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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같은 리메이크 입니다.


제목 짓기가 참 힘들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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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은 해프닝에서 시작한다.

"아.. 아차, 번호 실수했다."
"조심성 없긴... 우리는 돈을 다루는 일이니까 조심해야지."

그날 그 일도, 분명 별 것 아닌 해프닝일 뿐이었다.
언제나처럼 계좌를 확인해서 상대방의 계좌로부터 돈을 다시 빼내어 옮기고 설명을 붙이면 되는 일.
액수가 터무니없이 큰 액수였긴 하지만 어차피 돈이 가는 곳이야 뻔하고, 이런 실수는 일어날 수도 있는 해프닝이니 좀 크게 혼나고 말 일이었다.

어지간한 은행에서는 당연하게 쓰는 브라운관 모니터의 흐릿한 화면 너머로 보이는 숫자를 보면서 잘못 옮겨졌을 구좌에 접근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있다.
우선 구좌의 번호다.
내가 실수한 구좌번호는 작업중인 계좌의 기록에 있으니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다만, 한가지 문제가 있었을 뿐이다.

"......무슨 일 있어?"

옆 자리의 선배가 질문을 던져왔다.
고등 교육을 마치자마자 이쪽 업계에 뛰어든 선배였기 때문에 나에 비하면 경력이나 실적이 비교도 되지 않는 대선배였다.
허나 그런 그도 이 상황을 보자 더 할말을 잃었는지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무슨 문제인가 하니, 계좌에 접근할 수 없었다.
접근할 수 없는 계좌라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너, 얼마나 실수했어?"

선배의 질문에 나는 아무말 하지 않고 조용히 노트 프로그램을 구동시켜서 액수를 기입했다.
그 액수를 보자마자 선배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고...
다음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정신을 차렸을 때엔, 나는 황야에 있었다.


사도는 잠들 수 없다. -1화 범죄자.


"자네 그 소문 들었나?"
"소문 이야기라니... 세상에서 동떨어진 자네가 그런 말을 하는 날이 다 있군?"

낡은 선술집은 언제나 소문 이야기로 북적이지만 두 사람은 조금 특이했다.
일반적으로 세상이야기를 떠드는 것이 배불뚝이 옆집 아저씨라거나 수다쟁이 아줌마라면 모를까, 거친 황야에서 산전수전 다 겪었을법한 근육질의 남자들이었다.

"뭐, 신경쓰지 않는다면야..."
"에헤이. 자네가 안하던 소리를 하니까 그런 거 아닌가? 우리 사이에 왜 그러나 하하하! 자 들게. 한 병에 100마르스는 들어가는 놈이라구!"
"흠..."

나쁘지 않다는 듯 황야의 무법자 차림인 남자가 금방이라도 자리를 박찰 것 같이 굴다가 무표정으로 돌아가서 잔을 받았다.
술을 건네는 남자는 이제 흐릿하게 남은 신화에 나오는 바이킹처럼 배불뚝이 근육질의 남자였는데 여기저기 빠진 이가 흉했다.

"해서, 소문이란게 뭔가? 자네가 할 얘기라 함은 일감 정도 아니겠나?"
"뭐 그렇지."

받은 술로 목을 축인 남자가 슬그머니 잔을 다시 내민다.
은근슬쩍 첫 잔은 아까 도발의 댓가, 그 다음잔이 정보료라는 압박이 들어간 손짓이었다.
배불뚝이 남자가 슬쩍 눈을 빛냈지만 그것도 잠시.

"와하하! 역시 말을 하려면 먼저 목구멍을 닦아야지. 받아두게."
"흠..."

미묘하게 마음에는 들지 않지만 술은 마음에 들었는지 술을 받은 남자는 두번째 잔을 들이키고 살짝 입꼬리를 올렸다.

"황야에 버려진 멍청한 놈이 있다는 얘기가 돌았지 않았나?"
"아... 은행에서 금액을 횡령하다가 걸려서 쫒겨난 멍청이 말인가? 사례금이 분명... 1억 마르스 였던가...? 설마, 그 친구가 어디있는지..."

배불뚝이 남자가 말 끝을 흐리자 술을 받은 남자가 소리를 내지 않고 기분좋게 웃어보였다.
그 미소를 본 배불뚝이 남자의 표정이 일순 놀란 것 처럼 펴지더니 금세 활짝 웃는 얼굴이 되어서 비어있는 잔에 술을 가득 채웠다.

"좋구만! 이렇게 쉽고 좋은 돈벌이 이야기에 술이 빠져서는 안되지! 자, 진탕 먹고 가자구!"
"오우."

잔을 부딪힌 두 남자가 왁자지껄 떠드는 그 때에, 누군가가 주점 문을 열어젖히고 들어왔다.
누더기를 망토처럼 두르고 여기저기 총알구멍이 난 허름한 중절모를 깊게 눌러 쓴 남자였다.
어딜봐도 이상하고 의심스러운 기색이 물씬 풍기는 남성이었지만 이 근방에서 저런 차림은 한두명이 하는 곳이 아니었다.
섣불리 건드렸다가 조직에 얽힌 사람이면 망할 수 있기 때문에 스스로가 조심해야 하는 이런 곳에서 그런 남자를 의심스럽다고 다가와서 확인하려는 사람은 없었다.
들어온 남자가 테이블에 앉자 바텐더가 남자쪽으로 다가갔다.

"맥주. 가장 싼 녀석으로."

누더기 남자가 말하자 바텐더는 슬그머니 손을 먼저 내밀었다.
차림부터 돈이 있을 것 같지 않으니 선불이라는 압박에 누더기 남자는 망토 안에서 꿈지럭대더니 어딘가 잔뜩 낡은 주화를 꺼내어 바텐더의 손에 올려주었다.
평범한 은화에 바텐더는 동화 몇개를 거슬러주고는 멀찍이 놓아둔 맥주통에서 맥주를 받아다가 누더기 남자의 앞에 내려놓았다.

"와하하! 이 친구보게 술이 아니라 물을 마시는거 같구만!"
"너무 소란스럽게 하진 말아주게. 내 타입을 알지않나?"
"그렇군 그래! 하하하하!"

바보같이 소란스러운 테이블을 슬그머니 노려본 누더기 남자는 문득 시끄러운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단숨에 인상이 일그러지는 배불뚝이 남자의 표정에 누더기 남자는 황급히 시선을 돌렸지만 이미 늦은 듯 했다.
배불뚝이 남자는 단숨에 바텐더가 주문을 받는 테이블로 다가와서는 누더기 남자의 옆 의자에 걸터앉았다.
꽤 높은 스탠딩 의자임에도 짧은 점프로 단박에 뛰어올라 앉은 그 몸놀림은 보통이 아니었다.
누더기 남자는 무시하기로 결정했는지 옆에 누가 앉던지 신경을 쓰지 않고 맥주를 기울였다.

"흐응? 이 근방에서 감히 내게 시선을 향하고도 모자를 벗지 않다니... 네놈 외부에서 온 놈이렸다?"

배불뚝이 남자의 뻔한 도발에 누더기 남자는 맥주잔을 더 기울이더니 바텐더를 향해 잔을 내밀고 까딱였다.
한 잔 더, 라는 사인이지만 누가봐도 다가갔다 불똥이 튈 거 같은 자리에 다가가는 멍청한 바텐더는 아니었다.
바텐더가 오지 않아서 김을 빼는데도 실패한 누더기 남자는 고개를 돌려 배불뚝이 남자를 돌아보았다.
마치 좋은 먹잇감이라도 발견했다는 듯이 험상궂게 웃고있는 남자의 모습을 확인한 누더기 남자는 슬그머니 시선을 돌려 멀찍이 떨어진 일행을 살폈다.
어느것이 누구의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멋들어진 장총이 저 멀리 놓여있으니 소란이 좀 났다고 바로 납탄세례를 받을 리는 없어 보였다.

"잘 모르고 한 것이니 봐달라고 하는건... 무리겠지?"

누더기 남자가 고개를 숙인 채 중얼거렸다.
낡아빠진 중절모 밑 표정을 읽을 수 없는 배불뚝이 남성은 넘치는 자신감으로 소리쳤다.

"당연하지 개뼈다귀야! 들개의 수장인 나 베르나이젤 클로..."
"돼지들이 아니라니 유감이군.."
"무슨... 컥?!"

누더기 남자가 무언가를 한 것인지 기세좋게 자신을 소개하던 배불뚝이 남자가 동작을 멈췄다.
그제야 흠칫 놀란 무법자 차림의 남자가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사이에 아무것도 없이 넘치는 자신감으로 멍청하니 무방비하게 다가간 배불뚝이 남자의 턱 밑으로 손잡이가 자라나 있는 광경은 그로테스크 했다.

"시끄럽기는... 이 마을에서 쉬는것도 끝인가."

누더기 남자가 중얼대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을 본 무법자 차림의 남성이 재빨리 일어나서 반대편에 세워둔 자신의 장총을 향해 몸을 날렸다.
와장창, 비싸디 비싼 100마르스 술병이 바닥을 뒹굴며 날카로운 소리를 내자 동시에 누더기 남자가 배불뚝이 남자의 멱살을 잡아 방패처럼 들고는 차분하게 문으로 걸음을 옮겼다.
단숨에 자신의 무장을 잡은 무법자 차림의 남자가 제대로 조준도 하지 않고 발포했다.
거의 열두걸음은 떨어진 곳에서 발사한 탄환이었기 때문에 조준이 틀어져 벽에 틀어박힌다.
하지만 총성만으로도 마을의 평화는 쉽게 깨졌다.

"어떤 미친놈이 마을에서 발포한거냐!"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사격전의 시작에 마을의 보안관으로 활동하는 카이저 수염의 중년 남성, 롭 베를리가 고함쳤다.
꽤 근미래적 디자인의 보안관 차림의 그는 정부 각인이 세겨진 압력만 높고 관통력이 낮은 빔 권총을 꺼내들었다.
소형화를 위해 탄환을 사용해서 접지하는 순간 엄청난 부하가 걸리는 권총이니만큼 사격에 주의해야 했다.

소란스러운 사격전은 아무리봐도 몇개의 갱단은 얽혀있는 정도의 화력이었다.
아마도 누군가가 쏜 유탄에 갱들끼리 맞으면서 이런 총력전이 연출된 모양이었다.
그때, 보안관의 시야에 무언가 들어왔다.
불법 무기에 속하는 싸구려 로켓런쳐를 손에 쥔 남성이었다.
단발형, 거기다가 탄두는 어처구니없이 값싸서 갱에서 대규모 항쟁에서 꺼내쓴다는 로켓 추진식 무유도 유탄이었다.

"저런 미친놈들이! 여긴 마을이란 말이다!!"

보안관의 손에서 섬광이 일었다.
탄속이란 말이 무안할 정도로, 빔병기의 빔은 찰나의 순간 로켓을 손에 쥔 갱단의 복부에 꽃혔다.

"커억!"

복부에 덤프트럭이 받힌 것 같은 충격을 받으면서 주먹에 힘이 들어갔는지 하늘을 향해 방아쇠를 당겨버린 갱단원은 그대로 바닥에 널부러졌다.
하늘 높이 쏘아진 로켓탄을 본 보안관은 크게 소리쳤다.

"하늘을 봐! 잘 살피고 떨어지는데서 피해!!"

롭의 외침에도 주민들은 우왕좌왕 갈피를 못잡고 방황했다.
쏟아지는 탄환에 포탄은 보지도 못하고 웅크리고 있는 사람들도 다수 있었다.

"이런 젠장!"

롭은 단숨에 탄창 세개를 사용했다.
어떻게든 허공에 뜬 탄환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그 처절한 노력에도 세줄기의 빛은 허망하게 허공을 가로질렀다.
단지, 고열을 버티지 못한 권총이 이글거리며 시뻘겋게 달아올랐고 손에 심각한 화상을 입은 롭이 비명을 지르며 권총을 놓쳤다.
고통에 일그러진 롭의 시야에 유탄이 떨어지는 방향인줄도 모르고 웅크린채 움직일 생각이 없는 어린 아이들이 보였다.

"위... 위험해!!"

롭의 외침이 무색하게도 낙하를 시작한 유탄이 아이들의 머리위로 떨어지려는 그 순간.
롭의 등 뒤에서 밝은 빛줄기가 번뜩였다.
번뜩이는 그 섬광에 유탄이 떨어지던 건물의 간판이 찌그러지며 바깥으로 튀어나갔고 유탄은 그 간판에 맞아 요란하게 파편을 튀겼다.
반동으로 간판이 튕겨지며 어린 아이들이 웅크린 자리 저편에 떨어졌다.

"이거 좀 빌립니다."
"어, 어어...? 안되는게 당연... 어디갔지?!"

분명 사람이 붙잡지 못 할 만큼 달아오른 용암같은 권총을 쥔 누군가가 사라지자 롭은 멍하니 자신의 뒷편을 살폈다.
하지만 거기에는 달아오른 권총에 그슬린 땅바닥만이 남아있었다.

  • SKEN 2015.11.10 20:43

    잘못 입력했던 계좌번호가 내 계좌였다면 참 좋았을텐데[...]

    다음편이 기대되지만 개인적으로 천천히 좀 연재했으면[...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