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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evaliers Rhapsody  ~ 기사의 노래 ~ 』
                                『 제 1 악장 【 Raven 】 # The Silver Wolf 』


알았어요, 명심하도록 하죠.”

좋아, 그럼 내일 아침에 바로 출발하도록 하지.”

 

 에이페리아의 즉답에 고개를 끄덕인 라쿠스는 자신의 잔을 들어 입으로 가져가려다

무언가 생각난 듯 다시 잔을 내려놓더니 그녀를 쳐다보았다.

 

생각해보니 말하지 않은 것이 하나 더 있었군, 아가씨 나이가 어떻게 되지?”

다 큰 여성에게 나이를 묻는 건 실례 아닌가요?”

 

 갑작스런 질문에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되묻는 그녀와 대조적으로

라쿠스는 무심한 표정으로 그녀를 위아래로 살펴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내가 다 큰 여성을 미처 못 알아봤군, 실례라면 실례 좀 하도록 하지 나이가 어떻게 되지?”

그게 중요한가요?”

 

 그의 언행에 알 수 없는 불쾌감이 올라오는 것을 느낀 에이페리아는 감정을 다스리기 위해 속으로 마음을 다잡았다.

그래 라 퀴노스를 가기 위해서는 나이를 아는 것이 중요할 수도 있어

하지만 그녀의 질문에 돌아온 대답은 그녀의 감정을 요동치게 만들었다.

 

아니, 별로. 사실 궁금하지도 않아.”

“..스무살 이에요!”

 

 쏘아붙이듯 대답한 그녀의 찌푸려진 미간은 좀처럼 펴질 기미가 안보였으나

라쿠스는 그녀의 미간엔 전혀 관심이 없는 듯

이번엔 그녀 곁에 있는 로이에르를 바라보며 같은 질문을 던졌다.

 

거기 애송이는?”

스물둘입니다.”

 

 로이에르는 라쿠스가 자신을 부르는 호칭이 거슬린 듯 인상을 찌푸리며 대답했고

한 가지 질문만으로 두 젊은 남녀의 불쾌한 시선을 한 몸에 받게 된 라쿠스였으나,

그는 전혀 개의치 않고 두 명을 쳐다보며 말했다.

 

두 사람 모두 하는 행동거지가 평민으로 보이지는 않기 때문에 하는 말이지만

이곳 라게셰르는 물론 광활한 루나키아 산맥에는 신분이란 개념은 존재하지 않아

이곳에선 오직 흘러간 세월에 대해서만 예의를 표하니까 알아두도록

 

 에이페리아는 그의 말이 두 가지 뜻을 품고 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깨달을 수 있었다.

첫째, 흘러간 세월에 대해 즉 나이가 더 많은 라쿠스에 대해 예의를 지킬 것

둘째, 에이페리아와 로이에르의 신분이 어떻든 간에 라쿠스는 대우해줄 생각이 없다는 것

두 가지 뜻을 곱씹던 그녀는 문득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어 인상을 찌푸렸다.

자신도 라쿠스에게 무언가를 요구해야겠다고 생각한 그녀는 강한 어조로 그에게 말했다.

 

좋아요, 그렇지만 당신도 신분을 떠나 우리에 대해 기본적인 예의는 지켜줬으면 좋겠어요!”

내가 뭔가 기본적인 예의도 지키지 않았던 것이 있던가?”

 

 라쿠스의 반문에 즉각 대꾸하려던 에이페리아는 반쯤 벌어졌던 입술을 다시 닫았다.

대답해줄 말이 순간적으로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라쿠스의 언행과 태도는 미묘하게 불쾌하긴 했지만,

예의에 어긋난 부분을 콕 집어내자니 명확하게 떠오르는 부분이 없었다.

입술 한쪽을 지그시 깨물고 생각에 빠져있던 그녀의 시야에 로이에르가 들어오자

그녀는 뭔가 떠오른 듯 로이에르를 가리키며 입술을 열었다.

 

내 호위 기사를 처음부터 계속 애송이라고 부르는데, 그는 애송이가 아니에요.”

그래? 나이도 그렇고 내 눈에는 영락없는 애송이로 밖에 보이지 않는데?”

 

 무미건조한 반응

에이페리아는 라쿠스의 그런 반응을 어느 정도 예상했다는 듯

이번엔 목에 약간 힘을 주며 말을 덧붙였다.

 

그는 비록 지금은 아니지만 예전에 제로너스 제국 황실 기사단에 몸을 두었던 기사에요,

그런 그를 애송이라 부르는 건 조금 무례한 거 아닌가요?”

흐음~ 황실 기사단 출신이라?”

 

 라쿠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로이에르로 향하자

로이에르는 한껏 힘이 들어간 자세로 라쿠스의 시선을 마주봤다.

에류시아 대륙은 아득히 먼 시절부터 현재까지 긴 시간 동안 전란이 끊이지 않던 땅이었다.

대륙에는 많은 나라들이 있었고, 많은 전쟁이 일어났으며, 대륙 곳곳이 전쟁터였다.

자연스럽게 전쟁터에서 활약하는 기사들도 무수히 많이 생겨났다.

물론 많이 생겨나는 기사들 사이에서는 같은 기사라 하더라도 수준의 차이가 발생했고,

대륙 내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기사를 보유한 곳이 어디냐고 묻는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제로너스 제국을 입에 올린다.

실제로 제국은 강력한 기사단 전력을 바탕으로 활발한 정복 전쟁을 통해

대륙에서 가장 큰 영토를 보유했으며,

대륙 전역에서 여러 이야기꾼들을 통해 입에 오르내리는 유명한 기사들도

대부분이 제로너스 제국의 기사들이었다.

그만큼 기사, 그것도 제로너스 제국의 기사라고 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볍게 여기지 않는다.

물론 대부분이라는 단어는 예외라는 여지를 남겨두는 단어였으며,

로이에르와 에이페리아에겐 아쉽게도 라쿠스는 대부분의 사람이라는 범주에 속하지 않았다.

 

황실기사단이라면 단순히 거기에 있었다는 건 의미가 없지, 로얄인가? 아니면 스완인가?”

 

 라쿠스의 뜬금없는 물음에 그 의미를 깨닫지 못한 에이페리아는

도대체 그가 무슨 말을 하는 거냐고 묻는 듯한 표정으로 로이에르를 쳐다봤고

로이에르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물음을 받은 듯 순간적으로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스완입니다.”

흐음

 

 잠깐의 멈칫거림 후 바로 대답하는 로이에르를 보며 라쿠스는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로이에르는 그 스스로 생각하기에는 최대한 자연스럽고 당당하게 보이려고 했겠지만,

그의 경직된 표정과 어색한 시선 처리는 옆에 있는 에이페리아가 봐도

아니지나가는 그 누가 보더라도 부자연스러워 보였다.

그런 그를 한참을 살펴보던 라쿠스는 갑자기 탁자 한쪽을 향해 손을 뻗었다.

자연스럽게 탁자 위에 있던 자그마한 식사용 나이프를 손에든 그는

아무런 말 없이 이리저리 나이프를 돌려가며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이봐요, 뭐 하는 거에요? 방금 질문은 무슨 뜻이에요?”

 

 두 남자의 알 수 없는 문답과 라쿠스의 알 수 없는 행동에 의아해하던

에이페리아가 못 참고 말을 꺼낸 그 순간,

로이에르는 알 수 없는 기분에 휩싸였다.

갑자기 무언가가 그의 몸 전체를 엄습했다.

그것은 마치 그의 몸 구석구석에서 뱀 같은 것이 그의 몸을 타고 조여오는 감각이었다.

물론 실제로 뱀 같은 건 있지도 않았다.

눈으로 보이는 자신의 몸에는 아무런 것도 붙어있지 않았다.

다만 그것은 확실히 느껴졌으며, 자신의 전신을 타고 올라와 어느덧 목을 조이려 하고 있었다.

갑작스럽게 일어난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을 머리가 미처 받아들이기도 전에,

등줄기를 타고 얼음이 미끄러지는 듯한 느낌이 그의 머리 속에 파고든다.

이어서 그의 뺨을 타고 무언가 흘러내리자 그의 머리 속이 상황을 인지한다.

‘..식은땀? 어째서 갑자기?!’

 

“…로이에르?! 갑자기 왜 그래? 무슨 일이야?”

 

 대답이 없는 라쿠스 대신 로이에르를 향해 시선을 돌린 에이페리아가 깜짝 놀라 다급히 외쳤다.

시선을 돌린 그녀의 눈에 들어온 것은 식은 땀을 흘리며 당혹감에 휩싸인 표정으로

어찌할 바를 모른 채 서있는 로이에르였다.

방금전에 에이페리아의 목소리와 함께 갑작스럽게 엄습했던 그 감각은

이번에는 그녀의 다급한 목소리와 함께 갑자기 사라졌다.

 

“....허억..허억.”

 

 로이에르는 자신의 전신을 옥죄이던 알 수 없는 감각이 사라지기가 무섭게

거칠게 숨을 몰아 쉬기 시작했다.

몸 속의 폐가 바깥의 공기를 격렬하게 원하는 것이 느껴지자,

그는 순간적으로 자신이 숨 쉬는 법 조차 잊어버리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고

이제는 묘한 해방감에 휩싸인 채 당황한 얼굴로 라쿠스를 쳐다보았다.

 

이런, 내가 너무 지나쳤나? 아무튼 스완은 아닌 거 같고, 로얄이지?

자기 소속도 떳떳이 밝히지 못하는 기사에게 애송이 말곤 딱히 불러줄 말이 없군.”

 

 라쿠스는 피식 웃더니 손에 쥔 나이프를 내려놓았고,

영문을 모르던 에이페리아도 그가 로이에르에게 무엇인가 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끼고는 라쿠스를 향해 따지듯이 말했다.

 

당신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에요?”

아아, 미안하군 잠깐 시험해볼 생각이었는데 좀 과했나 봐 애송이긴 하지만 감은 나쁘지 않군,

재능도 없지는 않아 보여, 그래도 아직 애송이라는 사실에는 변함 없지만.”

 

 에이페리아에게 손을 펴 보이며 미안하다는 의사를 보이는 라쿠스였지만,

그의 목소리나 표정에서는 전혀 미안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에이페리아는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그를 노려보았지만,

라쿠스는 그녀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그 동안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고 있던 바텐더 토르시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익숙한 동작으로 자신이 묵을 방 열쇠를 건네 받은 라쿠스는 2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향하며

두 남녀에게 말을 건넸다.

 

아무튼, 이제 더는 크게 할 이야기가 없는 거 같으니 나는 먼저 올라가도록 하지,

내일 아침에 출발할 테니 미리 준비하고 쉬도록 해, 아침에 토르시가 깨워줄 거야.”

 

 에이페리아는 할말을 끝내고 사라지는 그의 뒷모습을 황당한 표정으로 쳐다보았지만,

라쿠스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사라져버렸다.

덩그러니 남겨진 두 남녀가 어찌할 바 모른 채 멀뚱히 있자

토르시가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그가 처음 본 사람이 익숙해지기엔 쉽지 않은 언행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악의가 있는 사람은 아닙니다. 두 분도 그만 올라가서 쉬시는 게 좋겠군요,

여기 두 분이 각자 묵으실 방 열쇠입니다.”

 

 토르시가 건네준 열쇠를 받은 에이페리아는 라쿠스가 사라진 방향을 다시 바라보았고,

그렇게 한참 동안을 미동조차 하지 않고 가만히 있던 그녀는 이윽고 조용히 중얼거렸다.

 

“...오늘 처음 봤지만 저 남자 진짜 재수없어.”

 

 에이페리아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생각했다.

라 퀴노스라는 험지를 가는 것도 힘들고 최악이지만,

라쿠스의 안내를 받으며 가야 한다는 것이 더 최악이며,

라 퀴노스를 저 남자와 함께 가는 것보다 더 최악인 일은 없을 거라고.


『 C h e v a l i e r s R h a p s o d y ~ 기사의 노래 ~』

  『 제 1 악장 【 R a v e n 】 # The Silver Wolf.3 』

by SKEN

SKEN표 소설은 오타나 이상한 부분은 여러분의 제보에 의지하고 있습니다(...)

★이제 한동안 아이어로 여행을 다녀올게요, 여러분 안녕(...)

★전편보기

# The Silver Wolf.2

  • SKEN 2015.11.11 02:19

    2008년 이후로 3화까지 연재해본게 처음이네[...] 무려 7년만에 써보는 3화!

  • 발뭉 2015.11.11 08:54

    이제 두편만 더 올라오면 4를 쓰셔야 하는근영!

  • SKEN 2015.11.11 22:36

    히이익 두 편밖에 안남았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