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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둘. 

 남자는 습관적으로 중얼거렸다. 남자는 재빠르게 샷건─ 레밍턴을 미친듯이 달려오는 벌거숭이에게 겨누웠다. 벌거숭이는 고함을 지르면서 녹이 잔뜩 슬어있는 네모란 중국집 칼을 휘두르려고 했다. 남자는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불꽃. 폭음. 반동.

  총구에서 불꽃과 폭음이 튀어나오고, 12게이지의 납 구슬이 벌거숭이를 덥쳤다. 개머리판의 반동이 어깨를 때리고 남자의 몸통으로 전달되었을 때, 배출구로 튀어나온 빈 탄피가 허공에서 빙그르 돌았다. 

 벌거숭이는 고꾸라졌다. 

 남자는 망설임 없이 다음 목표로 겨눴다. 얼굴이 일그러진, 검은 머리여자가 악다구니를 쓰면서 짧은 창을 던지려고 하고 했다. 

 하나.

 다시 중얼거리면서 방아쇠를 당겼다.  그걸로 끝이었다. 검은 머리 여자는 온몸이 구멍투성이가 된 채로,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다.  

  상황은 끝이났다. 바닥에는 4명의 시체가 나뒹굴었다. 빌어먹을 황무지에서 사람은 믿을 수 있는 존재가 아니였다. 친근하게 인사를 걸어온 이 놈들도 마찬가지 였다. 제법 오랫동안 황무지를 떠돌았던 남자는 애초부터 황무지의 지성체를 믿지 않았다. 남자가 틱틱거리면서 거리를 두자마자 욕설을 퍼붓고는 흉기를 꺼내든 놈들이었다. 

 4명의 사람을 샷건으로 박살낸 남자는 낡은 청바지와 작업용 안전화에 묻은 피를 대충 손으로 쓱 문댔다. 남자는 검은색 카우보이 모자를 벗었다. 남자의 덥수룩한 곱슬머리가 기름에 떡져 너무나도 지저분해 보였다. 그는 콧등까지 덮는 두꺼운 목토시와 파일럿용 고글을 벗었다. 남자의 얼굴은 땀투성이었다. 오랫동안 씻지를 못해서, 시커먼 검댕이와 땀이 뒤섞은 남자의 인상은 무척이나 험했다. 덥수룩하게 자란 턱수염과 왼쪽 빰에 가득한 짓눌린 화상자국은 더욱 인상을 무섭게 만들었다.  

 남자는 얼굴을 얼마전에 찾아낸 작업용 조끼 주머니에 꽂아둔 손수건을 꺼내 문질렀다. 파란색 손수건은 순식간에 검댕이가 묻어났다. 박살난 아스팔트  1210번 국도를 따라 여행한지 한 달동안 12게이지 탄환을 얼마나 썼는지, 남자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 도로 위에 얼마나 많은 무법자들과 저주받은 자들이 돌아다니는 지, 이제는 진저리칠 정도였다.  

  1210번 국도는 거대한 폐차장이었다. 온갖 종류의 차량이 퍼진 채로 늘어진 폐차장. 지금 서 있는 장소가 유난히 차량이 많은 것은 다 떨어진 간판을 가진 주유소때문이었다. 세상이 박살나기 전이나, 박살난 지금이나 석유는 중요한 물자였다. 여전히 석유가 남아있나 기웃거리는 사람을 노리는 빌어먹을 놈들이 함정을 파놓고 기다리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손수건을 주머니에 쑤셔넣은 남자가 제일 먼저 한 일은 조끼 위로 단단히 결속시킨 빨간 12게이지 탄띠에서 탄을 꺼내 빠르게 재장전 하는 것이었다. 둘, 삼, 넷, 오, 여섯, 칠. 남자는 탄을 넣을때마다 중얼거렸다. 그 다음으로는 떨어진 4발의 탄피를 찾아, 여태껏 밀어놓은 쇼핑카트안에 던져놓은 등산용 가방에 고이 집어넣었다. 마지막으로 레밍턴을 우로 어깨걸어 했다. 

 커다란 플라스틱 2통과 등산용가방이 들어있는 쇼핑카드를 밀어 황량한 주유소를 향해 걸어 들어갔다. 뜨거운 피를 흘리고 있는 시체야 이제는 너무나 익숙해져버려, 대충 시체를 훓어보고는 쓸만한 물건이 있는지는 석유를 플라스틱 통에 채워놓고 보기로 했다.

 마침 정오인 터라, 햇살은 유난히 뜨겁고 따가웠다. 남자는 목토시로 콧등까지 덮고는 파일럿용 고글을 썼다. 바람이 불 때마다, 미세먼지와 황사가 남자를 괴롭혔기 때문이었다. 남자는 잽싸게 폐차량이 만들어낸 그림자 사이로 쇼핑카트를 밀어 목적지인 주유소로 움직였다. 

 남자가 주유소에 도착했을 때, 남자는 이상함을 느꼈다. 단백질이 타는 냄새. 그 불쾌한 냄새에 남자는 쇼핑카트를 도로 한켠에 쳐박혀 있는 커다란 덤프차량 밑으로 밀어놓고, 레밍턴을 꺼내들었다. 남자는 냄새가 흘러나오는 장소를 바라봤다. 주유소의 사무동. 남자는 몸을 숙이고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남자의 움직임은 은밀했다. 남자의 상황판단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거리까지 그는 무척이나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접근했다. 낡고, 페인트가 다 벗겨진 사무동은 앞유리가 산산조각나서, 안이 환히 들여다 보였다. 정신없이 쌓여있는 물건들과 누군가 생활했다는 흔적들이 가득했다. 그리고 남자는 저도 모르게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사무동 안에는 짐승 가죽을 대충 걸쳐입은 장신의 존재가 서성이고 있었다. 놈은 인간이 아니였다. 일단 인간이라면 녹색 피부를 가질 수 가 없었다. 놈은 녹색 피부 거대한 근육질이었다. 유독 발달한 승모근 덕분에 더욱더 덩치가 위협적으로 보였다. 뾰족한 송곳니가 입술 밖으로 튀어나와 있었고, 거대한 거근을 덜렁거리면서 흥얼거리면서 있었다. 

 놈은 요리를 하고 있었다. 바베큐. 이렇다할 향신료가 없기 때문인지, 그냥 쌓아놓은 장작위로 '고기'를 꼬챙이에 걸어 한손으로는 꼬챙이를 돌리고, 다른 손으로 식칼로 고기가 잘 익게 틈틈히 쑤셔대고 있었다.


 문제는 놈이 요리하는 고기가, 인간이었다. 


 남자는 거리를 가늠해봤다. 충분히 산탄이 위력적일 거리. 놈은 아직 자신이 이리 가까이 접근 했다는 사실 조차 모르는 모양이었다. 거기에 자신을 습격한 4명을 레밍턴으로 쏴버린 것을 생각해보면 놈은 이리도 태연하게 요리를 할 수 없었다. 남자는 조심스럽게 놈을 더 관찰했다. 그리고 그 이유를 깨달았다. 놈의 양 귀에는 커다란 송곳이 장식구 마냥 꽂혀있었다. 꽤나 깊숙히. 

 인간이라면 시체가 되어서 남에게 뜯기고도 남겠지만, 놈의 종족은 유독 생명력이 끈질긴 것으로 유명했다. 무척이나 터프하고, 저돌적인 놈들로, 이 황무지 세상에서도 쉽사리 무시하지 못할 이들이기도 했다. 

그래봤자, 납 구슬 앞에서는 평등했다. 남자는 망설임 없이, 레밍턴의 총열을 놈의 머리를 향해 겨눴다. 그리고 숫자를 센다.

 여섯.

 

 탕!


 발사된 총알은 순식간에 놈의 머리를 덮쳤다. 빨간 피가 사방으로 흩어졌고, 놈의 머리였던 부분이 뜯겨 사라졌다. 남자는 주변을 둘러봤다. 다행히 아무것도 없는 모양이었다. 남자는 총알을 재장전 하고는 떨어진 탄피를 주어다가 조끼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이제 레밍턴에 장전된 탄과 조끼에 결속해놓은 12게이지 탄까지 다 합치면, 39발 밖에 남지 않았다. 

 남자는 과감하게 탄을 낭비한 것이 옳은가 생각해봤지만, 저 놈을 총없이 잡는 다는 것은 무척이나 위험하다는 것을 고려해보면, 잘 선택한 것임을 되새겼다. 제일 좋은 방법은 무시하고 사라지는 것이었지만, 남자는 그렇게 할 수 없었다.

 꼬챙이가 항문이 찔려, 입으로 튀어나온 불쌍한 희생자를 남자는 애써 무시할 수 없었다. 남자는 조심스럽게 희생자 곁으로 다가갔다.  무척이나 고통스러운지, 희생자 얼굴은 일그러지고 추하기 짝이 없었다. 남자는 애써, 눈을 질끈 감았다. 부디, 고통없는 세상으로 가시길. 남자는 홀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남자는 주변을 둘러봤다. 남자가 사살한 놈이 생활한 흔적이 가득한 주유소의 사무동 안쪽으로 문이 하나 있었다. 남자는 레밍턴을 언제든지 쏠 수 있게 하면서도, 문들 발로 걷어찼다. 문은 저항없이 활짝 열렸다.


 그리고 남자는 헛웃음을 치고 말았다.

 

 문 안쪽으로, 푸굿간에 걸린 돼지고기처럼, 쇠고랑에 발이 걸려있는 채로 알몸의 여자가 데롱데롱 매달려 있었다. 입에는 재갈이 물리고, 팔과 다리는 밧줄로 단단히 묶여 있는 여자는 놈의 비상식량인 모양이었다. 

 남자는 세세하게 여자를 살펴봤다. 어딘가 물린 자국은 없었다. 삐적 말라, 살가죽 밑으로 뼈가 도드라졌고, 가슴은 크게 성장하지 못했다. 여자는 무척이나 어려보이고, 그만큼 작았다. 여자의 푸른 눈동자는 공포가 가득했다. 

 

 남자는 겨누고 있던 레밍턴을 거뒀다. 그리고는 덤덤한 목소리로 여자에게 물었다.

 "풀어줄까?"

 여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자의 곱슬거리는 갈색 머리카락이 흔들렸다.




-_-_-_-_

오타 수정은 나중에...

  • 발뭉 2015.11.10 09:46

    ...?! 이런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자연스러운 노출이라니...!!!

    읽으면서도 갸웃거리게 만드는구만

  • SKEN 2015.11.10 20:46

    좋은 글이다!

    그나저나 대세는 황무지인가[...]

    아무튼 자 이제 다음화는 풀어준 여자를 성장시키는 육성시뮬레이션으로 가자[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