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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검과 마검이 러브 크래프트.



프롤로그: 용사는 개나소나 한다....만.







"정말 개나소나 하는 게 용사란 생각이 드네요."



망연자실한 나는 관자머리를 누르며 그렇게 말했다. 그것을 보며 남자는 마치 이해한다는 듯이 등을 토닥여주었다. 그나저나 참...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게 너무 신기했다.

나는 관자머리를 누르며 남자에게 성검을 가리키며 물었다.



"여신이 내리신 은총이 깃들은 검이지만... 이거 정말로 마를 멸할 힘을 가진 검이긴 합니까?"



"아뇨, 그건 용사님이 검을 강하게 만들어가는 수 밖에 방법이 없습니다."



"제가 어떻게 성검을 강하게 만들 수 있단 거죠?"



여신이 내려준 성검이긴 하나 그 외형이며, 성물이라고 하기엔 발산되는 빛에 양도 그다지 강렬하지도, 많지도 않았기에 난 조금 실망하며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난 고작해봐야 일반인일 뿐인데 어떻게 성검을 강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일까? 그렇게 내가 묻자, 남자는 마치 그렇



게 물을 줄 알았다는 표정을 짓더니 내가 어떻게 성검을 강하게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용사님이 성검을 드는 순간부터 용사님의 몸에 성스러운 힘이 주입될 것입니다. 주입된 성스러운 힘이 용사님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흘



러넘치게 될 것이고, 흘러넘치는 성스러운 힘을 성검이 흡수하여 점점 강화되는 것입니다."



남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바로 내가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성검도 강해진다는 말이다. 즉, 성검이 강해지길 원한다면 본인이 몸을 단련해



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결국 우리 인간계는 마계와 천계 사이에서 샌드위치 당하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전 단순히 신앙심 만으로는 제 몸을 버려가면서 까지 싸우고 싶진 않단 말이죠...?"



"그럼 돈이 필요한건가?"



"아뇨, 평범한 농사꾼이 원하는게 그리 많진 않아요. 그저 일자리를 보장해주셨으면 합니다."



용사라는 일이 끝나고 난 다음에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이다.



"일자리?"



"네, 제가 용사일을 끝내고 난 다음에도 먹고살길을 마련해주시면 좋겠습니다."



"흠...좋네. 약속하도록 하지."





남자는 의외로 흔쾌하게 나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그렇게 흔쾌하게 받아들일줄은 몰랐지만, 일단 받아들여졌으니 나로서는 좋은 것이었다.

남자는 가지고 온 가방을 뒤적거리더니 서류 뭉치 한다발을 나에게 건네며 말했다.



"일단 이게 자네가 적어야할 서류라네. 꽤 많지? 천천히 기입하면 된다네."



서류 한 다발에 들어있는 종잇장의 개수는 10장은 넘어보였다. 역시 세상 만사 쉬운일은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남자가 흔쾌히 수락한 것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분명 이 수많은 서류덩어리중에서 내가 반드시 알아야할 것들이 적혀 있을 것이 분명했다.

약관을 잘 읽어야 하는 것 처럼 이런 중대한 일은 각별히 신경써야 했다.



"그런데... 혹시 이 서류중에 제게 불리한 내용이 담긴 서류는 없겠죠?"



혹시나 모를 불안감에 물어보았지만, 남자는 그저 보면 안다는 식의 웃음을 날릴 뿐이었다
​나는 무척이나 의심스러운 서류더미 한 장 한 장을 훑어보았다. 확실히......나에게 불리한 내용은 없었다. 그래, 불리한 내용이 없었기에 오히려 불안해 졌다.



"용사님이 말씀 하신대로 불리한 내용은 없으며 용사 일이 끝난 다음에 일도 처리해두었습니다."



"그걸 진짜로 하셨다고요?"



내가 그렇게 놀라하며 말하자 남자는 능글맞는 미소로 씨익 웃으며 말했다.



"예. 용사님께서 요청하셨지 않았습니까?"



"아... 네, 그... 그랬죠."



"혹시 기분이 얹짢으시다면... 없애드릴 수도 있는데요...?"



그렇게 말하며 약관에 먹칠을 하려는 그에게서 나는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 서류종이를 빼내어 사수했다. 내가 그렇게 필사적으로 서류를 지키려하는걸 본 그는
또 능글맞은 얼굴로 베시시 웃으면서 말했다.



"하하하 농담이죠. 한번 썼던 약관을 다시 먹칠하는 건 규정에 반하는 거니까요. 제가 아무리 냉혈해도 그런 심한 짓 까지는 하지 않아요."



그렇게 남자가 놀란 날 안심시키려고 하자, 나는 그의 말을 듣고 정말로 농담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은 경계를 풀고 종이를 탁자에 되돌려 놓았다.
​나는 놀란 마음을 안심시키고 다시 서류더미들을 살펴보았다.



'역시....... 없네.'


꼼꼼히 살펴봐도 내게 위해를 줄 약관은 적혀 있지 않았다. 단지 목숨을 걸어야하고, 용사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일주일 마다 왕국에 보고를 올려야하고, 성검과도 친해져야 한다는 것에 대한 약관만이 적혀 있을 뿐이었다. 물론 귀찮은 약관이었지만, 나에게 위해를 가할 약관은 없었기에 동의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모든 약관들에 동의하고. 나는 서류더미를 분하지만 남자에게 건네주었다.

​남자는 내가 준 서류를 이리저리 살펴 보더니 고개를 끄덕이고 가져왔던 큰 가방에 서류더미를 집어넣었다. 그런 다음 남자는 2명의 동행인을 밖으로 내보내었다.
뭘 하나 싶어 경계를 하고 있으니, 남자는 성검이 들어있는 케이스를 내게 내밀었다. 남자가 내밀은 케이스 내부에 들어있는 검집은 여전히 성스러운 기운을 내보내고 있었다....
라고.... 보통은 전개되지 않나?

​스스스... 스스스.... 하는 소릴 내며 성검의 성스러운 빛이 서서히 어두워 지더니... 이내 검보라색의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어.... 어?


".....뭐, 뭡니까?"


​남자는 성검이 성검이 아니게 될지도 모르는데도 여전히 성검을 내밀고 있었다. 나는 결국 그 성검을 받아들 수 밖에 없었다. 성검인지 아닌지 분간도 안갔지만.
​그 성검을 집어들자, 뿜어내는 빛이 완전히 어두워졌다.



"이건.......?"


그 남자는 여전히 능글맞는 얼굴로 말했다.


​"당신은 이제부터 마검 사용자로서 성검 사용자들을 배제하며 다른 마검 사용자들을 처치해주시면 됩니다."


난 남자의 말을 듣고 일순간 벙쪄졌다. 이건 무슨 말인가? 이것은 성검이 아니라 마검이란 것인가. 그리고 마검 사용자가 다른 마검 사용자를 처치한다고?
대체 이건 무슨 일이지? 영문을 모르겠다. 충격적인 일이 연속해서 일어나 이미 게슈탈트 붕괴까지 일어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순간일 수록 사람은 냉정해져야 하는 법이다.
​아버지가 이렇게 말씀하셨다. ' 무슨 일이 일어나든, 그 일의 충격성이 강하면 강할수록 더 욱더 침착하고 냉정해져야 한다 ' 라고. 아버지가 농사일을 하기전에 무슨 일을 했는지 모르지만, 분명 내가 상상도 못한 일을 하셨을 것이다.


'그래... 냉정해져야 한다..."


​나는 상황을 최대한 냉정하게 다시금 보았다. 이 상황을 정리하자면 아침에 찾아온 검은 옷의 인간들이 나를 용사로 임명하였지만. 그들이 준건 다른 용사후보가 사용하는 성검이 아니라 마검이었고, 마검을 사용하는 마검 사용자가 되어서 성검 사용자들을 배제하면서 다른 마검 사용자들(아마─ 마계에서 준비한 마검 사용자들을 말하는 것으로 추측된다.)을 처치해야 하는 임무가 맡겨졌다는 것이 지금의 상황인 것으로 정리가 되었다.


".......재밌군요."



"호오... 거절하지 않으시는 겁니까?"



"제가 거절하겠다고 해서 거절되는 일이 아니잖아요?"


씨익.

남자는 내 말을 듣고 베시시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정말, 능글맞은 남자가 따로 없었다 뻔뻔하였지만, 어쩐지 욕할 수 없는 그런 남자였다. 베시시 웃는 모습이 참 능글맞은 능구렁이를 보는 것 같았다.



"현명하십니다. 당신은 다른 사람과는 다른 것 같군요."



​"오래 살아남고 싶으니까요. 그런데... 다른 사람이라뇨?"



"아, 아닙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렇게 말하는 남자는 딱 봐도 수상한 분위기를 풍겨내고 있었다. 능글맞은 얼굴이라서 감정도 파악하지 못할 정도였다.
  • SKEN 2015.10.03 00:57

    굉장히 많은 작품을 동시 연재하시는군요 ㄷㄷ