수 있었지만... 이건 그것과는 별개야

아이들이 엘로드에게 고개를 다시 숙였다. 그 사이 엘로드가 에이리아에게 눈길을 주자 책상 앞으로 다가와 그의 말을 받아 적을 준비를 했다.

너희들은 앞으로 5달간 공간 출입을 금한다. 이상

"알겠습니다..."

그 동안 능력을 갈고 닦는데 집중하도록 해. 그만 가봐

엘로드의 말이 끝나자마자 아이들은 침울한 표정으로 대답을 하고나서 계단을 쪼르르 내려갔다. 에이리아는 엘로드의 말을 수첩에 받아 적고 마르셀을 불러들였다. 이후 마르셀은 엘로드에게 생존자를 만났던 이야기와 아르휀의 이야기까지 덧붙여서 말했다. 이야기를 끝낸 마르셀은 엘로드를 보며 다소곳하게 인사를 하고 사무실을 떠났다. 마르셀이 문밖을 나가고 나서야 에이리아가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아이들이 알아차린 모양이군요

이번이 두 번째 습격이야. 나만 안 나서면 되는 줄 알았더니.. 아이들까지 위험해졌어...”

이젠 어쩌죠?”

엘로드가 의자에서 일어나 뒤쪽의 책장 앞으로 다가갔다. 책들을 쭉 살펴보다가 근처에 있는 책윗부분을 잡아당겼다. 그러자 책장이 양쪽으로 갈라지며 통로가 나왔고, 둘은 함께 비밀스런 곳으로 들어갔다.

어두운 통로를 지나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나왔지만, 주변이 몹시 어두웠다. 엘로드는 계단을 내려가기 전에 오른쪽의 벽을 더듬다가 스위치를 켰다. 그러자 모던한 공간이 나왔는데, 계단 밑으로 이어진 원통형태의 벽은 나무로 만들어져 서양 양식의 분위기를 풍겼고 방안의 벽엔 사진이나 잡지 등이 난잡하게 붙어있었다. 계단 앞에 서있는 화이트보드에도 조직도 같은 것들이 잔뜩 그려져 있었고, 좌측 구석에 컴퓨터와 프로젝트가 연결되어 맞은편엔 쇼파가 자리잡고 있었다. 이 비밀스러운 공간은 마치 수사관들이 수사 자료를 모아둔 회의실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엘로드는 곧장 계단을 내려가서 벽에 붙어있는 사진을 유심이 지켜보다가 선글라스와 붉은 모자를 쓴 남자의 사진을 두드렸다.

이 자식이 분명히 뭔가 관련이 있는데... 요새 행방이 통 안보여

에이리아가 그의 곁에 다가서서 수첩 열어보다가 엘로드가 가리킨 사진 밑에 두 명의 남자들을 가리켰다.

이 두 녀석들은 러시아로 입국한 이후 마피아 쪽으로 흘러들어간 것이 확인 되었습니다

엘로드는 붉은 모자의 남자 사진 위에 이어진 검은 선을 따라서 붙어있는 글자에 시선이 향했다.

K G A

한국 게이지 협회... 어디까지 연관되어있는 걸까

엘로드는 옆자리로 옮겨서 벽에 붙은 신문들을 살폈다. 한쪽에는 맨하튼 테러사건과 한쪽엔 의정부 이상현상 등 많은 것들이 붙어있었다.

협회와 연관된 일들은 하나같이 파공간 능력자들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그래. 맨하튼에서 일어난 일도 파공간이었어

엘로드는 의구심에 찬 눈빛으로 수염이 잔뜩 난 턱을 쓰다듬었는데 고민이 한가득인 표정이었다.

협회의 수뇌부까지 연관된 걸까. 아니면 그 밑에 있는 녀석들이 하는 걸까. 그리고 왜 항상 파공간 능력자와 연관이 있는 걸까...”

엘로드는 한참동안 벽에 붙어있는 것들을 살펴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에이리아. 너는 지금과 마찬가지로 자료 수집만 하고 협회에 관여하지마. 네가 협회의 눈에 띄는 순간 나는 손과 발을 잃는다

알겠습니다

그래... 과연 어느 높이까지 연관이 돼있는 거냐... 협회...”

 

 

일주일 후에 멜리나와 에이리아는 명동에서 만났다. 멜리나가 같이 옷사러가자고 조르는 바람에 하는 수 없이 끌려나왔다. 서울에서 브랜드 옷가게가 많은 곳으로 유명한 명동의 거리는 번잡했다. 좁은 골목길이나 도로 양쪽으로 들어선 상가 주변에 많은 인파들이 물길처럼 빠져나가고 들어오는 것을 반복했다. 멜리나는 웃음 띤 얼굴로 에이리아와 한동안 옷가게를 돌아다녔는데, 유난히 검은색 H라인 스커트와 아이보리 셔츠를 찾아다녔다. 이상하게 여긴 에이리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뭘 하려는데 나를 보면서 옷을 찾는 거야?”

히히, 그런게 있어요

설마 나랑 똑같이 입으려는 거야?”

아마... 그럴지도요?”

에이리아는 자신의 옷을 슥 보곤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근데, 난 이거 그냥 편해서 입는 거야. 변호사일 때 이렇게 입기도 했고. 그냥 평소에 입던 거기도 해서 이렇게 입고 다니는 건데, 이쁘지도 않는데 이렇게 입으려고?”

히히 그런데, 제가 아니에요

그럼 누구?”

~~~”

 

 

다음날 멜리나는 귀여운 노란색 후드 원피스에 운동화 패션으로 학교에 갔다가 오전 수업만 있는 날이라 일찍 학교에서 나왔다. 그런데 학교 앞 경비실 근처에서 전 남자친구로 보이는 남자가 서있었는데, 어떤 여자와 심각한 대화를 나누는 것 같아 조용히 뒤로 다가갔다.

야이 나쁜 새끼야 그새를 못 참고 바람을 피냐?”

가은아. 그게 아니라...”

이 새끼, 바람둥이 맞아요

아니, 윤세연?”

멜리나가 옆에서 대뜸 튀어나와서 여자의 말을 거들었다. 멜리나는 남자의 얼굴을 보더니 불쾌하다는 식으로 인상을 찌푸렸다.

더러운 새끼... 전에도 나랑 사귀다가 양다리 걸치더니 하는 짓이 똑같구나?”

아니 니가 그걸 어떻게...”

남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멜리나가 분노가 가득 담긴 손으로 그의 뺨을 날렸다. 고개가 돌아간 남자는 볼을 부여잡으며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너 이 새끼야. 내가 전에 못 때린 값이다

멜리나는 그래도 분이 안풀렸는지 남자의 발을 콱 밟고 나서 새침한 표정으로 다시 길을 나섰다. 그런데 뒤에서 찰싹 하는 소리를 듣곤 히히 웃으며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속이 후련했던 멜리나는 대학로의 가파른 길을 기쁜 듯이 내리달렸다.

멜리나는 길드로 향하다가 미용실 앞에서 문득 걸음이 멈춰섰다. 유리창으로 자신의 금발이 길게 늘어져있는 것이 보였는데, 문득 공간에 있던 일이 떠올랐다. 변태 같은 놈이 자신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며 냄새를 맡거나, 단도로 양쪽 머리칼을 잘라냈던 게 생각났다. 그 기억들이 왠지 기분이 나빴던 그녀는 주저없이 미용실의 문을 열었다.

그녀는 미용실의 중앙 의자에 앉아 거울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헤어디자이너가 그녀의 머리칼을 보곤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머! 이거 진짜 같다... 진짜 금발이에요?”

.. 그런데 부모님들은 전부 한국인이에요

그런데 어떻게 금발이에요?”

태어날 때부터 멜라닌 색소 결핍증이 있어서 금발이거든요. 눈썹이랑 털들도 다요

... 완전 부럽다 완전 쌩금발이네

그쵸? 그런데 어릴때는 놀림도 많이 받았어요

그래도 지금 보면 다들 부러워하겠네요

그러는 거 같아요. 사실 잘 모르겠지만요.. 그래서 항상 별명이 있었어요

무슨 별명이요?”

별명이 만들어진 이유가 생각난 그녀의 얼굴에 미소가 걸렸다.

후훗... 멜라닌 색소가 없는 여자라고, 리나에 멜자를 붙여서 멜리나요

 

 

멜리나가 산뜻한 표정으로 길드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앞에 있던 마르셀이 멜리나의 얼굴을 보더니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뭐야! 이미지 변신이야? 단발 죽이네?”

이미지~ 변신! 이지롱

멜리나가 춤추듯이 머리카락을 털어내는 시늉을 했는데, 마르셀도 덩달아 따라하며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연출됐다. 한참동안 춤추며 장난을 치고 있던 그녀들에게 에이리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 기다리는 사람 있지 않니?”

아 맞다!”

어서 올라가봐

! 언니 있다가 봐요!”

멜리나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엘리베이터에 다가가 버튼을 눌렀다. 에이리아는 로비 쇼파에 앉아 그녀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것을 지켜보며 미소를 지었다.

내가 그렇게도 좋니 너희들은...?”

 

9층에 올라선 멜리나가 곧바로 테라스에 향했다. 아가시아가 항상 앉던 자리에 누군가가 앉아있었는데, 검은색 스커트에 아이보리 블라우스를 입고 갈색 생머리를 늘어트리고 있었다. 멜리나는 곧장 그녀에게 다가가서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A-7반의 교실문이 끼익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멜리나와 누군가 교실로 들어오자 안에 있던 아이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는데, 다들 휘둥그런 눈으로 둘을 쳐다보았다. 근처에 있던 아르휀이 둘의 앞으로 다가오며 입을 헤 벌렸다.

... 언니 단발... ... 이분은 상상이상...”

짜잔! 에이리아 언니 버전! 아가시아입니다!”

아가시아가 볼에 홍조를 띄운 채 쑥스러워하는 표정을 지었다. 항상 머리를 땋고 다녔던 그녀가 긴머리를 내리고 에이리아처럼 아이보리색 블라우스에 검은색 스커트와 검은색 하이힐을 신고 있었는데, 평소같이 귀여운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어엿한 여인의 모습이었다.

... .... ....”

아르휀이 멍하니 아가시아의 가슴을 바라보다가 자신의 가슴을 내려다보더니 부러운 눈빛을 마구 뿌려댔다. 마르셀이 다가와 그녀의 등을 토닥였다.

괜찮아 아르휀. 가슴을 펴라!”

펼 가슴이 없어...”

아르휀은 대뜸 바닥에 주저앉아 울먹였다. 꽤나 부러웠던 모양이었다.

누군 잠을 주시고. 누군 가슴을 주셨네! 히잉

불쌍한 영혼 같으니... 우는 걸보니 영혼도 가슴이 없나보네

?! 영혼도 가슴이 없어? 언니 진짜 주~욱었어!”

아르휀의 말에 마르셀이 걸음아 나살려라 하며 도망가기 시작했고, 그 뒤를 아르휀이 맹렬하게 쫓으며 추격전이 발생했다. 아르휀은 마르셀을 쫓아서 교실을 빙빙 돌았는데 그걸 보며 아이들이 깔깔 웃어대는 풍경이 드리워졌다. 교실의 앞문을 열고 들어온 에이리아가 그 모습을 보더니 그윽한 미소를 지었는데, 한동안 먹구름이 드리워져 있던 길드가 조금이나마 밝아져 보였다.

그래... 살아있는 사람은... 각자의 길을 나아가야해. 슬픈 일이 있다고 해도 그걸 이겨내며. 그치엄마?“

멜리나는 아가시아의 앞에 서서 대뜸 자신의 왼쪽 어깨를 툭툭 쳤다.

, 아가시아. 평소대로 내 어깨 빌려줄게. 턱을 올려도 좋아! 그리고 다시 내 등에 숨는 것도 허락해줄게!”

아가시아가 조심스레 멜리나의 머리 위에 손을 올렸다.

어차피.. , 안 버린다고... 약속, 했잖아... 그리구... 멜리나, 나보다... , 작아. 그러니까, 이젠. 멜리나, 내 어깨. 빌려줄게

아가시아의 말에 멜리나는 기뻐하는 표정으로 발을 굴리며 아가시아의 등 뒤에 찰싹 붙어서 어깨에 턱을 올렸다. 아가시아가 힐을 신고 있는데다가 멜리나보다 키가 컸던 나머지, 멜리나의 얼굴 높이와 아가시아의 어깨 높이가 같았다. 어깨의 높이가 너무도 적당했기 때문에 그녀가 편안한 모습으로 아가시아에게 머리를 기대며 따뜻하게 감싸 안았다. 멜리나의 얼굴엔 한동안 보지 못했던 웃음꽃이 활짝 피어났다.

그래! 이젠 내가 네 등에 숨을 테야!”

아가시아는 어깨에 기댄 멜리나를 보며 말없이 헤하며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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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편 마무리 작가의 말

미리 말씀 드리지만, 제 소설은 교훈을 유도하지 않습니다. 오직 재미만 추구합니다

물론 그게 잘 표현되었는지는 사실 모르겠습니다.

그건 어디까지나 독자분들의 평가에 맡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편은 정말 재밌게 작성한 것 같습니다

아직도 많이 부족하지만 필체가 간결체로 좀더 발전할 수 있었던 편이기도 하고,

두 소녀들의 심리를 표현하는 게 너무나도 재밌었습니다.

특히 멜리나의 꿈 부분은 그부분만 3시간동안 작업하고 고칠정도로 신중을 들였네요.


네 서론이 길었네요

이번 스토리의 부제는 멜리나와 아가시아지만. 전적으로 아가시아만을 위한 스토리입니다.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어떻게 이해시키냐고 고민한 끝에 9개의 파트가 나온것 같습니다

사회성이 결여된 아가시아와, 커뮤니케이션이 좋은 멜리나.

이 둘 중, 결국 발전이 이루어져야 하는 건 부족한 아가시아겠죠.

그 모든 것들을 연결시켜야만 했던게 바로 멜리나의 꿈입니다.

그것을 기준으로 많은 것들을 납득 시켜야 했기 때문에

그것을 어떻게 표현해야할지가 제일 막막했습니다.

특히나 이편을 진행하면서 메인 이야기를 같이 진행시켜야 했기에 더 고민을 많이했던 것 같습니다.

극적인 상황을 만들기 위해 메인 스토리와 멜리나와 아가시아 시점이 번갈아서 장면이 바뀌는 것을

이용했습니다. 이것은 일종의 클리셰죠. 물론 그 외에도 여러 클리셰가 있긴 했지만,

다른 방식으로 다른 느낌의 클리셰를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일단, 초반 전투씬에서 나온 아가시아의 스탠스는 학교편에서 

나온 스탠스와 거의 동일한 느낌을 주기위해 묘사에 집중했습니다.

그리고 전투로 끝날것을 암시했죠.

이번편의 모든 전개들은 소심한 아가시아가 자신이 게이저로써 

능력을 사용해나가며 칼질을 해대기 위한복선에 불과합니다.

공간이 생겨 전투가 벌어지며 위험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까지 전부,

소심한 애가 어떻게 이런 선택을 하게 되는 지 납득시키기 위한 장치들이었습니다.

소심했던 애가 갑자기 성장했다고, 어른이 됐다고 사람들을 막 죽이고 다니는건

누가봐도 남득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번 시나리오가 필요했습니다.

피해자가 발생하고, 무력하게 당하며, 피해자의 입장이 되는 멜리나를 만들기 위해

첫전투와 중간 전투들이 구상되었습니다.

그리고 공포스럽게 다가와야할 극적인 케릭터가 필요했습니다.

단순히 단도만 던진다고해서 무서운 케릭터는 너무 납득하기 어렵기때문에

네크로필리아 성향이라는 극적인 케릭터를 차용했습니다.

또한 이것은 멜리나가 1년동안 했던 행적이 돌아오는 모습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공간 내부에서 일반인들의 피해가 많이 발생하고 그것을 묘사를 많이 했는데요

전적으로 멜리나가 일반인이 되었다는 것. 그리고 일반 사람들처럼 당할수밖에 없다는 것을

깔기 위해 많은 것들을 장치한 것입니다.

납득시키기 위한 모든 구조를 짰으나,

어떻게 받아들이실진 모르겠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저는 교훈을 추구하지 않습니다.

스스로 재밌을 것 같다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이해시키기 위해 집중했습니다.

단지 재밌게 읽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당분간 프롤로그부터 리마스터를 하려고 합니다

즉, 제 소설의 완성도를 올리는 작업이랄까요.

묘사를 잘 못하는 바람에 분량이 길어서 자유연재를 거의 도배하다 시피해서

당분간 쉬고, 작문법 향상을 위해 공부도 할생각입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이번편은 스스로 너무 재밌어서 열심히 작성했네요.

소설 적는거 너무 재밌어요

  • PORSCHE 2018.10.14 22:26
    라키나한테 잠깐 암걸렸지만, 마무리 부분이 그래도 밝게 마무리되서 미소짓게 되네요.
    바이스가 의외의 모습을 보여서 더 좋았.. 아니 새로웠습니다.
    학생들도 눈치채기 시작하고 점점 본격적인 구도로 나아가려는 전개가 기대가지게 만드네요.
    소설이란게 편수가 많아지면 매너리즘에 빠지거나 전개가 루즈해지거나, 허점이 생기게 되는 경우도 있는데요.
    게이지는 그런부분을 작가님 스스로 노력으로 고쳐나가면서 점점 재밌어지는 장점이 좋습니다.
    처음엔 너무 많은 캐릭터가 나오고 생소한 세계관에 이해가 안되기도 했는데, 이렇게 마무리까지 오니 다음에도 완성도 높은 전개가 나올거라는 기대감이 생기네요. 재밌습니다.
    프롤로그 리마스터도 기대하겠지만 다음편 언제 나옵니까!? 둘다 하세요!
    아무튼 읽는 독자입장에서도 뿌듯한 마무리였습니다.
  • SKEN 2018.10.17 23:47
    깔끔한 전개 깔끔한 구성 깔끔한 마무으리!
    훌룡한 마무리 편이었습니다.
    리키나의 암 발생 멘트와 행동들로 상황이 더 급박해지고 몰입하게 만들면서도
    일면에 리키나의 행동과 말들이 모두 이해가 갈 정도로
    깔려있는 구성들(공간 클리어시 시체도 사라져서 장례도 제대로 치뤄줄 수 없다는 점.) 때문에
    참 대단하다고 생각하며 읽었습니다.
    밝고 희망적인 마무리와 함께 추후의 내용에 대한 복선과 떡밥들도 적절히 뿌려져 있어서
    흥미를 잃지 않게 유도하는 것도 특히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