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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파트는 퇴고 조금 했어요.

그런데 조금 더 해야할 것 같긴 하네요.

이번편도 많이 중요한 부분인데

두통이 좀 있어서 퇴고를 못했습니다.

이 다음 파트를 올리기 전에 퇴고해야할 것 같습니다

저는 퇴고를 안하면 내용이 좀 복잡해져서요 ㅠㅠ

피드백이 있다면 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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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ge_index.jpg


6. 멜리나와 아가시아(7)

 

아가시아와 마르셀은 그림자가 드리워진 주택가의 입구에 서서 잔뜩 긴장했다. 불하나 켜지지 않은 으슥한 주택가가 무서웠기에 둘은 사이좋게 팔짱을 끼고 조심스레 골목으로 진입했다. 한 블럭 정도를 곧장 가다보니 갈림길이 들어섰다. 둘은 어느 쪽으로 갈지 고민하다가 마르셀이 좌측으로 가자는 말에 곧장 이동했다. 다행히도 시체들이 없는 것을 보니 블러드 게이지들이 이곳까지는 오지 않은 모양이었다. 마르셀은 아가시아를 꼭 껴안은 채 한참동안 주택가를 거닐었다. 금방이라도 어두운 곳에서 뭔가가 튀어나올까봐 무서웠던 둘은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주택가를 배회했는데, 마르셀이 가다가 대뜸 멈춰서서 아가시아를 붙잡았다.

잠깐만 아가시아

마르셀은 검지를 입술에 대며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내고는 그림자가 드리워진 빌라의 주차장 안쪽으로 슬며시 들어갔다. 일단 아가시아는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웅성웅성 거리는 소리가 났다. 문득 걱정이 든 아가시아도 조심스레 벽을 돌아 주차장의 안쪽으로 향했다. 어두운 곳에 마르셀이 서 있었는데, 그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언뜻 겁에 질린 표정이 보이는 것으로 봐선 뭔가를 피해서 숨어있는 모양새였다. 불청객의 등장에 사람들이 더 불안해하는 반응들을 보이자 마르셀은 부랴부랴 사람들을 안심시키기 시작했다.

여러분, 겁먹지 마세요. 저희는 여러분들을 지켜드리기 위해 온 것입니다. 그러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요. 저희 같이 여린 여자들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그쵸? 혹시 도와드릴 일이 있을까요?”

마르셀의 말이 끝나자마자 바로앞에 앉아있던 파마머리의 아줌마가 그녀를 톡톡 건드렸다.

저기말야, 어떤 젊은 엄마가 아들을 잃어버렸다고해서 찾으러 나갔는데, 지금 30분이 넘도록 돌아오질 않아

아들을 찾으러요...?”

아줌마의 말에 마르셀의 얼굴에 걱정이 드리워졌다.

혹시 어디로 간지 아세요?”

뭐시냐, 여기까지 오기 전에 좌우로 있던 길이 하나 있잖아. 거기, 거기 오른쪽 길로 갔을 거야

?”

아주머니의 말대로라면 이 사람들은 주택가의 입구 근처에서 왔다는 말이 된다. 그녀들은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된 경위가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그럼 골목 입구부터 여기까지 오신 거에요?”

그러자 사람들이 맞장구를 치며 여기저기에서 웅성거렸다.

아이고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니깐... 우리는 뭐시냐, 그냥 뛰기만 하면 금을 준다는 고해서 온 건데, 왠 미친놈들이 나타나서는 사람들을 막 찔러 죽이고! 잡고! 패고! 아이고 세상에...”

? 그게 무슨 말...”

아니 글쎄, 저기, 저기 말야 저기. 개천가 산책하는 데 말야

그런데요?”

아니 어디서 온 사람들이, 여기서 뛰고 있기만 하면 10명을 잡아서 금을 준다고 하지 뭐야. 그래서 그냥 운동도 하고 금도 받으면 좋으니까 나온건데, 세상이 이리이리 끔찍할 수 가 있나! 어디 벽에 막힌 것처럼 나갈 수도 없고.. 이게, 이게 참말로 꿈인지 생시인지! 무슨 일이지 모르겠어 참말로!”

아주머니의 말은 마치 누군가 사람들을 모으기 위해 이벤트를 꾸몄다는 말이 된다. 블러드 게이지 녀석들이 조직적으로 꾸몄다고 밖에는 설명할 수가 없었다. 그런 생각에 미친 마르셀은 소름이 일어나는 것을 참지 못하고 벌벌떨며 아가시아를 바라보았다.

보통... 블러드 게이지들이... 충동적으로 그러는 거 아니었어?”

마르셀의 질문에 아가시아는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아가시아도 멜리나와 블러드 게이지들의 공간에 갇혀 쫓겨 다니다가 능력을 각성한 것이었다. 그 이후 사람들을 구하겠다며 능력자의 길을 걷게 된 것과, 멜리나에 대한 관심 말고는 어떤 것에도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산책로에서 여기까지 도망쳐 오신 거에요?”

그러엄!! 여기까지 오던 도중에 어떤 칼을 던지는 미친놈을 피해서 왔는데, 세상에! 생각해보니까 그 젊은 엄마가 그쪽으로 간 거 같아!”

그러니까 어디로 간지 다시 말씀해주세요

아주머니는 벌떡 일어나 길가로 나가서 한쪽을 가리키며 손가락을 휘저어댔다. 마르셀과 아가시아는 따라서 가리킨 쪽을 보니, 예상대로 올 때 봤던 갈림길을 말하는 것 같았다.

~기로 가면 좌쪽, 우쪽으로 길이 있잖어? 거기서 우쪽으로 사람들이 갈려졌응께, 그쪽으로 가지 않나 싶어

아줌마는 말을 끝내는가 싶더니 손바닥을 여러번 치며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 칼을 던지던 미친놈이 그쪽으로 간거 같어! 아이고 세상에... 무서운 꼴을 당하지 않았으면 좋겠구만

예상대로 갈림길에서 우측 방향을 뜻하는 듯 했다. 마르셀은 어떻게 해야하나라고 걱정하던 찰나에 아가시아가 그녀의 어깨를 두드렸다.

마르셀. 내가,

아가시아, 네가?”

아가시아는 불안한 눈빛이었지만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안 보여. , 그래서. 안 무서워. , 제일, 안전

그래, 네가 가는 게 좋겠다. 물풍선 밖에 못 던지는 나는 오히려 짐만 될 거야. 난 여기서 사람들을 보호하고 있을 테니, 네가 빨리 갔다 와

아가시아는 고개를 끄덕이고 길을 나서기 위해 몸을 돌렸다. 그런데 마르셀이 아가시아를 대뜸 붙잡았다.

살아있는 모습을... 기대하기는 어렵겠지만, 위험할 거 같으면 너라도 도망 나와 알겠지?”

아가시아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주저 없이 갈림길로 향했다.

 

멜리나는 남자가 말했던 대로 주택가를 향해 달렸다. 문득 돌아보니 쫓아오던 아르휀이 포기를 한건지, 다른 길로 향한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보이지 않았다. 굳이 따라오지 않아도 크게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며 골목길로 들어섰다. 어둠이 깔린 주택가의 모습은 을씨년스러웠기에 멜리나는 겁이 잔뜩 들었지만, 아가시아를 생각한다면 무섭더라도 걸음을 멈출 수 없었다. 무엇보다 자신은 능력자이기에 무섭지 않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한 블록 정도를 걷다보니 갈림길 보곤 걸음을 멈춰섰다. 왼쪽으로 갈까 오른쪽으로 갈까하고 고민하다가 오른쪽에 신경이 쓰이던 그녀는 주저없이 오른쪽 골목으로 향했다

한참동안 골목길을 걷던 멜리나의 앞에 갈림길이 다시 멜리나를 맞이했다. 직선으로 향하는 곳과 좌측으로 가는 길로 나뉘어 있었는데, 어디로 갈지 고민할 찰나에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좌측으로 향하는 길에 핏자국이 얼핏 보이는 것 봐서 그녀가 향해야할 곳은 정해진 듯했다. 멜리나는 무서움 따위는 잊어버리고 서둘러서 피가 묻어있는 좌측길로 향했다. 길을 따라 여기저기에 묻어있는 피가 아가시아의 것이 아니길 바라며 걸음을 재촉했다. 골목길을 얼마 가다보니 짧은 칼이 온몸에 박힌 시체들이 여기저기에 방치돼있었다. 여기까지 오면서도 많은 시체를 봐왔지만, 좁은 골목길에 늘어진 시체로부터 풍겨오는 역겨움은 상상을 초월했다. 평소에는 잘 안하던 구역질이 밀려올 것 같을 정도로 비위가 상했지만, 아가시아에 대한 걱정이 더 앞섰기에 그녀는 주저하지 않고 다시 길을 나아갔다

어느 정도 갔을까, 빌라가 우뚝서서 사방을 둘러싸고 있는 막다른 길의 끝에, 누군가가 앉아 뭔가를 하고 있었다. 제대로 보이지 않아 조심스레 다가갔는데, 조끼를 입고 있는 남자가 나체의 여성과 망측한 짓을 하고 있었다. 그것도 심지어 공간 내부의 막다른 주택가에서 말이다. 그런데 조금 이상했다. 피가 낭자한 시체들사이에서 그런 짓을 하기엔 미친 사람이 아니고서야 불가능했다. 가까이 다가 갈수록 남자와 그 짓을 하고 있는 사람이 뭔가 이상했다. 연신 허리를 움직이며 행위를 하는 대상은 몸을 늘어트린 채 맨바닥을 긁으며 힘없이 흔들리는 것을 반복했다. 결국 그것이 시체라는 것을 깨달았을 땐, 멜리나는 정신적인 충격을 감출수가 없었다. 이런 환경에서 그런 짓을 하고 있는 것도 모자라 시체와 그 짓을 하고 있다는 것은, 네크로필리아라는 변태적인 성적 취향을 가진 사람이라고 밖에는 설명할 수 없었다.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치던 멜리나의 발이 바닥을 긁었다. 그 소리에 남자는 즉시 하던 짓을 멈추고 고개를 슬쩍 돌렸다. 누군가가 있는 것을 보고나서 바지를 주섬주섬 올렸다. 남자는 여유롭게 벨트를 조이며 돌아섰다.

? 한창 뜨거운 애정행위를 하고 있는데, 부끄럽잖아 이거

붉은 눈동자의 남자는 영락없이 블러드 게이지 능력자였다. 짧은 머리칼을 시원하게 위로 올린 머리 스타일과 얼굴에 장난끼가 가득해 보이는 남자였는데, 생긴 것과는 다르게 남자에게서 풍겨 나오는 사악한 기운이 저절로 뒷걸음질을 치게 만들었다.

? 제법 반반한데? 이번엔 살아있는 애랑 즐기고 싶어지는 데...?”

남자는 마치 자신감을 과시하듯이 팔을 벌리며 멜리나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멜리나는 겁에 질린 듯이 덩달아 뒷걸음질 치다가 아가시아의 생각이 닿자, 굳은 표정으로 멈춰 서서 손을 뻗었다. 혹시라도 이 녀석이 아가시에게 해를 입힌지 알아내야 했다.

이리와 이쁜이 도망치지만 않으면 나와 재밌는 짓을 할 수 있을 거야

거기서 멈춰

호오?”

긴 갈색 머리칼을 땋은 여자. 봤어?”

남자는 멜리나의 말대로 멈춰 서서 멜리나를 유심히 쳐다보았다.

능력자냐?”

말해! 긴 갈색 머리카락에 땋은 머리스타일이야!”

남자는 고개를 갸웃 거리며 멜리나의 말에는 관심도 없는 듯이 그녀의 여기저기를 훑어보았다.

쓰리사이즈는?”

내가 농담할 기분으로 보여?”

! 네 사이즈 말고, 네가 말하는 그 여자. 몸매 좋냐?”

시끄러! 어서 말이나 해!”

남자는 턱을 매만지며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빙그레 웃었다.

글쎄, 너무 많이 죽여서, 그런 여자를 죽였는지, 가지고 놀았는지. 기억이 안 나는 걸?”

뭐라고?!”

몸매가 좋은 여자면 아마...”

남자가 턱을 쓰다듬던 손을 펼치자 한 뼘만한 커터날 형태의 단도가 빠져나왔다. 그는 칼날을 혀로 핥으며 장난끼 어린 미소를 지었다.

내가 죽여서 가지고 놀았겠지... 크크

너 이 새끼!!!!!”

아가시아의 시체를 두 눈으로 보지 못했기 때문에 생존 여부는 알 수 없었지만, 혹시라도 아가시아를 죽였다는 생각에 멜리나는 화가 머리끝까지 솟았다. 그녀는 능력을 사용하기 위해 손을 뻗어 평소에 능력을 사용했던 것처럼 힘을 쏟아 부었다.

... 우웨에엑

능력의 힘을 쓰려고 하자마자 구역질이 나왔다. 갑작스럽게 나온 구역질에 당황했지만, 여태까지 봤던 시체들 때문이라고 생각했던 멜리나가 다시 손에 힘을 주었다.

, 우어억... 우웨에엑

구역질이 올라오는 통에 고통스러웠던 멜리나가 손으로 입을 막고 허리를 숙였다. 능력을 사용하려고 할 때 마다 구역질이 올라오는 통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갑자기 구역질을 해대는 멜리나가 신기한지 남자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가 역겹나보지?”

, 그런게 아니... 우웨에엑!!”

남자가 한발자국씩 발을 떼며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멜리나는 서둘러 능력을 사용하기 위해 다시 손을 뻗었지만, 번번히 구역질이 나오는데다가 능력이 발동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문득 멜리나의 머릿속에서 떠오르던 말이 있었다.

게이지를 감응하지 않은 시간이 너무 길어. 자칫 리버스 현상이 일어날 수 있으니...

맥콜라스가 한 말이 떠올랐다. 설마 이것이 리버스 현상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멜리나는 어쨌든 능력을 사용해야만 했다. 다가오는 남자를 따라서 뒷걸음질치며 다시 손에 힘을 불어넣었다. 그런데 여지없이 구역질이 나오며 능력은 발동되지 않았고, 구역질에 지친 그녀가 결국 주저앉았다. 점차 가까워지는 남자를 보며 불안감이 든 멜리나가 다시 남자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나 평소에 능력을 사용할 때와 다른 것이 있었다.

인형이... 인형들이... 인형들이 떠오르지 않아!!’

멜리나의 능력은 인형들을 보며, 인형들에 대한 느낌과 감각이 필요한 능력이었다. 멜리나의 방안에는 인형들이 잔뜩 있었지만, 어째서인지 인형에 대한 기억들은 회색빛처럼 바래져있었다.

그렇다. 1년 동안 능력을 갈고닦지 않았던 멜리나의 정신 속에서 이미 인형들의 존재는 어둠 속 건너편으로 사라진지 오래였다. 인형을 떠올릴 수 없었던 멜리나가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은 없었다. 그녀의 앞으로 점차 남자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멜리나의 고개가 서서히 올라가며 남자를 바라보았고 잔인함이 담긴 미소가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멜리나는 공포에 휩싸인 채 얼어붙었다. 능력도 사용하지 못하는 자신은 일반 사람과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내가 원래 산사람은 안 좋아하거든? 근데 너를 보니까 오늘은 좀 끓어 오른다

남자의 붉은 안광이 매섭게 이글거렸다. 멜리나는 어떻게 해서든 도망가기 위해 주저앉은 채로 바닥을 차며 뒷걸음질을 쳤지만, 뭔가가 날아와 얼굴을 스치는 바람에 멈출 수밖에 없었다.

도망갈 생각 하지마. 나 지금 진짜 많이 끓어올랐으니까. 움직이면 무조건 죽는다.”

남자는 손아귀에서 다시 단도가 나왔다. 변태처럼 검날을 핥는 모습이 마치 먹잇감을 노리는 맹수처럼 침이 줄줄 흘러나왔다.

, 물론 내가 기분이 좋아지면, 하다가 죽일지도 모르겠지만

멜리나의 뺨에서 피가 주륵 흘러나왔다. 슬며시 고개를 돌려서 바닥을 보니 남자가 던진 단도가 날카롭게 꽂혀있었다. 이 남자는 아무래도 손에서 단도를 만들어 던지는 능력인 것 같았고, 자칫 남자를 화나게 한다면 단도에 찔려 죽을 것이 분명했다. 멜리나는 그저 남자가 시키는 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몸은 더럽혀져도 좋았다. 살아만 남을 수 있다면 클리어로 더럽혀진 몸도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죽는다면 다시 돌아갈 수는 없다. 적어도 이렇게 죽고 싶지는 않았다. 적어도 아가시아를 만나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고, 더 좋은 남자친구를 사귀고 싶었다. 그녀는 죽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울먹이며 남자에게 애원했다.

, 도망가지 않을게요.. 제발... .. 제발 목숨만 살려주세요...”

일단 몸 좀 젖혀봐 그럼

멜리나는 남자의 요구대로 팔꿈치를 땅에 대고 몸을 뉘였다. 그러자 남자는 멜리나의 다리를 툭툭치며 벌리게 만든 다음 그 앞에 주저앉았다.

능력자랑 노는 거 재밌겠는데?”

남자는 웃음띤 얼굴로 멜리나의 치마를 들췄다. 조심스레 단도를 들이 미는 것이 보였는데, 겁이 난 멜리나가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남자는 울상인 멜리나에게 아랑곳하지 않고 냉정하게 치마 안쪽으로 단도를 들이 밀었다. 무서웠던 그녀가 눈을 질끈 감자마자 툭하고 뭔가 끊어지는 느낌이 들었지만 다행히 몸을 찌르지는 않은 것 같았다.

능력자의 것도 똑같은지 궁금해서 말야

, 제발.. ... 제발.. 살려만 주세요.. 제발요... 제발 부탁드려요... 으윽...”

남자의 장난끼 어린 미소가 이젠 미소로 보이지 않았다. 광기 그 자체로 보인데다가, 시체와 그 짓을 하고 있던 남자를 생각할수록 살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그런 생각에 미친 멜리나가 펑펑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제발 죽지만 않기를 바랬고, 누군가가 도와주기를 간절히 바랬다.

제발.. 엘로드! 더스틴! 누구든 제발

남자는 멜리나의 치마 속에 있던 손을 빼내고 그녀의 얼굴 앞으로 몸을 기울였다. 무서웠던 멜리나가 몸을 조금씩 뒤로 당겼지만, 남자의 손이 점점 그녀의 얼굴로 향해갔다. 그녀가 눈을 질끈 감자마자 남자가 머리카락을 잡아 당겼다.

꺄악!”

남자가 멜리나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이런 짓을 당해야한다는 게 치욕적이었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살기 위해서는 그가 하고 싶은 대로 둘 수밖에 없었다. 한동안 멜리나의 머리칼 냄새를 맡던 남자가 단도로 머리카락을 끊어냈다. 그녀의 긴 금발 머리카락이 숭덩 잘려나가며 파먹은 모양새가 되어버렸고 남자는 변태처럼 멜리나의 머리카락 냄새를 연신 맡아댔다.

~.... 바로 이 냄새... 너무 좋아 크흐... 피 냄새 다음으로 너무 좋아...”

, 제발... 살려만 주세요... 제발...”

남자는 다시 주저앉아 멜리나의 반대편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단도를 들이밀었다.

 

아가시아는 쉴새없이 달려서 겨우 갈림길이 있는 골목에 도착했다. 마르셀과 이렇게 오래 걸었나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녀는 한동안 멈춰 서서 숨을 고르고 난 뒤에 다시 걸음을 옮겼다. 한참동안 주택가를 빙 돌듯이 안쪽으로 들어가다 보니 두 갈래로 나눠진 길이 그녀를 맞이했다. 정면으로 향하는 길과 좌측으로 가는 길로 나뉘어 있었는데, 몇 번을 고민하던 그녀는 곧장 정면으로 발을 옮겼다. 그런데 좌측길에서 들려오는 비명소리를 듣고 방향을 바꿀 수 밖에 없었다.

아가시아의 걸음이 다시 빨라졌다. 분명히 어딘가에서 들었던 목소리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불길한 마음이 가라앉지 않았다. 심지어 좁은 골목 양쪽으로 시체들이 즐비한 것을 보니 불쾌감은 극에 달했다. 얼마를 달리던 아가시아가 멈춰 섰는데, 눈앞에 익숙한 금발 머리카락을 한 소녀가 겁에 질린 모습으로 주저앉아있었다. 분명히 익숙한 금발 머리카락이었지만, 여기저기 뜯긴 모양새로 너저분해 보였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녀의 앞에 서있는 남자가 범인임을 증명하듯이 머리카락 뭉치를 손에 쥐고 있었다. 상황파악이 어려웠던 아가시아는 대뜸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멜리나!!”

멜리나는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고개를 돌렸다.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돌아보니 아가시아가 있었고, 그녀가 다가가려고 하자 멜리나가 절규하듯이 소리를 질렀다.

아가시아! 오지마! 도망가!”

오호? 장난감이 하나 더 왔네? ! 몸매봐

청바지에 네이비색의 조끼를 걸친 남자가 멜리나를 제압한 것처럼 다리를 벌리고 그녀의 위에 서있었다. 성급하게 다가가다간 그녀에게 어떤 위해를 가할지 몰라 아가시아는 선뜻 다가가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너도 나랑 놀아 줄라고 온 거야? 크으... 재밌다... 둘이 아는 사이 인가보지?”

아가시아! 네가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빨리 도망쳐!”

평소에 파리 한 마리도 제대로 못잡고 허우적대던 아가시아가 이런 사람을 상대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멜리나는 그저 아가시아가 도망가길 바랬다. 그러나 아가시아는 도망갈 생각없이 불안한 표정으로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그 애, , 친구... 아주... 소중한, 친구... 그러니까, 놔줘...”

? 뭐라고 하는 거야?”

아가시아! 제발 도망쳐!”

아씨 넌 좀 시끄러

남자는 소리를 질러대는 멜리나의 가슴을 발로 마구 짓밟기 시작했다. 짓밟힐 때마다 몸이 들썩이며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는데, 전혀 도망갈 생각도 하지 않고, 인형의 능력조차 사용하지 않는 것이 아가시아는 이상하기만 했다. 하지만 어쨌든 그녀를 구해야 했기 때문에 조심스레 허공 속으로 몸을 숨겼다.

아가시아가 투명해지며 사라지는 것을 본 남자가 재밌다는 듯이 웃어댔다.

와하하하! 네년도 능력자였냐? 오늘 완전 재밌는데!!”

그래도 일단 사라진 여자가 능력자였기 때문에 남자는 일단 차분한 모습으로 태도를 바꿨다. 아무리 몸을 숨길 수 있다고는 하지만, 소리까진 숨기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얼마 후 벽 쪽에서 발을 끄는 소리가 들린 순간 주저하지 않고 단도를 쏘아냈다. 그러자 아가시아가 비틀거리며 나타났는데, 오른팔 쪽의 흰색 블라우스가 붉게 물드는 것을 보니 단도가 스친 것 같았다.

놀란 아가시아가 벽에 몸을 기대며 숨을 헐떡였는데 적잖이 놀란 듯 보였다. 그와중에 고통에 몸부림치던 멜리나의 시선에 상처입은 아가시아가 보였다. 그녀는 힘겹게 몸을 돌려 손바닥으로 바닥을 마구 내려치기 시작했다.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살아만 있으면 되니까! 제발 도망가라고 아가시아!!”

시끄럽다고 했지! 진짜 죽여버린다

남자가 다시 멜리나의 등을 마구 짓밟았다. 남자가 그녀를 짓밟을 때마다 몸이 들썩이며 흰색 원피스가 새카맣게 더러워져 갔다. 그걸 지켜보던 아가시아의 머릿속에서 뭔가가 끊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여태까지 한번도 느껴본 적이 없던 분노가 가슴 속에서 스멀스멀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만.. ...”

아가시아의 말을 듣지 못했는지 남자는 아무렇지 않게 멜리나를 밟아댔다.

그만... ...”

누구 앞에서 소리를 질러대 병신같은 년! 넌 내가 하란대로 해야돼 이 개같은 년아

그만... !!!”

하아? ?”

아가시아가 벽에 떨어져서 남자의 앞에 마주섰다. 그런데 불안해 보였던 표정은 어느새 온데간데없이 차분했고, 날이 선 모습이었다.

너 사람은 죽여 봤냐? 능력자치고 사람한번 죽여본적 없지?”

내 친구. 건들면. . 용서. 못해. 안해. 그러. 니까...”

너도 시끄럽네

아가시아가 말하고 있는 사이 남자가 그녀를 향해 팔을 휘둘렀다. 짧막한 순간에 날아든 단도가 정확히 왼쪽 어깨에 박히더니 그녀가 휘청거리다가 무릎을 꿇었다. 당분간 일어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한 남자는 다시 멜리나에게 시선이 향했는데, 아가시아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다시 일어났다. 고통에 일그러졌어야 할 표정이었지만, 오히려 무덤덤한 얼굴로 남자를 응시했다.

하아... . . 많이. 났어. 그러. 니까... . 친구. 돌려.

아씨 진짜 뭐라고 하는 거야 저 병신 같은 년

멜리나가 바닥에서 고통에 몸부림치다가 아가시아를 보곤 눈이 휘둥그래지더니 전보다 더 큰 목소리로 소리를 질러댔다.

아가시아!! 제발! 도망가라고!!!”

아이씨 진짜 시끄러워 이 개 같은 년

남자는 아가시아 말에 눈 깜짝하지 않고 다시 멜리나의 몸을 마구 짓밟아댔다. 충격이 올 때마다 그녀가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쳤다.

이 개같은 년아. 좀 이뻐서 봐줬더니 내가 눈에 안보이냐?”

아가시아가 천천히 남자를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남자는 끊임없이 멜리나를 짓밟았다.

. . 했다. . 친구. 건드. 렸으. 니까. . . 용서...”

아가시아가 오는 것을 느낀 남자가 그녀를 힐끔 보곤 무미건조하게 팔을 휘둘렀다. 남자의 손에서 빠져나온 작은 단도가 바람을 가르며 그녀에게 날아갔는데 전혀 피할 생각이 없어보였다.

“안

  • PORSCHE 2018.10.08 23:24
    왜 자꾸 재밌을때 중간에 끊나요! 너무하십니다!
    희생자의 사연에 감정몰입이 되는 부분에서 제가 소설 쓰는데 큰 도움이 되네요. 감사합니다!
    멜리나의 처절한 상황에 몹시 걱정되었는데 아가시아가 마지막에 각성을 하려나요? 기대감도 가지게 되네요.
    다음이야기가 기다려질 만큼 재밌게 읽었습니다. 어서 다음편 내놓으세요 작가놈, 아니 작가님!
  • SKEN 2018.10.13 00:50
    캐릭터들이 주택가를 돌아다니는 모습의 묘사는 스릴러를 보듯 긴장감 넘치고 좋네요.
    너무 많은 민간인들이 밖에 나와있고 그로인해 무수히 많은 참상이 벌어진 배경을 설명하는 요소도 좋습니다.
    이번편은 전체적으로 상황을 끌어가는 흐름이나 전개
    것을 점점 고조시켜서 절정의 순간으로 끌고가는 그 구성이 특히 잘묻어나고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