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책- 시작 01 (내용추가 17.02.16)
남자, Y는 곧장 빈정거리며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하, 세계의 책? 혹시 내가 아는 그거 맞나?"
남자는 자신의 코트 안쪽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들었다. 필터 부분을 입에 물고는 말을 이어갔다.
"저 빌어먹을 기생충들이 말하는 전설에 나오는, 세상의 모든 답을 담고 있는 책을 해석한 책 속의 책?"
"네, 그거요."
Y는 라이터를 찾으며 주섬주섬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Y의 말에는 경멸과 비웃음이 잔뜩 묻어났지만 리키는 덤덤하게 대꾸했다. 리키의 고른 숨결은 무척이나 고요했다. 거센 바람에도 찬찬히 흔들리는 억새풀 같은 고요함. 시끄러운 술집에서 유난히 이질적인 분위기. Y는 자신 앞에 앉아있는 리키가 너무나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뜬금없는 이야기. 뜬금없는 첫 만남. 아담한 여자를 바라본 호감이 넘치는 첫 인상은 어느새 사라져버렸다.
Y는 자신의 거칠고 굳은살이 박인 왼손바닥으로 자신의 얼굴을 쓰려내렸다. Y는 주머니에서 라이타를 결국 찾아내지 못했다. 신경질적으로 담배의 필터를 질겅질겅 씹어댔다.
"뭔, 뚱딴지 같은 소리를 하고 자빠졌는지 모르겠네. 이봐요, 이 맹추 같은 사람아, 지금 제정신으로 하는 소리인가?"
Y의 말투는 무척이나 날카로웠다.
리키는 그런 Y를 지긋이 바라보다, 테이블을 톡톡 두들겼다. Y의 굵직한 눈썹이 꿈틀거렸다. 리키는 술집의 한쪽 통유리 너머를 가리켰다.
"길잡이. 저걸 보면,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있다는 것을 잘 아실예요."
통유리 넘어. 이제는 일상이 돼버린 풍경에 Y는 입을 다물었다.
짙은 암벽이 만들어낸 그림자 속에 파묻혀버린 도시. 14개의 박살난 고층건물이 기둥이 되어 지반을 뚫어낸 구멍사이로, 햇살이 쏟아진다. 14개의 고층건물을 기둥 삼아, 강철 프레임과 강화유리로 이뤄진 천장은 뻥 뚫린 구멍을 단단히 막아놓았다. 그리고 천장 정 가운데, 거대한 프로펠러3개가 쉼틈없이 돌아간다. 거대한 프로펠러와 강철 프레임의 그림자가 도시에 내려앉는다.
지하 공동의 거대도시. 분명 19년 전, 도시는 지상 위에서 번영을 누리고 있었다. Y는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테이블 한켠에 내려놓았다. 리키는 진지하게 Y에게 말했다.
"길잡이. 당신이 이 바닥에서 유명한 사람인지 아닌지, 저는 몰라요. 단지 소개받았을 뿐이죠."
리키의 짙푸른 눈동자는 Y을 꿰뚫는 듯이 바라본다. Y는 저도 모르게 그 짙은 푸른 눈동자에 시선을 빼앗겼다.
"그 누구도, 19년 전의 「대전이」를 생각못했어요. 아시잖아요."
"뭐, 그렇지"
Y는 마지못해 수긍했다. Y도 19년 전 일어난 대전이를 겪은 세대였다. 하루만에 세상이 뒤바꿔버린 대참사. Y는 19년동안 벌어진 아수라장을 생각했다. 지하에 파묻힌 도시. 14개의 고층건물은 박살났고, 그 충격으로 지하 암벽 천장이 부서져, 도시로 쏟아져 내렸다.
그리고 새로이 생긴 구멍으로 쏟아지는 태양빛과 외부의 공기. 그리고 괴물들.
Y는 지난 19년의 추악한 투쟁의 시간을 기억했다. 순식간에 박살난 인프라와 사회 시스템들. 그리고 도시에 숨어들어온 기생충들과 괴물들.
"이봐, 세계의 책 말이야. 확실한 정보라도 있는거야?"
Y는 슬며시 들어온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리키에게 물었다. 리키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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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에 쓰던건 또 어디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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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에 쓰던거 폭발시켰어요. 껄껄껄
겁나 짧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