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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올릴때 너무 길다고 하는 피드백이 있어서 파트를 더 나눠서 진행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최대한 10페이지가 넘어가지 않는 선에서 소설을 나눠서 올리겠습니다

피드백은 항상 옳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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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ge_index.jpg


6. 멜리나와 아가시아(4)


아르휀은 교복으로 보이는 흰색 와이셔츠 위에 검은색 조끼와 남색 체크 무늬 치마를 입고 있었는데, 그 위로 시그니처같은 초록색 후드 자켓을 항상 걸치고 다녔다. 때문에 초록색 후드 자켓이 보였다하면 누구든지 아르휀인지 알아차렸다. 에르는 교실에서 나와서 초록색 자켓을 휘날리는 그녀의 뒤를 따라 1층 엘리베이터를 향해 내려갔다. 엘리베이터가 1층에 있었기에 둘은 곧바로 탑승할 수 있었다. 그런데 9층까지 가는 동안 어색한 침묵이 흘렀는데, 엘리베이터가 도착하는 1분 남짓한 시간이 마치 긴시간처럼 느껴졌다. 

9층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자 광장에 펼쳐진 식탁들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앉아 식사와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보였다. 마트의 푸드 코트와 같은 모습으로 식당들이 광장을 에워싸고 있었는데, 마치 다른 세상에 온 기분이 들었다.

아르휀은 광장을 살포시 무시하고 우측으로 향했다. 넓은 유리창이 펼쳐진 뷰의 안쪽으로 구름이 떠있는 청명한 하늘과 걸터앉을 수 있는 의자가 나열된 테라스가 그림처럼 비춰졌는데 휴식을 위한 공간으로 보였다. 아르휀은 유리문을 스윽 열고 들어가서 두리번거리다가 자판기들이 나열된 곳 앞에 서서 팔짱을 꼈다. 에르는 아르휀의 앞에서 기죽은 표정으로 바닥만 보다가 긴장한 듯이 입을 열었다.

... 아르휀, 전에...”

음료수 하나 뽑아줘

아르휀이 덥썩 에르의 말을 잘라먹었다. 말을 하고 있던 도중에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 에르가 멍청한 표정을 지었는데, 아르휀은 답답하다는 투로 자판기의 음료수를 툭툭 쳐댔다.

, 하나 뽑아달라고

그제야 에르가 부랴부랴 주머니를 뒤적이다가 천원짜리를 몇 장을 꼬깃꼬깃 꺼내서 펼쳤다. 괜스레 아르휀의 눈치를 슥 보곤 자판기에 돈을 집어넣었는데, 이상하게도 다시 빠져나오는 것이 반복됐다. 당황한 에르가 무작정 돈을 찔러 넣는데 급급한 모습을 보이자, 아르휀이 돈을 홀딱 뺐어서 곱게 접었다가 가지런히 펼치며 자판기에 넣었다. 그러자 귀신같이 자판기에 돈이 들어갔다. 그녀는 고민없이 사이다를 뽑아들고 근처 비어있는 의자 아무데나 걸터앉았다

에르는 아르휀이 자리에 앉는 것을 슬그머니 보고 있다가 그녀가 했던 대로 돈을 정리해서 자판기에 집어넣었다. 그러자 붉게 ‘1000’표시가 뜨는 것을 보곤 고민하다가 똑같이 사이다를 눌렀다. 에르는 음료를 집어 들고 그녀보다 조금 떨어진 자리에 조심스레 앉았다.

바람이 불어오며 아르휀의 부스스한 검은 머리칼과 초록색 후드가 휘날리며 신비로운 느낌을 풍겨왔다. 에르는 자신도 모르게 시선이 향했는데, 말없이 음료수를 마시던 그녀가 머리칼을 넘기며 에르에게 시선을 향했다. 그는 괜히 못본 척 딴청을 부렸는데, 아르휀은 에르를 응시하며 음료수를 마시다가 캔을 그의 옆자리에 내려두었다.

이걸로 빚은 갚은 거다

아르휀은 그 말을 남기고 시크하게 테라스의 출구로 향했다. 에르는 멀어져가는 그녀를 응시했는데, 아르휀이 문 앞에 멈춰서서 돌아서더니 후드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었다.

안내려 갈 거야?”

에르는 그제야 부랴부랴 남아있던 음료를 들이키고 쓰레기들을 처리한 뒤 그녀를 쭐래쭐래 따라나섰다. 엘리베이터를 내려가는 동안 다시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나서 1층에 도착했다. 아르휀은 말없이 길드의 출구로 향하고 있었고 에르는 멀뚱히 서서 아르휀의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러니까.. 그때 실수를 사이다 하나로 해결하는 거야?’

에르는 아르휀이 머리칼을 쓸어 넘기며 자신을 바라보는 모습이 떠올랐다. 그는 지난 시간동안 그녀에 대한 의문이 많았었다. 자신과 같은 미성년자 임에도 불구하고 게이지의 세계에서 이미 한 사람의 몫을 하고 있는 아르휀의 자신감이 궁금했었다. 비록 자신이 가진 바람이 있어야 무기를 소환할 수 있는 자신의 능력과 그녀의 능력은 질적으로 차이가 있었지만, 쉴드로 막아냄과 동시에 상대를 밀어 붙이며 제압하는 그녀의 힘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겁먹지 않고 굳건하게 서서 상대를 응시하는 그 용기가 에르에겐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이번 그녀의 태도를 보고나서 에르는 그녀가 이해되기 시작했다. 에르는 아르휀에게 점점 존경심이 들기 시작했다.

 

오늘따라 너무 맥이 빠졌던 에르는 오랜만에 버스를 타고 가고 싶었다. 항상 길드와 집까지 걸어 다녔었지만, 대로변으로 빠져나와 횡단보도를 통해 맞은편 정류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에르의 시선 앞에 아르휀이 눈에 띄었다. 그녀는 버스 정류장에 앉아 축 처진 모습으로 다리를 뻗은 채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딱히 할 말이 없었던 에르는 그녀의 근처에 다가가지 않고 정류장 밖에서 서성거렸다. 괜스레 어색해진 그는 그냥 걸어갈까라고 한참을 고민했지만 얼마 되지 않아 162번 버스가 그의 앞으로 다가섰다. 하는 수없이 버스에 올라선 에르가 주섬주섬 지갑을 꺼내 카드인식기에 갔다댔다. 그런데 불길한 안내음이 들려왔다.

잔액이 부족하여 · · ·’

당황한 에르가 지갑을 뒤졌지만 텅텅 비어있었다. 괜히 버스타자고 했나라는 생각이 스치며 하는 수없이 돌아서려는 찰나에 아르휀이 다가섰다.

두 명요

삑하는 소리와 함께 아르휀이 무심하게 버스의 뒤편으로 향했다. 창피했던 에르는 차마 그녀에게 시선을 돌리지 못하고 근처 누군가 앉아있는 의자의 손잡이를 잡고 섰다. 이내 버스가 출발하고 나서도 에르는 아르휀이 있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지 못했다. 애써 정면을 응시하려다 자신도 모르게 고개가 돌아갔는데, 하필 의자에 앉아있던 아르휀과 시선이 정면으로 마주쳤다. 아르휀이 대뜸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에르를 응시했는데, 마치 여기에 빈자리에 앉아라고 하는 듯 보였다. 그는 애써 못 본척 고개를 돌렸지만, 하는 수없이 아르휀에게 다시 시선을 향했다. 그런데 눈이 마주치자마자 아르휀이 턱을 살짝 튕겼는데, 영락없이 여기에 앉으라는 신호로 보였기에 에르는 흔들리는 버스 위를 조심스레 이동하며 아르휀의 앞자리에 털썩 앉았다. 애써 딴청을 부리기 위해 핸드폰을 켜서 이것저것 의미없는 행동들을 했지만 귓가에 아르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나 빚졌다

에르는 조용히 고개를 돌려 끄덕였는데 미묘하게 아르휀의 입가에 미소가 보이는 듯 했지만 흔들리는 버스안이라 판단이 잘 서지는 않았다. 얼마 후 에르는 아르휀보다 먼저 버스에서 내리면서 아르휀에게 시선이 향했다. 굉장히 피곤한 기색이 얼굴을 맴돌았는데 문득 아르휀에게서 보았던 미소가 잘못 보았던 건가라고 생각이 들며, 멀어져가는 버스를 한참동안 바라보았다.

 

멜리나는 귀여운 거북이 케릭터가 그려진 파자마를 입은 채 베란다에 다가섰다. 높은 아파트 위에서 보이는 도시의 야경은 금빛별들 사이에 바쁘게 다니는 자동차의 조명들이 별들을 연상케 해서 우주를 보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 단지 너무 많이 떠있는 붉은색 십자가는 별로 맘에 들지 않았지만 말이다. 멜리나는 난간에 기댄 채 핸드폰을 켰다. 남자친구의 연락처를 열어서 전화버튼에 손가락을 올렸다가 놓는 것을 반복하다가, 꾹 눌러서 삭제 버튼에 손가락이 향했다. 다시 갤러리를 열어 남자친구와 찍었던 사진들 선택한 뒤 주저 없이 삭제버튼을 눌렀다. 왠지 개운해진 멜리나는 한숨을 길게 내뱉었다. 그녀는 털어낸 기분으로 한동안 야경을 바라보다가 다시 핸드폰에 시선이 향했다. 연락처를 둘러보다가 최나은이라는 이름 앞에서 손가락이 멈춰섰다. 멜리나는 전화버튼을 누를까 말까 갈팡질팡하다가 큰맘을 먹고 버튼을 꾹 눌렀다. 시간은 정확히 저녁 9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아가시아는 귀여운 곰돌이가 그려진 파자마를 입고 화장대 앞에 앉아 덜 마른 머리카락을 말리고 있었다. 문득 거울 앞에 앉은 자신이 보였는데, 몇년 전 멜리나와 시장을 지나던 기억이 떠올랐다.

 

멜리나는 아가시아의 손을 잡고 시장 골목을 지났다. 그런데 그녀가 가다말고 파자마에 눈이 멈춰섰다.

, 이거 곰돌이 모양 너무 이뻐

멜리나의 말에 아가시아도 파자마를 살펴보다가 거북이 케릭터가 그려진 파자마에 눈이 멈췄다.

... ... , 이거...”

멜리나는 파자마를 들어 보다가 아가시아에게 시선이 향했다.

나은아

멜리나가 부르는 소리에 아가시아가 고개를 들었는데, 그녀가 곰돌이 파자마를 내밀었다.

우리 이거 서로 바꿔서 입자

멜리나의 말에 이유를 몰라 아가시아가 벙쪄있었다. 멜리나는 대뜸 아가시아가 들고 있던 거북이 파자마를 뺐은 다음 자신의 곰돌이 파자마를 내밀었다.

서로 좋아하는 걸 입고 있으면, 뭘 좋아하는지 안까먹겠지? 우리 바꾸자, 바꾸자

아가시아는 멜리나의 말에 기분이 좋아져서 말없이 헤하고 웃다가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나랑 키도 똑같으니까! 딱좋아, 딱좋아

 

당시에 멜리나는 곰돌이를 좋아했고 자신은 거북이를 좋아했지만, 서로를 잊지 않기위해 바꿔서 입은 것이었다. 1년새 좀 작아졌지만, 가장 아끼는 파자마였다.

드라이기로 긴머리를 말리다가 팔이 저려왔던 아가시아는 잠시 드라이기를 내려놓고 놓여있던 핸드폰에 물끄러미 시선이 향했다. 채팅 어플을 켜서 달랑 3개만 떠있는 채팅방들을 살펴보다가 다시 연락처를 열었다. 5개만 달랑 떠있는 연락처들 중에 멜리나에게 시선이 멈추었고, 전화 버튼을 누를까 말까 고민하던 아가시아의 손가락이 조심스레 핸드폰의 액정을 짓눌렀다. 전화를 걸자마자 조심스레 전화기를 귀에 갔다댔는데 안타깝게도 안내음이 들려왔다.

상대방이 통화 중입니다. 삐 소리 이후에 음성 메세지를 · · ·’

아가시아는 서둘러서 통화종료버튼을 눌렀다. ‘있다가 다시 걸까라고 고민하며 시계에 시선이 향했는데 정확히 저녁 9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런데 방문이 슥 열리며 갈색머리의 어떤 여자가 고개만 빼꼼 내밀었다.

언니, 치킨 먹을 거야?”

아가시아는 고민하는 듯 망설이다가 미소를 띄우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 , , , , , , , ,

여자는 장난치듯이 말하며 문을 닫았다. 아가시아는 곧바로 드라이기를 다시 켜서 머리를 말렸다. 아가시아는 머리를 말리는 도중에도 이따금씩 시선이 핸드폰으로 향하다가 거울을 보는 것을 반복했다. 머리를 다 말린 아가시아는 불을 끄고 곧장 침대에 누워 베게를 껴안고 핸드폰을 들었다. 멜리나의 채팅방을 열어서 한참동안 고민하듯이 뭔가를 쓰고 지우는 것을 반복하다가 결국 미안해라는 말만 남겼다. 전송버튼에 손가락이 향하다가 멈춰섰고, 한참을 고민하던 아가시아는 그냥 핸드폰을 꺼버리고 잠을 청했다. 그런데 치킨냄새가 솔솔 나는 바람에 잠을 이루지 못해 몸을 뒤척이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몸을 일으켰다.

 

전화기를 들고 있던 멜리나의 귀로 안내음이 들려왔다.

상대방이 통화 중입니다. 삐 소리 이후에 음성메세지를 · · ·’

멜리나는 여운이 남듯이 손가락이 멈춰있었다. 통화종료버튼을 눌러야 했지만 의미없이 머뭇거리다가 스피커로부터 -’하며 부저음이 들리고 나서야 통화종료버튼을 눌렀다. 멜리나는 아쉬운 마음을 지우지 못해 다시 통화버튼으로 손가락이 향했다. 그런데 문득 꿈속에서 자신을 돌아서던 아가시아의 모습이 다시 떠올랐는데, 다시 전화를 걸까 하고 갈팡질팡하던 멜리나의 손가락을 떨어트리게 만들었다. 멜리나는 왠지 모르게 가슴이 미어져왔다. 혼자 베란다에 서있던 그녀는 밀려오는 눈물을 막지 않고 한참을 훌쩍거리다가 소매로 눈물을 훔치고 나서 곧바로 침대에 향했다

어두운 방안에서 그녀는 침대에 옆으로 누워 핸드폰을 켰다. 수많은 채팅방이 떠있었지만, 전부 의미 없는 채팅방들뿐이었다. 곧장 최나은을 찾기 위해 오랫동안 스크롤을 아래로 내렸다. 거의 맨 밑으로 화면이 내려가고 나서야 최나은이라는 이름이 나타났다. 멜리나는 채팅방에 들어가 한참동안 고민하며 쓰고 지우는 것을 반복하다가 무슨 말을 써야할지 결정하지 못하고 미안해라고 작성한 뒤 전송버튼에 손가락이 향했다. 그러나 최근 대화가 작년에 머물러 있던 것을 보곤 선뜻 누르지 못했다. 뒤늦게 와서 채팅방으로 말을 전하는 것은 너무도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참을 고민하던 멜리나는 직접 말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며, 핸드폰을 꺼버리고 잠을 청했다.

 

다음날 멜리나는 수업 일정이 없었다. 사실 있다하더라도 가고 싶은 마음은 별로 없었을 뿐더러, 아가시아와 겹치는 수업이 없기도 했다. 오랫동안 사타구니 통증이 가라앉지 않던 멜리나는 산부인과 예약이 잡혀있어 시간을 기다려야했다. 더불어 오랫동안 학교 공부도 못했기에 오랜만에 책상 앞에 앉아 시간을 보냈다. 늦은 오후 시간이 되어서야 멜리나는 옷장을 뒤져서 무슨 옷을 입을까하고 고민하다가 흰색 원피스를 챙겨입고 집을 나섰다.

멜리나는 병원에 들렀다가 곧바로 길드에 향했다. 다소 무거운 발걸음이었지만, 이제 다시 쌓아간다는 생각으로 애써 가볍게 하려 노력했다. 못난 자신을 다시 받아준 엘로드도 너무 고맙기도 했고,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익숙한 골목길을 지나 멜리나는 길드의 자공간으로 향했다.

 

멜리나가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분위기가 분주해 보였는데 맥콜라스 앞으로 여러 학생들이 줄서 있었다. 그가 뒷짐을 지며 할말이 있는 투로 아이들의 앞을 배회했다.

근처에 블러드 게이지가 출몰했다. 들어온 정보에 의하면 하급 능력자들인 것 같으니 A-7반의 3팀과 2팀 그리고 A-10반의 1팀과 3팀이 현장에 참가한다. 또한, 이것은 실제상황이다. 약한 적들이라고 방심하다간 얼마든지 위험에 처할 수 있고, 또한 상대를 정확히 처리하지 않으면. 그 상대는 다시 일어나서 너희들의 동료를 처리 할것이다. 그럼 질문있나?

진지하고 위엄있는 맥콜라스의 말에 아이들이 숙연해졌다. 하지만 개중에는 날카로운 눈빛을 뿜어내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럼 즉시 투입하도록 한다. 이상!"

아이들의 우렁찬 소리와 함께 카이티를 선두로 줄지어서 공간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멜리나의 앞으로 바론, 카오루, 아가시아, 마르셀이 지나갔는데, 그녀의 앞을 지나가던 아가시아는 멜리나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멜리나는 멀어져 가는 아가시아를 바라보다가 결심한 듯한 표정으로 뚜벅뚜벅 맥콜라스에게 다가갔다.

선생님, 오랜만이셔서 누군지 못 알아보실 수도 있으시겠지만, 멜리나입니다

아아, 그 인형 게이지의 소녀인가

, 맞아요. 저기.. 다름이 아니라 저도 참가하게 해주세요

멜리나의 말에 맥콜라스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턱을 쓰다듬었다. 그는 한참 고민하다가 안경을 치켜 올렸다.

능력을 사용한지 얼마나 됐지?”

멜리나가 순간 머뭇거렸다. 1년 정도 떠나있는 동안 능력을 사용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있었다. 길드를 떠나기 전까지 사람크기의 인형을 소환할 수 있을 정도로 갈고 닦았던 터라 자신감은 충분히 있었다.

능력을 사용하지 않은지는 1년 정도 되요.... 근데 자신 있어요. , 저보다 큰 인형도 소환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멜리나의 자신 있는 말과는 다르게 맥콜라스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아니. 자네는 안돼

? 어째서에요?”

게이지를 감응하지 않은 시간이 너무 길어. 자칫 리버스 현상이 일어날 수 있으니, 너는 한동안 능력을 다듬는데 집중해. 그 상태로 가봐야 짐 밖에 되지 않을뿐더러, 충분한 인력이 갔으니 걱정 말아라

완강한 맥콜라스의 태도에 멜리나는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멀어져가는 아가시아를 처량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내가 만약... 제대로 능력을 다듬었다면... 아가시아와 같이 나갈 수 있었을 텐데...’

길드의 밖을 향하던 아이들이 로비에서 모두 빠져나가서야, 전투에 참가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맥콜라스의 앞으로 모여 들었다. 에르는 맨 앞줄에 서고 싶지 않았지만 키가 가장 작았기 때문에 늘 서던 대로 설 수밖에 없었다. 여전히 맥콜라스는 에르를 내려다보며 인상을 찌푸렸는데, 늘 그랬듯이 뭐라고 잔소리할까봐 고개를 숙였지만 다행히도 별말 하지 않고 그를 지나쳤다.

, 우리도 곧바로 이동한다. 이번에도 도심 인근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근처 건물의 옥상에서 전투를참관한다. 이상

맥콜라스가 말을 마치고 나서 곧장 길드를 나서자, 로비에 서있던 아이들도 차례로 줄을 서며 따라나섰다.

  • PORSCHE 2018.10.04 18:37
    아르휀 성격이 참 쿨하고 씩씩하네요. 그러면서 의외로 상대방을 잘 배려하고 주의깊게 보기도 하는 듯 합니다. 에르의 소심한 성격을 이끌어 줄 것 같아서 좋은 친구가 되리라 생각해봅니다.

    멜리나가 자신의 결정으로 방황했지만 결국 1년의 공백기동안 성장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는군요. 나중에 열심히 능력을 성장시키겠죠? 다시 아가시아와 예전처럼 잘 지내는 모습을 그려봅니다.

    자판기 묘사나 야경묘사등이 자칫 지나칠 수 있는데 세세하게 묘사되서 인상적이네요. 묘사가 눈앞에 그려지는 듯 해서 더 재밌게 몰입되었습니다.
  • SKEN 2018.10.05 01:36
    불면증 귀요미 소녀가 저리 씩씩하고 쿨하게 잘자라주었군요. 흡족합니다.
    아르휀과 에르의 썸이 시작되려나요. 리드하는 아르휀과 끌려가고 소심한 에르의 모습이 그 나이대 남녀 아이들의
    특징이 묻어나는거 같아 좋습니다. 아르휀이 연상이라고는 하나 에르와 터울이 거의 없다시피 한 수준인데
    여자 아이들이 좀더 빨리 성숙해진다고들 하니 아르휀과 에르의 성격 갭차에서 그 느낌이 사네요.
    아가시아와 멜리나의 엇갈림.. 저는 고구마를 주문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곧 이번 에피 안에서는 해결된다고 하시니 침착하게 기다리겠습니다.
    엇갈림 장면의 기법이 참으로 좋네요. 같은 장면 같은 구도 같은 흐름을 각각 아가시아와 멜리나로 나누어서
    각 인물의 시점과 생각 차이만 연출하는것이 머리에 잘들어오고 인상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