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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evaliers Rhapsody  ~ 기사의 노래 ~ 』
                       『 제 1 악장 【 Raven 】 # The Silver Wolf 』

-!

크악!”

 

검을 잃고 무방비가 된 로이에르의 가슴팍에 사내의 발길질이 꽂혔다.

거친 발길질에 나자빠진 로이에르는 극심한 고통 속에서도 몸을 일으키려 하였지만,

명치를 제대로 얻어맞은 그는 숨을 가누는 것조차 버거운 상태였다.

 

퍼억-!

 

  이어진 상대의 발길질이 복부에 충격을 가했고 로이에르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뒤로 굴러갔다.

일어나야해!’

  로이에르의 이성이 필사적으로 자신의 몸에게 요구했지만,

그의 몸은 밀려오는 통증으로 그의 요구를 행할 여력이 없었다.

 

어이, 아까의 기세는 다 어디로 가셨나?”

 

  이죽거리며 다가오는 사내

만약 이 상황이 기사 학교의 대련 수업이었다면 다가온 상대는 이제 오른손을 내밀고

로이에르는 그 손을 맞잡고 일어나 못 당하겠단 표정과 함께 옷을 털어내고 대련을 끝내겠지만

다가오는 사내의 오른손에 꽉 쥐어진 날카로운 검은 그런 상황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로이에르의 앞으로 다가온 상대는 오른손을 내미는 대신 오른발로 로이에르의 가슴팍을 밟고 짓눌렀다.

 

커헉!”

 

  사내의 발이 가슴을 짓누르자 격통을 동반한 짧은 신음이 터졌고

아이러니하게도 신음과 함께 숨이 터져 겨우 숨을 고르게 된 로이에르의 눈에는

서슬 퍼런 검을 들고 히죽 웃고 있는 사내의 얼굴이 선명하게 들어왔다.

 

뭐 나름 잘했어 기사나리, 먼저 가서 쓸쓸하겠지만 너무 걱정하지는 마.

 모시는 아가씨도 머지않아 뒤따라가게 될 거야. 물론 어엿한 여자가 돼서 말이지!”

 

  이죽거림과 함께 검을 쥔 사내의 팔에 힘이 들어가자

이어질 일에 로이에르는 눈을 질끈 감았다.

에이페리아에 대한 걱정도, 패배에 대한 분노도, 마지막 이죽거림에 대꾸할 말도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겨우 이렇게 죽는 건가...? 이렇게 허무하게?’

  그저 눈앞의 현실로 닥쳐올 죽음이란 결과 앞에 눈을 질끈 감는 것 말고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

 

  차가운 쇳덩어리가 자신의 목을 헤집는 대신 귓가를 때린 뜬금없는 금속음에

로이에르는 질끈 감았던 눈을 천천히 떴다.

눈을 뜨자 사내의 검 끝이 그의 얼굴 코앞에 있었고, 사내의 검을 익숙한 다른 검이 가로 막고 있었다.

 

미안하군, 상황이 너무 급박해보여서 말이지.”

 

  낯익은 목소리에 시야를 넓히자 어느새 자신의 검을 한손에 들고 사내의 검을 받은 라쿠스의 등이 보였다.

로이에르는 급격하게 변한 상황을 머리가 미처 받아들이지 못한 채 두 눈만 껌벅거렸고

라쿠스는 그런 로이에르를 등 뒤에 두고 시선은 사내에게 고정한 채 이어 말했다.

 

미리 허락받고 쓰긴 힘들 것 같아서 자네 검 좀 무단으로 사용했네, 뒤로 좀 물러나 있게.”

 

  어안이 벙벙한 로이에르는 라쿠스가 자신을 보고 있지 않음에도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걷는 법도 잊어버린 듯 쓰러져있던 자세 그대로 땅을 기며 뒤로 물러났다.

등을 땅에 붙인 채 팔과 다리를 허우적거리며 뒤로 움직이는 그 모양새는 꽤나 볼품없고 우스웠다.

 

넌 또 뭐하는 놈이야! 어차피 다음은 네 놈 차례였는데 너부터 먼저 보내주마!”

뭐 보낼 수 있다면 한번 해봐

 

  자신의 으름장과 대조적으로 무미건조하게 읊조리는 라쿠스에게 발끈한 사내는

검에 힘을 줘 맞닿아 있는 라쿠스의 검을 짓눌러 내리려 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사내가 아무리 힘을 줘도 라쿠스가 쥔 검은 작은 미동조차 보이지 않았다.

뭐야? 무슨 놈의 힘이?!’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당황한 사내는 다시 검을 내려칠 요량으로 자신의 검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그 순간 그 상황을 보는 모두가 자신의 눈을 의심하는 광경이 벌어졌다.

 

크윽!!”

 

  가까운 거리에서 그 광경을 목격한 로이에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사내가 검을 들어 올림과 동시에 마치 자석으로 붙어있는 것 마냥 라쿠스의 검도 그대로 올라갔고

거기에 더해 라쿠스의 검날은 사내의 검신을 쭉 따라 올라가더니 검끝을 미끄러지듯 지나 다시 검신으로 내려갔다.

, 사내의 검신을 자신의 검날 아래로 두는 모양새로 바꾸더니 그대로 사내의 검끝을 땅바닥으로 내리 눌렀다.

이 모든 과정이 두 사람의 검이 딱 붙어 있는 채로, 그다지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물 흐르듯이 이루어졌다.

말도 안 돼!!’

  로이에르는 눈앞에서 이루어진 일에 속으로 경악했다.

라쿠스의 검은 일련의 움직임에 있어 어떠한 저항조차 받지 않았다.

그것은 마치 서로 간에 합을 맞추고 사내가 검을 가볍게 쥔 다음 검을 쥔 손에 아무런 힘도 주지 않는 듯 했고

그래야만 일어날 수 있는 일로 보였다.

하지만 검을 쥔 사내의 손은 힘을 빼기는커녕 잔뜩 힘을 주어 부들부들 떨릴 정도였다.

 

이게...무슨..! 대체?!”

 

  눈 앞에서 벌어진 일에 경악하는 로이에르만큼 아니 오히려 그보다도 더

현 상황의 당사자인 사내는 말조차 제대로 잇지 못할 정도로 이 상황이 당혹스러웠다.

검을 쥔 손에 아무리 힘을 줘 봐도 여전히 검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고,

사내가 안간힘을 쓰는 것과 반대로 라쿠스는 편안하게 검을 쥐고 무심한 표정으로 사내를 바라보고 있었다.

 

해보라고는 했는데 생각대로 잘 안되지?”

 

  라쿠스의 말에 사내는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그냥 놓고 보면 별거 아닐 수 있는 동작과 검의 움직임이

결코 자연스러울 수 없는 상황에서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이 이루어졌다는 현실과 그 괴리감은

사내의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되어 극한의 공포로 몰려왔다.

 

-! 푸욱-!

끄아악!!”

 

  다시 울리는 금속음, 그리고 사내의 비명소리.

사내의 검을 내리 누르고 있던 라쿠스는 아무렇지도 않게 사내의 검을 발로 걷어차 날렸고

쥐고 있던 검을 놓쳐 순간적으로 할 일을 잊어버린 사내의 손이 미처 까닥거리기도 전에

라쿠스의 검이 사내의 손등을 꿰뚫고 땅에 박혔다.

그리고 울려 퍼진 사내의 비명소리는 어느새 넋을 잃고 그 상황을 바라보고만 있던 사람들의 정신을 일깨웠다.

에이페리아는 놀라 움찔거렸으며, 사내의 부하들은 사내를 돕고자 그제야 급히 자신들의 무기에 손을 가져갔으나,

이어지는 라쿠스의 말에 더 이상 움직일 수가 없었다.

 

충고하는데, 무기를 뽑아드는 순간부터 전부 죽는다.”

 

  위협적으로 으르렁거리지도 고함치지도 않고 그저 안부인사 건네듯이 평범한 어조였다.

하지만 라쿠스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에이페리아를 제외한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같은 느낌에 휩싸였다.

그럴 리가 없음에도 주변의 공기가 무거워지고 줄어드는 것 같았다.

이유 없이 높아지는 맥박과 폐의 격렬한 요구로 숨이 거칠어지기 시작했고,

어느덧 몸 주위의 공기는 끈적이며 무겁게 몸을 옭아매고, 등줄기에는 서늘함 마저 일었다.

머리가 온전히 인지하지 못할 상황이 연속되어 사내와 그 부하들의 머릿속이 새하얘지는 동안

로이에르는 지금 주변에 짙게 깔린 이 분위기가 자신이 어제 주점 레임에서 겪은 것과 동일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내의 부하들이 옴짝달싹 못하고 그저 바라만 보는 것을 확인한 라쿠스는 그제야 로이에르를 쳐다보며 말했다.

 

애송이 아직 사람 죽여본적 없지?”

 

  라쿠스의 그 말을 듣고 나서야 그것이 단서가 되어 로이에르는 자신이 어제 겪은,

그리고 지금 느껴지는 이 정체를 알 수 없는 분위기가 무엇인지 어렴풋이 깨달았다.

‘...설마 살기인가! 풍기는 기운만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살기라고?!’

 로이에르는 얼빠진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걸 어떻게..”

그냥 딱 봐도 그래 보이는군.”

로이에르! 괜찮은 거야?!”

 

  라쿠스가 어느정도 상황을 정리했단 생각이 들었는지 에이페리아가 소리치며 로이에르에게 달려왔다.

어디 심하게 다친 곳은 없는지 로이에르의 몸을 살피던 그녀는 주저앉아있던 그를 부축해 일으켜 세웠다.

그 광경을 보며 라쿠스는 잠시 뭔가 고민하는 듯 턱 끝을 어루만지다 이내 로이에르에게 말했다.

 

이참에 한번 죽여 보는 것도 괜찮.. , 그게 아니군.”

 

  로이에르에게 말하던 라쿠스는 옆에 있는 에이페리아를 보자

생각이 바뀐 듯 대화의 대상을 에이페리아로 돌렸다.

 

어떻게 할까 아가씨? 죽일까?”

 

  순간 에이페리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뭐라고요?”

일단은 현재 아가씨가 고용인 비슷한 입장이니까, 먼저 물어보는 거야.”

 

  에이페리아는 라쿠스의 얼굴을 쳐다봤고 그의 아무렇지 않아 하는 표정으로 알 수 있었다.

정말 그냥 단순하게 저들을 죽일지 살릴지의 의사결정을 자신에게 묻고 있는 것이라고,

여기서 그녀가 죽이라고 말을 하면 라쿠스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저들을 죽일 것이라는 것을.

사람의 생사를 마치 왼쪽 길로 갈까 오른쪽 길로 갈까라는 느낌으로 묻는 라쿠스의 행동에 위화감을 느끼며

에이페리아는 시비를 걸었던 사내와 그 부하들에게 시선을 돌렸고,

손을 꿰뚫은 검을 어쩌지 못한 채 신음 소리만 내고 있는 사내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사내의 부하들이 차례로 눈에 들어오자 눈살을 찌푸리며 외쳤다.

 

죽일 것까진 없잖아요! 이만하면 충분하니 그냥 보내줘요! 그리고 당신들 다신 내 앞에 나타날 생각도 말아!”

 

  에이페리아의 외침에 알겠다는 듯 라쿠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내의 손에 박힌 검을 가볍게 뽑아들었고,

이윽고 사내의 부하들 몇몇이 사내에게 다가와 그를 부축하여 데려갔다.

잠깐의 시간 후 사내들은 라쿠스의 눈치를 살피며 그에게서 멀어져갔고

라쿠스는 멀어져가는 사내들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너무 무르군.”

당신 정말 죽일 생각이었어요?”

 

  라쿠스의 중얼거림을 들은 에이페리아가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고

그녀의 물음에 라쿠스는 당연한 걸 왜 묻느냐는 식으로 대답했다.

 

그래서 물어본 거잖아.”

당신은 어떻게 사람의 목숨을 그렇게 쉽게 이야기 하는 거죠?”

내가 쉽게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아가씨와 애송이가 너무 무른 거야.”

 

  인상을 잔뜩 찌푸린 에이페리아가 다시 대꾸하기도 전에

라쿠스가 그녀와 로이에르를 쳐다보며 이어 말했다.

 

검은 장난감이 아니야 흉기고 살인도구지, 상대는 살인을 위해 검을 휘두르는데 사람 한번 죽여본적 없는 애송이는

 대련하는 마음가짐으로 임하니 그 꼴을 당하는 거고, 결과적으로 지금은 이렇게 별 일 없이 끝났지만, 만약 내가 없었다면?

 애송이는 이미 시체가 돼서 썩어가고 있을 테고 아가씨는 저 놈들에게 끌려가 온갖 능욕만 당하다 버려졌겠지.

 어제 나에게 라 퀴노스를 꼭 가야만 한다고 말하던 아가씨의 목적과 인생의 무게는 그런 일을 겪어도 상관없을 정도로

 가벼운 건가? 실제로 그렇게 만들려고 한 자들을 그냥 보내줄 정도로? 나에게는 죽을 각오도 없이 남을 죽이려하는 자들의

 머릿속만큼이나 이해가 안 가는군.”

 

  라쿠스는 지금까지와 다를 것 없이 무심히 이야기 했으나, 그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가볍지 않았다.

왠지 모르게 자신들을 꾸짖는 것 같은 기분까지 느끼며 로이에르는 말 없이 고개를 숙였고,

에이페리아는 뭐라 대꾸할 말이 없어지자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아무렇지 않게 할 말을 다하고 로이에르의 검에 묻은 피를 가볍게 털어내던 라쿠스는

한참을 두 사람이 아무런 대꾸도 없이 그러고 있자 다시 입을 열었다.

 

뭐해?”

 

  라쿠스가 부르자 그제야 멀뚱멀뚱한 눈으로 쳐다보는 로이에르와 에이페리아.

그런 두 남녀를 보며 라쿠스는 의아한 표정과 함께 어깨를 으쓱였다.

 

라 퀴노스로 안 갈건가?”


『 C h e v a l i e r s R h a p s o d y ~ 기사의 노래 ~』

  『 제 1 악장 【 R a v e n 】 # The Silver Wolf.5 』

by SKEN

SKEN표 소설은 오타나 이상한 부분은 여러분의 제보에 의지하고 있습니다(...)

★리셋, 리부트 없이 5편이라니!

  • 홍차매니아 2017.06.18 17:30
    필력이라던가 문장력은 너님 스타일대로 완성된거 같다. 나머진

    오래전일이라 기억이 안난다 나머지 글 다시 읽을때까지 기달려달라
  • SKEN 2017.06.20 02:05
    허나 모든 스텟을 속도를 제외하고 투자하여 연재속도가 마이너스 수치라 한다(...)
  • 반딧불 2017.06.18 22:06
    컥 전꺼 읽고 올게요 (...)
  • SKEN 2017.06.20 02:05
    쓴 사람도 전꺼 읽고 와야하는 매직!
  • 반딧불 2017.06.20 15:18
    ㄹ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