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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17 00:39

GAGE - Season1 : 4. 협회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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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뭔가 폭주!

연속 떡밥 러시!

앞으로 에르가 성장할 씬까지 단 2화 남았습니다!

빠른 진행을 위해 고우고우

피드백은 항상 땡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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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ge_index.jpg


4. 협회등록


에이리아가 길드의 로비 벤치에 앉아 수첩을 보고 있었다. 수첩에는 뭔가 빼곡이 적혀있었는데 한면에 길드원의 명부가 있었고, 한 켠에 라그나로크억제할 누군가그리고 라고 적혀있었다. 아무래도 어제 클로소와 나눈 이야기를 정리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라그나로크가 과연 무엇일까... 어원의 의미라면 미래에 일어날 사건... 그리고 최종적으로 세계가 물에 잠겨 멸망한 뒤 신세계가 물속에서 솟아난다는 것인데... 도통 알 수가 없다. 세상이 물에 잠겨 멸망한다는 것인가? 하지만 클로소는 내게 깊히 관여하지는 말라고 했다. 그렇다면 최우선적으로는 라그나로크를 억제할 누군가를 찾는 것...!’

에이리아의 시선이 길드의 출구로 향했는데 그곳에서 가방을 메고 쫄랑거리며 들어오는 에르의 모습이 보였다. 에이리아가 에르에게 인사하려 했지만 그 얼굴로부터 나타나는 애널라이징 글자가 행동을 멈추게 만들었다.

[네츄럴 게이지 99%]

네츄럴 게이지 99%라는게 대체 무슨 뜻일까. 네츄럴 게이지라면 네츄럴 게이지라는건데 99%라는 글자가 의미하는 것은 대체 무엇일까. 1% 부족한 네츄럴 게이지란 말인가?’

문득 에이리아의 머릿속에서 클로소의 한마디가 스쳐지나갔다.

그를 찾을 수 있는 건. 오직 당신뿐입니다.”

에이리아를 본 에르가 환하게 웃으며 그녀에게 다가갔지만, 짧은 찰나에 생각에 잠긴 그녀가 에르에게 아무 반응하지 않았기에 에르는 의아한 표정으로 에이리아를 바라보았다.

"누나..?"

그런데 걸리는 것이 있어

당신의 주변에 쥐가 몇 마리 있군요. 그러니 모든 대화에는 주의를 기울이시기 바랍니다.”

클로소가 말한 것 중에 쥐가 있다는 것이 에이리아의 마음에 못내 걸렸다. 보통 쥐라고 한다면 스파이를 얘기하는 것인데, 그들이 누구인지는 몰라도 슬립 포레스트 길드에 스파이를 둘 정도로 의식하고 있다라는 것이 된다.

그렇다면... 스파이는 과연 누구일까

뒤늦게 에이리아가 미소 지으며 에르를 반겼다.

누나 무슨 안좋은 일 있어요?”

? 아니 그런 거 없어. 무슨 생각 좀 하느라

에이리아가 일어서서 에르에게 잡아달라며 손을 내밀었다. 에르가 살포시 그녀의 손을 잡았는데 부드러운 느낌이 너무도 좋았던 나머지 절로 미소가 번졌다.

자 협회에 가서 등록절차를 밟으러 가야해

에이리아가 수첩을 살포시 덮어서 서류가방에 집어넣곤 에르와 길드의 공간을 나섰다.

 

길드 밖 대로변에 검은색 승용차가 서있는 것을 보곤 에이리아가 총총총 뛰어가 뒷문을 열곤 에르에게 타라고 일렀다. 에르가 주뼛거리다가 뒷좌석에 몸을 실었는데 운전석에 앉아있던 근육질의 메니페커가 돌아보며 인사를 했다.

안녕? 꼬마능력자?”

안녕하세요. 메니페커씨

껄껄껄 내 이름을 기억하는거야?”

조수석에 에리리아가 타자마자 검은색 차량이 곧장 출발했다. 성북구에서 30분 정도를 달려서야 광화문에 도착한 에이리아는 차가 멈추자마자 뒷문을 열어 에르를 하차시켰다. 메니페커가 차량을 움직이다 말고 창문을 내리며 에이리아에게 소리쳤다.

주차장에서 기다릴테니까 끝나면 연락해

알겠어요 메니페커 고마워요!”

오케이, 있다가 보자고 비서 아가씨

에이리아는 에르의 손을 잡고 계단에 오르며 24층의 협회 빌딩으로 들어갔다. 로비에 들어선 에이리아가 라운지에 있던 직원과 몇 마디를 나누더니 로비의 안쪽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나서 한참을 기다리고 난 뒤에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24층 꼭대기 층이 눌러진 엘리베이터 안에 에이리아와 에르가 둘뿐이었는데 묘하게 에르가 어색해하는 것을 보곤 에이리아가 방긋 웃으며 에르의 어깨를 잡았다.

여기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다보면 자동으로 협회의 자공간으로 들어갈 수 있어. 신기하지?”

엘리베이터를 타고가면서 자공간으로 들어가요?”

엘리베이터에서 표시된 층수의 숫자가 올라가는 것을 보며 에르가 입가에 미소를 띄웠다. 얼마되지 않아 24층에 도착한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자마자 에이리아의 시선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정장을 말끔하게 차려입은 단발머리의 여자가 에이리아를 보더니 가볍게 인사를 했다.

오랜만입니다 에이리아씨.”

오랜만이에요 밴젤씨

둘은 서로 안면이 있는 눈치였다. 밴젤이 안내하는 길을 따라가니 깔끔한 흰색 대리석으로 치장된 24층 로비와 흰색의 두터운 양문이 활짝 열려있는 것이 보였다.

보통 이런 등록절차는 제가 하거나 트라비넴씨가 하는데, 특별하게도 오늘은 마스터님들께서 보고 싶어 하십니다.”

협회의 마스터분들께서요?”

밴젤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 어린 능력자는 14살의 아르휀씨 이후로 처음이라 관심이 있어 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로크슈님도 없고 경비들이 없어서 곧장 대관실까지 가시면 될 것 같습니다.”

다들 어디 가셨나봐요?”

. 오늘은 몇 가지 일이 있어서 그쪽으로 전부 투입하게 되었습니다저도 일이 있어서 이만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마스터님들을 뵙고 가시길 바랍니다.”

네 알겠어요. 고생하세요 밴젤

그럼

밴젤이 가볍게 목례를 하고난 뒤 곧장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그리고 에이리아가 에르에게 다시 손을 내밀며 밝은 표정으로 에르를 바라보았다.

, 가볼까?”

!”

에이리아는 에르의 손을 잡고 긴 복도를 통과했다. 고급스런 흰색 대리석으로 펼쳐진 두 개의 복도를 지나 파르테논 신전을 연상케 하는 신비로운 복도를 거닐었는데 에이리아도 한국에 처음 왔을 때 협회의 안내를 받으려 한번 왔었던 곳이기도 했다. 그녀도 처음왔을때는 웅장한 복도에 시선이 빼았겼었는데 에르의 표정이 마치 자신이 처음 왔을 때의 모습을 비추는 것같아 왠지 모르게 헛웃음이 흘러 나왔다. 에이리아가 쿡쿡 대는 모습에 의문을 가진 에르가 물었다.

저 어디 이상한가요?”

쿡쿡... 하하... ?”

자꾸 웃으셔서요

에이리아가 기분이 좋은 듯이 에르의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그냥 좋아서

에이리아의 부드러운 손길과 미소에 에르의 가슴이 쿵쾅 뛰었고 그녀의 손을 잡고 있는 순간이 문득 너무도 행복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행복하게 복도를 거닐다 얼마 후 족히 6m는 되어 보이는 거대한 문이 등장했다. 문의 중앙엔 G자를 중심으로 여러 상형문자들이 퍼져나가듯이 장식되어 있었는데 게이지를 상징하는 문양으로 보였다. 문은 사람 한명이 지나갈 수 있는 넓이로 살짝 열려있었는데 둘은 빼곰히 안쪽을 쳐다보다가 조심스레 문의 사이를 지나자마자 넓은 대관실이 등장했다. 대리석 바닥인데도 불구하고 폭포수가 흐르는 연못과 돌 언덕, 그리고 양옆으로 야자수 나무와 연못들이 있는 신비한 풍경이 둘을 맞이했다. 정면엔 넓게 펼쳐진 가림막이 있었는데 4명이 앉아있는 인영만 겨우 보였다. 에이리아는 가림막 앞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의자로 에르를 이끌었다. 에르가 의자에 앉아 가림막을 두리번거리자마자 폭포수와 연못이 졸졸졸 거리는 소리 사이로 걸걸한 노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13살의 소년이 바로 이 소년인가?”

오랜만이네 참한 처자여, 아니 에이리아라는 예명이 있던가?”

노인들의 말에 에이리아가 먼저 대답했다.

, 협회의 마스터님 그간 안녕하셨습니까, 저는 슬립 포레스트의 길드에서 마스터 엘로드의 비서를 맞고 있는 에이리아입니다.”

에이리아가 에르를 가리키며 말을 이어나갔다.

이 아이는 이번에 저희 길드로 등록하게 된 13살의 아이입니다. 예명은 에르입니다.”

오오... 이번에도 미성년자인가... 자네 길드는 정말 인재의 복이 넘치는 구먼

말투가 하나같이 비슷한데다가 가림막으로 모습을 가리고 있어서 누군지 알아차리기 어려웠기에 에이리아가 마스터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저번에 등록한 소녀가 아르팬인가 아르핸인가 뭐 그렇다지. 그 아이는 능력이 워낙 출중해서 미성년자임에도 불구하고 특별하게 현장 활동이 가능하도록 했네만. 이 아이의 능력은 뭔가?”

이 아이는...”

마스터의 질문에 에이리아가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에르의 모습으로부터 떠오르는 것은 단지 네츄럴 게이지 99%’였고, 그것을 얘기하기엔 섯부른 감이 있었다. 그녀가 머뭇거리다가 자신있게 또박또박 표면적인 것만 대답했다.

네츄럴 게이지를 타고났으며 바람 속성을 가진 무기를 소환한다고 짐작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 외에는 본인 스스로도 능력을 시전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알고 있는 바가 없어 알아내는 과정입니다.”

그렇다는 것인가...”

마스터들이 고민하는 듯한 말투를 내비쳤다. 그사이 에르는 마스터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입에서 아르휀이 언급되는 것을 듣곤 사뭇 놀랐다.

아르휀은 대단한 건가

아르휀의 좋은점을 찾아보고 싶었지만 그러나 에르에게서 떠오르는 아르휀의 모습은 교실에서 봤던 피곤해 하는 모습 밖에는 떠오르지 않았다.

여긴 내 자린데... 넌 누구야...”

사실상 최연소 각성자 이네만, 본인이 능력에 대해 자각하지 못하니, 이 아이는 성인이 될 때까진 현장투입을 할 수 없네.”

, 알겠습니다.”

4인의 마스터가 에이리아를 보고 있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그녀가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따르겠다는 의사를 표했고 이어서 노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아이는 우리 한국 게이지의 귀중한 자원일세. 그러니 철저한 훈련을 통해 능력을 각성시키고 인재로 성장시켜서 시민들을 보호하는 영웅으로 거듭나게끔 해주게

명 받들겠습니다.”

에르는 앉아서 에이리아가 하는 말만 가만히 지켜보다가 협회의 마스터들과의 면담을 마치게 되었다. 이후 둘은 협회 건물의 2층으로 가서 등록절차를 진행했다. 몇 가지 단계별로 테스트를 했는데 첫 번째 절차는 블러드 게이지인지 검사하는 과정이었는데 정식 게이지 능력자로 등록할 때 블러드 게이지는 결격사유이었기에 필수적으로 검사하는 부분이었다. 검시관 한명이 와서 애널라이징 마커를 띄우며 몇 차례 확인하고는 다음 단계로 인도했다

두 번째는 인성검사였다. 에르는 몇가지 지문을 받아 체크한 뒤 검사관에게 제출 하고나서 10분 정도를 기다린 후에 통과했다는 결과서를 받고 나서야 세 번째 단계로 이동했다

세 번째는 체력측정이었는데 키와 몸무게 체지방 가벼운 팔굽혀펴기와 윗몸일으키기 정도를 측정하고 난 뒤에 다음 단계로 진행했다

네 번째는 무슨 게이지인지 측정하는 단계였다. 넓은 공간에 에르만 덩그러니 앉아있었는데 맞은편으로 4명의 애널라이저가 들어오더니 각자 손에 마크를 띄우며 에르를 애널라이징했다. 창 밖에서 그걸 바라보던 에이리아가 문득 에르의 게이지를 떠올렸다.

네츄럴 게이지 99%

에이리아는 자신도 99%라는 글자를 보았으니 검사 결과지에도 그렇게 표기될 것을 예상했다. 둘은 복도 벤치에 앉아 10분정도 검사결과를 기다렸는데 창구 쪽으로 검사관이 나오는 것을 보며 에이리아가 다가가니 검사관이 가벼운 미소를 띄우며 결과지를 건낸다. 에이리아는 결과지를 관심있게 지켜보았는데 결과지에는 네츄럴 게이지라는 글자가 단순하게 찍혀있었고 그걸 본 그녀가 의아함을 감추지 못하며 검사관에게 물었다.

혹시... 단순한 네츄럴 게이지인가요?”

? 검사 결과는 결과지에 나와있는 대로라고 보시면 됩니다.”

... 그 혹시 애널라이저 하신 분들 중에 게이지의 타입에서 뭔가 특별한 글자를 보았거나 한 사람이 없으신가요?”

? , 혹시 특별한 사항이 있다면 비고란에 작성하게 됩니다. 거기에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다면 그 외에 특별한 것은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 네 알겠습니다

에이리아가 심각한 표정으로 결과지를 받아서 돌아서려는 찰나에 검사관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애널라이저는 저도 진행했었는데요. 네츄럴 게이지가 따로 특별하게 있지는 않지 않겠습니까?”

?”

검사관의 말에 에이리아가 돌아보며 물었다.

네츄럴 게이지라면 단지 네츄럴 게이지라는 거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그리고 저희 검사관들 간에 특별하게 나온 얘기는 없으니 안심하고 가셔도 됩니다.”

... 네 감사합니다

검사관이 방긋 웃고는 돌아서며 창구에서 사라졌는데, 에이리아는 애초에 그런 것을 물어본 것이 아니었다. 에이리아가 궁금한 건 99%라는 게이지의 타입이었다. 뭔가 석연치 않은 점을 느꼈지만 다음 검사를 위해 에르의 손을 잡고 자리를 이동했다

다섯 번째는 게이지의 능력을 테스트 하는 것이었지만 현재로썬 에르가 스스로 뭔가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에 검사없이 다섯 번째 테스트를 통과했다. 그리고 둘은 곧바로 주차장으로 내려가 메니페커의 차에 탑승했고 에이리아는 돌아가는 중에서도 뭔가 석연치 않다는 것을 느꼈는데 먼저 검사관의 말을 떠올렸다.

네츄럴 게이지라면 단지 네츄럴 게이지라는 거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그리고 저희 검사관들 간에 특별하게 나온 얘기는 없으니 안심하고 가셔도 됩니다.”

단순한 네츄럴 게이지라고...?’

금새 길드의 자공간에 도착한 에이리아가 에르를 이끌고 어디론가 향했다. 서두르는 에이리아의 모습에 에르가 의문을 가졌지만 말없이 에이리아를 따랐다. 에이리아는 곧장 3층의 복도 안쪽으로 향했고 여성휴게실이라고 적힌 팻말이 걸린 곳으로 들어갔는데 에르가 문득 자신도 들어가도 되나라고 생각했지만 여성 휴게실에서 여성 능력자들이 탁자에 앉아 자유로운 분위기로 이야기를 나누거나 음식을 먹는 등 휴식을 취하고 있었기에 그다지 걱정할 것은 없어보였다. 에이리아는 에르를 이끌고 곧바로 빵을 먹고 있는 카이티를 불러댔다.

카이티씨

우억? 아여으 에이이아

입속에 빵이 가득 든 채 우물거리는 카이티의 말이 정확하게 들리지는 않았지만 대충 무슨 소리인지는 이해할 수 있었다.

카이티씨, 지금 능력쓰실 수 있으시죠?”

꿀꺽, 무슨 일인데 이렇게 바빠 에이리아, 나 배탈나겠다.”

에르를 에널라이징 해주세요

카이티가 우유를 몇 모금 마시고 나서야 에이리아에게 의문을 띄웠다.

? 너도 애널라이저 잖아. 나보다 너가 더 뛰어날텐데 왜?”

아니 그게 아니라 알아볼게 있어서입니다.”

아 그래? 여튼 알겠어.”

카이티가 먹던 빵을 내려놓고는 에르에게 손을 뻗어 애널라이저 마커를 띄웠다. 붉은색의 마커가 카이티의 손앞에서 떠올랐고, 뜬금없이 애널라이저 능력을 사용하는 덕분에 휴게실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에르에게로 쏠렸다. 조용히 카이티의 애널라이저에 집중되었는데 한참이나 돌던 마커의 중앙에 나뭇입 모양이 떠오르곤 마커가 사라졌다. 그러자 에이리아가 카이티가 생각을 정리할 새도 없이 카이티를 재촉했다.

카이티씨, 뭐라고 나왔어요?”

좀 기다려봐 오늘 왜 이렇게 급해

카이티가 오늘따라 평소와는 다른 에이리아의 모습에 당황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에르 역시도 잘 이해가 가질 않았다. 에이리아의 재촉에도 카이티가 마음을 다스리며 침착하게 애널라이저 된 정보를 생각으로 정리한 후 짤막하게 대답했다.

네츄럴 게이지. 그 외에 다른 건 없어.”

에이리아가 카이티에게 다가가 손을 잡으며 다급하게 물었다.

네츄럴 게이지는 맞아요. 그러니까 혹시 네츄럴 게이지 옆에 99라는 글자라던가 혹시 네츄럴 게이지의 특성이 99%다 뭐 이런 것이 없었나요?”

에이리아의 과격한 행동에 카이티마저 당황했다.

, 아니... 그런건 없는데... 대체 무슨 일이야 에이리아, 오늘 왜 이래

카이티 역시도 99%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것에 충격받은 에이리아가 멍하니 섰다. 그녀의 머릿속으로 검사관의 말이 다시 떠올랐다.

네츄럴 게이지라면 단지 네츄럴 게이지라는 거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그리고 저희 검사관들 간에 특별하게 나온 얘기는 없으니 안심하고 가셔도 됩니다.”

감사했습니다. 카이티씨....

... ...”

황급히 에르의 손을 이끌고 휴게실을 나가는 에이리아 태풍이 몰아치고 간 뒤 카이티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평소에는 저렇게 성격이 급한 애가 아닌데... 에르하고 뭐가 문제가 있나?”

 

에이리아가 에르를 이끌고 계단을 내려다가 말고 에르보다 몇 칸 밑에서 에르와 눈높이를 맞추며 대뜸 손을 내밀었다.

미안해 잠깐만 한번 더 확인해볼게 있어서

에이리아의 손앞으로부터 노란색 마커가 떠올랐다. 빠르게 몇 번을 회전하다가 금새 마커의 중앙에서 나뭇잎 모양이 떠오르곤 사라졌다. 에이리아가 적잖이 놀란 표정으로 벽에 몸을 기댔는데 그녀의 눈앞에 애널라이징 글자가 선명하게 떠올랐다.

네츄럴 게이지 99%

에이리아가 멍하니 그 글자를 바라보았는데 에르에겐 보일리 없는 글자를 멍하니 보고 있는 에이리아가 내내 이상하게만 느껴졌다.

누나...?”

말도 안돼...”

에이리아가 순간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말이 있었다.

그를 찾을 수 있는 건. 오직 당신뿐입니다.”

그런 생각에 미친 에이리아가 자신도 모르게 말이 절로 튀어나왔다.

설마... 네가?”

?”

에이리아가 시간을 보더니 늦었음을 깨닫고 황급히 에르를 교실까지 인도했다. 에르를 교실로 데려놓자마자 태풍처럼 사라진 에이리아의 모습에 에르는 오늘 협회에 방문하고 나서 평소와는 다른 그녀의 태도에 문득 걱정이 들었다.

오늘 왜 저러시지...”


에이리아는 어제 일을 보고하기 위해 곧장 꼭대기 층 엘로드의 사무실로 곧장 향했다. 에이리아는 오늘 내내 네츄럴 게이지 99%의 생각을 지울 수 없었는데 갑자기 문득 떠오르는 말이 하나가 있었다.

저번에 등록한 소녀가 아르팬인가 아르핸인가 그렇다지. 능력이 워낙 출중해서 특별하게 미성년자임에도 불구하고 현장 활동이 가능하도록 했네만

협회에서 들었던 말을 비추어 볼 때 아르휀도 충분히 라그나로크의 억제자로써 가능했다. 에르가 99%의 네츄럴 게이지라고 하긴 했지만 생각해보니 아직까지 능력이 무엇인지도 모를뿐더러 섯불리 그가 라그나로크의 억제자라고 생각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왠지 원점으로 돌아온 기분이 든 에이리아의 발걸음에 힘이 빠졌다. 심지어 스파이가 있을 수도 있기에 어제 클로소에게 들은 이야기를 엘로드에게 말하기엔 불안한 점이 있었고 섯부른 판단일 수 있었다. 머리가 복잡해진 에이리아가 괴로워하며 머리를 헝클어트리다가 엘로드에게 가야한다는 걸 깨닫고는 서류가방에서 거울을 꺼내 손으로 머리를 대충 정리한 후에 엘로드의 사무실로 들어갔다.


에이리아의 경쾌한 구둣소리가 화원에 울려퍼졌다. 이제는 그 소리가 익숙해진 엘로드가 책상에 앉아 하던 일을 멈추지않고 고개조차도 들지 않았다. 엘로드의 책상 앞으로 다가선 에이리아가 가볍게 목례를 했다.

그래, 자공간에 가서 얻은 정보가 있나?”

그것이...”

에이리아가 평소와는 다르게 주저함이 있었는데 이상함을 느낀 엘로드가 하던 일을 멈추고 에이리아에게 시선이 향했다.

뭔가 있는 거로군.”

에이리아가 말없이 숨을 들이키며 입술을 깨물었다. 그 모습에 엘로드가 말없이 안경을 벗어 책상에 올려두며 피곤한 듯이 손바닥으로 얼굴을 몇 번 문지르곤 먼저 입을 열었다.

그럼 내가 먼저 이야기 하지. 우리는 어제 오클리누스 길드를 방문하고 나서 습격을 당했다.”

, 대충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거기서 이상한 점을 느꼈어.”

어떤 점을요?”

엘로드는 에이리아를 스윽 바라보며 당시에 자신을 공격한 자들이 잠의 능력에 대해 대응점을 빠삭하게 알고 있었고 손쉽게 대응했었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러자 에이리아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저희가 노려지고 있군요...”

그래. 그래서 난 결정했다.”

무엇을요?”

에이리아가 엘로드의 대답에 조용히 귀를 기울였는데 엘로드가 잠시 뜸을 들이다가 입을 열었다.

당분간 모든 조사를 중지한다. 우리 길드가 노려지고 있어. 그렇다는 말은 우리가 은밀히 조사하는 것에 대해서도 알려지고 있다는 사실도 된다.”

엘로드의 말에 에이리아가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당신의 주변에 쥐가 몇 마리 있군요. 그러니 모든 대화에는 주의를 기울이시기 바랍니다.”

에이리아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엘로드가 말을 이어나갔다.

그러니 안전해졌다고 생각할 때까지 모든 대외적인 활동을 금지하고 능력수련이나 전투훈련을 할꺼야

저기...”

에이리아는 말하지 않으려 했지만 여태까지 같이 활동해온 엘로드는 믿을 수밖에 없었다. 여태껏 그를 필두로 모든 일들을 조사해왔고 따라왔었기에 엘로드 만큼은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이 들었다. 표정이 바뀐 에이리아의 모습에 엘로드는 그녀가 말할 준비가 되었다고 짐작했다.

이제 말할 생각이 드는 거로군

에이리아는 혹시나 누가 엿들을까봐 나지막한 목소리로 클로소와 만났던 이야기를 전부 엘로드에게 전했다.

라그나로크라고?”

... 일단 스파이가 있는 듯하니 말도 조심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으음...”

그런데 라그나로크에 대해서 아시는 바가 있으십니까?”

엘로드가 고개를 절레 저었다.

아니.. 그런데 세상이 세상을 버린다라는 말은 들어본 적이 있거든.”

어디서요?”

엘로드가 에이리아를 스윽 바라보다가 고개를 떨구며 말했다.

필터그리스라는 내 오랜 친구가 있어. 그 친구는 이미 오래전에 그런 소릴 해댔지. 근데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까 그녀석의 말과 자네가 말한 클로소가 한 말이 일치하는군.”

그 사람도 미래를 보는 게이지 였나요?”

아니. 모래바람을 일으키는 샌드 스트라이크 게이지(Sand Strike Gage)였지

그럼 지금은 만날 수 있으세요?”

엘로드가 고개를 절레 저었다.

그날 이후로 자취를 감추었어. 죽은 건지, 살은 건지 모르겠지만. 마지막으로 내게 그 말을 남기고 사라졌어.”

그렇단 말은... 라그나로크를 일으키려는 자들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엘로드가 수긍하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보니까 그럴지도 모르겠군. 라그나로크를 일으키려는 자라... 삶의 시간을 거스르는 자...”

엘로드가 말하다 말고 무슨 생각이 떠올랐는지 동공이 커졌다.

설마...”

혹시 누군지 아시겠어요?”

엘로드가 에이리아를 스윽 바라보며 입을 떼려다가 갑자기 말하는 것을 주저했다.

대충 가닥은 잡혀. 정확히 누구라고 말은 못하겠지만 명확해지면 알려줄게. 그건 그렇고 그래서 넌 라그나로크를 억제하려는 자가 누군지 알겠어?”

엘로드의 말에 에이리아는 두아이를 떠올렸다.

저는 현재 두 명 정도 가능성이 보이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아이들? 미성년자 중에 있다는 건가?”

그게 누구지?”

에르와 아르휀입니다.”

납득하지 못할만한 에이리아의 대답에 엘로드가 잠시 머뭇거리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아르휀은 그렇다 쳐도 에르는 아직 자기 능력이 무엇인지 조차 몰라. 그런데 에르라고?”

에이리아가 자신이 보았던 네츄럴 게이지 99%에 대해 말하려 했지만 증명할 방법이 없었기에 다른 구도로 대답을 생각해냈다.

저희에겐 아직 7년이라는 시간이 있습니다. 클로소의 말에 의하면 두 아이들이 성장할 시간이 7년은 더 남았다라는 것이 되겠죠.”

...”

엘로드가 잠시 고민하는 듯 하다가 입을 열었다.

좋아. 그럼 단장 내일부터 에르의 능력을 알아내는데 집중하도록 해.”

어차피 당분간은 블러드 게이지가 아니라면 출동하지 않을테니.”

 

에이리아가 생각에 빠진 채 홀로 로비를 거닐었다. 에르에 대한 생각과 클로소의 이야기 그리고 라그나로크에 대한 것이었다. 또한 엘로드는 뭔가 알고 있는 듯 했다. 특히 클로소의 이야기를 통해 뭔가 더 확증을 얻은 것 같아 보였지만 왠지 모르게 자신에게는 이야기하기를 꺼려하는 듯했다. 그사이 벽에 기댄 채 에이리아를 지켜보고 있던 바이스가 중얼거렸다.

무슨 생각을 하는데 그렇게 돌아댕기냐 땅바닥 꺼지겠다

아 바이스씨...”

에이리아가 한숨을 내쉬며 답답해하다가 문득 바이스에게 물었다.

바이스씨

왜 땜빵녀

바이스의 말에 에이리아가 섬찟하며 자신도 모르게 꽁지부분으로 손이 갔지만 바이스의 장난끼가 가득한 표정을 보곤 뾰루퉁한 표정을 지으며 구둣발로 바닥을 살짝 내리쳤다.

자꾸 그렇게 부르실꺼에요 바이스씨?”

왜 내 맘이야

자유분방하고 제멋대로인 바이스에게 뭐라고 한다고 해서 고쳐질리는 없었기에 에이리아는 포기하고 물으려던 것을 마져 물었다.

그런데, 바이스씨도 에르를 처음 봤을 때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셨어요?”

?”

잘 듣지 못한 바이스를 향해 에이리아가 재차 물었다.

그러니까, 바이스씨가 에르를 처음 봤을 때 좀 이상하다고 했잖아요.”

그 이상한 게 어떤 거였어요?”

바이스가 턱을 매만지며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뭔가 평소에는 느끼지 못한 위화감이 드는 그런 느낌이었는데. 사실 잘 모르겠어.”

? 잘 모르겠다뇨?”

.. 그러니까 그 녀석이 온 날부터 뭔가 이상하긴 했는데 그게 그 녀석 때문에 이상한건지. 아니면 다른 데에서 이유가 있는지 사실 지금은 제대로 구분이 가지 않아.”

의외의 대답이었다. 에이리아는 자신이 느낀 바와 바이스가 비슷한 것을 얘기해주길 바랬지만 전혀 다른 내용인 듯했다.

난 그보다 네가 애널라이저니까 네가 뭔가를 얘기해주길 바랬는데 뭔가 얻은 게 없는 모양이지?”

... 일단은 그렇습니다

에이리아가 고개를 떨군 채 구두로 바닥만 긁어댔다. 정리되지 않는 정보가 가득한데다가 의문점 투성이었다. 특히나 언제 어디에서 스파이가 있을지 몰라 말조심을 해야했기에 경계심마져 늦출 수가 없었다. 그러다 문득 말똥말똥히 자신을 바라보는 바이스를 보며 에이리아는 고민에 빠졌다.

바이스씨도 믿을 수 있을까. 바이스씨는 어디부터 시작하신 걸까

바이스가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고는 자리를 뜨며 에이리아에게 툭 내뱉었다.

언제든지 고민이 있으면 이야기하라구 땜빵녀. 이래 보여도 슬립 포레스트의 자공간을 맡고 있는 어엿한 능력자니까. 이 길드를 지키는데 가장 중요한 내가 어떤 사실을 모르고, 누군가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내가 길드를 어떻게 지키겠어 안그래?”

바이스가 멈춰서서 에이리아를 슬쩍 돌아보았고 에이리아도 마찬가지로 바이스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서로 묘한 시선이 흘렀다.

그러니까 고민이 있으면 얘길하라구. 말은 험해도 잘 생각해보면 난 비밀같은 건 어디에서도 얘기한 적이 없다구?”

바이스가 곧장 돌아서 한손을 올려 잘가라는 식으로 제스쳐를 취하며 어디론가 사라졌다. 에이리아는 바이스의 말을 곰곰이 생각하다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스파이를 알아내려면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겠죠. 네츄럴 게이지 99%도 알아내기 전까진 예의주시 하는 수밖에요.

멀리서 에이리아를 지켜보던 바이스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 홍차매니아 2018.09.17 10:45
    선추천
  • 반딧불 2018.09.17 18:38
    후 비추천
  • PORSCHE 2018.09.17 18:49
    오랜만에 바이스 등장! 좋다!
    여러가지로 쉬어가면서 떡밥을 뿌리는 편이었군 잘읽었다.
  • 반딧불 2018.09.17 19:16

    이 다음부터는 떡밥을 회수할 시간입니다

  • SKEN 2018.09.19 00:21
    전 편에서 환기 시킨 스텐스와 그 내용을 토대로 구체적인 상황 전개를 통해 주인공에게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이 좋다!
    적의 정체와 목적을 숨긴채 스파이가 있다는 사실 하나만을 공개함으로써
    이전에 나온 등장인물들과 새로 나온 등장인물들에 대해
    독자들이 수상함을 가지고 몰입해서 읽게 만드는 유도도 넘나 좋다!
    수면에 떠오른 음모에 걸맞게 여기저기서 애매한 냄새가 풍기는 것과 그것이 이야기 진행에 적절하게 묻어나오는 것도
    아주아주 좋네요!
    아아 원흉과 흑막들 스파이들, 1%가 부족한 네츄럴게이지의 의미, 그것을 왜 에이리아만 볼 수 있는가,
    바이스는 과연 완전히 아군이라고만 생각 할 수 있는 포지션인가, 기타 여러가지 무수히 많은 떡밥들..!!
    궁금해지는게 넘나 많아 다음편이 매우매우 기다려집니다.
  • 반딧불 2018.09.19 00:30
    제가 표현하는 부분을 역시 명확히 이해하고 계시네요
    부족한 소설을 이리나 잘 이해해주시니
    늘 감사드릴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