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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08 22:13

아이쿨드의 뱀 0편

조회 수 108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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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있으면 아이쿨드다. 뱀 앞에서 입을 조심하라고, 올로스"

호크는 언행이 너무나 가벼운 친구에게 재차 말했다. 큰 거구에 힘이 장사인 올로스는 불카노의 전사에 입적할 정도의 실력 있는 전사였다. 커다란 도끼 두 쌍을 양손으로 휘둘러대는 올로스는 불카노의 전사답게, 성격이 단순하고 성급한 편이었다. 로엔에서 아이쿨드까지 열흘간의 여행 동안 올로스는 든든한 동행자였지만 아이쿨드의 뱀과의 협상에서는 솔직히 별로인 상황이었다. 올로스는 남자다운 웃음을 짓고는 호탕하게 대답했다.

"걱정하지 말라고, 호크. 아예 입 닥치고 있을 거니까!"
"거참, 제발 그래 줬으면 좋겠다"
호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올로스는 웃으면서 호크의 등을 팍팍 쳤다. 호크는 휘청거리면서도, 인상을 찡그리지 않았다.
"그깟, 뱀 새끼. 정 뭐하다면 도끼로 찍어버리면 그만이지!"
올로스의 호탕한 발언에, 호크는 순간 머리가 지끈거림을 느꼈다.
"멍청한 소리하지 마. 올로스, 이 멍청아. 우리는 전쟁하러 가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말이 그렇다는 거지, 호크. 이 겁쟁아"

호크의 뾰족한 대꾸에 심통이 난, 올로스를 보고는 호크는 지끈거림이 더 심해지는 것을 느꼈다. 여기서 분명히 하지 않으면, 지난 경험상 올로스가 얼마나 제멋대로 사고를 쳤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 최근에는 대낮에 시내 한복판에서, 깡패를 도끼로 찍어버려 큰 사달이 나지 않았던가. 호크는 아이쿨드로 향하는 발걸음을 멈췄다. 지금 꾸준히 가지 않으면 해가 떨어지고 어둑어둑해질 때야 도착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올로스가 사고 치는 것보다는 나았다.

"잘 들어, 올로스. 세간에서 말하는 아이쿨드의 뱀은 겁쟁이에 협잡꾼에 불과하지"
"…그게 어쨌다는 거지?"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란 말이다"
가는 길을 멈춘 호크에게 덩달아 멈춘 올로스는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호크는 혓바닥을 차고는 올로스에게 말했다.

"지금 로엔의 소금 유통을 누가 거머쥐었다고 알고 있냐?"
"케다로 거리의 상인들이지"
올로스는 거리낌 없이 대답했다.

"콜로부쉬의 창녀의 목덜미를 잡고 있는 사람은?"
"당연히 항구의 델마코니 놈들이지"
이번에도 올로스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호크는 피식 웃었다. 올로스는 친구의 행동에 기분이 언짢아졌다.
"왜 비웃지?"
"언제 이야기를 하는 거지, 올로스"
"하?"

어처구니  없어하는 올로스를 내버려두고는 호크는 말없이, 지난 20년 동안 아이쿨드의 뱀이 했던 일을 생각했다. 다들 멍청하고, 비열하고, 스스로 파멸에 이끌 거라는 행동과 결정들. 얼마나 많은 로엔의 자유민과 노예, 귀족, 원로원이 비웃었던가.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독재관 슐라의 사후, 커다란 권력의 공백에 로엔의 정치판도는 혼돈 그 자체였다. 평민들은 광장에서 피살된 호민관 케플러 남매의 복수를 외치면서 수시로 폭동과 파업을 일으키고 있고, 독재관 슐라의 지지층이던 군인들은 자신의 봉급이 줄어들 것을 대비해 언제든지 칼을 로엔으로 돌릴 기세였다. 
그렇다고 명망 있는 원로원이 무엇을 할 수 있느냐는 물음을 던져본다면, 호크는 단언할 수 있었다.
절대로 아니다. 자신의 배만 채울 줄 아는 돼지 놈들. 호크는 냉소 지었다. 평민들의 수호자 호민관? 원로원에만 들어가려고 시간만 보내는 호민관에게 무엇을 바라나. 

혼랍스럽고 역하기 짝이 없는 정치판도를 바꿀 사람은 딱 하나였다. 칼마르! 올로스와 호크를 마음 밑바닥부터 훔쳐버린 위대한 지휘관. 
북방의 거친 황무지와 울창한 숲에서 수많은 야만인을 격파한, 지휘관의 명망은 이제 로엔을 들썩이게 하였다. 하지만 아직은 그뿐이었다. 권력을 움직이는 원로원과 귀족들 사이에서, 칼마르는 거친 군인일 뿐이었다.  

칼마르의 비상을 위해서는 아이쿨드의 뱀의 도움이 필요했다. 20년 동안, 아이쿨드에 똬리를 틀고, 긴 세월을 기다린 뱀. 스테파놀 타타르 율의 힘이 절실히도 필요했다.


0. 스테파놀 타타르 율 ─ 아이쿨드의 뱀

 그는 자신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그는 퀭한 눈동자로 주변을 둘러봤다. 더럽고 비좁고 허름한 곳간 안. 그는 자신의 손바닥을 한참이나 들여다봤다. 앙상하고 작은 손. 그는 자신이 분명히 어떤 존재인 것을 기억한다. 이렇게 앙상하고 작은 손을 가진 적이 없었다. 그리고 앙상하고 작은 손을 가진 것을 알았다. 그는 허탈하면서, 냉소 어린 웃음을 미친 듯이 터뜨렸다.

"닥쳐! 이 개새끼야!"
그의 웃음소리에 곳간 밖에서 문을 발로 차면서, 문 밖의 노예가 화를 냈다. 그는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 왜 노예에게 겁을 먹고 움츠렸을까. 지난 날의 자신을 돌아보면서 그는 또다시 웃음을 터뜨렸다.

"닥치라고!"

노예의 화난 목소리가 또다시 발차는 소리와 함께 들려왔다. 그는 웃음을 멈추고는 허름한 곳간 안으로 고인 물에 자신의 얼굴을 비춰봤다. 작은 아이. 검은 머리카락을 가진, 더럽고 작은 아이가 비쳤다.

 그는 자신의 기억을 가다듬었다. 물에 비치는 아이는 잔혹하게 죽임을 당한 어미가 동방의 유목민 타타르 출신이라, 아이도 타타르라 불렸다. 성까지 붙이면 정확히는 스테파놀 타타르. 스테파놀 가문의 사생아. 아이는 타인에게 그 이상 불리지 않았다. 그는 한참이나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봤다. 불쌍한 꼬마같으니…. 다시 비뚤어진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아이의 얼굴에도 그 웃음이 가득했다. 

 그는 잔뜩 잠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안녕, 꼬마야? 이제는 내가 스테파놀 타타르란다. 이제는 잘 가라, 꼬마야"

 아이는 한참이나 킬킬 웃어댔다. 아이의 푸른 눈동자를 담은 눈매는 웃지 않고 있었다. 아이는 자신의 더럽고 긴 머리카락을 한 손으로 넘기면서, 환한 웃음지었다. 여지껏 짓던 삐뚤어진 웃음은 사라졌다. 아이는 물에 비친 자신을 발로 힘껏 걷어찼다. 물은 사방으로 튀었다. 

"스테파놀 타타르 율. 이제 내 이름이야. 나." 
아이는 자신에게 속삭였다. 
  • 발뭉 2015.12.09 22:39

    으아아아 양학하는 소리 좀 안나게 해라!


    다음편도 좀 빨리 내주고..


    이제 진짜 내가 글쓴다고 적기가 부끄럽구만 ㄷㄷ


    그리고 짧아!

  • SKEN 2015.12.16 15:28

    필력 깡패가 나타났다! 부들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