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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evaliers Rhapsody  ~ 기사의 노래 ~ 』
                       『 제 1 악장 【 Raven 】 # The Silver Wolf 』


그렇게 생각한지 하루가 채 지나기도 전인 다음날 아침

에이페리아는 자신의 생각이 안일했다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어젯밤 잠들기 전까지 아니 방금 주점 레임의 문을 나서는 순간까지도

라쿠스와 동행하는 것을 최악으로 생각하고 있었지만,

지금 그보다 더 최악인 상황이 그녀의 눈 앞에 펼쳐져 있었기 때문이다.

 

에류시아 여신이시여, 저의 경솔함을 꾸짖고자 굳이 이러시지 않으셔도 괜찮은데..’

 

자신에게 깨달음을 주려는 여신 에류시아의 자비에 어찌할 바를 모르며

그녀는 눈앞의 사내들을 바라보았다.

어젯밤 라쿠스와 만나기 전 자신에게 추파를 던졌던 불한당 같은 사내와 그 일행들이

그녀가 가려는 길목을 막아선 채 히죽거리고 있었다.

 

여어, 아가씨 아침부터 부지런하게 움직이시는군 어딜 가시려고 그러나?”

 

자신에게 어제 말을 건넸던, 그들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사내의 말에

에이페리아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도대체 누가 부지런한 건지..”

 

부지런하다는 말은 오히려 그녀가 그들에게 쓰고 싶은 말이었다.

그녀 입장에서는 아침부터 길목을 막고 기다리고 있던 그들이 더 부지런해 보였다.

이런저런 생각과 함께 그녀가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에 잠길 무렵

사정을 모른 채 옆에서 지켜만 보고 있던 라쿠스가 나지막이 에이페리아에게 말을 건넸다.

 

여기 와서 새로 사귄 친구들인가?”

“…..”

 

에이페리아는 질문에 대한 대답 대신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얼굴의 모든 근육을 움직여 일그러진 표정을 보였고,

라쿠스는 그런 그녀를 보며 날카로운 관찰력과 추리력으로 질문에 대한 대답을 스스로 도출해냈다.

 

친구는 아닌가 보군.”

 

라쿠스의 말에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을 느끼며 에이페리아는 로이에르를 불렀다.

 

로이에르, 어제처럼 참지 않아도 좋으니까 본때를 보여줘.”

, 아가씨.”

 

로이에르는 기다렸다는 듯 단숨에 허리춤의 검을 뽑아 들었다.

 

! 오늘은 기세가 좋군 호위 기사 나리!”

 

검을 들고 자신에게 다가오는 로이에르를 보며,

어젯밤 에이페리아에 추파를 던졌던 사내는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못 보던 얼굴이 하나 늘었다만, 어제처럼 도와줄 샤나크들은 없으니 각오 하는 게 좋을 거다.”

 

사내는 진부한 으름장을 놓으며 로이에르를 따라 자신의 검을 집어 들고 마주 걸어 나왔다.

두 사람이 서로를 노려보며 검을 휘두르려 하는 일촉즉발의 상황 속에서

라쿠스는 긴장감 없는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턱을 어루만지며 입을 열었다.

 

애송이한테 맡겨도 괜찮겠어? 질 떨어져 보이긴 해도 용병들이라 검은 좀 다룰 텐데.”

어제도 말했지만, 그는 제국 기사 출신이에요. 저런 불량배들한테 당할 일은 없어요!”

 

에이페리아는 약간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며 대꾸했다.

그녀는 자신의 호위기사가 자꾸 무시당하는 것처럼 느껴져 살짝 기분이 나빴다.

그런 그녀의 기분과는 상관없이 라쿠스는 과연 그녀가 로이에르가 싸우는 것을 한번이라도 보고

저런 확신을 가지는 것일까 의문이 들었다.

그가 보기에는 왠지 그녀가 제국기사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닐까 싶었다.

라쿠스가 이런 저런 생각에 빠져있을 때, 서로를 노려보고 있던 두 사내가 동시에 검을 휘둘렀다.

 

 -!

 

아침의 찬 공기 사이로 퍼져나가며 정적을 깨트리는 날카로운 금속음.

깨진 정적 뒤로 두 사내의 검이 만들어내는 금속음이 규칙적으로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로이에르보다 머리 하나 정도 큰 다부진 체격의 사내는, 자신의 체중을 실어 상대방을 찍어 내리듯

연신 힘있게 검을 휘둘렀고, 로이에르는 그런 상대의 검을 흘리듯 능숙하게 받아 치며 넘겼다.

한치의 양보도 없는 검의 교환을 바라보며 라쿠스는 조금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흐음, 생각보다 기본은 갖춰져 있군.”

이제 알겠죠? 그는 당신이 생각하는 애송이가 아니에요!”

 

라쿠스의 중얼거림을 들은 에이페리아는

마치 자신이 칭찬받은 것처럼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말했다.

물론 그녀와 대조적으로 라쿠스의 반응은 무심하기 그지 없었다.

 

생각보다 낫긴 하지만 그래도 애송이인건 변함 없어.”

 

이 인간은 남의 말에 동의하면 죽는 저주에 걸린 것이 틀림 없어.

목구멍까지 차오른 말을 혼자 삼키듯 에이페리아는 아랫입술을 꽉 깨물며

로이에르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런 그녀의 반응을 아는지 모르는지 라쿠스는 두 눈을 로이에르에게 고정한 채

턱 끝을 어루만지며 조용히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검 쓰는 법이 너무 무르군.”

 

사실 로이에르는 생각보다 여유롭게 상대의 검을 받아내고 있었다.

상대방의 큰 덩치에서 발생하는 힘은 생각보다 위력적이긴 했지만, 위협적이지는 않았다.

로이에르는 상대방의 검을 능숙하게 받아내고 있었고, 받아내는 중간중간에는 찔러볼 만한 자그마한 틈도 보였다.

하지만 그는 자그마한 틈을 노리지 않고 착실하게 상대방의 검을 하나씩 받아내며 관찰하고 있었다.

 

, 제법 검을 쓸 줄은 아는군 그래!”

 

로이에르의 착실한 방어에 초조해진 사내가 투덜거리며 검을 높게 들었다.

사내는 어디 언제까지 막을 수 있을지 두고 보자 라는 심정으로 강한 공격을 위해 큰 동작을 취했고

그 순간, 로이에르는 기다렸다는 듯 상대의 틈을 노리며 공세로 전환했다.

 

-!

크윽!”

 

예상치 못한 공격에 당황한 사내는 불안정한 자세로 로이에르의 검을 막으며 신음소리를 내뱉었고,

그 것을 기점으로 두 사람의 전세가 완전히 역전 되었다.

상대방의 균형을 한번 무너뜨린 로이에르는 상대방이 편한 자세로 검을 받아내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몰아쳤다.

-! -! -!

왼쪽, 오른쪽, 아래 쉴 틈 없이 움직이는 두 자루의 검이 만들어 내는 금속음이 울려 퍼진다.

 

젠장!”

 

사내의 입에서 욕지거리가 튀어나왔다.

어찌어찌 로이에르의 공격을 막아내고는 있었으나, 아까 전 로이에르가 사내의 검을 막아내던 상황과는 달랐다.

안정적인 자세로 상대의 힘을 흘리듯 막아내던 로이에르와 달리,

이미 자세가 무너진 상태로 공격을 받기 시작한 사내는 불안정한 자세로 상대의 검을 막아내기 급급했다.

그 증거로 계속되는 공세에 사내의 발걸음이 점점 뒤로 향하기 시작했고, 허리 역시 낮아지고 있었다.

그리고 사내의 검이 한 손에 불안하게 잡힌 채 늘어지는 순간 로이에르는 상대의 검신을 위에서 내려쳤다.

 

-!

으윽!”

 

털썩

날카로운 금속음과 이어지는 신음소리.

사내의 검은 그의 손을 떠나 발 밑으로 떨어졌고, 사내의 무릎 한쪽은 힘없이 무너지며 땅에 닿았다.

 

내가 말했죠? 저런 불량배들한테 당할 일은 없다고.”

 

상대방이 검을 놓치고 무너지기가 무섭게 에이페리아는 라쿠스를 향해 보란 듯이 말했다.

어디 이번에도 할말이 있으면 해보라는 듯 잔뜩 벼른 표정으로 그를 쳐다봤지만,

정작 라쿠스는 그녀의 말에 대꾸도 하지 않고, 로이에르에게 향한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로이에르는 상대가 검을 놓친 순간 싸움이 끝났다고 생각한 듯 자세를 풀고 숨을 고르고 있었고,

라쿠스는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빌어먹을 자식이!!”

 

주저 앉아있던 사내가 고함과 함께

바닥의 흙을 집어 로이에르의 얼굴을 향해 던졌다.

로이에르는 갑작스럽게 날라온 흙에 손을 들어 얼굴을 가렸지만 뒤로 주춤거렸고,

그 사이 사내는 바닥에 떨어져있던 자신의 검을 양손으로 잡고 로이에르의 검을 향해 있는 힘껏 휘둘렀다.

 

-!

!”

 

둔탁한 금속음이 울려 퍼졌고,

로이에르의 손을 떠난 검은 정처 없이 허공을 날아가 에이페리아와 라쿠스가 서있던 곳에 떨어졌다.

갑작스런 상황에 놀란 에이페리아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어찌할 바를 몰라 했고,

라쿠스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바닥에 떨어진 로이에르의 검을 향해 걸어갔다.

허리를 숙여 로이에르의 검을 집어 든 그는 에이페리아를 바라보며 어깨를 으쓱였다.

 

내가 말했지?”


『 C h e v a l i e r s R h a p s o d y ~ 기사의 노래 ~』

  『  1 악장 【 R a v e n  # The Silver Wolf.4 

by SKEN

SKEN표 소설은 오타나 이상한 부분은 여러분의 제보에 의지하고 있습니다(...)

★몇 년만에 써보는 4편이지(...)

★전편보기

# The Silver Wolf.3

  • 발뭉 2016.02.14 16:12

    자아 이대로 레카 제 2 부흥기 가보죠

  • SKEN 2016.02.14 22:04

    일해라 노예들아!

  • KaRa 2016.02.14 20:23

    왜 바로 5편이 안 나오는거죠?

  • SKEN 2016.02.14 22:04

    다음 사람들이 마일리지 5편을 채워야 나옵니다(...)

  • KaRa 2016.02.14 22:13

    스켄님이 선수를 쳐서 다른 사람들을 괴롭히셔야죠!(...)

  • SKEN 2016.02.15 16:17

    제가 선수친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이 과연 괴로워 할까요?

    무능작가연맹을 너무 쉽게 보시는 군요!(...)

  • 별바 2016.02.14 22:27

    우와와왕 연재라니 로또사러 가야겠다!

  • SKEN 2016.02.15 16:17

    ....로또랑 무슨 상관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