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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좀 깁니다

여러가지로 작문에 신경쓰다보니 더 길어졌고... 또 이번화에 담고 싶었던게 좀 많았습니다.

피드백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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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ge_index.jpg


5. 가벼운 바람의 검


도심의 대로변엔 많은 차들이 지나다니며 메케한 매연을 뿜어내고 있었다. 안개같이 탁한 대기의 모습은 비단 차량의 매연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 넘어오는 미세먼지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다녔다. 이따금씩 차들의 경적소리가 들리며 사람들의 시선이 향했고 시끄러운 소리에 저마다 인상을 찌푸렸다. 그 인도 사이로 작은 소년이 걷고 있었는데 고개를 숙이고 걷는 모습이 누가 봐도 자신감이 없는 모습이었다. 그 소년은 게이지의 세계에 막 들어온 에르라는 소년이었다. 검은색 후드와 어깨를 짓누르고 있어 보이는 책가방을 매고 길드로 향하고 있었다. 그는 고민이 가득한 얼굴로 어제 일을 떠올리고 있었다.

네츄럴 게이지를 타고났으며 바람 속성을 가진 무기를 소환한다고 짐작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 외에는 본인 스스로도 능력을 시전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알고 있는 바가 없어 알아내는 과정입니다.”

네츄럴 게이지는 맞아요. 그러니까 혹시 네츄럴 게이지 옆에 99라는 글자라던가 혹시 네츄럴 게이지의 특성이 99%다 뭐 이런 것이 없었나요?”

미안해 잠깐만 한번더 확인해볼게 있어서

설마... 네가?”

자신의 능력을 기대하게 만드는 에이리아의 말에 궁금한 나머지 에르는 손바닥을 올려다보았다. 자신의 손바닥에서 만들어졌던 바람의 검은 한편으로는 두려움 그 자체였고, 한편으로는 궁금증 자체였으며, 현재는 하나의 기대였다.

내 능력은 뭘까...”

갑자기 바람이 부는 소리와 함께 낯선자에게 꽂혀있던 푸른 검이 바람과 함께 흩날리며 사라졌다. 검이 사라지자마자 피가 분수같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는데 그는 더 이상 몸을 지탱하지 못하고 풀썩 쓰러졌다.

에르는 능력을 각성한 당시의 두려운 기억을 다시 맞이했다. 자신을 죽음의 문턱까지 끌고 갔던 공포스런 기억들이 떠오를 때마다 몸이 기억하며 작은 떨림이 전해져 왔다. 그런데 불현듯 어제 협회에서 노인이 말이 떠올랐다.

이 아이는 우리 한국 게이지의 귀중한 자원일세. 그러니 철저한 훈련을 통해 능력을 각성시키고 인재로 성장시켜서 시민들을 보호하는 영웅으로 거듭나게끔 해주게

[꾸욱]

에르가 항상 되고 싶었던 것은 영웅이었다. 약하다는 이유로 멸시받으며 자신의 존재 가치를 잃어버리던 중에 찾을 수 있는 단 하나의 희망이었다. 게이지의 세상에 온 뒤 자신의 향한 관심들에서 기적을 찾고 있었다.

내가 느끼는 쟤의 기운은 뭔가 이상하단 말야?”

순수한 네츄럴 게이지...”

에르는 영웅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문득 들었다. 트라우마로 인해 떨려오던 손을 기대감으로 굳게 억눌렀다.

내가 가진 능력이 최강의 능력이었으면 좋겠다. 누가 와도 가볍게 이길 수 있는 최강의 힘...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나를 칭찬해주고 영웅으로 받들어주면 좋겠다. 그러면...’

마치 스스로에게 다짐이라도 하는 듯이 에르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뿌연 먼지와 하늘에 걸려있는 구름 사이로 에이리아가 고개를 내밀었다.

에이리아가 기분이 좋은 듯이 에르의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그냥 좋아서

그러면... 에이리아 누나도 나를 더 좋아해주겠지.”

영웅이 되고 말겠다는 에르의 의지가 슬립포레스트 길드로 이끌었다.

 

로비의 인테리어는 강화유리로 장식되어 정적인 느낌을 주고 있었다. 만약 누군가가 이곳을 처음 본다면 어느 회사의 빌딩이라고 착각했을 것이다. 로비에 들어오면 아이보리 대리석으로 치장되어 2층으로 향하는 계단이 자리 잡아 차분한 느낌을 주고 있었고 양쪽에 엘리베이터가 균형있게 배치되어 있었다. 로비의 위로 어디까지가 꼭대기인지 바라보게 만들 정도로 높은 공간 사이에 구리 재질로 만든 거대한 지구본이 줄 하나로 위태하게 매달려 장식되어 있었다. 길드 마스터인 엘로드와 그의 비서인 에이리아가 한적한 로비의 출구 앞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는데 그녀가 열심히 무언가 수첩에 적어나갔다.

난 그리고 어제 못 만난 빅토리아 길드의 마스터 라무레스를 만나러 갈 생각이야.”

그런데... 벌써 움직이셔도 괜찮으신 건가요?”

에이리아의 말에 엘로드는 지난 적들의 습격을 떠올렸다. 현재 상황에선 정체도 모를 적들의 시선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답답한 마음을 쏟아내듯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하아... 그래, 그런데 물어볼 말이 꼭 있는데, 참을 수가 없을 거 같아서

그럼 몸 조심히 다녀오세요

그래

엘로드가 에이리아의 배웅을 뒤로 하고 무거운 발걸음을 출구로 옮겼다. 그런데 길드를 나서다 말고 대뜸 다시 에이리아에게 돌아섰다.

, 그리고 오늘은 초급 A-7반 애들 오늘 수업이 뭐더라?"

수업이 나뉩니다. 공격계 아이들은 맥콜라스씨의 공격술 수업으로 가구요. 유틸성이 짙은 아이들은 젤린루아씨의 방어술 수업에 갑니다.”

엘로드의 질문에 에이리아는 고민하는 모습하나 없이 대답했다뛰어난 기억력을 가진 그녀의 특징이기도 했다.

그럼 에르는 맥콜라스 쪽으로?”

. 아무래도 그렇지 않을까요?”

엘로드는 지난밤 에이리아와 나누었던 대화를 떠올렸다. 클로소라는 인물의 말에 따르면 라그나로크의 억제자는 자신의 길드에서 시작된다고 했고 그는 에이리아만이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에이리아가 염두에 둔 라그나로크의 억제자 중에는 에르가 있었다. 아직 7년이 남았다라고 하지만 능력을 사용하는 방법조차 모르고 있기에, 7년이라는 기간이 능력자들의 성장의 기간이라고 말한다면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다. 시급한 것은 능력을 알아내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에이리아 넌 오늘 할 일이 있어?”

?”

엘로드가 학생들의 수업 일정을 묻다말고 그녀의 일정을 물었다. 에이리아는 엘로드의 질문의 흐름이 엉뚱했기에 당황했다.

, ... 저는 어제 아르휀의 출동 보고서를 작성해야 해서요. 아직 미성년자라서 협회에 제출해야합니다. 그리고 엘로드씨가 습격을 받은 사실에 대해서도...”

그래서 오늘 당장 적어야해?”

?”

그러니까, 보고서 당장 적어야 해?”

아뇨, 내일까지 올리면 됩니다. 그런데 무슨 일이신데...”

, 어제 말한 거 있지?”

어제요?”

맥콜라스가 좀 퉁명스럽잖아. 에르는 아직 어려서 여려. 그래서 맥콜라스에게 맡기긴 좀... 부담스러우니까, 오늘부터 너랑 리키나하고... 여튼 칼리나 무기소환계 아무나 껴서 에르의 능력발동을 좀 알아냈으면 해

... 어쨌든 에르의 훈련을 맡아달라는 거죠?”

그래, 그럼 다녀올게

, 다녀오세요

엘로드의 의도를 파악한 에이리아가 그의 자상함에 너털웃음을 흘렸다.

그냥 하라고 하셔도 됐는데, 이것저것 물어보시긴... 하여간 엘로드도...’

엘로드의 뒷모습에 에이리아는 문득 그와 처음 만났던 순간이 떠올랐다. 굉장히 비참하고 고통스러운 순간에 눈앞으로 갈색코트를 휘날리며 나타났던 엘로드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생판 처음 보는 자신을 지켜주려 적들과 싸웠고 상처를 입었었다. 그 이후 이 길드에 찾아와 그를 믿고 오랫동안 지내던 순간들을 복기하듯 회상했다. 그러던 중 불현듯 클로소의 말이 떠올랐다.

믿을 수 있는 사람들만 믿기를.”

그래, 믿을 수 없는 사람이 없다고 하진 않았어. 결국 확실하게 믿을 수 있는 건...”

에이리아가 여러 생각을 하고 있던 찰나에 길드의 문으로부터 에르가 들어왔다. 에르를 기다리려던 중 때마침 들어오는 모습을 보곤 미소가 절로 나왔지만 에이리아가 에르의 얼굴을 보더니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아니.. 또 얼굴에 상처가... 안 아파?”

아픈 걸 물어보는데 이상하게도 에르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며 쑥스럽게 머리를 긁어댔다. 그런 아이 같은 모습에 에이리아는 실소를 터트리고 말았다. 그리곤 장난스럽게 에르의 머리를 마구 털어댔다.

처음 봤을 때나 지금이나 늘 상처투성이구나

에이리아의 장난에 더욱 기분이 좋아진 에르가 실실 웃어댔다.

, 아프지도 않나보네 이젠

에이리아가 입을 앙다물며 짓궂은 표정을 보이자 에르의 돌변하며 손사래를 쳐댔다.

아뇨, 아뇨 아파요! 아윽... 팔꿈치가...! 그러니까 누나가 약 발라 주세요. ? 헤헤

에이리아가 이젠 당연하다는 듯이 에르에게 손을 내밀었다. 에르는 기다렸다는 듯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래, 양호실 가자

에르는 에이리아의 손을 잡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로비 우측의 병실로 향했다. 그런데 갑자기 어디에 있었는지 모를 바이스가 천천히 걸어 나오며 그들의 뒷모습을 응시했다.

 

에이리아는 평소와 같이 병실을 관리하는 사람과 짤막한 이야기를 나눈 뒤에 소독약, 연고, 밴드를 받았다. 약을 받은 그녀는 에르의 앞에 쪼그려 앉아 소독약을 묻힌 솜을 에르의 팔꿈치, 무릎 등 상처에 찍어 발랐다. 상처에 소독약이 닿을 때마다 에르가 움찔했지만 에이리아를 슬쩍 바라보고선 헤벌레 웃었다.

뭐가 좋은데 그렇게 웃는 거니? 아파야 정상인데 말야

누나가 좋아서요...”

에르가 실실 웃다가 자신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왔다. 에르가 실수했다는 생각이 들어 순간 몸이 경직됐지만 머리 위로 에이리아의 따뜻한 손길이 느껴졌다.

그래, 나도 에르가 좋아.”

에이리아의 얼굴이 에르의 얼굴과 가까이 맞닿아 있었는데 에르가 한참이나 에이리아의 눈망울에 시선을 향했다. 에이리아의 다정함에 에르는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자신의 능력을 알아내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인정받겠다는 것을.

잠깐 기다리고 있어.”

에이리아는 에르의 대답을 듣자마자 곧바로 병실을 나갔다. 병실을 관리하던 사람도 어디론가 외출한 바람에 에르는 혼자 남겨져 있었다. 할 일이 없던 에르는 병실을 이곳저곳 쳐다보다가 커튼이 쳐진 환자용 침대에 시선이 향했다. 그런데 문득 침대에 누군가 앉아 있는 것 같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커튼이 쳐진 덕분에 인영만 간신히 보였는데 어디선가 한번 본 것 같았던 기분이 들어 누구냐고 물어보려던 찰나에 병실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에르의 시선이 병실의 입구로 향했고 당연하게도 에이리아였다. 그녀는 곧바로 이동하자는 듯이 손을 내밀었다.

, 가자

...”

에이리아를 따라나서다 말고 에르의 시선이 다시 커튼을 향했다. 그런데 인기척이나 움직이는 소리조차 없었는데 커튼에서 보이던 누군가의 인영은 온데간데없었다. 에르는 의아한 듯이 커튼의 이곳저곳을 훑어보았다.

왜 그러니?”

, 아무것도 아니에요.”

후후, 싱겁긴

에르는 에이리아의 손을 잡을 잡고 문 밖을 나섰다. 평소대로 계단을 타고 2층 교실로 향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반대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으로 향했다. 에르가 뚱한 표정으로 어디에 가는지 궁금한 모습이 역력하기에 에이리아는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자마자 설명했다.

당분간 나랑 다른 사람이랑 수업을 받을 거야.”

누나랑 수업요?”

에르는 에이리아의 말에 기분이 좋아졌다. 빨리 자신의 능력이 무엇인지 알아내고 싶은데 그 순간이 더 빨리 오는 것 같아 기대만 잔뜩 높아져갔다. 특히나 에이리아와 함께라니, 에르는 들뜬 기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둘은 5층의 복도 안쪽 깊숙이 향했다. ‘무기능력 실험실이라고 적힌 팻말을 보곤 문 앞에서 멈춰 섰다. 칼리의 능력 수업을 받을 때와 마찬가지로 카드보안기가 달려있었기에 에이리아가 카드를 대고 들어갈 줄 알았지만 곧바로 문을 잡아당기며 방안으로 들어섰다. 그러자 방안엔 진열대와 진열장이 벽면을 둘러싸고 있었는데 그 안엔 다양한 무기들이 나열되어있는 웅장한 모습이 나타났다. 바닥엔 마법진 같은 동그란 문양과 상형문자들이 가득하게 그려져 있었다. 그런데 방의 한켠에서 여자 한명과 남자 한명이 둘을 기다렸다는 듯이 응시하고 있었다. 에이리아의 등장에 방안에 있던 남자가 에이리아를 보곤 가볍게 목례를 했고, 여자는 에이리아와 친한 듯이 활기차게 양손을 흔들며 반갑게 맞이했다.

안녕하세요.”

언니~”

, 롤랑 안녕, 리키나 안녕

에이리아도 그들을 보며 반갑게 인사했다. 어두운 짙은 금발에 푸른색 셔츠와 베이지색 면바지를 말끔하게 입어 단정한 느낌을 주는 롤랑이라고 하는 남자가 서 있었다. 앳된 모습이 묻어나오는 것을 보니 나이가 많지 않아 보였다. 옆으로는 살짝 풀린 퍼머의 검은색 단발머리에 어깨가 드러나는 연핑크색의 숄더 오프 블라우스와 검은색 캉캉 스커트를 입어 발랄한 느낌을 주는 리키나라는 여자가 에이리아를 보며 싱긋 웃었다. 그런데 리키나의 시선이 에르에게로 돌아가자 화들짝 놀라며 그에게 다가갔다.

어머 얘, 얼굴이 왜 그래? 어디 패싸움이라도 하는 거니?”

? 패싸움이요?”

리키나의 주저 없이 내뱉는 말에 에르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런 그의 표정에 리키나가 깔깔 웃어대며 손사래를 쳤다.

아하하, 농담이야 농담. 네가 최연소 능력자 에르지? 맞지?”

...”

리키나가 대뜸 악수를 청하며 손을 내밀었다. 그런데 손을 내미는 높이가 그리 높지 않은 것을 보니 체구가 작은 듯 했다.

난 리키나! 네츄럴 게이지 공간능력자란다. 앞으로 잘 부탁해 에르!”

활기찬 리키나가 부담스러울 수도 있었지만, 텐션이 넘치는 그녀의 모습은 오히려 기분 좋은 매력이 흘러넘쳤다. 에르가 방긋 웃으며 리키나의 악수에 응했다.

, 리키나 누나 반가워요

리키나의 인사가 끝나자마자 롤랑이 에르의 곁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에르가 롤랑의 얼굴로 시선이 향하며 고개가 올라갔다. 롤랑은 리키나보다 키가 최소한 20cm는 컸다.

난 롤랑이야. 펜싱 검의 일종인 플뢰레를 소환하는 무기소환계 능력자야. 잘 부탁한다.”

네 롤랑형도 잘 부탁드려요

둘의 안면식이 끝나자마자 지켜보던 에이리아가 입을 열었다.

, 시작하자.”

네엣!”

에이리아는 에르의 앞에 쪼그려 앉아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에르, 이 방은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곳이야. 이제부터 둘의 지도에 따라서 네가 느껴지는 모든 것들을 솔직하게 얘기해주면 돼

에르가 긴장한 듯이 주먹을 말아 쥐며 굳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러자 롤랑이 에르의 정면에서 살짝 거리를 두었고, 나머지 둘은 그들보다 더 멀리 떨어져 섰다.

에르, 대충 이야기는 듣고 왔어. 바람을 느꼈고 무기가 나왔다고 했지?”

에르의 대답이 끝나자마자 롤랑은 검의 양끝을 잡는 시늉을 하며 손을 수직으로 교차시켰다.

이렇게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공간 안에서 무기소환계 능력자들은 내 몸의 일부와 같이 손 안에 무기가 있는 것이 느껴져. 그래서 간단히 검을 뽑아내는 느낌만 주면 검이 소환되지.”

헤에, 공간능력자는 그런 거 없는데 왠지 부럽네

롤랑이 말을 끝내자마자 양손에서 눈부실 정도로 강렬한 빛이 일어났다. 빛은 빠른 속도로 서로 교차하며 사라졌고 그 자리엔 검신이 얇아 날카로워 찌르기에 적합해 보이는 플뢰레가 롤랑의 손에 걸려있었다.

무기를 소환하는 능력자는 이렇게 간단하게 무기를 소환할 수 있어. 자 그러니 너도 네가 보았던 무기의 형태를 떠올리면서 그 느낌에 집중해봐

느낌...”

에르가 긴장한 표정으로 무기를 처음 보았던 때를 억지로 떠올렸다. 그런데 동시에 낯선자가 자신을 칼로 찌르는 장면이 같이 떠오르며 몸을 움츠리게 만들었다. 에르가 능력을 각성했을 때의 트라우마로 인해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느낀 에이리아도 보기 힘들었는지 에르에게 무리하지 말라고 다가서려 했다. 그런데 에르가 떨리는 몸을 억지로 가라앉히듯 주먹을 말아 쥐었다. 그 모습은 두려움에 떠는 것이 아닌 공포에 맞서는 떨림으로 변하고 있음이 보였다. 에르가 낮게 거친 숨을 내쉬었다. 그 노력을 느낀 롤랑이 말없이 에르를 지켜보기에 에이리아도 하려던 것을 그만두었다. 끊임없이 기억과 마주하는 에르의 머릿속에서 안타깝게도 검의 형상은 이미 흐릿해져있었다. 아무리 떠올리려고 해도 어렴풋한 형상만 떠오르며 낯선자를 찔렀던 검의 기억은 뿌연 안개와 같은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했지만 안타깝게도 에르에겐 어떤 특별한 느낌조차 알아챌 수가 없었다. 이것이 기억의 고통으로 인해 능력을 덮어버리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느낌 자체가 없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한참동안 능력의 감각을 찾지 못하는 에르를 보며 롤랑은 능력을 찾는 방법을 포기하고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했다. 주변에 다양한 무기들을 관찰하며 비슷한 무기를 찾아보기로 했고 대략 한 시간 동안 부실에 갖춰진 모든 무기를 살펴보며 비슷한 무기를 찾아냈지만, 결국 찾아낼 수 없었다. 지금은 정확히 기억을 할 수 없어 그림으로 그려서 전달하는 것도 불가능 한 상태였다. 단지 검신이 넓은 검의 일종이라는 것 밖에는 알아낼 수 없었다. 첫날은 그렇게 별 소득 없이 지나갔다.

둘째 날도 무기능력 실험실에서 모였다. 그런데 에이리아는 제출할 것이 있어서 조금 늦겠다고 했기에 에르는 리키나와 롤랑과 수업을 진행했다. 롤랑은 먼저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어렵지만 무서웠던 기억을 떨쳐낼 때까지 맞서는 연습을 하기로 했다. 오랜 시간 동안 에르가 힘든 기억과 맞서며 힘겨운 듯 식은땀을 잔뜩 흘렸다. 에르는 마음의 위안이라도 얻기 위해 은근히 에이리아를 기다렸지만 바빴는지 수업에 돌아오지 못했다.

셋째 날은 에이리아가 먼저 부실에 와있었다. 의자에 앉아 수첩을 보고 있던 에이리아가 에르를 보며 방긋 웃었다. 에르는 그제야 마음이 나아졌는지 얼굴에 활기가 돋기 시작했다. 이어서 리키나와 롤랑이 따라 들어왔고 전과 마찬가지로 능력을 알아내는 수업을 계속했다. 에르가 당시에 한 손에 갑자기 무기가 들려 있던 것이 기억났다는 말에, 손에서 무기를 뽑아내는 식으로 연습을 했지만 성과는 없었다.

그로부터 한 달 동안 에르는 능력을 깨닫기 위해 수업을 진행했다. 트라우마 극복을 위해 기억과 맞서거나 무기를 잡고 호구인형을 쳐보는 연습을 했다. 드디어 기억에 익숙해졌다라는 느낌이 들었을 땐 손이나 팔에 힘을 주면서 무기를 소환해보는 연습을 했지만, 긴 시간이 지나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롤랑은 고뇌에 빠졌다. 무기가 나왔다는 것은 특별한 규칙을 벗어나지 않는다면 대부분 무기소환능력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토록 무기를 소환하지 못한다는 것은 뭔가 다른 이유가 있거나 초점을 잘못잡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롤랑은 조용히 에이리아만 들을 수 있도록 얘기했다.

누나, 아무래도 무기소환계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

일반적으로 무기소환계라면 자신의 무기를 느끼는 게 통상적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알기가 힘들다는 것은 다른 계통의 능력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 그럼 롤랑은 어떻게 생각하는데?”

게이지의 능력이 경우의 수가 굉장히 많아서 무엇이라 단정하긴 어렵지만, 초능력 계통으로 무기만 달랑 소환할 수도 있는... 일반적인 상황과는 다른 능력이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나도 그래, 생각해뒀던 게 있긴 해.”

롤랑이 물끄러미 에이리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저랑 같은 생각이시군요

아마도 말야

별 소득 없는 수업이 저녁에 되어서야 마쳤다. 에이리아가 먼저 문을 열고 나갔는데 복도의 벽에 기대고 있는 바이스가 보였다.

, 바이스씨 계셨네요. 안녕하세요?”

바이스는 피곤한 기색으로 말없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무슨 일 있으세요?”

에이리아가 묻는 의미는 두 가지였다. 피곤한 기색을 묻는 것과 할 말이 있어 누군가를 기다렸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에이리아의 의도를 파악한 바이스는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평소와는 다르게 말수가 없는 바이스가 의아한 에이리아였지만, 말을 하고 싶어하는 분위기가 아닌 것 같아 에이리아는 조용히 목례를 하며 바이스의 옆을 지나쳐갔다. 에이리아가 그녀를 지나칠 때 쯤 바이스는 슬리퍼를 고쳐 신듯이 바닥을 앞꿈치로 툭툭 쳐댔다. 이어서 나온 롤랑과 리키나 그리고 에르의 인사에도 바이스는 조용히 고개만 끄덕였다. 그들은 복도에 있는 바이스를 지나쳐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곧장 자공간의 출구로 향했다. 그 사이 수업을 마친 A-7반 학생들이 계단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어느새 바론이 에르에게 다가와 작은 어깨에 손을 올렸다.

요새 안 보인다 했더니 넷이서 뭔가 역적모의를 하고 있었구나?”

하핫 바론형

아앗! 바론 너어~”

리키나가 대뜸 바론을 보더니 애교를 부렸다. 활발하고 명랑한 리키나의 성격 특성상 여러 사람들과 잘 어울렸기에 바론과도 친숙해보였다. 리키나가 뜬금없이 바론의 팔짱을 끼며 친한 척을 해댔는데 과감한 리키나의 행동에 바론이 당황하며 어쩔 줄을 몰라 했다. 뒤에서 그걸 지켜보고 있던 아가시아가 조용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바론... 질색...”

아가시아의 말을 알아들은 리키나가 고개를 홱 돌아보며 노려보았다. 그녀는 리키나의 날카로운 시선에 몸을 움찔거렸다. 그런데 멜리나도 덩달아 바론의 옆에 달라붙었다.

우리 바론씨는 정말 인기가 많네? 리키나 언니의 사랑도 듬뿍 받고 말야.”

바론은 양쪽으로 붙어있는 여성들을 보며 말없이 쓴 웃음을 지었다. 여우같이 바론에게 달라붙은 멜리나를 보며 리키나가 쏘아붙였다.

바론은 내꺼니까 거기서 떨어지시지?”

네에? 바론의 단독 소유라뇨, 바론은 만인의 연인이 아니던가요?”

아니거든? 바론은 처음 왔을 때부터 내가 찜했거든?”

그 찜에 대한 공식적인 선언이 있었나요? 그걸 누가 증명할 수 있죠?”

뜬금없이 바론의 소유에 대해 불붙은 두 여자의 치열한 신경전이 시작됐다. 정작 바론 본인의 선택이 중요했지만 기세가 엄청났기에 강 건너 불타는 집을 보는 집주인처럼 지켜보았다. 그러나 둘은 장난이라는 것을 누구든 알고 있었다. 리키나와 멜리나 역시 친한 사이 이기에 그런 대화를 할 수 있었던 것이었고 주변사람들은 단지 오늘도 또 시작이구나 하며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을 뿐이었다. 그런데 기 쌘 두 여자의 사이에 끝판왕이 끼어들었다.

어디 감히 끼어드시나 송사리들이

히익

아앗!”

어느새 등장한 바이스의 모습에 두 여자들의 기가 단숨에 눌렸다. 바이스는 곧장 바론에게서 두 여자들 강제로 떨어트려놓곤 그의 팔을 끌어 당겼는데, 그 당당한 모습은 마치 원하는 것을 쟁취한 모양새였다. 두 여자들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끝판왕에게 감히 도전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바이스가 코웃음을 치듯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렸고 두 여자들의 시선이 따라갔다. 그녀는 곧바로 엄지손가락을 찍어 내리듯이 아래로 돌렸는데 두 여자는 고개를 패배를 인정하듯이 떨어뜨렸다. 그 와중에도 바론은 말을 잇지 못하고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아가시아가 세 여자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이에나.... 위에... 사자...”

 

다음날도 에르는 평소와 같이 대로변을 걸으며 길드로 향했다. 그런데 에르는 평소보다 기운이 없어보였다. 지난 한달 동안 능력을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내려 했지만 얻은 성과는 단 한 개도 없었다. 엘로드와 같은 최강의 능력을 원했지만 정작 능력의 발동조건 조차 알아내지 못했기 때문에 에르의 자존감은 많이 상실되어 있는 상태였다. 오랜시간 알아내지 못했다 하더라도 능력을 한 번도 써보지 못했기에 기대감은 있었다. 그러나 경험자들의 의견대로라면 에르의 능력은 무기소환에 가까웠기 때문에 다른 일반적인 게이지 능력자들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에르 본인도 점점 자신의 능력에 대한 기대감도 저하되고 흥미도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휘이이이잉]

갑자기 주변에 바람이 맴도는 휘파람 소리가 들려왔다. 에르는 자신도 모르게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 고개를 돌렸는데 기다렸다는 듯이 강풍이 몰아치더니 에르의 얼굴을 정확히 강타했다. 그 충격에 에르가 휘청거리며 정신을 차리지 못했는데, 강풍으로 얻어맞는 찰나에 한동안 잊고 있던 느낌이 떠올랐다.

[바람]

바람이 마치 자신을 잊고 있다는 것처럼 에르를 강타하고 지나갔다. 얼굴이 얼얼할 정도로 매서운 바람이었지만, 덕분에 단서를 찾은 느낌이 들었다. 에르는 어서 시험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길드를 향해 빠르게 걸음을 내딛었다.

 

에르가 길드에 들어서자마자 평소같이 로비에 있던 에이리아를 찾았다. 그러나 로비엔 처음 보는 여자 한명 외엔 아무도 없었다. 그녀가 없는 것에 왠지 힘이 빠진 에르가 어깨를 늘어트렸는데 낭랑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니? 에르가?”

?”

무심하게 벽에 등을 기대고 있던 여자가 낮은 굽의 소리를 또랑또랑하게 퍼트리며 에르에게 다가왔다. 키 차이 때문인지는 몰라도 에이리아의 맑은 구둣소리와는 질적으로 다른 느낌이었다. 쇄골까지 내려오는 찰랑찰랑한 은색의 단발이 먼저 눈에 띄었다. 상의는 짙은 회색의 라운드 골지 니트에 하의는 검은색 숏팬츠와 검은색 스타킹으로 매치했고 바이스를 연상시키는 듯한 밝은 회색의 가운을 걸치고 있는 소녀가 에르의 눈에 들어왔다. 소녀는 양손을 가운의 주머니에 꽂아 넣은 채 지그시 에르를 바라보다가 손을 내밀었다.

나는 나라. 공간능력자야.”

...”

기다렸다는 듯이 다가오는 나라에 에르는 어색함을 감추지 못했다. 내미는 손을 거부할 수는 없어 악수에 응했는데 손의 높이가 리키나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악수가 끝나자마자 나라는 말을 이어나갔다.

꼬맹아, 오늘은 나랑 놀아야겠는걸

? 그럼 수업은요?”

나랑 수업하러 가는 거야

?”

에르는 처음 보는 나라라는 사람과 수업하게 됐다기에 눈이 휘둥그래졌다. 왠지 아쉬운 표정을 감출 수가 없었는데, 에이리아와 수업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게만 다가왔다. 심지어 첫 만남에 꼬맹이라는 소리에 에르는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 꼬맹이 가자.”

아니, 저는 에...”

나라는 에르의 말을 마저 듣지도 않고 손을 잡아채서 길드의 출구를 나섰다. 바이스를 연상시키는 패션에 바이스를 따라하는 말투까지, 에르에게는 나라가 불편하게만 느껴졌다. 하필 따라 해도 괴짜인 사람을 따라하다니. 나라는 에르를 이끌고 곧장 골목을 나가서 대로변으로 향했다. 나라는 차가 오는 것을 지켜보다가 택시를 잡고는 에르를 먼저 뒷좌석에 태워 어디론가 향했다. 택시로 어디론가 가는 내내 나라가 조수석에 타있는 바람에 질문없이 따라나서야 했다. 가는 내내 답답한 심정이 들었지만 창문 밖으로 보이는 익숙한 풍경들이 에르의 시선을 빼앗았다.

여긴...”

그리고 얼마 후 택시는 주택가에서 멈추었다. 나라는 돈을 계산하자마자 택시에 내렸는데, 에르가 내리지 않자 곧바로 택시의 뒷문을 열었다. 에르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머뭇거리고 있었는데 나라는 망설임 없이 에르의 손을 잡아 이끌었다. 나라의 강한 행동력에 에르는 저항할 생각조차 못하고 그대로 끌려갔다. 힘이 강한 여자로 보이진 않았지만 흔들림 없는 모습에 억눌리듯 이끌렸다. 나라는 에르를 이끌고 주택가를 가르고 있는 길로 나아갔다. 그렇게 둘이 도착한 곳은 에르가 처음 능력을 각성했던 장소였다. 아니, 다른 말로 에르가 트라우마를 얻게 된 장소였다. 누군가가 미리 알려주었는지 나라는 단박에 이곳을 찾았다.

, 네가 당했던 위치가 어디야?”

나라가 에르를 다그치듯 물었다. 그러나 에르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그동안 트라우마 극복에 노력하던 에르였고, 그날의 기억을 떠올려도 떨리거나 무섭지 않았다. 그런데 실제 장소에 오는 것은 엄연히 달랐다. 그날의 기억을 잊고자 얼씬도 하지 않았던 장소에 와버린 것이었다. 에르의 손끝에서 시작한 떨림은 몸 전체를 휘감기 시작했다. 나라도 사실 이렇게까지 냉정하진 않았다. 에르를 여기까지 데려오는데 무서워 할 것이 분명했다. 그런 모습을 본다면 안쓰러운 감정에 주저할 것 같아서 스스로를 냉정하게 만들려고 노력했을 뿐이었다. 나라는 사시나무 떨 듯 떠는 에르를 바라보는 것 밖에는 할 수 없었다. 이 이후에는 본인이 극복해야할 문제였다. 그런데 여태까지 트라우마 극복을 위한 노력이 헛되지 않은 듯 에르가 천천히 손가락을 내밀었다. 에르가 가리킨 자리는 저녁시간이 되어 석양이 비추고 있었고 주변엔 주택가가 만들어낸 그림자로 인해 음산하기 그지없는 장소였다. 거기에 시선이 향한 나라는 거리가 얼마 되지 않는 것을 확인하곤 곧바로 손을 동그랗게 모았다.

이렇게까지 밀어붙이고 싶지 않았어, 나도

미안함을 털어놓는 나라의 말과 함께 손 안에서 강렬한 초록빛이 일어났다. 그 빛은 오로지 게이지 능력자들만 볼 수 있는 공간의 빛이었다. 직육면체의 형태의 반투명한 초록빛 공간이 나라의 손안에서 떠올랐고, 그녀는 주저 없이 공간을 퍼트리며 에르가 가리킨 일부분까지 공간의 영역으로 형성했다. 공간이 둘을 삼키고 난 뒤에 분위기가 고요해지며 공간 특유의 침묵이 에르를 맞이했다. 에르는 잠시 동안 멀뚱히 서서 그날을 되새겼다. 그럴 때마다 낯선자의 환영이 나타나 에르를 칼로 찔러 들어왔고 눈을 질끈 감았다. 나라는 멀뚱히 서있는 에르를 그냥 내버려 두었다. 사실 나라는 답답한 것을 잘 참지 못했기 때문에 좋은 말이 나오지 않을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한참동안 멀뚱히 서있던 에르가 한걸음씩 조심스레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빠른 걸음은 아니지만 살아나는 기억에 맞서듯 걸음을 옮길 때마다 움찔거렸다. 양쪽으로 빌라가 우뚝서있는 길의 중앙에서 걸음이 멈추고 가로등을 올려다보았다. 나라는 에르의 행동을 보곤 눈을 지그시 감더니 전기가 흐르도록 공간의 성격을 변경했다. 그러자 가로등이 켜지며 에르를 하이라이트 하듯이 노란빛이 내려앉았다. 가로등의 눈부심으로 인해 에르가 표정을 찡그리며 팔로 빛을 가리다가 말없이 고개가 바닥을 향했다. 거기서 명확히 자신의 인영이 떠올랐다. 자신이 주저앉아 피를 흘리며 발길질을 해대는 모습이 보였다. 에르는 깊게 한숨을 내쉬고 난 후에 나지막히 말했다.

바람...”

? 뭐라고?”

에르는 시선을 돌리지 않고 그 자리에 서서 다시 얘기했다.

바람이요. 바람이 불게 해주세요.”

바람? 알았어

스스로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태도가 달라진 에르의 모습에 나라에게도 긴장감이 맴돌았다. 나라는 지긋이 눈을 감으며 다시 공간의 성격을 바꾸었다.

바람이 인위적으로 불게는 할 수 없어. 하지만 공간 밖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들어올 거야.”

에르는 나라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조용히 바람을 기다렸다. 이후 얼마 되지 않아 나라의 뒤에서 엘로드와 에이리아가 공간에 진입했다. 나라는 둘이 들어올 것이라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는지 돌아보곤 슬쩍 미소 지으며 조용히 입술에 손가락을 올렸다. 나라의 의도를 이해한 엘로드와 에이리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가로등 아래에 멀뚱히 서있는 에르에게 집중했다. 에이리아의 시선에서 에르의 애널라이징 정보가 자동으로 떠올랐다.

[네츄럴 게이지 99%]

평소와 다름없던 문구였기에 에이리아는 신경 쓰지 않고 정보를 시선에서 지우려했지만 이상하게도 문구가 지워지지 않았다. 그런데 마치 컴퓨터 오류를 일으키듯이 문자가 일시적으로 일그러졌다.

[tgtㅠ ㄹㅓnAGEure · ·%]

에이리아가 처음보는 글자에 깜짝 놀란 에이리아가 눈을 깜빡였는데 그새 글자는 다시 네츄럴 게이지 99%’로 돌아와 있었다. 에이리아는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이런 현상이 왜 일어나는 것이고 99%는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동안 에이리아는 온갖 책들을 다시 읽어보며 99%에 대한 단서를 찾았는데, 관련이 있는 것은 고작 하나였다.

게이지란 채워져 있는 힘을 사용하는 것

모든 게이지 능력자들이 알고 있는 말이었고, 통용되는 말이었다. 그렇게 보자면 에르의 능력은 1% 부족하다는 말이 된다. 처음 애널라이징하기 전에 느꼈던 순수한 네츄럴 게이지의 느낌은 여전했다. 그런데 1% 부족하다는 것은 처음 느낌과는 상반되는 것이었다. 에이리아에겐 아직 정리가 되지 않는 것들이었기에 생각을 털어내듯 고개를 저으며 다시 에르에게 집중했다.

에르는 바람이 불어오기를 기다렸다. 오늘 대로변을 걸으며 강풍에 얻어맞은 바람의 느낌과 각성을 처음 경험했던 그 날의 바람은 같다라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휘이이이이-]

드디어 바람이 휘파람 소리를 불며 에르를 찾아왔다. 에르는 눈을 지그시 감으며 바람과 악수하듯이 손을 뻗었다.

[바람]

고통스럽고 두려운 기억을 마주하고 그것이 이끌어주는 힘을 에르는 받아들이려 노력했다. 그러나 죽음이라는 두려움은 없앨 수 없다. 단지 마주할 수는 있었다. 바람이 손을 타고 흐르며 에르의 손아귀에서 드디어 어떤 힘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에르는 바람을 손잡이 삼아 거머쥐며 기억 속의 두려움을 베어버리듯이 힘차게 검을 뽑아냈다. 동시에 검의 이름이 귀로 흘러들어왔다.

가벼운 바람의 검

에르가 잡은 바람이 1m 정도 되는 짧은 검으로 형상화되었다. 특이하게도 다른 검들과는 다르게 검신이 굉장히 넓었다. 구름을 형상화한 뭉툭한 모양이 손잡이부터 시작해서 검 끝이 구름의 꼬리 모양까지 연상하는 검이었다. 에르의 뒤에 있던 세 명이 탄성을 터트리며 에르에게 달려왔고 그는 그제서야 밝게 미소 지으며 검을 뽐내보였다. 에이리아는 그런 에르가 기특하다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엘로드는 에르를 지긋이 바라보며 박수를 쳐주었고 나라도 그제서야 긴장이 풀렸는지 신나서 소리쳤다.

! 꼬맹이! 너 다시 봤는데!”

칭찬에 익숙하지 않은 에르는 쑥스러운 듯 멋쩍게 웃었다. 다들 에르를 칭찬해 주고 있는 사이에 엘로드의 표정은 사실 좋지 못했다. 에르가 들고 있는 검을 보았는데 여태까지 보아왔던 일반적인 무기의 형태가 아니었다. 그래도 특별하다면 검으로부터 잔잔하게 바람이 일어나고 있는 듯 했지만 무엇보다 매체가 필요한 제한성 무기소환능력이라는 것이었다.

여태까지 보아왔던 능력 중에 처음 보는 능력. 많은 게이지 종류에 관한 책들을 읽었지만...’

엘로드가 물끄러미 검의 형태를 다시 관찰했다. 아무리 봐도 검은 위협적이거나 날카로워 보이지도 않았다. 구름모양을 연상하는 검의 형태는 휘두르기에도 적합해 보이지 않았다. 그런 것을 모르는 에르의 얼굴에 마냥 미소가 맴돌고 있었다.

, 상관없겠지... 능력이란 게 발전에 따라서 얼마든 달라질 수 있지만...’

에이리아가 에르의 검 날을 가리켰다.

에르, 검의 주인은 날을 만져도 상처입지 않아, 한번 해볼래?”

!”

에르가 조심스레 검의 날에 손을 가져다 댔다. 검신에서 잔잔하게 바람이 일어나는 것이 느껴졌다. 검 날에 손이 닿아있는데도 아무렇지 않자 좀 더 과감하게 움켜쥐었다.

! 정말 베이지 않아요! 신기하다!”

아이같이 신나서 어쩔 줄을 몰라 하는 에르를 보며 에이리아와 나라의 입가에 미소가 맴돌았다.

오호! 꼬맹이! 이젠 능력자라고 해줘야겠는 걸?”

나라도 덩달아서 에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처음 봤던 냉정한 표정의 나라는 지금과는 사뭇 다르게 귀엽고 활기차 보였다. 에르도 그런 나라를 다시 보게 되었다.

내가 여기까지 오게 하기 위해...’

엘로드가 에르의 어깨를 지그시 잡았다.

, 이젠 바람의 검 능력자 에르인가? 한번볼까?”

?”

이어서 엘로드가 빌라의 담장을 가리켰다.

검의 힘을 한번 봐야지?”

엘로드의 말에 에르가 조심스레 검을 들고 담장 앞에 섰다. 괜스레 엘로드를 스윽 바라보았는데 그가 조용히 끄덕였다. 담장을 1m 남짓 거리를 두고 에르가 검을 양손으로 잡았다. 사실 한손으로 잡아도 무리가 없는 굉장히 가벼운 것이었지만 처음 검을 잡는 에르로써는 당연한 행동이기도 했다. 머리 위로 어색하게 검을 들어올렸다.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 기합과 함께 곧장 검을 휘둘렀다.

!”

검을 쓰는 게 능숙하지 않았기에 바람의 검이 담장에 닿지 못하고 허공을 갈랐다. 그걸 보던 셋은 너털웃음을 흘렸는데, 바람의 검이 지나간 자리에 바람이 일어나며 담장에 작은 상처를 냈다. 눈이 휘둥그레진 엘로드가 담장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검기가... 일어나는 건가?”

기대가 든 엘로드가 조심스레 에르에게 다가가 손목과 어깨를 잡았다.

, 힘을 좀 풀고 다시 해보자

, !”

엘로드가 에르의 손목을 잡아당겨 사선으로 휘두를 수 있게 자세를 조정해주었고 곧장 에르에게서 떨어졌다.

, 그렇게 다시 해보자

!”

에르가 어깨 너머로 검을 들어 올리며 다시 한 번 자세를 취했다. 휘두를 준비가 마친 에르가 다시 기합과 함께 사선으로 검을 그어 내렸다. 그러자 검이 지나간 방향으로 옅은 바람이 함께 일어나며 담장에 상처를 내었다. 움푹 파이거나 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능력에 대해 기대할 수 있는 수준은 가진 듯 했다.

...”

고민이 가득한 엘로드의 표정에 에이리아가 물었다.

왜 그러세요?”

검기가 일어나는 건 굉장히 좋은 현상이야. 앞으로 능력이 발전하다 보면 저 검기가 어떻게 될지도 궁금해지네. 근데 다만 무기소환계의 장점이라면 언제든지 소환할 수 있다는 건데... 저 아이의 능력은 바람이라는 매체가 필요한 능력이야

그렇다면...”

엘로드가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매체가 필요하다는 건, 그만큼 강력한 능력일 경우에 디메리트로써 존재해. 그런데 사실 검기가 일어나는 것을 제외해도 썩 메리트가 있어보이진 않는데... ”

에이리아와 엘로드가 대화를 하고 있는 사이 나라가 에르의 곁으로 다가갔다.

, 바람의 검 능력자. 저기에 막 치고 그래봐

나라의 말에 에르가 담장에 검을 대충 휘둘러 댔다. 에르의 힘이 쌔지 않은 덕분에 담장에 생체기도 나지 않는 수준이었다. 나라가 에르는 시킨대로 몇 번 더 담장에 검을 휘둘렀는데 갑자기 검이 바람으로 흩어지며 손에서 사라졌다. 그걸 지켜보던 엘로드의 표정은 여전히 좋지 않았다.

심지어 내구성도 약한 것 같은데...”

막 능력을 사용한 시점이잖아요. 아르휀과 같을 수가 없죠

...”

그런 엘로드와 에이리아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에르의 얼굴엔 그저 웃음꽃이 피어나고 있었다. 능력을 사용하는 방법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에르는 기뻤다.

일단, 돌아가자

 

에르는 집에 돌아와 이불을 깔고 누워서 검을 소환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처음 느낀 신비한 경험이었고, 잊을 수 없는 기억이었다. 에르는 손을 내밀며 바람이 만들어준 검을 떠올렸다.

가벼운... 바람의 검...”

에르는 이제야 제대로 된 능력자가 되었다는 기분이 사뭇 들었다. 여태까진 남들이 능력을 사용하는 모습만 지켜보았는데 자신도 능력을 사용할 수 있게 되어 진정으로 그들과 같은 존재가 되었다는 만족감이 너무도 좋았다. 기분이 너무나도 좋은 나머지 에르는 이불을 움켜쥐고 좌우로 구르다가 가구에 발가락을 찧이고 나서야 멈추었다. 강력한 바람의 검의 능력자가 되어 세상을 구하고 에이리아의 사랑을 얻게 되는 상상을 하며 에르는 잠에 빠져들었다.

 

매서운 모래바람이 주변을 구분할 수 없게 만들고 있었다. 더군다나 모래바람이 귀때기를 때리고 있어 굉장히 시끄러웠다. 에르는 모래가 눈으로 들어올 것만 같아 눈이 따갑게만 느껴졌다. 그래서 팔을 올려 눈을 막고 싶었지만 아무 행동도 할 수 없었다. 정면에서 모래바람 사이로 어떤 사람이 여유롭게 걸어오고 있었다. 그 사람이 눈앞으로 오자 얼굴이 뚜렷하게 보였다. 분명히 어디선가 한번 보았던 남자였다. 그러나 기억은 나지 않았다.

실패한 건가... 안타깝군

눈앞의 남자는 짧은 숏커트에 장난끼가 가득한 얼굴이었다. 또한 상의없이 구릿빛 피부에 마른 근육질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 그 남자는 이해하지 못할 말을 해댔다.

결국, 하데스에게 졌군. 예상한 바이지만 말이야?”

하데스?’

남자는 대뜸 양팔을 펼쳐 올려보였다.

세상이 세상을 버릴 때 사용하는 매체는... 결국 그자들에게 넘어갈 거야

남자가 갑자기 멈춰서서 에르의 눈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런데 얼굴에 웃음끼를 띄우며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세상에! 네 놈 속에 다른 의지가 있어!”

광기어린 남자가 대뜸 양손으로 에르의 얼굴을 움켜잡으며 속안을 보려는 듯이 눈을 가져다 댔다. 에르는 무서워서 눈을 피하고 싶었지만 아무것도 움직일 수 없었다. 남자는 그럼에도 얻은 게 없는 표정으로 에르로부터 떨어졌다.

하하! 재밌게 됐군! 이 의식이 새어나가고 있어! 굉장히 재밌네!”

남자는 광기어린 표정으로 차분하게 에르를 마주보며 손을 삼각형 모양을 만들었다.

이 의식이... 네 놈의 특성을 타고 나는 건지... 아니면 네 놈의 부활을 막는 건지... 궁금해지는군...”

남자의 입가에서 미소가 떠오르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오르페우스

 

허억... 허억...”

현실인지 분간이 안가는 현실적인 꿈에 에르는 가쁜 숨을 내쉬었다. 괴상한 꿈이었지만 모래 바람과 남자의 말이 뚜렷하게 떠올랐다.

오르페우스

햇빛이 창밖에서 스며들어오는 것을 보니 아침이 된 듯했다. 그럼에도 에르는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온몸에 흐르는 식은땀이 에르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아... 하아...”

세상에! 네 놈 속에 다른 의지가 있어!”

꿈 속에서 남자가 한 그 말은 마치 에르의 의식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자 문득 떠오르는 게 있었다. 낯선자를 만나기 전날 꾸었던 꿈속에서 봤던 그 남자였다. 똑같이 모래바람이 부는 꿈이었고, 알지 못할 말을 해댔었다. 지금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어렴풋이 떠오를 뿐이었다. 에르는 몸을 일으키고 나서도 한동안 꿈을 떨쳐내지 못했다. 손바닥을 펴서 지그시 바라보다가 조용히 읊조렸다.

오르페우스...”

에르는 보고 있던 손을 움켜잡았다. 게이지를 각성하기 전에도 비슷한 꿈을 꾸었고, 능력 부리는 것을 알아낸 날에 그런 꿈이 다시 에르를 찾아왔던 것이었다. 이 꿈은 마치 에르가 게이지의 세계에서 헤쳐 나가야할 경종과도 같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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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이번화가 길어진 이유는 단순합니다.

에르가 어떤 충격적인 일을 경험한지 오래되지 않았고, 그 심리를 잘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어릴적 겪은 일이기 때문에 트라우마로 남을텐데

아무리 소설이라지만 그걸 아무것도 아닌듯이 넘기는 건 

누가봐도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납득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지루하셨을지도 모릅니다

나눠서 올릴만도 한데 처음 깔아둔 심리에 대해 끊어지는 것 없이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앞으로 에르의 능력이 의미하는 바는 조금씩 나올거구요.

앞으로의 전개에 대해서 다져보는 편이기도 했습니다.

또한 확실하게 정해진 것은 없다라는 것을 암시하기도 합니다

라그나로크의 억제자, 에르의 능력은 네츄럴 게이지99%인데 최강인 것인가, 아닌가

추리할 만한 요소를 남겨두고 싶었습니다.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지만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고 애매한 것들만 남았다 라는 것을 남기고 싶었습니다.

그러면서 독자가 상상할 수 있는 기대감이라는 포인트에 대해서도 신경을 좀 썼는데

어떻게 와닿으셨는지는 모르겠네요 ㅎㅎ

그래서 힘도 좀 더 많이 들어갔던것 같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PORSCHE 2018.09.25 21:30
    초반부보다 후반부에 갈 수 록 몰입되고 문체도 간결해 지는게 좋았습니다.
    드디어 주인공의 능력이 본격적으로 각성하면서 미스테리한 떡밥들도 모습을 드러낼거 같아 기대되네요.
    의도하신 대로 트라우마를 가진 주인공이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을 넣어서 조금씩 성장을 이루는 모습이 좋았습니다.

    다만 초중반 부분에 많은 인물들이 오고 가지만, 사실 전개에 큰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지나쳐도 문제 없는 부분이라 불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네요.바론을 비롯해 리키나와 아가시아등이 서로 놀리고 웃으며 떠드는 장면은 딱딱한 분위기에 환기시키는 요소로서 적당하다고 볼 수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그다지 필요한 부분은 아닌데 전개만 늘린거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또한 새로운 인물들이나 이전에 등장했었던 인물들이 비중적으로 분배가 되어있다기 보다는 한 편의 전개를 위해 소모되고 사라진다는 느낌을 받았네요. 그만큼 많은 인물들이 오고가지만 회차가 지나면서 금방 존재감이 없어지거나 하는 부분이 많아져서 그런 것 같습니다.

    전체적으로도 재밌게 읽었고, 드디어 에르의 능력이 드러나는 부분이 기다려왔던 만큼 매듭이 하나씩 풀리는 듯 해서 좋았네요.
    그만큼 주인공이 어서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뒤에서 지켜보는 흑막들의 존재도 궁금해지네요.
  • 반딧불 2018.09.25 21:55

    케릭터들이 1회성으로 표현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사실있었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케릭터들은 항상 다시 나올 예정이며, 어떤 역할이 정해진 그 자리를 잘 지키는 것을 스탠스를 취하려 합니다
    그런데 1회용성 케릭터를 안쓸수가 없는 부분도 있습니다.
    세계관이 협회라던가 어떤 조직을 구성하고 있고, 그 조직은 현실의 세계에서 치명적으로 깊게 침투해있습니다
    그 부분을 표현 하는과 동시에 단점을 짊어져야 할것 같네요
    서로 웃고 떠드는 장면은... 환기라기보다
    흑막에 시선을 돌린 부분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보일수도 있으니까 조심해야할것 같네요
    깊히 읽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

  • SKEN 2018.09.26 01:09
    분량이 길지만 몰입해서 읽다보니 긴게 신경쓰이지 않을 정도!
    초반부 묘사가 풍부해서 너무 좋고 중간중간 특정 장소에 대한 배경 묘사는 늘 부족함 없이 아주 좋습니다.
    드디어 에르가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능력 각성의 첫걸음을 떼는군요.
    그 간의 모습에서 능력에 대해 영 감을 못잡는 것을 꾸준히 어필하고 이번 화에도 난관을 보여주면서
    끝까지 손쉽게 능력을 각성하지 못하는 전개가 일관성이 있어 좋고, 어린 나이의 에르가 첫걸음을 떼는 과정이라는거에
    현실성과 신빙성이 있는거 같아 더 좋습니다.
    앞으로의 성장과 발전 과정이 더 궁금해지고 한사람 몫을 하게되었을때의 에르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네요.
    그리고 한번 언급된 흑막과 스파이의 존재 요소로 저번화부터 이번화에도 다양한 등장인물들이 나와도 그 행동거지 하나하나를 주목하게 되네요.
    물론 이곳저곳에서 냄새만 풍겨서 누가 스파이인지 누가 흑막인지는 밝혀지는 그때가 오지 않는 이상
    읽는 독자는 명확하게 찝어내지 못할것 같지만.. 바이스는 어떤 역을 부여받고 있는 것인지
    양호실의 인영은 과연 무엇인지 바이스였는지 아님 다른 누구인지 궁금증을 자아내는 전개도 좋습니다.
    결론은 굳굳
  • 반딧불 2018.09.26 01:12
    기본 토대를 아직도 기억해주시니 황송할 따름입니다...;
    흑막은 빨리 드러나면 재미가 없는 법이죠!
    늘 좋은 평가 감사합니다 잇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