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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vil Room Begining


                                 8 men (1)




  회색빛 건물 하늘 위로 햇빛이 반짝인다. 그 내려쬐는 햇빛 아래 회색빛 사람들은 끊임없이 분주하다.

평소와 다름 없는 거리, 평소와는 다름 없는 사람들의 표정들.

마치 영혼없는 태엽인형과도 같은 사람들의 움직임 속에서 나도 동화되어 가는 것일까

  맑은 날씨는 어떤 부정한면을 숨기기 위한 것으로 밖에는 느껴지지 않는다. 어떤 위화감도 느껴지지 않는다.

  마치 색을 잃은 회색빛처럼..

  나는 낚은 등산가방을 메고, 정처없이 길을 걷는다.


  (터벅,터벅)

  죄인이 된것 마냥 고개숙인채 바라보는 시선엔, 미로처럼 이어진 보도블럭의 무늬가 지난날을 떠올리게 만든다.

  인생을 살며 항상 내게 되물었다.

  '나는 대체 왜 살아있는 것일까, 무엇을 위해 살아있는 걸까?'

  나는 항상 사춘기 소년이 자신의 태어난 이유를 찾아 헤메는 방황 아닌 방황을 하는, 그런 소년과도 같은 질문을 해왔다.

  그리고  5년전,

 도돌이표 같은 기나긴 인생의 질문속에서 내가 비로소 태어난 이유를 찾게된 그녀를 만나게 되었다.

 마치 영화에서 나올듯한 그녀의 모습에 난 반했다. 마치 인생은 무엇일까라는 것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려는 것마냥

 나는 끊임없이 구애의 손길을 내밀었다. 마침내 한참이 지나서야 그녀는 내손을 잡아주었고,

 맹렬히 타오르는 화롯불처럼 나는 그녀와 사랑을 나누었다.

 그리고 끝끝내 결혼이라는 정답에 도달했다.

 부유하게 살진 않았지만, 사랑스러운 아내와 세상 그 어떤 보물과도 비교할 수 없는 딸을 갖고, 이 가정을 유지하는데 비록 힘들지만,

 그 가정의 따뜻함이 너무도 행복했다.  이 가정을 지켜야만 했다. 왜냐면 내 인생의 정답이었으니까.


  하지만,

  너무도 맹렬이 타오른 탓이었을까,

  어느날,

  일을 하기 위해 출근한 사이, 나의 행복은 산산히 부숴졌다.



  ------------------------------------------------------------------------------------------------------------------------------------------------------------------------

   나의 일상, 나의 행복을 무너트린 것은,

  다름 아닌 싸이코패스의 손에 의해 산산히 부서졌다.

  다행히도 당시에 살인사건이라면 끈질기게 쫓아다니는 형사의 추격끝에 그 싸이코패스는 잡혔다.

  그리고 그 싸이코패스는 10년의 형량을 살고 있다. 

   하지만 아내와 딸이 그렇게 무참히 죽고 난 그날 뒤로부터 제대로 잠을 잔적이 없다.

   지금은 노숙자가 되어 길을 방랑하고 있다.

   기껏 얻은 정답 아래서 내가 지금 가진 것은 오직 찬란했던 추억과 절망감 뿐이다.

  사실 자살시도도 여러번 했다.

  하지만 눈을 감으면, 아내와 토끼같은 딸의 얼굴이 보인다.

  그리고 항상 같은 꿈을 꾼다.

  우리집앞 빌라에 인파와 경찰들이 모여있고,

  나는 불안감을 가득 안고 그 인파들을 헤치며 아득했던 집을 향해 뛰어간다.

  '아닐꺼야, 제발 아닐꺼야, 아니어라! 제발 아니어라!'

  그리고 문이 활짝 열린채 가로막힌 접근금지 테이프를 속풀이라도 하듯 있는 힘껏 잡아 뜯는다.

  마치 이것은 거짓이라고 부정하는 듯이 몸서리친다.

  그리고 꼭두각시 인형처럼 서있는 경찰관들이 나를 막아선다. 하지만 나는 있는 힘껏 경찰관들을 밀쳐내고 집안으로 들어간다.

 현장을 검사하는 감식반들, 그리고 사람이 흰천으로 덮혀있는 것을 바라보고 있는 형사들. 

 이 모든 장면들이 마치 어제 일어난 일 처럼 생생하다.

  그리고 나는 이 흰천을 잡고 걷어내면서 보이지 않는 뭔가를 보려고 노력하지만 끝내 보이지 않고 잠에서 깬다.

그렇게 눈을 뜰때마다 자는 동안에도 눈물을 펑펑 흘린 덕에 눈이 항상 퉁퉁 부어있다. 그리고 나는 신문을 걷어내며

술에 취한채 거리를 방황하다 공원에서 잠이 들었던 깨닫는다. 눈물이 멎지 않는다.

  내게 아직도 나올 눈물이 있다니,

가족을 지키지 못한 내가 이렇게 눈물을 흘릴 자격이 있기나 할까? 정말 눈알을 파내고 싶다고 든 생각이 한두번이 아니다.

 최소 몇 달은 씻지 않은 듯한 모습으로 공원벤치에 앉아있는 내 모습은 노숙자라고 당당히 표현하고 있다.

아침일찍 운동하러 나온사람들, 거리를 지나가는사람들 등등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나를 흘겨보며 인상을 찌푸린다.

과  연 그들은 내가 어떤 아픔에 쳐해있는 지 알기나 할까?

아니, 사실 알고 싶지도 않다. 남의 시선따위 생각할 정도로 내 마음은 여유롭지 못하다.

  사실 돈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아내와 내 앞으로 들어둔 보험 덕분에, 생명 보험 2억과 위로금 5천만원이 고스란히 통장에 들어가있다.

 다만, 이 돈이 가족을 희생해서 얻은 것이라니, 손대기도 싫고 보기도 싫다. 그깟 돈 따위는 이제 무의미하다.

숨을 쉬고 있고, 눈을 뜨고 있는 순간이 고통스럽다.

  마치 이 곳, 이 자체가 지옥인것 같다. 정말 답답하고 미칠 것 같은 정신을 겨우겨우 부여잡고 있다.

 그리고 내가 자살하지 않는 이유는 지금 형기를 보내고 있는 그 자식을 꼭 내 손으로 처단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 자식이 살아있는 동안은, 절대 죽을 수가 없다.

  그 자식이 가족이 있다면, 꼭 내손으로 복수해 주고 싶다. 이 고통스런 삶을 너도 한번 느껴봐야 한다.

  그리고 아내의 품으로 돌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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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도 정처없이 걸어다닌다. 하늘을 볼때마다 내가 그녀를 만나기 전,

  나는 왜 태어난 걸까라는 의문을 다시 가진채 필사적으로

  다시 답을 얻으려 한다. 하지만 온갖 생각이 밀려들어 온다. 정말이지 고통스럽다.

  해질녘이 되어서야 나는 잠을 잘 곳을 찾는다. 순간 정신을 놓친 듯한 기분이 들정도로 이곳에 와있는 이유를 알 수 없다.

  여긴 어딜까? 주택가 같지만 가로등 한점 켜져있지 않는다.

 그치만 무섭지는 않다. 내 아픔이 무서움 따위를 없애버린지 오래니까.

 여기가 어디인지 감도 오지 않지만,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 우두커니 서 있는 폐병원을 찾았다. 

  혹시나 문이 열려있나 해서 계단을 올라 유리로 된 문을 밀어낸다.

  잠겨있을 줄 알았던 문이 쉽게 열렸다.

  병원 안으로 들어서니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아무 감정도 없는 목각인형 마냥 뚜벅뚜벅 깊숙히 복도를 지난다.

그리고 적당히 누울만한 자리를 찾아 쓰러지듯이 눕는다. 그리고 이마위에 오른손을 괴고 한숨을 깊게 내쉰다.

 '후우'

 창문하나 없이 완벽히 암흑인 이곳. 어쩌면 내가 바라던 그런 곳일지도.

 스르륵 눈을 감으며 다시 고통스런 꿈과 마주한다.

 제발 꿈에서라도 그녀가 살아있기를.


'웅얼웅얼...'


'웅얼웅얼...'


잠결에 뭔가가 들린다. 정확하게 들리진 않지만 뭔가가 웅얼웅얼 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이 폐병원에 누군가 와있는 걸까?


  다음날 눈을 떴을때 이상한점을 눈치챘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나를 괴롭히던 그 악몽아닌 악몽이 나타나질 않은 것이다.

단지 새벽에 이상한 소리를 들었던 것같지만, 누군가 왔었던 모양인가 보다. 그래서 눈을 뜨자마자 자리를 옴겼다.

복도로 나왔을땐 인기척이 전혀 없었다. 아침이긴 했지만 어째서인지 햇빛 하나 들어오는 것 같지 않은 어두움.

그리고 몸을 짓누르는 듯한 무거움만이 느껴졌지만, 평소 나의 절망감이 만든 컨디션이라 생각하고 크게 신경쓰진 않았다.

일어난김에 배가 고파 혹시나 먹을게 있나해서 병원을 돌아다녔다. 있는것이라곤 싸늘한 의자, 휠채어, 환자용침대뿐.

먹을것이 없을것이라는 것을 확신하고 나는 병원을 나와 무료급식장으로 곧장 갔다.

  항상 그래왔듯 정처없이 거리를 걸어다니다 저녁이 되어 나도모르게 다시 폐병원으로 돌아왔다.

폐병원이 있던 곳은,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살다 모두 떠나버린 유령도시 같은 곳에 있었다.

사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가로등을 켤일도 없었고, 편의점 같은것도 있을리 만무했다.

그리고  잘생각해보니, 내가 이 병원을 다시 찾아온 이유가 있었다. 바로 그 꿈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반대로는 아내의 살아있는 모습이 보고 싶기도 했지만, 뭐랄까 간만에 편하게 잔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고,

병원이 마치 나를 이끄는 듯한 기분도 들고 그랬다. 나는 곧장 어제 잤던 방으로 들어가 누웠다. 이제보니 갈색 가죽 쇼파였다.

그동안 잠자리가 불편했던 탓에 꿈이 나를 괴롭혔을까 라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나는 눕자마자 곧바로 잠이 들었다.


'웅얼 웅얼...'


'그랬잖아... 웅얼웅얼... 니까..'


  다소 명확한 사람의 목소리에 살며시 잠이 깼다. 잠시 정신이 들었을 때 사람의 목소리라고 생각된 순간 오싹해지기도 했다.

폐병원에, 그리고 이 야심한 시간에 여길 오는 건 분명히 좋지 않은 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슬며시 복도쪽으로 얼굴을 삐죽 내밀었다.

한치앞도 보이지 않는 어두움에 뭔가가 있다고 생각하니 더 무섭게만 느껴졌다.

그래서 인기척이 있을거라고 조용히 주변에 귀를 귀울였지만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아니면.. 내가 잘못들은건가..

그리고 이내 나는 다시 쇼파에 누워 잠을 청했다. 오싹한 기분이 들었어서 잠이 깼을까 했지만 이내 다시 금방 잠으로 빠져들었다.

'웅얼 웅얼...'

'... 인가? ... 확실ㅎ...웅얼웅얼...'

 또 다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고 생각이 든 순간 눈을 번쩍떴다. 그리고 다시 인기척에 집중했지만,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었다는 듯이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꿈을 꾼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이 든순간 오히려 홀가분해 진 나는 머리를 훌훌 털어내며 무상급식소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몸을 일으켰다.  그런데 어제 느꼈던 뭔가 몸을 짓누르는 듯한 느낌이 다시 들었다.

평소에는 한번도 든적이 없던 느낌임에는 확실했다. 비록 아무 땅바닥에서 자더라도, 어째서인지 항상 몸은 건강했기에

크게 신경쓴 적이 없었지만, 평소와는 다른 무거운 느낌은 기분을 언짢게 했다.

  다시 생각해보면, 이것조차도 개의치 않았다. 내가 가진건 절망뿐이니까

그리고 빛한점 새어나오지 않는 문을 열었다.

 복도를 나선 순간 미묘하게 공기의 느낌이 달라졌다. 폐병원 분위기상 무겁고 음습한 분위기는 원래 있었지만,

단지 어둡고, 널부러진 병원 기구들이 있어 들었다고 생각한 느낌이지만, 지금의 공기의 느낌은 뭔가 달랐다.

그리고 복도를 가로질러 정문 입구를 향해 다가간다. 강화유리로된 문이 평소와 다름없이 굳건하게 서있는 모습을 보고,

이내 안심이 들어 문앞에 다가가 손잡이를 잡고 밀어냈다.

"응?"

 열리지 않았다. 평소같았으면 가볍게 밀어내도 열리던 문이 열리지 않았다. 누군가 문을 잠근것인가?

하지만 이 문은 내부에서 잠그고 풀수있는 문이다. 문을 잠궈둔다 해도...

 '흡'

 한번의 심호흡과 동시에 문의 상단에 손을 뻗어 잠금손잡이를 잡아 돌린다.


 '어라?'

 느낌이 이상하다. 가볍게 돌아가야할 손잡이 조차도 돌아가지 않는다. 혹시나 반대로 돌렸나 싶어서 반대방향으로 돌려보지만,

잠금 손잡이는 꿈쩍도 하지않는다. 이 느낌 자체가 이질적이다. 공포영화에서 나올듯한 있을 수가 없는 일인데 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다.

잠금이 풀리지 않자, 급한 마음에 양손으로 문을 쾅쾅 쳐본다.

 '쾅! 쾅! 쾅! 쾅!'

 하지만 유리문을 쾅쾅치는 소리가 폐병원 내부를 뒤흔들 뿐 문은 굳건하다.

 지금 일어나는 일을 아직도 믿을 수가 없다. 하지만 유리니까 부숴지겠지?라고 속으로 되네이며 불안한 감정을 억눌렀다.

 유리문을 부술만한 뭔가를 찾으려 주변을 둘러봤다. 그러다 입구에서 들어올때 항상 보았던 스틸의자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냉큼 의자를 집어들고, 1초의 여유없이 있는 힘껏 유리문을 향해 의자를 집어 던진다.

  '쾅!'

  "미, 믿을수 없어..."

  의자를 집어던지고 난뒤 분명 와장창 깨져야할 유리문은 마치, 다른 것도 던져보라는 것 마냥 굳건하게 서있다.

 심지어 금조차가지 않았다.

 절대로 내가 힘이 없어서 살살던지거나 한것이 아니다. 의자의 무게도 만만치 않았을 뿐더러 있는 힘껏 집어던졌기에 유리문이 파손이 되지 않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의자를 다시 집어들고 유리문을 여러번 내리쳤다

 '쾅! 쾅! 쾅! 쾅! 쾅! 쾅! ····'

 여러번을 내리치고 나서야 힘이 빠진 나머지, 나는 의자를 내팽개치고 주저앉았다. 

거친 호흡을 내쉬며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현실감이 오지 않았다. 

내가 죽은 것이 아니라면 이건 대체 무슨일이지? 유리문 너머엔 인기척 하나 없는 회색빛 도시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더이상 갈길이 없기에, 

돌아보는 쪽엔 까맣게 드리워져있는 어두운 병원의 복도만이 떡하니 있다.

갑자기 등골이 오싹해진다. 분명 평소엔 이런 무서웠던 느낌조차 없었지만, 지금의 상황이 점점 나를 공포로 몰아간다.

그리고 나는 한동안 앉아서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금 지난 날의 일들을 떠올렸다.

한 10분이 지났을까, 생각들을 정리하고 담담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열려있는 창문을 찾아 나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리고 즉시 발걸음을 옮긴다.

  우선 1층 로비 좌측 복도로 향했다. 평소 내가 잠을 자던 방향이다.

  평소보다 더욱 어두워진 복도는 마치 끝없이 이어져 있을것만 같은 블랙홀과 같았다.

  • SKEN 2018.02.23 20:01
    꺄아아 데빌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