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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evaliers Rhapsody  ~ 기사의 노래 ~ 
                                『 제 1 악장 【 Raven  # The Silver Wolf 


그래서 그 사람은 지금 어디 있죠? 어디로 가면 만날 수 있죠?”

 

 샤나크도 가지 못하는 곳을 샤나크가 아닌 사람이 갈 수 있다는 말을 그대로 믿긴 어려웠지만,

라 퀴노스를 가기 위한 실마리를 찾은 여성은 다그치듯 바텐더에게 물었고,

다소 흥분한 그녀의 모습에 바텐더는 진정하라는 듯 손짓하며 입을 열었다.

 

라쿠스는 이곳에 살지 않아요, 이곳 누구도 그가 어디 사는지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산맥 어딘가에서 산다는 소문만 무성하지요.

마침 제가 그에게 부탁했던 것이 있으니 여기 있으면 곧 만날 수 있을 겁니다.”

그가 언제 오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나요?

글쎄 워낙 정처 없이 돌아다니는 사람이라 그것까지는 알기 어렵습니다. 그래도 부탁한지 시일이 좀 지났으니, 운이 좋다면야..”

 끼이익 쿵!

 

 순간 주점의 문이 열리는 소리에 말을 멈춘 바텐더는 문 쪽을 바라보았고,

방금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의 모습을 확인한 그는 미소를 지으며 여성에게 말했다.

 

아가씨는 운이 좋으신 것 같군요, 지금 들어온 사람이 엘라시 라쿠스입니다.”

 

 바텐더에 말에 여성은 반사적으로 몸을 돌려 문 쪽을 바라보았고,

문 쪽에 서있는 사내의 모습을 확인한 그녀는 왜 이곳 사람들이 그를 은빛 늑대라 부르는지 알 것 같았다.

은빛 털에 덮인 두터운 로브를 걸치고 은빛 색이 감도는 장발에

차가워 보이는 표정과 눈빛을 가진 그 사내를 부르기에는 그만한 이름도 없을 것 같았다.

그가 들어오자 주점 안에 있던 다른 샤나크들이 그에게 표정과 손짓 등으로 가볍게 알은체했고,

그도 그들에게 가볍게 답하며, 바텐더가 있는 곳으로 다가 왔다.

 

별일 없었나 토르시, 자네가 부탁한 건 가게 창고 앞에 놔뒀네

 

 엘라시 라쿠스는 바텐더의 앞에 앉으며 말을 건넸고,

바텐더 토르시는 밝은 표정으로 그를 반겼다.

 

어서 오게 라쿠스! 이번에도 신세 지는군, 늘 마시던 걸로 하겠나?”

아아, 그렇게 해주게

 

 두 사내가 대화를 나누는 동안 여성은 자신의 옆에 앉아있는 엘라시 라쿠스란 사내를

빤히 쳐다보았다.

입 주변을 덮은 덥수룩한 수염이 더해주는 거친 인상과

전체적인 행색은 이 주점 안에 있는 다른 샤나크들과 다를 바가 없었지만,

라 퀴노스를 갈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란 말을 들어서인지,

그에게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그녀가 봤던 다른 샤나크들과는 사뭇 달랐다.

 

당신이 엘라시 라쿠스 인가요?”

 

 잠시 라쿠스를 쳐다보던 여성이 그를 향해 입을 열었고

라쿠스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자신에게 말을 건넨 여성의 얼굴을 본 라쿠스는 순간적으로 미간을 찌푸렸지만,

이내 표정을 바로 풀고는 그녀에게 되물었다.

 

여기 사람들은 날 그렇게 부르긴 하지, 여행자인 것 같은데 나한테 용무가 있나?”

, 맞아요. 그렇지 않아도 당신이 오기만을 기다리려던 참이었어요.”

나를? 별일이군 나는 샤나크도 아니거니와 외부인이 나를 알 리도 없는데 말이야

 

 라쿠스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여성을 쳐다보았다.

그의 말대로 그는 샤나크도 아니었고, 마을 사람들 일부만 그의 존재를 알기에

외지에서 온 여행자들이 그를 찾을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의아해하는 라쿠스에게 여성은 바로 본론을 이야기 했다.

 

당신은 라 퀴노스에 갈 수 있나요?”

 

 여성의 물음에 라쿠스는 그제서야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토르시한테 들었군, 확실히 이곳에서 라 퀴노스를 갈 수 있는 건 나뿐이긴 하지.”

 

 라쿠스의 대답과 함께 드디어 라 퀴노스를 갈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이자 여성의 표정이 밝아졌다.

 

나를 그곳으로 안내해 주겠어요? 보수는 얼마면 되죠?”

글쎄, 나는 샤나크가 아니라서 보수를 받고 일하진 않아 그냥 내가 내키면 하고 아니면 안 하는 거야.”

 

 시큰둥한 라쿠스의 표정과 대답에 여성의 표정이 다시 굳어졌다.

라쿠스는 그녀의 표정에 아랑곳 하지 않고 토르시가 건네준 잔을 받아 한 모금 마시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라 퀴노스로 가려는 이유는?”

이유 말인가요?”

 

 여성의 되물음에 라쿠스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여성과 그녀 뒤편에 서있던 로이에르를 슬쩍 쳐다보았다.

 

보통 이곳을 찾아오는 사람들은 산맥을 넘어갈 생각만 하지 일부러 라 퀴노스 같은 곳을 찾으려는 사람은 없어,

아가씨처럼 귀한 집 여식처럼 보이는 여성이 호위로 보이는 사내까지 대동하는 경우는 더더욱 없지

토르시도 이곳에서 장사하면서 처음 보는 광경일거야.”

“…이유를 말하면 안내해 줄 건가요?”

일단 들어는 보고 결정하도록 하지.”

 

 라쿠스의 말에 여성은 뒤편에 있는 로이에르를 한번 쳐다보았다.

그와 무언의 눈빛을 주고 받은 그녀는 잠깐 고민하는 듯 하더니 이내 말을 꺼냈다.

 

“…카일 키르와일러의 집이 거기 있다고 들었어요.”

“..뭐라고?”

 

 라쿠스는 인상을 찌푸리며 반문했고,

유리잔을 닦으며 옆에서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토르시도 하던 일을 멈추고 여성에게 물었다.

 

레이븐의 단장 카일 키르와일러를 말하는 건가요?”

 

 라게셰르는 대륙 북방 변경에 위치해있지만, 지나다니는 여행객과 상인이 많아

대륙 전역의 다양한 이야기와 소문을 접하는 것은 변경에 있어도 뒤쳐지지 않았다.

그것은 여성이 언급한 카일 키르와일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제로너스 제국이 자랑하는 기사단 중에 하나인 독립 기사단 레이븐의 단장이자

대륙 전역에 이름을 떨친 유명한 기사들 중에 한명인 그는 여러 이야기꾼들의 단골 화제였으며,

그에 관한 여러 일화나 소문은 다양하게 퍼져있다.

특히, 레오크 황제의 서거 이후 인테그리안 평원 전투를 마지막으로 사라져버린

레이븐과 그의 행방에 대해서는 무수히 많은 소문이 돌았었지만,

토르시는 그의 집이 라 퀴노스에 있다는 소문은 단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다.

 

라 퀴노스는 말했지만 샤나크들도 못 가는 곳이에요. 그런 곳에 집이 있다니 그런 이야기는 들어보지도 못했습니다.

가장 최근에 들은 그에 관한 소문이라고는 레이븐의 부유요새 코르부스가 엘로스 숲 근처에서 목격되었다는 이야기인데..”

 

 토르시가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에 다소 황당한 표정으로 말했고,

그의 말이 끝나자 라쿠스는 손에 든 잔을 기울이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소문만 듣고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사람의 집을 찾아 라 퀴노스를 가겠다니 철부지 아가씨로군.”

“말 조심하시오!”

 

 라쿠스의 마지막 말에 여성의 뒤편에 묵묵히 서있던 로이에르가 발끈하며 입을 열었으나,

여성이 한쪽 손을 뻗어 그를 제지 시켰다.

 

당신이 나를 철부지로 보든지 말든지 상관없어요. 중요한 건 난 그곳을 가야 한다는 거에요.”

좋아, 그건 뭐 그렇다 치고 그곳으로 가야 되는 이유는?”

“..이봐요! 라 퀴노스에 카일 키르와일러의 집이 있다고 들었기 때문에 가야 한다고 방금 말했잖아요!”

 

 여성은 얼굴을 찌푸리며 언성을 조금 높였다.

라쿠스의 언행에 다소 불쾌감을 표현하는 그녀와 대조적으로

그는 그녀에게 눈길 조차 주지 않고, 기울이던 잔을 입에 가져가 한 모금 하고는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지, 그건 단순히 내가 안내해줘야 하는 곳이 라 퀴노스에 있을지도 모르는 카일 키르와일러의 집으로

구체적으로 바뀌었을 뿐 이유가 아니지, 질문을 바꿔서 다시 해줄까? 그의 집을 찾는 이유가 뭐지?”

“..그건 정체도 불분명한 당신 같은 사람에게 꺼낼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여성의 단호한 대답을 들은 라쿠스는 피식 웃더니

더 이상 용무가 없다는 듯 그녀에게 그만 비키라는 손짓을 해 보였다.

 

그렇다면 나도 더 이상 이야기를 들어줄 이유가 없군 이야기는 여기서 끝, 꺼져.”

무례한!! 지금 감히 어느 분인 줄 알고!!”

로이에르! 그만!!”

 

 라쿠스의 태도와 행동에 흥분한 로이에르가 검 손잡이에 손을 가져가며 소리를 질렀고,

여성은 또다시 손을 뻗어 소리치며 그를 말렸다.

소란이 일자 주변의 다른 손님들의 시선이 잠시 그들에게 쏠렸지만, 누구도 크게 관심 가지진 않았다.

라쿠스는 두 사람을 가만히 쳐다보다가 여성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바로 그거야, 난 지금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이름조차 몰라.

그리고 당신들이 가려는 라 퀴노스는 어떤 샤나크들도 가려 하지 않아 위험하기 때문이지

당신이 했던 말 그대로 돌려주면 나야말로 정체도 불분명한 당신 같은 사람들을 데리고 거기로는 갈 수 없어.

그리고 거기 애송이.”

 

 라쿠스는 손가락을 움직여 이번엔 로이에르를 가리켰다.

 

그렇게 검 손잡이에 손만 올려놓고 어설프게 덤빌 생각이면 그만두는 게 좋아,

본인이 협박을 해야 하는지 부탁을 해야 하는지 본인들 입장도 잘 생각해보고, 일단 이번 한번은 처음이니까 봐주지.”

 

 라쿠스의 말에 반박할 여지가 없는 듯 여성은 입을 꾹 다물었고

로이에르는 검 손잡이에 올려놓은 손을 다시 내렸다.

잠깐의 어색한 침묵이 그들 사이에 흐르고 잠시 후 여성이 굳은 표정으로 라쿠스에게 다시 말을 건넸다.

 

미안해요 무례를 용서해요. 소개가 늦었지만 내 이름은 에이페리아, 그리고 그의 이름은 로이에르

보다시피 내 호위를 위해 날 따라왔어요. 사정이 있어 아직 이름 외에는 당신에게 아무것도 말 할 수 없어요

하지만 난 꼭 라 퀴노스를 가야만 해요.”

결국 이유는 말할 수 없다?”

 

 라쿠스의 물음에 에이페리아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대답했다.

 

그래요. 금전적이나 물질적으로는 얼마든지 보상을 해줄 수 있지만 당신이 이유를 들어야 된다면 그것은 말 할 수 없어요,

대신 그만큼 나에겐 중요하고 절실한 문제라는걸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당신이 끝까지 거절한다면, 우린 무모하고 위험할지라도 안내인 없이 라 퀴노스를 가야만 해요.”

 

 에이페리아의 대답에 라쿠스는 한참 동안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녀 역시 라쿠스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똑바로 마주보았고,

이윽고 그녀의 표정과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던 라쿠스가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이렇게까지 말한다면 무작정 거절하는 것도 도리는 아니겠지, 어차피 갈 예정이기도 했으니 안내해 주도록 하지.”

 

 라쿠스의 대답을 들은 에이페리아는 드디어 라 퀴노스를 갈 수 있다는 안도감에 표정이 풀어졌다.

안도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라쿠스는 한 손을 들고는 검지와 중지손가락만 세워 보이며 말을 이었다.

 

, 두 가지 반드시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어

첫 번째, 라 퀴노스를 갈 수 있는 사람은 현재 나 혼자이며 거길 가기 위해선 무조건 내 말에 따를 것

그리고 두 번째, 어떠한 경우에도 첫 번째를 잊지 말 것.”


『 C h e v a l i e r s R h a p s o d y ~ 기사의 노래 ~』

  『 제 1 악장 【 R a v e n 】 # The Silver Wolf.2 』

by SKEN

언제나 그렇듯 무수정본으로 올리기 때문에 오타나 이상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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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Silver Wolf.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