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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2018.08.14 12:50

GAGE -단편- : 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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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지 단편 

실험삼아 써본 서브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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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AGE Season1 ~Blood Gage~

   단편 : 나락


  인영만 겨우 보이는 캄캄한 방안에 새어들어오는 햇빛 사이로 부유하는 먼지가 보였다. 침대에 앉아있던 남자는 슬쩍 일어서더니 빛이 스며드는 창가 앞에 서서 틈사이를 바라보고는 무심하게 두터운 커텐을 당겼다. 그제서야 방안에 어둠이 내려앉으며 사물조차 구분하기 어려워졌다. 그리곤 방문이 열리는 찰칵 소리가 들렸고 어두워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거실인 듯한 넓은 공간의 가장자리에서 저벅저벅하는 소리가 들리다가 멈추었다. 이윽고 탁 하는 소리와 함께 전등이 켜졌고, 거실의 중앙엔 피가 낭자한 여성이 기이한 자세로 누워있었다. 긴 머리칼을 늘어트린채 초점없는 동공은 그녀가 죽어있다는 것을 알려주었고, 그녀의 주변으로 흥건하게 퍼져있는 피는 적갈색으로 굳어있었는데 그녀의 생명이 꺼진지 오래된듯 보였다. 그리고 검은색 카고바지에 검은색 티셔츠를 입은 남자가 천천히 여자의 앞에 다가가 쭈그려 앉고는 시체를 오랫동안 관찰했다. 온몸에 칼을 수십번 찔려 옷의 곳곳이 칼집이 난채로 물들어 있었고 남자는 무표정한 얼굴로 대뜸 자신의 오른손바닥을 올려다 보았다. 그리고 벌떡 일어서더니 곧바로 현관을 열고 나갔다. 

  한동안 텔레비전에서는 참혹한 살인현장을 보도하며 들썩였다. 그리고 그 사건은 여러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회자되었고, 범인은 잡지 못한채 의문의 사건으로 남게 되었다.

  그로부터 한달 후 저녁, 사건이 일어났었던 근처 공원에서 검은 옷과 검은 모자를 눌러쓴 남자가 벤치에 앉아 허리를 숙인채 담배를 피고 있었다. 그리고 공원 입구로부터 떠들썩한 소리가 들리더니 여학생 두명이 웃음기를 띈채 수다를 떨며 남자의 앞을 지나갔다. 여학생 두명은 혼자 벤치에 앉은 남자가 은근히 신경쓰였지만, 모른척하며 지나갔고, 여학생들이 지나갈때 남자가 슬쩍 여학생들을 곁눈질했다. 그 남자는 행복해 보이는 여학생들을 보더니 눈동자에서 살의가 타올랐다.

  여학생들은 어두운 주택가 골목으로 들어갔는데, 몇개의 가로등이 꺼져 더 음산한 분위기를 풍기는 골목이 무서웠지만, 지나가지 않을 수는 없었고, 그나마 둘이 같이 있어서 크게 무서워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분위기로 인해 묘하게 말수가 줄어든 여학생들이 주변에 귀를 기울였다. 이윽고 여학생들의 뒤로 발걸음이 들려왔고, 무서웠던 여학생들이 슬쩍 뒤를 보았는데, 공원에서 봤던 남자였기에, 놀란 나머지 걸음을 재촉했고, 마음한켠으로 불안했던 생각이 아니기를 바랬다. 그리고 남자의 걸음도 덩달아 빨라지며 예상했던 불안감이 여학생들을 엄습했다. 빨라지는 남자의 걸음에 여학생들이 도망치려 달리기 시작했다. 여학생들은 남자를 따돌리려 골목사이를 이리저리 달렸고, 숨이 차올랐던 여학생들이 멈춰서서 쪼그려 앉은채 숨을 골랐다. 남자가 여전히 따라오는지 귀를 기울였는데 발소리가 들리지 않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어디에 있을지 모르기에 여학생들은 한동안 그자리에 앉아 숨을 고르며 상황을 지켜보았고, 더이상 남자가 따라오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기에 걸음을 옮기며 골목의 모퉁이를 돌았는데,  쫓아오던 검은색 모자의 남자가 가만히 서있는 기에 여학생들이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았다. 그리고 남자가 저벅저벅하는 발걸음 소리를 내며 여학생들에게 다가갔고 여학생들이 공포에 지린듯 발길질만 해대며 일어나지 못했다. 여학생들은 울상이 된 얼굴로 살려달라며 울먹거렸고 여학생들의 머릿속으로 한달전에 일어난 살인사건이 문득 떠올랐다. 그 생각에 미친 여학생들이 살려달라고 소리를 질렀는데, 남자가 뒷주머니로 슬쩍 손이 가며 칼을 꺼내들었다. 그걸 본 여학생들이 오줌을 지리며 비린내가 풍겨왔다. 하지만 남자의 그런 여학생들의 모습에 눈깜짝하지 않고 살기가 서린 칼을 쳐들었다. 그리고 주저없이 칼을 내려찍을 찰나에 손이 멈춰서면서 부들부들 떨려왔고, 손을 가누지 못하던 남자가 다른 손으로 떨리는 손을 감싸쥐었다. 뭔가 낌새가 이상했던 여학생 한명이 일어나서 얼른 친구를 일으켜 세우고는 남자의 반대편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도망치는 여학생들을 본 남자는 다급했는지 한손을 잡은채 여학생들을 부랴부랴 뒤쫓았다. 여학생들이 모퉁이를 도는 것을 보곤 남자로 따라서 모퉁이를 돌았는데, 막다른 골목이 나오며 여학생들이 홀연히 사라진듯 보이지 않았다. 남자는 멀뚱히 골목을 바라보다가 뒤를 돌려는 찰나에 기둥 뒤로 끅끅하는 소리와 함께 발이 끌리는 소리가 들려 멈칫하더니 다시 막다른 길로 돌아섰다. 그러자 기둥뒤에서 여학생들이 튀어나오더니 눈물범벅이 된 채 살려달라며 애원했다. 무표정한 남자는 천천히 여학생들에게 다가가며 다시 칼을 쳐들었는데 칼을 잡은 손이 다시 부들부들 떨리며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고, 화가난 남자는 이를 앙다물곤 억지로 팔에 힘을 주며 다시 칼을 쳐들어 주저없이 한 여학생의 머리위로 칼을 휘둘렀다. 그러자 칼이 여학생의 머리위부터 눈밑까지 그어내리며 피를 뿜어냈고,  그녀가 맥없이 풀썩 쓰러졌다. 쓰러진 친구의 모습에 옆에 있던 여학생이 비명을 지르며 몸서리를 쳤다. 

  "꺄아아악!!!"

  남자는 시끄러운 여학생이 짜증났는지 여학생의 얼굴을 향해 서슴없이 주먹을 날렸고 그 충격에 여학생이 나가떨어지며 벽에 머리를 부딪치더니 축 늘어졌다. 그리고 갑자기 남자의 손이 칼을 잡을 수 없을 정도로 맹렬하게 떨려와 주저앉아 고통스러운듯 손을 움켜잡았는데, 피를 흘리며 쓰러져있던 여학생이 살아있는 듯 뒤척였고, 제어가 되지 않던 손안에서 대뜸 초록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이내 정육면체의 형상이 생겨났고, 그것이 갑자기 커지며 순식간에 주변으로 퍼져나갔다. 그리고 분위기가 고요해지더니, 남자의 손 떨림이 멈추었다. 그리고 그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고, 갑자기 그의 오른팔 가죽이 녹아내리며 피가 흥건히 쏟아졌는데, 오른팔이 괴기스럽게 뼈만 남은채 커다란 낫의 형태가 되었다. 그의 눈이 붉게 빛나며 낫이 된 팔을 들어올리더니 무표정한 얼굴로 쓰러진 여학생을 응시했다.

  [푸욱]


  공간의 밖 건물 옥상에서 그것을 지켜보고 있던 남자가 있었다. 그 남자는 붉은 모자를 쓴채 살인의 현장을 지켜보다가 모자를 푹 눌러쓰고는 자리를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